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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13화 (113/202)

#113

상급 악마

루카스는 최초로 사냥하는 상급 악마.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그가 줄 경험치다.

상급 악마는 잡기 어려운 상대인 만큼 경험치도 놀라울 정도로 준다. 펠만 국왕에 비하면 그 입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경험치에 대한 기대는 그보다 높을 것임을 알았다.

그런 루카스를 사냥하기 위해서 일행은 거리를 두고 루카스의 집을 향해 이동했다. 다섯이 뭉쳐서 이동하지는 않았다.

원거리가 가능한 에드가 중앙 후방에 위치했고, 아린과 덱스가 좌측에서, 브란트와 론멜이 우측에서 접근하는 중이었다.

심안의 범위를 좁히고 루카스의 저택으로 길게 뻗어 그 존재를 파악했다. 그렇게 그자의 위치를 파악했을 때 갑자기 그자가 사라졌다.

심안의 범위를 좁히고 길게 뻗었던 탓에 상대가 그 범위를 벗어나며 놓쳤다.

그 움직임만 봐도 상급 악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에드는 다급하게 심안을 넓히며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상대가 어디를 노리는지 파악한 에드는 화살을 날렸다.

브란트와 론멜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는 루카스가 눈에 들어왔다.

에드가 날린 화살이 벼락처럼 날아갔지만, 놈은 레이피어를 휘둘러 화살을 잘라냈다.

아무리 거리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렇게 간단히 화살이 잘려나갈 줄은 몰랐다. 에드가 인상을 굳힌 채 곧장 그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린도 상황을 파악하고 덱스와 함께 달려오는 중에 먼저 도달한 루카스가 브란트를 향해 레이피어를 휘두르고 있었다.

카앙! 푹!

루카스가 휘두른 레이피어를 브란트가 사슬을 두른 팔로 쳐내는 것 같았는데 튕기는 레이피어를 회수하고 재차 뻗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얼마나 빠른 검인지 미래 예지로 읽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당했다.

에드는 달려가면서 연사로 화살을 날렸다. 에드가 날린 화살이 줄지어 날아들자 루카스는 레이피어를 휘둘러 화살들을 쳐냈다. 화살을 쳐내며 몸을 빼내지 않았다면 그 짧은 순간에 브란트가 죽을 수도 있었을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론멜은 달려오던 루카스가 브란트와 부딪친 순간 돕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지만, 그가 달려드는 순간에 이미 브란트에게 일검을 먹이고 날아오는 화살을 튕기며 물러났다.

론멜이 달려들어 휘두른 검에 루카스가 눈을 빛내며 걸음을 옮겼다.

그 걸음은 교묘하게 에드의 눈을 피하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론멜이 휘두른 검을 레이피어로 흘려내면서 접근해 론멜을 베어내려고 했다.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우직하게 달려드는 론멜의 속도는 너무나 느렸으니까.

하지만 그가 들고 있는 검은 성유물이라 특별히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레이피어를 검면에 대고 흘려내면서 그대로 베어버릴 심산이었다.

까다로운 궁수의 시선을 피해 론멜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론멜의 어깨와 옆구리 사이로 두 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궁수의 시선을 피하며 머릿수를 하나 줄이려고 했더니 오히려 허를 찌르는 공격이 날아들었다. 마치 뱀처럼 휘어져 들어오는 화살 때문에 상대를 죽이는 것은 꿈도 못 꿨다.

카캉!

두 발의 화살을 쳐내느라 론멜을 죽이지도 못했고, 튕겨 나가던 화살이 상처를 남겼다.

간단히 머릿수를 줄이고 시작하려던 계획은 처음부터 어그러졌다. 뒤로 훌쩍 물러난 루카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세 발의 화살까지 모조리 쳐내고는 저택의 마당에 내려섰다.

그런 그의 앞으로 다섯 명이 모두 모였다.

루카스는 그런 그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야심한 밤에 남의 집 담을 넘는 무뢰한들이라···.”

루카스의 시선이 론멜을 향했다.

“시트라의 검이 이런 것을 사람들이 알면 가만 안 있을 텐데?”

