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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60화 (60/202)

#60

디에고의 비명에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지하에서 발견한 디에고는 의식을 잃은 채로 끙끙 앓고 있었는데 소피아가 그런 그의 손을 꼭 잡아주고 수건으로 이마를 닦아주는 것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악마의 힘을 가지고 있어 신성 회복 주문 자체를 걸어줄 수 없으니 아린도 지금 당장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령술을 훈련하던 디에고가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에드의 물음에 테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사령술에 대해 깊이 아는 것은 아니나 이건 사령이 강제로 역소환 당한 후유증이 아닐까 싶네.”

“후안이 역소환 당할 리는 없을 텐데.”

후안을 역소환 시키려면 적어도 중급 이상의 악마를 만났다는 이야기인데 그랬다면 다른 이들이 몰랐을 리가 없었다.

테인은 디에고의 상태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도 상태가 아주 심각하지는 않아 보이는군. 내일이면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걸세.”

“그랬으면 좋겠군요.”

에드는 다른 이들을 돌아보고는 말했다.

“제가 옆에 있을 테니 가서 쉬세요.”

소피아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제가 옆에 있을게요.”

소피아의 표정을 보니 물러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에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놓고 그 위에 앉았다.

다른 이들이 물러나자 소피아가 디에고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디에고는 앞으로도 이렇게 다치고 상처 입겠죠?”

에드는 그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다른 이들은 상처 입으면 아린이 있어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지만, 디에고는 그것도 어렵다.

사령술사니 굳이 전방에 나설 일은 없으니 다칠 위험은 적다고 여겼지만, 이번 일 때문에 쉽게 변명하지도 못했다.

소피아가 뭔가 더 말하려고 할 때 디에고가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소피아가 내려다보니 디에고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그래. 디에고. 몸은 어떠니?”

“괜찮아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제 엄마가 걱정할까 봐 씩씩하게 답하는 모습에 에드는 디에고의 철이 너무 빨리 들었다고 여겼다. 아직 한창 어린 앤데도.

디에고는 소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나 사과 주스가 마시고 싶어요.”

디에고의 응석에 가까운 말에 소피아가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금방 가져다줄게.”

소피아가 밖으로 나가자 디에고가 잠시 천장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토했다가 에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형. 사령술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어요.”

“새로운 친구?”

“예. 쥐의 사령인데 그 친구와 감각 공유를 하던 중에 역소환 당하면서 쓰러진 것 같아요.”

에드는 디에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급하게 할 필요 없어. 천천히 해도 괜찮아.”

디에고는 그 말에 픽 웃었다. 펜드래건을 만나고 알았다. 저렇게 앞서가던 에드조차 더 성장해야 함을. 자신보다 늦게 팀에 들어온 후배는 왕도의 챔피언. 처음부터 아린과 맞붙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은 더 빨리 성장해야만 했다.

에드의 말처럼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감각 공유를 하던 중에 한 여자를 만났어요. 어딘가 익숙한 기운을 느껴서 쫓아간 것이었는데 그녀는 사령을 만질 수 있었고, 사령을 찢어 죽일 수 있었어요.”

“여자?”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품고 있던 기운과 비슷했어요.”

“사령의 기운을 다룬다고?”

“아뇨. 다른 힘이요.”

에드는 그 말에 인상을 굳혔다. 다른 힘이란 악마의 힘이다.

악마의 힘을 품고 있는 여자라니?

“어딘지는 기억해?”

“대문에는 방패에 가시나무가 감싸고 있었어요. 그곳 별채에 있는 지하에서 발견했어요.”

카르엔 대신의 집이다. 그곳 별채. 저주술사를 죽였던 곳.

“다른 건 뭔가 보거나 들은 것 없어?”

디에고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아! 제자가 죽었다는 소식에 찾아왔다고 했어요.”

저주술사를 죽였더니 그 스승이 왔다? 저주술사가 악마의 힘을 품고 있다?

별 시답잖은 저주술사 하나 죽였더니 뭔가가 딸려 나오기 시작했다.

