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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17화 (117/202)

#117

츠바이

덱스는 물론이고 브란트에게도 깨진 론멜은 그 둘이 전투 예측과 미래 예지를 쓴다는 것을 알고 에드에게 도전했다가 다시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하하하하.”

이제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골골거리는 론멜의 옆에 앉은 에드가 아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기 보이죠? 기도를 통해서, 그 넘치는 신성력을 체화해 몸을 강화합니다. 그게 착실하게 강해지는 법이에요.”

넘치는 신성력이 신체 능력을 끌어 올려주지만 아린처럼 온전히 신체의 스탯 자체를 높이는 것이 가장 빨리 강해지는 법이다.

“넌 덱스랑 싸우면 어때?”

“저요?”

덱스가 그 질문에 좋다고 달려왔다.

“그래! 오랜만에 붙어보자.”

전투 예측을 지닌 덱스도 자신감이 붙었는지 한 번 붙어보자고 했다. 그 말에 아직 스탯에 투자하지 않고 있었던 에드는 일단 민첩에 투자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론멜이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가르쳐드리죠. 계속해서 신성력을 높이고 그 신성력을 체화하면 언젠가 이렇게 될 겁니다.”

에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기 하나 안 뽑는 모습을 보고도 덱스는 신속의 검과 마검 레이피어를 들고 있었다. 신속의 검이라면 에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에드의 민첩함을 따르지 못하는 덱스가 신속의 검을 든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마검 레이피어는 오로지 상대에게 고통만 줄 뿐이다.

그런 마검 레이피어를 든 건 연습을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에드는 진심으로 대해주기로 했다.

덱스가 히죽거리며 검을 휘두를 때 에드가 가볍게 발로 바닥을 툭툭 차고는 말했다.

“전투 예측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하나. 예측이 무용하게 해야 하죠.”

론멜의 시선은 무슨 개소리냐는 듯 보고 있었기에 에드가 씨익 웃더니 덱스에게 손짓했다.

“보시죠.”

그 말에 덱스는 함부로 달려들지 않았다. 전투 예측이란 상대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것. 먼저 공격하기보다 공격을 방어하면서 카운터를 날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덱스의 전투 예측에 에드의 움직임이 읽혔다.

최단 거리로 다가와 내뻗는 스트레이트.

그 길 외에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보통 전투 예측은 여러 가지 공격 경로 중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경로를 읽어내는 것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한다.

그런데 오직 한 가지 길밖에 보이지 않으니 무슨 짓인가 싶었을 때 에드가 땅을 박찼다. 그런데 그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급하게 검으로 전방을 방어하려고 했지만, 이미 의식이 날아가고 있었다.

에드는 덱스가 자신이 하려고 하는 것을 예측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스탯을 올린 상태로 전력을 다해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레벨이 오르고 스탯까지 민첩에 투자한 채 전력을 다해 뻗은 스트레이트. 그 공격은 덱스가 예상했던 속도를 아득히 넘어섰다. 그래서 반응도 못 하고 한 방에 기절했다.

에드는 고개를 돌려 론멜을 바라보았다.

“이건 그냥 신체 능력만으로 압도한 겁니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속도라면 가능하죠.”

론멜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에드는 주먹을 쥐어 보았다. 레벨이 오르고 스탯을 민첩에 투자했다고 해도 이 정도로 빨라질 줄은 자신도 몰랐다.

루카스의 레이피어도 흘려낼 수 있던 덱스가 아무리 성검을 들고 있지 않다고 해도 반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루카스를 넘어섰다는 거다.

단순히 속도만이라면 상급 악마를 넘어선 것.

간격을 보는 에드는 이제 혼자서도 상급 악마를 잡을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아린이 덱스에게 회복 주문을 걸어주며 물었다.

“전보다 더 빨라진 것 같네요?”

에드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린도 이번에 상급 악마를 제물로 바쳤다면 모르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그녀보다 조금 앞서게 됐다.

아린은 에드의 미소를 보고는 새삼 다짐했다. 한 발 따라갔다 싶으면 에드는 언제나 한 발, 두 발 더 앞서 나간다.

