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18화 (118/202)

#118

초대

에드는 자신의 방에 나타난 여자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밀러가 준 켈베로스의 흑기를 알아본 것을 보면 켈베로스의 인물인 것 같은데 밀러가 보내지 않았다.

일단 제압하고 볼까?

고민하던 에드는 잠시 말을 돌렸다.

“밀러를 불렀는데 넌 누구냐?”

“밀러?”

여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잠시 에드를 바라보던 그녀는 흑기를 다시 창밖에 걸어놓고 창문 옆으로 물러났다. 뭐하는 건가 싶어 바라보는데 그녀는 오히려 검지로 입을 가리면서 윙크까지 날렸다.

그런데 그녀도 무슨 장비를 하고있는 건지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대충 그녀가 뭘하려는지 알았기에 에드도 굳이 나서지 않았다.

켈베로스의 흑기를 보고 나타난 여인.

켈베로스의 관계자다. 게다가 밀러의 이름을 듣고 오히려 장난기 가득한 행동까지 하는 모습에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위협이 되는 행동을 했다면 제압하고 봤을 테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니.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려니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있었다. 창문에 나타난 것은 예상대로 밀러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에드에게 인사를 건넸다.

“역시 찾을 줄 알았···.”

하지만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창문을 넘어오던 밀러의 목에 단검이 겨눠져 있었으니까. 밀러는 자신의 목에 겨눠진 단검을 따라 이동하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날카로운 눈매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츠바이.”

밀러의 말에 여인, 츠바이는 단검을 조금 더 밀러의 목에 바짝 들이밀었다.

“밀러. 트라비아 왕국에서 철수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밀러는 곧 태연하게 옷의 매무새를 정갈하게 하고는 답했다.

“중요한 일을 해결하는 중이지.”

“중요한 일?”

“그건 비밀이고, 너야말로 언제 이곳에 온 거야?”

츠바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밀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너 너무 당당하네. 특무대 하나를 잃고도 이렇게 당당한 이유가 뭐지?”

“그건 아인스에게 물어 봐.”

츠바이는 가만히 밀러를 바라보다가 에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뭔가 의심이 가는지 에드를 바라보는데 밀러가 입을 열었다.

“괜히 목숨 걸지 마.”

츠바이는 그 말에 밀러에게 다시 시선을 주었다. 밀러는 자신의 실력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츠바이는 특첩보다는 암살에 특화된 여인이다.

상대의 앞에 서 있다고 해도 충분히 암살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음은 누구보다 잘 아는 밀러가 저리 말하는 것을 보니 에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적어도 자신과 같은 켈베로스의 삼두 중 하나인 그들은 서로 경쟁하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는 이들이었으니까.

츠바이가 단검을 회수하고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츠바이. 켈베로스의 삼두 중 두 번째다. 그대의 이름은?”

“에드.”

츠바이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악마 사냥꾼?”

“내 이름이 여기까지 알려졌나?”

“트라비아 왕국의 왕도로 향한 소식까지 전해졌지. 그 뒤로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지만, 그것만 해도 충분히 기억해야 할 이름이기는 하지.”

에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밀러와 잠깐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자리를 비켜줘.”

츠바이는 잠시 밀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에드에게 손까지 흔들어 보이더니 훌쩍 밖으로 뛰어내렸다.

에드는 밀러에게 시선을 주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이군. 너도 몰랐나?”

“나도 몰랐소. 그녀는 지금 엠버 왕자의 명을 받고 있으니 마주칠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으니까.”

츠바이도 밀러도 서로를 만날 줄은 몰랐던 걸까? 그렇다면 정말 에드가 내건 흑기를 보고 가까이에 있던 츠바이가 먼저 들어온 것일 뿐이다?

그런 편한 우연은 믿지 않는다.

“엠버 왕자는 누구지?”

“마젤타 왕국 서열 3위인 엠버 드레이 폰 마젤타 왕자요. 이곳에 왔다면 아마도 페트라 사령관을 쳐내기 위해서일 거요.”

“페트라 사령관을?”

페트라 사령관을 만나 3군단 사령부의 누가 악마인지 파악하려고 했는데 그런 그를 쳐내기 위해 더 높은 이가 왔다?

이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최소 중급 악마. 5만 병사의 죽음에 관련된 자가 있다면 그 악업 또한 나눠 가졌을 터. 또 다른 상급 악마를 만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진정 상급 악마라면 더,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들을 죽여 악업을 쌓으려고 할 터였다.

그 말은 더 높은 직위를 가진 이로 갈아타려고 할 터.

그렇다면 왕국 서열 3위가 이곳을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그 악마에게는 기회나 다름없다.

“악마를 찾았나?”

밀러는 그 물음에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누가 악마인지는 모르겠지만, 16년 전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차례의 실패도 없이 승승장구한 자가 있소.”

16년. 그 숫자는 의미가 있다.

“누구야?”

“페트라 사령관이오.”

에드는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밀러. 그자가 진정 악마라면 엠버 왕자가 위험하다.”

엠버가 누군지는 상관없다. 다만 엠버의 몸을 차지하게 될 상급 악마는 상상도 못 할 만큼 많은 악업을 쌓을 수 있다. 어쩌면 마젤타 왕국과 트라비아 왕국이 전면전을 벌이게 될지도 모를 일.

그 악업은 상급 악마를 더 높은 곳으로 올려보낸다.

이제야 상급 악마를 잡을 수 있게 됐는데 대악마는 사절이다. 언젠가 대악마들도 잡아서 죽여야 하지만 그건 준비가 된 다음이다.

