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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77화 (77/202)

#77

구출

디에고가 소환한 제리는 전과 달라져 있었다. 외눈 안경을 쓰고 나타난 제리를 보고 에드가 헛웃음을 흘리고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빠가 그냥은 힘들 거라고 했어요. 지금 제리의 능력을 강화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죠. 며칠이나 지난 곳에서 악마의 힘의 잔향을 감지할 수 있으려면 특별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 안경이 그거다?”

“안경처럼 보이지만, 저건 아빠가 만들어준 거예요.”

후안은 상급 악마이자 뛰어난 사령술사다. 그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 보기로 했다.

디에고가 제리를 풀어 놓으니 제리는 바닥에 내리더니 킁킁 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고개를 들더니 안경 너머로 뭔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찾았나 봐요.”

에드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디에고를 옆구리에 끼고 달려가는 제리를 뒤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제리는 쥐가 움직이는 것보다 더 빠르게 달렸기에 에드도 디에고를 데리고는 진심으로 달려야 했다.

특히나 제리는 이제 자신이 사령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해서 장애물 따위를 그냥 넘어가면서 달린다. 그것 때문에 에드도 애를 먹어야 했다.

처음에는 마차의 바퀴 자국을 따라 달리던 제리는 한참을 달리다가 경로를 틀었다. 에드는 그런 제리를 따라 이동하면서 숨을 죽였다.

자신이 소식을 들은 시간까지 계산한다면 일주일이나 지났을 상황임에도 제리가 뒤를 쫓는 것을 보니 새삼 디에고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에드는 제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집중하며 달렸다. 다만 이 추적이 오늘 밤이 가기 전에 끝나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한밤중의 추적이 시작됐다.

아론은 눈을 감은 채 계속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 아론의 앞에서 옷을 헐벗은 마야는 그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미소를 지었다.

“흐흥. 확실히 기대했던 것 이상이네.”

마야는 자신의 유혹에 꿈쩍도 하지 않는 아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혹시 남자가 취향인가? 괜찮은 남자애들이 제법 있는데. 어떻게 그 애들 오라고 해서 즐겨 볼까?”

아론은 그제야 눈을 떠 마야를 바라보았다. 마야와 눈을 마주친 아론의 눈은 고요했다. 그는 마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교단에서 저를 구하러 올 겁니다.”

“그리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

맑은 웃음을 터트린 마야는 옷을 여미며 아론의 뺨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그리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찾아온다고 해도 죽어. 이제 예전의 우리가 아니거든.”

마야는 아론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다가와서는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운이 좋아 찾아오는 이가 있다면 네 앞에서 목을 잡아 뽑고, 내장을 끄집어 내줄게. 그래야 절망하게 될 테지. 네 정신은 한 번 망가질 필요가 있거든.”

마야는 그리 말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내일 밤. 다시 이동할 거야. 그러니 이만 쉬어.”

마야가 물러나자 아론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들었다.

“아스트론이시여. 제발 저를 구원하소서.”

에드는 오랜만에 숨이 찬다는 느낌을 받았다. 해가 뜨기 전까지 쉬지 않고 달렸으니 못해도 여섯 시간은 달렸다. 말이 달리는 것보다 더 빠르게 길도 없는 길을 달렸다.

마차에서 악마의 힘의 흔적을 쫓아 숲으로 들어온 이후로 계곡을 건너고 산을 하나 타 넘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작은 화전민 마을이 있었다.

고작 열 개 정도의 집만 있는 곳. 마을을 빙 둘러 목책이 둘러져 있지만, 그것보다 눈을 잡아 끄는 것은 그런 목책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다.

눈빛부터가 남달라 보이는 자들. 제대로 훈련받은 자들이다.

이런 산속 화전민 마을을 지키는 자들이라고 볼 수 없었다. 마을을 살펴볼 수 있는 곳에서 멈춰 선 에드는 디에고를 내려놓았다.

디에고는 그간 혹독하리만치 말을 타서 어느 정도 체력이 생겼었지만, 에드의 옆구리에 끼인 채 달려오는 것은 또 달랐다. 안색이 시퍼렇게 죽어있던 디에고는 에드가 내려주자 헛구역질을 한참 해댔다.

“후우. 여긴가 봐요.”

“그래. 딱 봐도 뭔가 위험해 보이는 놈들이 있다.”

“톰을 소환할까요?”