론멜의 눈썹이 꿈틀거릴 때 에드가 그의 앞을 막았다. 브란트가 막아낼 때 론멜은 그를 돕기 위해 바로 움직였다. 그것 때문에 론멜이 죽을 뻔했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 이기어시 두 발을 동시에 날려야 했다. 자칫하면 어이없게 론멜을 잃을 뻔했다.

그런데 또 괜히 나서다가 죽는 것은 사양이다.

그때 덱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악마가 무슨 혓바닥이 이렇게 길어?”

덱스가 말을 내뱉은 순간 이미 루카스가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루카스가 휘두른 레이피어는 섬전과 같았고, 덱스는 전투 예측으로 그걸 읽어냈다.

다만 그 속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분명 예측했음에도 그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하지만 덱스는 검투사로서 챔피언까지 오른 이다. 그 짧은 공방 속에서 피하지 못하는 공격은 최소한의 피해로 받으며 상대를 벨 줄도 안다.

그만한 상대는 없었지만, 챔피언으로서 무패를 자랑한 그는 다대일 전투에도 능했으니까.

그럴 때는 상처를 입고 상대를 노린 경우가 있었다. 그걸로 활로를 열어왔던 것.

덱스는 날아든 레이피어를 어깨로 받아내며 반격에 나섰다. 상대의 강함은 알겠다.

어깨를 내준다면 손목을 잘라낸다. 그런 각오로 휘두른 검이었지만, 어깨를 뚫리기 전에 날아든 해머가 있었다.

해머를 피해 멀찍이 물러난 루카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모두와 손을 섞어보니 알겠다. 이 무리에서 확실히 강한 자가 둘이 있다. 나머지는 얼마든지 원하면 죽일 수 있는 상대들.

루카스는 그 둘을 바라보았다.

돌아온 해머를 손에 받아든 아스트론의 성기사. 마젤타 왕국에서 만날 줄 몰랐던 존재다.

그리고 어둠 속에 묻힌 듯 기척조차 흘리지 않는 궁수.

이 둘은 지금 상태로는 죽일 수 없다. 루카스는 입맛을 다셨다.

“그래. 성기사가 둘이나 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군.”

루카스는 그리 말하고는 레이피어를 비스듬히 내린 채 말했다.

“내가 누군지도 알고 왔을 테니 본체로 상대해주지.”

그리 말한 루카스의 몸이 우득우득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루카스를 향해서 열 발의 화살이 소나기처럼 날아들었다.

루카스는 그 와중에 팔을 휘둘러 열 발의 화살 중 일곱 발을 쳐냈지만, 다른 세 발은 쳐내지 못했다. 허벅지와 옆구리 어깨에 박힌 화살들.

관통으로 두꺼운 가죽을 뚫고 박힌 화살이었지만, 상급 악마라 그런지 화살이 다시 튀어나왔다.

그걸 보고 알았다. 현철로 만든 화살이지만, 이거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제대로 데미지를 주려면 아펠라의 이빨이나 성유물을 써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본체로 변한 상대의 능력이다.

처음으로 마주한 상급 악마는 레벨이 비벼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기는 했지만, 압도할 수준이 못 됐다. 하필이면 상대도 육체파. 그것도 민첩 특화 악마라서 간격을 유지하며 싸우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지금까지 함께 사선을 넘어온 동료가 있다. 그리고 이 동료들이라면 상급 악마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아린!”

에드의 외침에 아린이 방패를 전면으로 한 채 튀어나갔다. 돌진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 행동에 루카스도 반응했다. 루카스는 키가 2미터까지 늘어났고, 팔과 다리도 길어졌는데 채찍처럼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그런데 그의 손에 들린 레이피어도 길어졌다.

보통 물건이 아닌지 그렇게 길어진 레이피어에 가득한 마력이 아린의 방패를 후려쳤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을 정도로 빠르고 강렬한 검격이었지만, 아린이 방패를 기울여서 받아냈다.

그간의 경험과 신성력으로 강화된 육체가 아니었다면 받아내지도 못했을 터였다.

레이피어는 흘려냈다고 전부가 아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레이피어가 연달아 날아들었으니까.

아린은 그 모든 것을 받아냈다.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하지만 반격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만큼 매서운 공격이 연달아 날아드는 중이었다.