에드의 말에 밀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정말 악마인 거요?”

“아니. 그건 모르지만, 사령부에 악마가 있는 것은 확실해. 그리고 그 악마는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엠버 왕자를 노릴 거다.”

중급 악마 이상의 악마는 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말은 얼마든지 엠버를 죽이고 그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말이다.

“밀러. 나를 아니, 우리를 사령관과 만나게 해다오.”

밀러는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서열 10위 안의 인물들은 켈베로스의 삼두도 마음대로 만날 수 있는 이들이 아니다.

“쉬운 일은 아니오.”

에드는 그 말에 밀러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노력해. 어차피 나는 상대가 누구든 악마라면 죽일 거야. 그 악마가 사령관이든, 왕자든, 설령 마젤타 왕국의 왕일지라도.”

악마는 오르고 올라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위치에 서고자 한다. 그것이 악업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니까.

하지만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이들은 교단의 인물과도 자주 부딪치게 된다. 악마인 것을 들키기 쉬울 수밖에 없으니 그 위치에는 오르고 싶어도 오르기 어렵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 자리에 오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기회가 왔다면 마다할 자가 없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밀러가 훅 사라지는 것을 보고 에드는 품에서 비도를 꺼냈다. 이번에 얻은 칠채비도.

요즘 손질을 주로 하는 것은 이 칠채비도다. 어째서인지 손질하고 관리를 하면서 칠채비도의 운용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잘못 느낀 건가 싶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3.03초.

그간 0.03초가 늘었다.

스킬의 숙련도와 상관없이 늘어난 것이라 칠채비도가 특별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시트라의 화살도 다시 꺼내서 정비했지만, 역시나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그래서 칠채비도에 집중하는 중이다.

칠채비도의 표면을 닦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기에 칠채비도를 품에 넣고 문을 열어주니 일행이 문 앞에 모여 있었다. 에드는 그 선두에 서 있는 아린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능력이라면 에드가 밀러와 나눈 대화를 들었을 터. 그래서 일행을 데리고 온 것 같았다.

“얘기는 들었어요.”

유물 중에서 방음이 가능한 장비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일행에게 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으니까.

에드는 그래도 얘기를 듣지 못했을 이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이곳의 사령관인 페트라가 악마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마침 이곳에 서열 3위인 엠버 왕자가 와 있다고 하더군요. 상대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악마라면 엠버 왕자를 노릴 가능성이 크니 사령관을 빨리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어요.”

“가능하다던가?”

테인의 물음에 에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그건 저들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노력하라고 했죠. 왕자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렸으니 뭔가 답이 오겠죠.”

에드는 일행들을 돌아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론멜은 아직입니까?”

덱스가 그 물음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말한 대로 잘 안 되었나 보지.”

“론멜이든 아니면 다른 쪽에서든 먼저 기회가 오는 쪽으로 움직이죠.”

일단 사령부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일. 에드의 말을 들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의 시선이 디에고를 향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제리에게 감지를 부탁할게.”

“알겠어요.”

아무리 초소가 있고, 병사들이 순찰한다고 해도 제리라면 얼마든지 염탐을 보낼 수 있다. 악마를 찾아 확정 지을 수 있다면 쉽게 일을 진행할 수 있을 테니.

론멜은 밤이 깊어서야 돌아왔고, 시무룩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서 밖으로 나온 론멜은 덱스의 비웃음에 인상을 찌푸린 채 툭 내뱉었다.

“사흘 후에 볼 수 있다네.”

“그래도 볼 수 있기는 하네.”

덱스는 어째 같은 말인데도 상대를 긁을 줄 알았다. 론멜이 인상을 찌푸렸을 때 에드가 스프를 먹던 수저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누가 오고 있습니다.”

“누구?”

론멜이 고개를 들었지만, 그는 별다른 기척을 느끼지 못했나 보다. 에드는 심안으로 다가오는 이를 읽고는 잠시 기다렸다.

“기사들.”

“기사?”

뭔가 답하기도 전에 곧 말발굽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다른 이들도 들을 수 있었다. 어젯밤에 디에고가 소환한 제리는 내성 근처로 다가갔다가 그곳이 얼마나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사령인 제리도 들키지 않고 다가가는 것이 힘들 만큼 삼엄한 경계를 선 자들.

에드는 그 말을 듣고 우선 제리를 돌아오게 하라고 했다. 사령이라 물리적 내성이 상당히 강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었다.

괜히 역소환되기라도 한다면 디에고라는 전력을 적어도 이곳에서는 쓸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어쩐 일로 기사가 다가오는 걸까?

다들 식사를 멈추고 기다리니 곧 여관의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군복이 아니라 검은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

그들은 안으로 들어오더니 곧 여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기사 중 하나가 일행에게 다가왔다.

기사의 시선이 머문 곳은 론멜이었다. 기사는 정중히 시트라식 인사를 건넸다.

“파괴는 끝이 아닌 시작일지니. 성기사 론멜 경이십니까?”

“파괴는 끝이 아닌 시작일지니. 내가 시트라의 검 론멜이오만.”

론멜의 대답을 들은 기사가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시트라의 신실한 신도이신 엠버 왕자님께서 시트라의 검이 이곳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일행을 모두 초대하셨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오찬 때 모시러 오겠습니다.”

론멜은 그 말에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엠버 왕자라면 사령관보다도 서열이 높은 이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일행을 쓰윽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대에 응한다고 전해주시오.”

“그럼 그때 마차를 보내겠습니다.”

기사가 떠나자 론멜이 일행을 돌아보며 으쓱였다.

“봤지? 내가 이런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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