“그래. 대신 이곳에서 넌 숨어있고, 제리만 나랑 보내줘. 내가 아론을 구해올 테니까.”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에드는 손을 내밀어 디에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넌 기대 이상으로 잘해 줬다. 솔직히 아침이 되기 전에 도착할 줄은 몰랐으니까.”

디에고는 지금 당장은 이렇게밖에 도움을 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더 각오하게 만든다. 언제고 자신을 믿고 도움을 청하는 날이 올 거라고. 오게 할 거라고.

디에고는 톰을 소환하고는 제리를 에드의 어깨에 올렸다.

“기다릴게요. 꼭 돌아와요.”

“당연하지.”

에드는 디에고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했다.

“다녀올게.”

에드는 디에고를 뒤에 두고 걸음을 옮겼다. 적들이 어디 있는지 파악한 이상 이제 자신의 시간이다.

목책을 지키고 서 있던 이들의 이마에 나란히 화살을 박아준 에드는 곧장 달려서 목책에 뛰어 올랐다. 목책에 올라선 에드는 쓰러진 이들을 확인하고 다가오는 이들을 발견하고는 화살을 날려댔다.

레벨이 올라 민첩을 하나 더 찍었을 뿐인데 화살의 위력이 완전히 달라졌다. 쓰러진 이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에드는 어깨에 올라와 있는 제리를 돌아보았다.

찍찍.

제리가 앞발을 들어 가리키는 곳은 똑같이 생긴 마을의 집 중 가장 북쪽에 있는 집이었다. 에드는 죽은 이들을 돌아보았다.

죽은 이는 열 명.

에드는 목책에서 뛰어내린 후에 기감을 넓혔다. 과연 저 집에는 두 개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나오는 중이었다.

에드는 화살을 시위에 걸고 그 집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 문이 열리며 여인 한 명이 나타났다.

여인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에드는 고민하지 않고 화살을 날렸다.

퍽!

미소를 짓던 여인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것을 보고 에드는 살짝 인상을 굳혔다.

원래라면 끝났어야 할 텐데 여인은 이마에 화살이 꽂힌 채 고개를 다시 숙이고 있었다.

“이것 봐···.”

연달아 날아간 화살이 여인의 이마에 박혔다. 뒤로 날아간 여인이 쓰러진 것을 보고 에드는 빙결의 화살집에 있는 화살을 잡은 채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쓰러져 있던 여인이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곧 그녀는 얼굴에 꽂힌 화살을 잡아 뽑았다. 그 모습을 보고 에드는 혀를 찼다.

“언데드야?”

에드는 빙결의 화살집의 화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녀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녀는 피 칠갑한 얼굴에 멀쩡한 눈 하나로 에드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서 핏빛 실들이 길게 늘어졌다.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어진 핏빛 실에 잠시 시선을 준 사이에 여인이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에드는 빙결의 화살집에서 화살을 뽑았다.

베네딕토가 성물을 녹여서 만들어준 화살촉으로 만든 화살.

에드가 화살을 시위에 건 순간 이미 다가온 여인이 손을 휘둘렀고, 그 손길을 따라서 열 가닥의 핏빛 실이 날아들었다. 에드는 날아드는 실을 보면서 뒤로 훌쩍 물러났다.

단 한걸음에 실이 닿지 않는 곳까지 물러난 에드가 화살을 날렸다.

여인은 에드가 어디를 노릴지 알고 황급히 고개를 꺾었지만, 그 정도로 피할 수 있는 화살이 아니었다. 이기어시로 날아간 화살이 그녀의 머리에 꽂혔다.

“꺄아아악!”

이번 화살은 달랐다. 전에 화살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더니 이번에는 신성력을 머금은 화살이라 그런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머리가 폭발했다.

폭발한 머리를 지나서 돌아온 화살을 받아든 에드는 가볍게 화살을 털어서 묻은 핏물을 떨쳐냈다. 에드는 화살을 쥔 채로 인상을 찌푸렸다.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았다.

“안 죽었어?”

머리가 날아간 여인의 몸이 꿈틀대더니 그녀의 목에서 흘러내린 핏물이 마치 거미의 다리처럼 길게 늘어나 그녀의 몸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에드는 검을 뽑아 들었다.

“확실히 인간은 아니네.”

여인의 몸을 지탱하고 있던 여덟 개의 핏빛 다리 중 두 개가 에드를 향해 휘둘러왔다. 그것은 마치 칼날과 같아 에드는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피해냈다.