상급 악마 루카스에 비견되는 움직임이다. 혈마석의 힘을 깨우기 전의 그만큼 빠른 움직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잠깐이지만 아린도 시야에서 놓칠 만큼.

덱스가 손도 써보지 못하고 뻗을 수밖에 없었다. 기도를 올리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알론도 시.

3군단 사령부가 있는 도시이자 대 트라비아 왕국을 견제하기 위한 마젤타 왕국의 요새 도시.

사령부에 있는 두 개의 탑 중 3군단 사령관이 머무는 탑의 최상층. 그곳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중년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총사령관이 보내셨다는 겁니까?”

중년 사내 앞에 앉아 있는 이는 아직 어린 소년. 이제 열두 살이나 됐을까?

하지만 소년이 입고 있는 갑옷은 소년에게 딱 맞았다. 저런 고급 갑옷을 한창 성장기의 소년에게 꼭 맞게 입혔다는 것만 해도 소년의 신분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총사령관께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그대의 경질에 대한 감사를 내게 명하셨다.”

소년은 그리 말하고 테이블에 놓인 코코아를 가져다 한 모금을 마셨다.

마젤타 왕국 서열 3위. 엠버 드레이 폰 마젤타.

엠버는 말없이 찻잔을 내려놓고 앞에 앉은 중년 사내에게 시선을 던졌다.

마젤타 왕국 서열 7위. 알론도 시장이자 3군단 사령관. 페트라.

트라비아 왕국의 남부 귀족 연합과 연을 맺고, 베리코 왕국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 그리고 트라비아 왕국에 치명적인 한 방을 먹이기 위해 5만의 병력을 동원했다.

만약 계획대로만 됐다면 페트라는 서열이 올랐을 수도 있다. 마젤타 왕국의 숙원이 트라비아 왕국을 넘어 대륙의 패권을 쥐는 것이니.

그러나 5만의 병력이 궤멸했다. 다행이라면 마젤타 왕국의 병사라는 것이 들키지 않아 외교적 압박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었다.

왕도에서도 이번 일의 사안이 중대함을 알고 감사를 위해 엠버를 보냈다.

5만의 병력은 마젤타 왕국에 있어서도 큰 손실이었으니까.

그들의 죽음에 페트라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파악해야 했다. 그가 혹시 역심을 품고 그 병력을 죽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니.

페트라는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을 마신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그러지.”

엠버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엠버는 자신이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엠버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츠바이.”

엠버의 말에 그의 맞은편 소파 뒤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엠버는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포장지를 까서 입에 넣으며 말했다.

“조사 결과는?”

“의심이 갈 부분은 없습니다.”

엠버는 그 말에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였다.

“왕국의 병력 5만이 죽었다. 그런데 의심이 갈 부분이 없다고?”

츠바이는 엠버의 물음에도 변화가 없었다.

“페트라 사령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주시해 온 바. 이번 일은 그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 저희의 최종 보고입니다.”

“흥. 켈베로스도 예전 같지 않은가 보군.”

엠버가 손을 휘휘 내젓자 츠바이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엠버는 입속의 초콜릿을 녹여 먹으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소파에 뒷머리를 기댄 엠버는 켈베로스의 수장 중 하나인 츠바이의 보고에 미간을 찌푸렸다.

페트라는 고속 승진을 해온 사내다. 병사에서 시작해 3군단 사령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하지만 왕족인 그가 보기에는 짜증이 나는 인물이다.

16년 만에 병사에서 사령관까지 오른 그가 계획한 모든 일은 하늘이 돕기라도 한 것처럼 술술 풀려왔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왔지만, 자신이 품을 수 없는 자라면 기회가 왔을 때 쳐내야 한다.

중립을 지키고 있다지만, 언제 형님의 편으로 돌아설지 모르는 자니까.

“짜증 나.”

또 다른 초콜릿을 꺼내며 엠버가 입을 열었다.

