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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59화 (59/202)

#59

사령술

에드는 덱스가 백면의 띠를 두르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 여겼다. 그가 여기 있는 것까지 밝혀졌다면 챔피언 덱스 납치 용의자로까지 거론될 뻔했으니까.

그런데 이 아가씨도 대단하다 싶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펜드래건의 집으로 쳐들어와서 손님을 체포하려는 것을 보면.

세실리아와 언니 동생하는 것을 보면 왕가의 사람인가 싶었다. 그러니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일 테고.

에드는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제.”

펜드래건이 중간에 끼어들자 에밀리아가 그를 돌아보았다.

“형부라고 부르고 싶기는 한데 저와 언니가 친자매 간도 아니니 부마라고 부를게요. 이건 부마께서 개입할 일이 아닙니다. 저는 국왕 전하의 명으로 이 조사를 맡은 거니까요.”

펜드래건이 허허 웃으며 세실리아를 돌아보았다. 세실리아는 에밀리아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답했다.

“에밀리아가 어려서부터 똑 부러지는 데가 있었어. 이건 나도 어쩔 수 없겠는 걸.”

펜드래건이 고개를 휘휘 내젓고는 에드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해줄까?”

“다녀오겠습니다.”

아린이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가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아린이 차분하게 말했다.

“억울하게 조사하는지 참관하려고요. 펜드래건님의 손님으로 와 있는데 그러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그 말에 펜드래건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그건 내가 보장하지. 자네는 내 손님이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는 않을 걸세.”

펜드래건의 시선이 에밀리아를 향했다.

“처제. 왕궁으로 체포해 갈 건가? 그럼 참고인으로 나도 따라가야 하는데.”

에밀리아는 질린 기색으로 펜드래건을 바라보았다. 왕족인 그녀는 지금 일어난 태자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 펜드래건이 직접 손을 쓴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태양궁에 그가 들어가고 태자가 시체가 돼서 나왔다는 것을.

그뿐인가?

하늘 궁으로 가서 면책권으로 당당히 이번 일을 해명하고 돌아왔다고 들었다.

그가 왕궁에 들어섰을 때 왕궁의 모든 병력이 그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혹시라도 그가 국왕까지 해하지 않을까 해서 움직였던 것으로 아는데 그가 다시 왕궁에 든다?

에밀리아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취조 할 수 있게 방이나 하나 내주세요.”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내주지.”

펜드래건이 손짓하자 집사가 다가와서 안내해주었다. 에드는 에밀리아와 함께 집사의 뒤를 따라서 걸어갔다. 그들이 안내해준 것은 게스트룸.

어지간한 집 크기의 게스트룸 한편에 있는 소파에 앉은 에드는 맞은편에 앉은 에밀리아를 바라보았다. 남색의 단발머리에 검은색 망토를 벗어서 의자에 걸치니 또 검은색 제복이 나타났다.

그녀의 뒤에 선 수호 기사의 실력도 가늠해 본 에드가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그사이 수첩을 꺼내 들고는 에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르엔 대신의 습격과 노예 상인 발터의 살인 사건에 대해서 질문하겠습니다. 우선 그 혐의를 인정합니까?”

“예.”

에드가 순순히 답하자 에밀리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설마 에드가 그리 순순히 답할 줄은 몰랐나 보다.

“솔직하니 편하군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카르엔 대신은 제 친구를 납치 감금 및 저주를 걸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저주술사를 이용해서 다른 이들도 가두어 두었더군요.”

“그래서 습격하신 건가요?”

“저주술사를 죽이고 몸을 빼내는 중에 발각되었고, 동료를 구해서 몸을 빼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죽이지는 않았죠.”

에밀리아는 수첩에 받아 적으며 생각했다. 카르엔이 이를 알면 가만있지 않을 테지만, 막상 알아도 어쩔 수도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적어도 에드가 펜드래건의 손님으로 있는 한.

“그럼 발터는 왜 죽인 거죠?”

“카르엔 대신은 제 친구 중 한 명을 노예 상인 발터에게 팔았습니다. 불법 판매였죠. 난쟁이에 미녀였던 친구라 비싸게 팔릴 거로 생각한 것 같은데 그녀를 구하러 간 길에 발터가 저를 죽이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정당방위였다?”

“예.”

에밀리아는 수첩에 적은 내용을 살피다가 에드에게 물었다.

“그럼 당신이 구한 그 친구들은 어딨죠?”

