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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22화 (122/202)

#122

선물

에드는 칠채비도를 집어 보았다. 비도에 시트라와 아스트론의 신력이 함께 깃들었다. 이런 물건은 악마의 시대 1에서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에드가 칠채비도를 살펴보는 사이에 론멜이 다가왔다. 그는 칠채비도를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 너 본교의 성유물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제가요?”

에드는 무슨 소리냐는 듯 돌아보았다. 이건 에드가 만렙을 찍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두 개의 신력이 공존하는 성유물은 지금까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으니까.

성화 덕분에 신성력이 깃든 것 같기는 한데 그게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지. 이건 네 탓이 아니기는 하지. 그래도 그렇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에드는 칠채비도를 품에 넣었다. 악마의 시대 1에서 보지 못했던 아이템을 그냥 내줄 수는 없었다.

“일단 총본회에 갈 때까지는 제가 가지고 있기로 했으니 제가 챙기겠습니다.”

론멜은 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만난 악마는 자신이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신비술사들이라고 해도 그렇게 빠르게 신비를 연달아 쓸 수는 없을 터.

론멜은 그 악마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비틀림을 읽을 수 있었다. 그 공간의 비틀림에 담긴 힘은 가공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힘이 이곳 옥상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 수 있었다.

에드의 팔다리가 비틀린 것은 둘째치고라도 옥상 전체가 부서지고 깨져 있었다.

그런 악마를 홀로 죽인 에드였다. 그의 실력이 출중함을 잘 알았다.

자신이 이기지 못하는 덱스를 스트레이트 한 방으로 잠재웠으니까. 자신과의 격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그러니 그에게 일단 맡겨 두기로 했다. 적어도 에드의 손에 들려 있는 이상 어지간해서는 잃어버릴 일이 없을 테니까.

에드는 론멜의 허락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린을 돌아보았다. 하늘에서 떨어진 창천의 푸른 빛은 적어도 알란도 시 어디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신성은 보는 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신을 찾게 했다.

그렇게 쏟아지던 푸른 창천의 빛이 빨려들 듯 아린에게 스며들었다. 그녀가 품은 신성력의 크기가 얼마나 커졌는지 그녀조차 신성력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넘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랜 시간 기도로 자신의 몸에 담을 수 있는 신성력의 양을 늘려왔다. 체화 시키는 데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을 외부로 발산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은 있었다.

그녀의 짧은 기도 끝에 찬란했던 신성력은 이제 그 흔적만 남긴 채였다. 은은한 후광을 몸에 두른 아린이 일행을 돌아보았다.

“상급 악마는 아스트론께서도 기뻐하시네요.”

“저녁에 엠버 왕자가 함께 식사하자고 하니 그동안 쉬도록 하죠.”

여관까지 다녀오는 것도 일이라 론멜이 앞장서서 병사들에게 말해 방을 얻었다.

일단 상급 악마를 잡았으니 휴식을 취하자고 했다. 에드도 홀로 방으로 돌아가서는 품에서 칠채비도를 꺼냈다.

석화의 권능을 지닌 이 칠채비도에는 어떤 힘이 더 깃든 것일까?

호기심에 에드는 칠채비도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가볍게 던져 보았다. 허공에 떠오른 칠채비도에 에드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어떻게 된 것인지 이기어시에 들어가는 마력이 크게 줄었다. 에드는 가만히 손바닥 위에 떠 있는 비도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어?”

칠채비도는 특별했다. 자신이 관리해주면 해줄수록 이기어시로 다룰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지금은 그 시간이 배로 늘어났다.

다시 손바닥 위에 내려온 칠채비도를 바라보는 에드는 헛웃음을 흘렸다.

“7초?”

두 배가 넘는 시간이다. 7초 동안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석화의 저주가 담긴 비도라.

이건 전투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이기어시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없다. 마력만 된다면 얼마든지 다시 던져서 쓸 수도 있다.

던져야 한다는 과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놀라운 성과였다.

에드는 창가로 걸어가서 비도를 품에 넣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트라의 권능은 그대로이니 오랜 시간 다룰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아스트론 덕분이리라.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스트론 식 기도를 올린 에드가 히죽 웃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에드가 문을 열어주니 그곳에는 아린이 서 있었다.

“저녁때 보기로 했잖아요. 기도드릴 줄 알았는데.”

아린이 이번에 얻은 신성력은 역대급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걸 체화하려면 오랜 시간 기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녀가 왜 자신을 찾아왔을까?

아린은 에드의 대꾸에 담담히 말했다.

“론멜에게 부탁해서 혈마석이 느껴지는 위치를 물었어요. 그런데 그곳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서요.”

그런 거라면 모두 다 모였을 때 얘기하지 굳이 지금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뭘까 싶었지만 에드는 옆으로 물러나 그녀가 방에 들어오게 해주었다.

방으로 들어온 아린이 자리에 앉아서는 에드에게 물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도시가 아니에요.”

“도시가 아니라고요?”

악마들은 악업을 쌓기 위해 인간들에게 섞여 있다. 다음에 만날 자가 상급 악마라고 보기는 힘들 터였다. 사실 상급 악마를 연이어 둘이나 만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또 상급 악마가 나올 만큼의 악업은 듣지 못했으니까.

“예. 마젤타 왕국 서부의 타룬 산맥으로 혈마석의 기운이 향하고 있어요.”