에드는 손을 내밀어 디에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령을 처음으로 부려서 익숙한 힘을 좇은 덕분에 악마의 힘을 지닌 자를 찾았다.

이건 생각보다 큰 힘이다.

디에고의 사령으로 악마의 힘을 지닌 자들을 찾을 수 있다. 밤에만 한정적으로 쓸 수 있는 힘이지만, 그 범위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단한데? 잘했다.”

에드의 말에 디에고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요?”

“그래. 그러니 일단은 쉬어라.”

디에고는 그제야 뭔가 해낸 것 같다고 느낀 건지 미소를 지었다. 마침 소피아가 사과 주스를 가지고 들어왔다.

에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소피아. 디에고를 부탁해요.”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디에고는 제가 돌볼게요.”

“더 아프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에드는 밖으로 나와서 응접실로 갔다. 모두 가서 쉬라고 했음에도 그곳에서 인기척이 들려오기에 가보니 모두가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린과 덱스, 테인까지.

펜드래건과 세실리아는 오늘 밤 일이 있다고 집을 비운 상태였다.

에드가 나오자 테인이 물었다.

“디에고가 깼나?”

“예. 테인의 말대로 사령이 역소환되면서 기절했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사령을 얻은 건가?”

“그랬다는군요.”

덱스가 에드에게 술잔을 건네기에 술잔을 받아든 에드가 입을 열었다.

“디에고가 얻은 쥐의 사령과 감각 공유를 한 채 이동하던 중에 익숙한 기운을 찾아서 쫓아갔다가 당했다고 해요.”

“익숙한 기운?”

“악마의 기운이라고 하더군요.”

테인은 그 말에 눈을 반짝였다.

“새로운 감지 능력인가?”

“그렇게 보여요.”

테인도 에드가 생각한 부분을 바로 짚어냈다. 에드는 술잔으로 목을 축인 후에 말을 이었다.

“카일을 구출하면서 저주술사 하나를 죽였습니다.”

“그랬다고 얘기했었지.”

“오늘 디에고가 만난 자는 그 저주술사의 스승이라고 합니다.”

모인 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린이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악마의 힘을 가진 저주술사라고요?”

“그렇게 보여요.”

“어떻게 할 거예요?”

에드는 술잔에서 찰랑이는 호박색 술을 바라보다가 답했다.

“잡아야죠.”

저주술사 씩이나 돼서 악마와 연관이 있다면 줄줄이 딸려나올 것들이 상당할 것 같았다.

카르엔은 반데스가 건네준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 에밀리아에 대한 모든 것이 적혀 있는 서류.

서류를 넘기던 카르엔은 바람이 불어와 서류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창문은 분명 닫아 놓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반데스. 창문 닫아.”

앞에 서 있던 반데스가 아무런 답이 없는 것을 보고 카르엔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반데스는 멍한 눈빛으로 서 있고, 그의 옆에 처음 보는 여인이 서 있었다.

간편한 여행자용 복장을 한 여인은 반데스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자신의 수호 기사가 손도 못 쓰고 당했다?

카르엔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서류를 덮은 카르엔의 시선이 여인을 향했다.

“창문은 닫고 들어오지 그랬나? 밤공기가 찬데.”

여인은 그 말에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창문이 소리 없이 닫히는 것을 보고 카르엔은 그녀가 신비술사임을 짐작했다.

수호 기사인 반데스가 손도 까딱하지 못하고 당할 만큼 고명한 실력의 신비술사.

“그럼 날 찾아온 이유를 들어볼까?”

여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반데스가 바닥에 무릎을 대고 엎드렸다. 그런 반데스의 등에 올라앉은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아 발을 까딱이며 말했다.

“내 제자가 죽었어.”

신비술사이면서 제자 이야기를 하는 여인.

카르엔은 상황을 짐작했다.

“이스페르토는 날 습격했던 자의 손에 죽었지.”

“그게 누군지는 알아냈어?”

카르엔은 그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르엔의 앞으로 다가갔다. 카르엔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만약을 위해 시선을 피하는 카르엔을 보고 여인은 그의 어깨를 쓸어 만지며 말했다.