“일이 있어 왕도를 떠났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증인이 없다는 건가요?”

“증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곳에서 구출해온 다른 사람은 있습니다.”

“카르엔 대신의 집에서 구출했다는 사람이요?”

“가도 공이라고 과거 남부 귀족 연합의 반란 사건의 주역이라고 불렸던 인물인데 카르엔 대신의 별채 지하에 갇혀 있더군요. 혼자 힘으로는 그만 구출해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증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요?”

“긴 시간 저주에 걸린 후유증으로 정신이 망가졌으니까요.”

“그럼 카르엔 대신의 집에서 데리고 왔다는 증인이 될 수 없겠네요.”

“그렇기는 하죠.”

“그러니까 지금 당신은 당신의 주장 외에는 어떤 증인도 증거도 없다는 말이군요.”

“그런 셈입니다.”

에밀리아는 고개를 들어 에드를 바라보았다. 펜드래건이 연관된 이상 잡아가는 것은 무리지만, 보고는 해야 했다.

“혹시 챔피언 실종과도 연관이 있습니까?”

“아뇨.”

덱스에 대한 것은 끝까지 비밀로 해야 했기에 에드는 그 부분만큼은 거짓말했다.

에밀리아는 가만히 에드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남자는 뭔가 싶었다.

카르엔 대신이 불법으로 사람을 감금하고 있었고, 불법으로 노예를 판매했다면 이번 일은 수사 방향이 달라진다. 특히나 가도 공이라면 그녀도 이름을 기억하는 이다.

남부 연합 귀족의 반란으로 왕국이 발칵 뒤집혔었다. 마젤타 왕국에서도 적극적으로 부인했지만, 가도 공의 집에서 내통한 흔적이 나와서 당시 꽤 많은 귀족이 죽어 나갔다.

그리고 그 귀족들의 영지는 카르엔 대신의 사람들이 차지했던 것을 기억했다.

끝내 가도 공은 찾지 못했었는데 그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카르엔 대신의 거짓말이 탄로 나리라.

카르엔 대신이 실각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발터의 죽음도 정당방위로 해석할 수 있었다. 에드의 말은 검투사 알터의 증언과 일치하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그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노예 상인 발터 또한 불법 매매에 대한 책임으로 노예 상인 자격이 정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한 배상액을 내야만 했다.

“그 친구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네요. 바쁜 이들이라서요.”

에밀리아는 수첩을 덮고는 말했다.

“가도 공만 확인하고 가죠.”

에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스트 룸을 나와 펜드래건에게 이야기를 해주니 흔쾌히 가도 공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가도 공의 상태는 지속적인 회복 주문으로 몸은 회복이 되었지만, 아직 이지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에드는 가도 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국왕 전하에게 보고할게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왕도를 떠나지 마세요.”

에밀리아의 말에 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절 어떻게 찾으신 겁니까?”

“도움을 받았어요.”

“아칼란입니까?”

에밀리아는 에드를 빤히 바라보았다. 대체 이 남자는 뭔가 싶었다. 정말이지 모르는 것이 없는 남자다.

“맞아요.”

왕도 내에서 아칼란의 눈을 벗어날 수는 없다. 다만 이곳에 있는 아칼란이 국왕의 눈인지 태자의 눈인지 모를 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왕도에 있겠습니다.”

“그럼.”

에밀리아는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세실리아와 펜드래건에게 인사하고는 떠났다. 그녀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던 에드는 새삼 빽의 중요함을 알았다.

펜드래건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잡혀가지는 않았겠지만,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

컴컴한 지하.

켜 놓은 촛불에 비치는 것은 한 마리 쥐였다. 고개를 들고 코를 킁킁거리는 쥐 한 마리.

찌찍.

쪼르르 달려온 쥐가 디에고의 손바닥 위로 올라왔다. 디에고는 손 위에 올라온 쥐를 빤히 바라보았다.

반투명한 쥐는 디에고를 향해 찍찍 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쥐도 꼬리를 흔드나 싶었지만, 자신을 향해 애정 표현을 하는 모습에 디에고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 이게 정말 제가 한 일이에요?”

후안은 디에고의 옆에 앉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힘으로 얻은 최초의 사령이다. 이름을 지어 줄래?

디에고는 가만히 쥐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제리. 제리라고 지어 줄래요.”

-제리? 잘 어울리는구나. 사령은 교감을 할수록 능력이 개화된단다. 그러니 오랜 시간 같이 있어주렴.