거리를 읽을 수 있었기에 핏빛 칼날을 피한 에드는 여인의 몸이 뒤집혀 올라가더니 허리가 기괴하게 꺾였고, 두 다리가 마치 더듬이처럼 올라갔다.

팔도 뒤로 꺾인 채 파들거리는 것을 보니 이제 인간의 형상은 거의 남지 않았다.

찍찍!

그때 어깨 위에 있던 제리가 손을 들어 여인의 몸을 가리켰다. 그리고 에드도 어디를 노려야 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저건 인간이 아니다.

그리 생각하니 목표가 변했다.

에드가 검을 휘두르자 보이지 않는 검기가 날아들어 여인의 몸을 조각냈다. 그러나 조각이 났음에도 그 몸은 잘려나가지 않았다.

그 안의 핏물로 연결된 탓인지 조각나도 죽지 않은 녀석을 보고 에드는 헛웃음을 흘렸다. 녀석은 소리 없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 힘에 저항하지 않고 에드는 검을 거두고 다시 한번 화살을 날렸다. 신성력이 담긴 화살을 날려 보낸 에드는 온정신을 집중해서 화살을 조종했다.

퍼퍼퍼퍼퍽!

관통이 내재 된 화살을 이기어시로 조종해 꿰뚫고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꿰뚫기를 반복했다. 검으로 잘려나간 부위에 만약 핵이 있었다면 그대로 무너졌을 테니 잘려나가지 않은 부위를 중심으로.

그렇게 꿰뚫던 화살이 명치 부위를 관통했을 때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적을 일으키고 있던 핏물이 후두둑 비가 되어 쏟아졌다.

에드는 돌아온 화살을 잡고는 무너져 내린 여인의 시체 조각들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확실히 죽었다. 경험치가 들어왔으니. 중급 악마보다 더 들어오는 경험치를 보니 지금까지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 싶었다.

상대가 죽어서 악마의 힘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크로셀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강한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

에드는 시체로 다가가 마지막에 폭발한 것이 뭔가 싶어 살펴봤다.

조각난 시체의 사이로 반짝이는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익숙한 것이었다.

“혈마석?”

크로셀의 단원에게 혈마석이 나왔다? 에드는 그게 뭘 뜻하는지 깨닫고는 그 조각들을 챙겼다. 그리고 집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안에 기척은 하나만 느껴지고 있었다. 혹시 몰라 비도를 뽑아 든 에드가 그 문을 열자 그곳에는 기도하고 있는 아론이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당한 것이 아닐까?

고문이라도 당하지 않았을까?

납치되고 일주일이나 지났기에 걱정했는데 그는 멀쩡한 기색이었다.

에드는 그런 아론에게 다가가 그 앞에 섰다. 그의 몸에 선명히 휘도는 신성력을 보면 무슨 일을 당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아론.”

에드의 부름에 아론이 눈을 떴다. 그는 에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눈을 끔뻑거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뺨을 꼬집어 봤다. 에드는 친절하게 그런 아론의 이마에 딱밤을 날려줬다.

빡!

“아아아악!”

아론이 이마를 부여잡고 뒹구는 모습을 보면서 에드가 담담히 말했다.

“꿈 아니니까 일어나요.”

아론은 이마를 부여잡은 채 에드를 바라보며 빠르게 말했다.

“당신이 에드님이라는 것을 증명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에드는 그 말에 목에 걸고 있던 아스트론의 증표를 꺼내 보였다. 그걸 본 아론의 눈에 삽시간에 눈물이 글썽이더니 달려와 에드를 끌어안았다.

“에드님! 으허헝! 아스트론님이 보내주셨군요!”

이렇게 겁에 질려 있었던 건가?

에드는 눈물을 쏟는 아론을 밀쳐내고는 말했다.

“갑시다. 괜히 여기 있다가 다른 놈들이 꼬이면 귀찮아지니까.”

에드가 아론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자 그는 밖에 펼쳐진 참상을 보고는 헛구역질했다. 에드는 그런 아론의 등을 두드려줬고, 그는 헛구역질하면서도 고개를 돌려 조각난 시체를 바라보았다.

찾아오는 자의 목을 잡아 뽑고, 내장을 끄집어 내준다던 그녀가 조각나 딱 그 모양으로 죽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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