“그리온. 감사팀에게 감사를 시작하라고 해. 켈베로스는 못 믿겠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수호 기사 그리온이 나가자 혼자 남은 엠버는 초콜릿의 달달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곳까지 오느라 무척이나 피곤했는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알론도 시.

3군단 사령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짐작했지만, 이건 도시라기 보다는 군사 요새다. 3중으로 된 성벽. 그 높이 또한 질리게 한다.

이곳은 트라비아 왕국 방면으로 국경의 요새, 그리고 르세뉴 시를 거쳐 최종 방어선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평상시인데도 경비 자체가 남다르다. 검문 자체가 상당히 엄중했다. 시트라의 검인 론멜이 있음에도 모두가 검문을 받아야 했으니까.

론멜 덕분에 무기를 빼앗기는 일은 없었지만, 어렵게 검문을 통과한 기분이다.

에드가 덱스를 상대하는 법을 보여준 이후로 론멜은 더는 대련에 집중하지 않고 기도만 하고 있었다. 아린과 론멜 둘이 대부분 시간을 기도하며 보내기에 일행의 대련은 오직 덱스와 브란트 둘이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련을 하지 않는 동안 브란트는 홀로 지내면서 자신의 몸을 아스란의 사슬로 감고 지낸다.

그 날 힘이 깨어나려고 한 뒤로 계속 그 힘이 그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아큘라의 반지를 빨리 구해야 할 것 같았다.

알론도 시에는 민가보다 병영이 더 많았다. 그래도 이곳을 지나가는 이들이 지낼 수 있는 여관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여관에 들어선 에드는 슬쩍 도시를 바라보았다. 도시 곳곳에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곳곳에 병사들이 도시를 살필 수 있는 3층 높이의 초소가 있었다.

식사를 주문하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에드는 론멜에게 물었다.

“무슨 도시가 이렇게 경계가 삼엄한 겁니까?”

펠만 시보다 더한 경계의 도시였다. 이런 도시에서는 마음 놓고 탐색하기도 쉽지 않았다.

“뭐 여긴 기본적으로 군단 사령부이기도 하니까.”

“이런 식이면 탐색이 쉽지 않겠는데요?”

론멜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그렇기는 해.”

“혹시 3군단 사령부에 들어갈 방법이 있습니까?”

혈마석의 악마가 3군단 사령부가 있는 도시에 있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이곳에서 5만의 병력이 출병했다면 높은 곳에 있는 자가 악마이거나 악마와 연관된 자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기회를 봐서 3군단 사령부에 가볼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론멜은 턱을 괸 채로 답했다.

“어지간한 시장이라면 성기사라는 이름만으로 어떻게 될 테지만, 서열 10위 안의 인물들이라면 교단의 마스터 팔라딘이나 아무 때나 볼 수 있어. 나라고 해도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군.”

“뭐야? 시트라의 성기사면 시장쯤 아무렇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말해놓고.”

덱스의 말에 론멜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다른 곳이라면 얼마든지 통할 이야기지만 이곳은 달랐다.

3군단 사령관을 만나려면 아무리 시트라의 검이라고 해도 당장 만날 수는 없었다.

론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내가 약속을 잡아 올 테니 먹고들 있어.”

론멜이 기세 좋게 나가는 모습을 보고 에드가 덱스를 바라보았다.

“왜 몰아세우고 그래?”

덱스는 씨익 웃고는 답했다.

“론멜이 허세가 조금 있잖아. 한 번 긁어봤지.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다른 방법 생각하고.”

덱스도 아무 생각 없이 론멜을 자극한 것이 아니라는 말에 에드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식사에 집중했다. 그리고 론멜은 식사를 마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에드는 오늘은 방을 따로 잡고 창밖에 검은 깃발을 걸었다. 론멜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밀러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검은 깃발을 걸어놓고 창문을 열어 놓은 채로 의자에 가서 앉은 에드는 창문으로 들어서는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밀러 본인이 나타날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그곳에는 처음 보는 여인이 서서 검은 깃발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에드가 빤히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날카로운 눈매의 미녀. 그녀는 에드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켈베로스의 흑기를 가지고 있다니. 넌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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