아린이 그 모든 공격을 받아낼 때 에드가 먼저 지원했다. 에드가 하는 일은 루카스의 시선을 빼앗는 일이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아린에게 숨통이 트였다.

아린이 여유를 찾자 그런 아린을 돕기 위해 일행들이 나섰다.

가장 먼저 공격에 가담한 것은 브란트다.

브란트의 사슬이 날아들자 루카스는 가볍게 레이피어를 휘둘러 그것을 쳐냈다. 그렇게 사슬이 튕겨 나간 찰나 아린의 해머가 날아들었다.

팔이 길어지고 레이피어도 길어진 탓에 해머를 휘둘러서는 그에게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던진 해머는 푸른 신성력을 가득 머금고 날아들었다.

루카스가 아무리 상급 악마라고 해도 아린이 품은 신성력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쉬이 상대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그래서 훌쩍 뛰어올라 공격을 피해냈다.

루카스는 허공에서 레이피어를 길게 휘둘렀다. 레이피어에서 마력의 검기가 사납게 날아들었다.

아린이 급히 성검을 뽑아 들고 보호막을 만들어 검기를 받아냈다.

콰콰쾅!

아린이 공격을 받아낸 사이에 브란트의 두 가닥 사슬이 마치 뱀처럼 상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리고 허공에 떠 있는 루카스를 향해 에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마력을 불어넣어 냉기를 머금은 화살이었다.

루카스는 허공을 박차고 재차 솟구쳐서 화살을 피했지만, 이번 화살은 이기어시로 날린 화살이라 재차 쫓아갔다. 그렇게 날아든 화살을 향해 루카스가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간단히 잘라내려고 했지만, 날아들던 화살이 느려지자 레이피어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다시 화살이 빨라져 루카스가 피하지도 못했다.

왼팔을 움직여 팔뚝으로 막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쩌저정.

피부를 뚫고 박힌 화살에서 뿜어져 나온 냉기가 루카스의 왼팔을 통째로 얼렸을 때 브란트의 사슬이 드디어 그를 붙들었다.

루카스는 사슬이 왼쪽 발목에 묶이자 인상을 찌푸렸다. 사슬에 묶이는 순간 사슬이 빛나더니 자신을 억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세상을 뚫을 수 있을 것 같던 마력이 억제되었다. 격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나 가용할 수 있는 마력이 줄어드는 것은 끔찍한 기분이었다.

마치 끈적한 물속에 빠진 기분.

발목이 묶인 채 끌어 내려진 루카스를 향해 덱스와 론멜이 달려들었다.

아무리 마력이 봉해졌다고 해도 한번 올라선 상급 악마의 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레이피어에 마력을 담아 검기를 휘두르는 원거리 공격은 못 하게 됐을 뿐이다.

다가온 상대의 목에 레이피어를 박아주는 정도는 일도 아니다.

쌍검을 휘두르는 자의 검을 튕겨내고 론멜의 성검을 흘려낸 후에 귀찮은 성기사부터 목을 쳐낼 생각이었는데 이번에도 두 발의 화살이 성기사의 등을 타고 또 날아들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대비하고 있어서 화살들을 쳐낼 수 있었다. 그런데 론멜과 덱스는 그 틈을 파고들어 각기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루카스는 화가 치밀었다. 고작 인간 따위가 자신을 이렇게 내모는 것에.

그깟 검격 맞아줘도 금세 회복된다. 하지만 자신의 레이피어에 당한 자들은 그렇지 못하리라.

그래서 검에 맞으면서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덱스는 날아드는 레이피어를 흘리다가 쇄골 아래를 찔렸고, 론멜은 옆구리를 찔렸다.

그리고 두 번의 검격을 맞았다. 고작 두 개의 작은 상처. 이 정도는 금세 회복되리라.

그보다는 자신의 마검에 찔린 둘이 더 큰 피해를 입을 테니 저 둘은 이제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렇게 여겼다. 론멜의 검에 맞은 상처가 바스러지며 넓어지기 전에는.

“크윽.”

신음을 흘리며 옆구리를 부여잡은 루카스를 향해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뒤로 물러나던 론멜이 씨익 웃었다.

“넌 좆됐어. 악마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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