에드는 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도시가 아닌 것은 뜻밖이지만 그곳에 가면 또 악마가 기다리고 있겠죠.”

에드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럼 그곳으로 가야죠. 악마 잡으러.”

아린은 에드의 대답을 듣고서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했음을 알았다. 그곳이 도시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혹시라도 악마가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모두 쓸모가 없었다.

함정이 있다면 그 함정의 악마마저 죽일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도 이번에 크게 신성력이 늘었다. 이제는 마스터 팔라딘보다 더 많은 신성력을 보유했다고 여겼다.

마스터 팔라딘조차 상급 악마는 사냥해 본 적이 없으니까.

상급 악마를 제물로 바치고 나서 아스트론이 내려준 신성력을 지금까지 얻었던 신성력에 버금갈 정도였다. 가뜩이나 많은 신성력이 단숨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얘기였다.

오죽하면 기도를 통해 체화하지 않았음에도 신체 능력이 향상된 것을 느낄 정도일까?

“아! 그리고 칠채비도가 변했다고 하던데 제가 살펴봐도 될까요?”

에드는 그녀의 말에 칠채비도를 꺼내서 건네줬다. 아린은 칠채비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벽을 향해 던졌다. 그렇게 날아가 박힌 비도를 바라보던 아린이 입을 열었다.

“제게는 반응하지 않네요.”

“무슨 말이죠?”

“귀환 능력이 생긴 것 같아서요.”

그 말에 에드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비도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비도가 이기어시에 반응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만 생각했는데 아린의 해머와 비슷한 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

에드는 혹시나 하면서도 비도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벽에 박힌 비도가 뽑혀서 날아왔다. 에드는 날아온 비도가 손에 돌아와 잡히는 것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런데 아스트론님의 신성력으로 생긴 능력이 어떻게 제게 적용된 거죠?”

“그거야 아스트론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계실 테니까요.”

에드는 그 말에 진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비도를 던졌다. 벽에 박힌 비도를 향해 손을 뻗자 비도가 뽑혀서 돌아오는데 그 비도를 받지 않고 이기어시를 사용해 보았다.

에드에게 돌아오던 비도가 돌아오다가 다시 날아가 박혔다.

마력의 소모만 감당할 수 있다면 이 비도 하나로 몇 번이나 공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얻은 어떤 성유물보다도 효과적인 무기였다. 게다가 석화의 권능이 비록 지금은 제힘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상급 악마의 몸도 석화시킬 정도니 앞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은 이는 일행 전부가 아니었다. 에드와 아린, 론멜만이 초대받은 자리에서 엠버는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엠버가 보았던 페트라의 능력은 사실 경이로운 것이었다. 눈앞에서 휙휙 사라졌다가 나타나는가 하면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이 눈에도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 싸움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역시나 에드였다.

악마 사냥꾼이라는 사내.

엠버는 저녁을 먹으러 오기 전에 츠바이와 밀러를 소환했다. 켈베로스의 삼두 중 둘이었지만, 엠버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밀러에게 들은 대로라면 악마 사냥꾼 에드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상대가 악마라는 것에 한정된 것이라고 해도 그가 지금까지 벌인 일은 3영웅도 하지 않았던 짓이었다.

물론 마젤타 왕국에서는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계획했던 트라비아 왕국의 남부 귀족 연합을 이용하려던 것이 크게 비틀어졌으니까.

밀러의 보고대로라면 펠만 국왕 암살도 저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무리 확신이 있다고 해도 대뜸 마젤타 왕국 서열 7위인 사령관에게 성검을 던지는 것을 보면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일이다.

“악마의 뒤를 쫓고 있다고 했던가?”

“예.”

“그 뒤를 쫓는 일이 끝나면 무얼 할 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에드에게만 국한해서 질문하기에 론멜과 아린은 그저 에드를 바라보았다. 에드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이었다.

“과연 제가 그 일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때는 누구를 만나야 합니다.”

“누구를?”

에드는 그 얼굴을 떠올렸다. 축하 파티에 와서 자신을 이 악마의 시대에 처박아 버린 여인을.

“만나면 귀싸대기를 날릴 이죠. 하지만 그 길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라그록스와 네프사엘이 직접 엮였지만, 어째서인지 그들만 처리한다고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예감이 그러했다.

엠버는 에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악마도 썰어버리는 사내의 귀싸대기를 맞으면 인간이 살아남을 수는 있나 잠깐 고민했다.

“그 쉽지 않은 길이 끝나고, 그 모든 것이 끝나거든 내게 와. 그대에게 모든 부귀와 영화를 약속하지.”

엠버로서는 큰마음을 먹고 한 말이었다. 형님이 있지만, 트라비아 왕국의 남부 귀족 연합을 엮은 일에는 형님이 개입되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엎어진 상황에서 3군단 사령관이 악마였음을 밝혀내고 그 뒷수습까지 자신이 한다면 서열에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자면 밀러의 평가대로 대장군급 무력을 지닌 에드가 필요했다.

에드는 그 말에 미소를 지을 뿐 답을 하지는 않았다.

엠버는 그 모습에 손을 까딱였다. 그의 뒤편에 서 있던 수호 기사가 다가와서는 함을 내밀었다.

에드는 자신의 앞에 놓인 함을 내려보다가 고개를 들어 엠버를 바라보았다.

“이런 말을 맨입으로 할 순 없지. 내 성의야.”

에드가 그 함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 든 것을 보고 론멜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이게 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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