“내일까지 찾아 놔.”

“찾아내면 죽일 건가?”

여인은 고개를 숙여 카르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니. 안 죽일 거야. 죽여달라고 애원할 테지만, 그래도 안 죽일 거야. 영원히.”

여인은 창문으로 걸어갔다. 카르엔은 떠나려는 그녀의 등에 대고 말했다.

“반데스는 풀어줘야지.”

여인은 그 말에 돌아서서 미소를 지었다.

“내일까지 못 찾으면 웃으면서 얘기 못 나눌 거야.”

창문이 열리고 그녀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반데스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 손을 탁탁 털더니 카르엔을 바라보았다.

카르엔은 한숨을 내쉬고는 턱짓으로 창문을 가리켰다.

“창문 좀 닫아.”

“예.”

반데스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창문으로 다가가 창문을 닫고 돌아왔다. 자신이 왜 바닥에 엎드려 있었는지도 기억이 없었고, 창문이 왜 열려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카르엔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아직 그자에 대해서는 못 찾았나?”

“노만, 길리엄 형제도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은가 봅니다.”

카르엔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걸치며 말했다.

“어디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준비해라. 나가봐야 한다.”

카르엔이 앞장서 나갔고, 반데스는 카르엔이 서류를 보다가 갑자기 왜 이리 서둘러 나가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이든 국왕은 헛웃음을 흘렸다.

“믿을 수가 없군.”

펜드래건이 턱을 괴고 앉은 채 물었다.

“정말 몰랐던 겁니까?”

“몰랐네.”

“정말 몰랐다면 두 가지입니다. 아칼란이 무능했거나. 아니면 왕의 눈을 가렸거나.”

“둘 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군.”

레이든은 걸음을 옮겨 의자에 앉아있는 가도의 손을 잡았다. 가도는 레이든이 손을 잡았음에도 멍하니 앉아있었다.

“가도 공 미안하네. 내가 그대를 이리 만든 셈이로군.”

레이든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펜드래건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나서줄 건가?”

“제게 기대 봐야 좋을 것 없습니다. 다음 왕위를 누구에게 물려주든 간에.”

“그건 또 그렇군.”

펜드래건이 도우면 간단히 끝나겠지만, 그래서야 다음 왕위를 물려줄 이 또한 그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능하면 펜드래건과 왕실은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레이든의 시선이 뒤편에 세실리아와 함께 앉아있는 여인을 향했다.

“에밀리아. 이번 일의 마무리까지 해줄 수 있겠니?”

레이든의 말에 에밀리아는 이번 일이 자신의 인생에 찾아올 다시 없을 기회임을 알 수 있었다.

왕위 계승권자가 차례로 죽었다. 그녀의 위로 아직도 서열이 높은 이들이 있지만, 누구도 이만한 기회를 잡은 이가 없다.

어머니가 현 국왕의 사촌 여동생으로 왕위에서는 서열이 한참 밀려나지만, 왕국 아카데미에 진학해 수석 졸업을 한 덕분이다.

다른 왕족들이 서열에서 한참 밀려난다는 것에 삶을 흥청망청 살던 것과 대비되어 레이든의 눈에 띈 결과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저 허울뿐인 왕족이 아닌 좋은 관직이나 얻으려고 했던 그녀에게 여왕으로의 길이 열리고 있었다.

“맡겨 주신다면 성심을 다해 처리하겠습니다.”

에밀리아의 대답에 세실리아가 옆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에밀리아는 정말이지 너무 딱딱하다니까.”

펜드래건도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건넸다.

“처제. 그래도 이번 일의 공이 누구에게 있는지 잊으면 안 돼.”

왕도를 들썩인 사고를 일으켰지만, 그 모든 것이 공으로 돌아갈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모든 일이 잘 해결되어 그녀가 여왕이 된다면 그 공이 그 남자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남자.

잠시 그의 얼굴을 떠올린 에밀리아의 입가에 드물게 미소가 그려졌다.

“잊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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