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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54화 (54/202)

#54

재정비

아린은 새삼 에드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악마에 대해서 언제나 진심이었다. 절대 뒤를 보지 않는다.

트라비아 왕국의 태자를 죽이겠다는 각오마저 하고 있다니.

“제가 만나보면 될 거예요.”

예언을 쫓는 성기사니 만나고자 한다면 국왕도 만날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 베네딕토 대주교가 함께해야겠지만, 만나는 것 자체는 가능하리라.

에드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신성력으로 자극하면 반응하긴 하겠죠. 하지만 그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할 일입니다.”

“그렇기는 하죠.”

어쩌면 아스트론 교단 전체와 트라비아 왕국과의 성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에드의 각오를 보니 이건 단순히 개인이 짊어지기에는 너무 큰 문제다. 클리프를 죽였을 때와는 또 다른 이야기니까.

국왕의 눈 밖에 난 자를 죽이는 것과 일국의 태자를 죽이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에드는 테인을 돌아보았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그저 저는 확신이 필요할 뿐입니다.”

“확신만 가지면 되나?”

“확신만 생기면 암살하면 될 일입니다. 아니면 만인이 보는 앞에서 그가 스스로 악마의 힘을 드러내게 하던가요. 하지만 가능하면 암살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악마와 연관이 있음을 알았지만, 그 정도의 확신만으로는 안 된다. 만인 앞에 태자의 치부가 드러난다면 그것만으로도 에드에 대한 척살령이 내려질 수도 있으니까.

영주들과 척을 지는 것과 국왕의 눈 밖에 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때는 아무리 에드라고 해도 왕국에 발을 붙이고 살기 힘들다.

테인은 에드의 말에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역시 자신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악마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태자의 암살도 각오하는 에드는 이 일에 미친 자가 틀림없었다. 악마와의 싸움에 목숨을 건 이.

그렇다면 자신도 도와준다.

“일단 내가 만나 봐야 알겠네. 하지만 이 정도 문제라면 우리 선에서 해결하려고 할 필요는 없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일 펜드래건이 돌아오니 이 일에 관해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에드는 펜드래건의 이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인간 한정이라면 이 세계관 내에서 탑3에 들어갈 강자 중 하나인 펜드래건이다. 그가 나선다면 일은 간단해질 수 있다.

“하지만 태자입니다.”

태자의 처남인 펜드래건이다. 가족으로 엮인 이인데 죽여버릴 수 있을까?

테인은 그 말에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사자는 늙어도 사자라지.”

“그럼 그 부분은 펜드래건의 도움을 얻어보도록 하죠.”

“그렇게 하세. 그리고 나도 한 번 악마의 힘을 구분할 방법을 알아보겠네.”

“감사합니다.”

에드는 테인의 대답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테인과 아린. 이 둘은 정말 믿을 수 있는 이들이었다.

아직 디에고나 덱스에게는 말하기 힘든 일이었다. 디에고는 아직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덱스는 싸움이라면 미친 자라고 해도 그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였으니까.

군것질거리를 먹고 샨토의 상자를 날려 먹은 것을 훌훌 털어버린 그란트가 떠났다가 저녁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에드가 주문했던 것을 가지고 왔다.

“여기 말씀하신 화살입니다.”

에드는 현철로 만든 화살촉의 화살을 집어 들어 살펴보았다. 궁수가 강해질 방법은 활을 강화하는 것과 또 하나는 화살을 바꾸는 거다.

화살은 소모품이라 말 그대로 돈지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에드는 화살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화살대까지 검은색이라 이건 밤에 쏠 때 상대가 보지도 못하고 죽으리라.

암살에 특화된 화살이다.

게다가 자신이 주문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이다.

무한의 화살집 두 개에 담겨 있는 양. 말의 안장에 채워 놓고 쓸 생각이었기에 이걸로 천 발의 화살이 된다.

그란트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일단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는 했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더 많은 양을 공급할 수 있을 겁니다.”

에드는 그 말에 그란트를 돌아보았다.

“이렇게까지 하셔도 되겠습니까?”

“제 목숨값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걸 만들기 위해서 장인을 고용하고, 대장간도 하나 인수했습니다만 개의치 마십시오. 그곳은 제 개인 대장간이며 앞으로 악마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를 꾸준히 생산할 겁니다.”

그리 말한 그란트가 이번에는 가죽 재킷을 내밀었다.

“크로우의 코트를 애용하시는 것은 알지만, 단순히 비도 수납을 위해서라면 이것으로 바꾸시는 것이 어떨까 싶어서 만들어 왔습니다.”

에드는 그 말에 재킷을 집어 들어 안쪽을 살폈다. 크로우의 코트처럼 그 안쪽에는 비도를 수납할 공간이 있었다.

비도를 차례대로 꽂으니 24개의 비도가 전면에 빼곡히 들어갔다.

크로우의 코트는 사실 방어구를 겸해서 입어왔었다. 무엇보다 상대가 비도를 가지고 있음을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 용도가 컸는데 이제 그걸 대용할 물건이 생겼다.

그렇다면 크로우의 코트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에드는 재킷을 걸치고는 그 안의 비도를 꺼내서 던지기 전까지의 동작을 펼쳐 보았다. 크로우의 코트를 보고 만든 것인지 어색함이 없었다.

에드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빙결의 활도 강화에 대성공한 데다가 앞으로 현철 화살도 무한 제공을 약속했다.