후안은 디에고가 돌아보자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더 같이 있어 주고 싶지만, 지금은 나보다는 그 아이랑 같이 있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네게도 도움이 될 테니까.

“가시게요?”

-또 오마.

“내일 봬요.”

후안은 디에고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디에고는 씨앗이 발아한 후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상급 악마인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새로운 사령을 추가로 사역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벌써 1분이 더 늘어났다. 인간과의 혼혈이 악마의 기운을 다스리는 것도 처음이었고, 사령의 힘을 다스리는 것도 처음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 아이의 재능은 예사롭지 않았다.

후안이 사라지자 디에고는 제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사령술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교감을 해보았다. 서로 감각이 공유되는 신비한 경험을 한 디에고는 제리를 내보내 보았다.

펜드래곤의 저택 지하에 있는 쥐구멍을 통해서 나간 제리의 시선이 낮아서 공유하니 익숙하지 않았지만, 어두컴컴한 곳을 빠르게 지나가는 것은 묘한 속도감을 전해주었다.

디에고가 바라보는 가운데 컴컴한 동굴을 지나간 제리가 집 밖으로 올라갔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제리가 수염을 슥슥 앞발로 비비고는 걸음을 옮겼다.

디에고는 제리를 자기 뜻대로 조종해 보았다. 제리가 간 곳은 연무장이었다.

연무장에서는 에드와 덱스가 훈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덱스는 비도술을 훈련하고 있었고 에드는 처음 보는 원반을 던지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제리의 시선으로 보는 둘의 훈련이 신기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덱스의 손에서 비도가 날아왔다. 제대로 피하지도 못했지만, 제리는 사령이라 비도는 그대로 지나가 바닥에 박혔다.

덱스가 뭔가 눈치채고 다가오는 것 같아 제리는 그곳을 떠났다.

정원을 지나 풀숲을 한참 달리던 제리는 펜드래건의 집 담벼락에 나 있는 작은 구멍을 귀신같이 찾아내 밖으로 쏙 빠져나갔다.

넓은 대로에 사람 하나 지나가지 않는 밤. 제리는 그곳을 빠르게 지나갔다.

사령이라 그런지 다른 쥐보다 빠르고, 지치지도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후안과 함께 있을 때는 유지하는 것이 버거웠는데 지금은 회복 속도가 더 빨라서 밤새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달리던 제리의 수염이 찌르르 울렸다. 수염이 없는 디에고는 반사적으로 코 옆을 문지르면서 중얼거렸다.

“뭐지?”

뭔가 익숙한 기운. 그러면서도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졌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디에고는 제리를 그곳으로 보냈다. 제리가 그곳으로 다가가다가 본 것은 커다란 대문이었다.

방패 위에 가시나무가 타고 올라가는 문양이 그려진 대문. 좌우에 서 있는 병사들을 확인한 디에고는 그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곧장 제리를 보냈다.

제리는 그대로 벽을 통과해 달렸다.

“이게 되네?”

사령이라지만 생전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 컸는지 스스로 움직일 때는 담벼락의 쥐구멍을 찾아 이동했는데 지금은 디에고의 의지대로 움직이니 벽도 통과해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시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의 속도감.

그렇게 기운을 쫓아간 곳은 별채였다. 별채의 벽을 통과해 들어간 제리는 고개를 들고 수염을 파르르 떨며 다시 한번 위치를 파악해 보았다.

그곳으로 다가가 보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그곳에는 문이 보였는데 이 기운은 문 너머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거침없이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간 제리는 더 깊은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곳은 좌우에 늘어선 감옥이 있는 곳.

그 가장 깊은 곳에서 익숙하면서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꺼림칙한 기운에 다가가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계단을 타고 도망가려는데 그 안쪽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흐응. 이건 또 뭐지?”

마치 고양이를 만나기라도 한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조용히 다가온 어떤 여인이 제리의 꼬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사령이라 만질 수 없음에도 그렇게 꼬리를 잡고 들어 올린 여인의 검정 색 눈동자 안쪽에 붉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제리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왔는데 깜찍한 친구가 찾아왔네? 넌 누구니?”

제리와의 감각 공유를 끊으려는 순간 여인의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구나?”

감각 공유를 끊기 전에 제리의 몸이 산산이 조각났고, 디에고는 그 고통을 그대로 느꼈다.

“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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