에드가 그란트를 돌아보았다.

“언제고 대악마를 죽이게 된다면 그 공을 돌리겠습니다.”

그란트가 그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아닙니다. 꼭 그 공을 돌리겠습니다.”

한 번 사양했음에도 에드가 그리 말하자 그란트도 사양하지 않았다. 스폰서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했다.

대악마를 죽이는 업적을 이루게 되고 그것이 그란트의 도움이라고 한다면 그란트 상단은 날개를 달게 되리라. 왕국 3대 상단이 아니라 유일의 상단이 될 수도 있는 일.

에드는 그렇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덱스도 그 옆에서 에드가 받은 장비들을 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가 물었다.

“내 거는. 내 거는 없어?”

덱스의 물음에 그란트가 뒤에 내려놓았던 상자 두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덱스가 그걸 보고는 눈을 반짝이며 상자를 열어보려고 할 때 그란트가 상자의 뚜껑에 손을 올리고 막았다.

덱스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란트가 그런 덱스의 눈을 마주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설명부터 들으시죠.”

덱스도 그 말에 팔짱을 끼고 한 걸음 물러났다. 옆에서 에드가 화살을 시험 삼아 활에 걸고 있는 모습을 본 탓은 아니었다. 그저 물건을 구해온 이의 성의를 봐서 들어주기로 했다.

덱스가 한 걸음 물러나자 그란트가 미소를 지은 채 왼쪽의 상자를 열었다.

그곳엔 무난한 검집에 들어가 있는 검이 한 자루 모여 있었다. 뭔가 특색이 없는 모습에 덱스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란트가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검집에서 나오자 은은한 초록빛을 품은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은은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건 분명 초록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에드는 그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샐러맨더의 검과 같은 종류의 검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보통 검이 아니라는 것은 덱스도 한눈에 알아보았다.

둘의 눈빛이 변한 것을 보고 그란트의 미소가 진해졌다.

“이 검은 실프의 검이라고 불리는 검입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신속의 검이라고도 불리죠.”

“신속의 검?”

덱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묻자 그란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의 정령 실프의 힘이 담긴 검으로 절삭력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이 검을 뽑아 든 채 힘을 쓰는 동안은 몸이 가벼워진다고 하더군요. 바람의 정령이 도와준다고 하는데, 그 힘이 다 되면 재충전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그란트가 검집에 다시 검을 집어넣고 덱스에게 내밀었다. 덱스는 검을 받아 뽑아보고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다가 검을 뻗어본다. 미세하지만 덱스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상당히 위험해졌다.

저번에 저거 들고 있었다면 제압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덱스도 그걸 느꼈는지 검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유물급 장비로군.”

“악마와 싸우는데 그 정도 장비는 들어야죠.”

덱스는 검을 검집에 돌리고 와락 그란트를 끌어안았다.

“하하하하. 고마워. 이런 물건은 처음 받아봐서.”

노예 검투사들에게는 유물급 장비를 들려주지 않는다. 검투사 시합에 유물급 장비는 아예 쓰지 못하게 되어 있었으니까. 실력이 아니라 장비빨의 싸움이 되는 것은 원치 않은 이들의 선택이었다.

그러니 왕도의 챔피언인 덱스도 처음 들어보는 유물급 장비였다.

그란트는 덱스의 품에서 말을 이었다.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

덱스가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훌쩍 물러났다. 그리고 마치 아이가 선물 상자를 바라보듯 과하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란트를 바라보았다.

그란트는 두 번째 상자를 열었다. 역시나 평범해 보이는 검집이었지만, 그 검을 뽑아 드는 자세가 전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검은 핏빛 날을 보였는데 그걸 보고 에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검날에 새겨진 룬을 보면 룬검이기는 한데 이렇게 불길한 기운을 품는 검은 본 적이 없었다.

“피의 검이라고 부르는 검입니다. 출혈의 저주가 걸려있죠.”

“출혈의 저주?”

“검날에 베이면 저주를 해제할 때까지 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에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격필살의 무기는 아니지만, 강한 악마를 상대로는 출혈의 저주를 걸어두는 것으로 조금씩 힘을 갉아먹을 수 있다.

대악마 수준까지 올라가면 저런 검에 걸린 저주는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악마의 시선을 돌리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단순히 성능만 본다면 에드가 샀던 빙결의 활보다 가치가 훨씬 높다. 대지 파괴자 수준의 장비들이리라.

약간 속이 쓰렸지만, 빙결의 활은 헤이토의 축복 덕분에 성유물 수준까지 올라왔으니 이제 대체 불가의 무기가 되었다. 그리고 현철 화살을 무한히 공급한다고 했으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에드가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덱스는 충분히 감동했나 보다. 설명을 듣고 검을 받아보더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란트가 오히려 놀라서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흑. 괜찮아.”

덱스는 검을 검집에 넣고는 그란트에게 천천히 다가가 다시 한번 그를 안았다. 그리고는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고마워. 이런 선물 처음이라서.”

왕도의 챔피언이라고 해도 노예는 노예일 뿐이다. 이 정도의 물건은 처음 받아보는 것.

덱스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란트도 자신의 선물을 이렇게 고마워 하는 것을 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에드의 것과 같은 형태의 가죽 재킷을 꺼내줬다.

“비도를 훈련한다고 하셔서 세트로 맞췄습니다.”

“오! 고마워.”

덱스가 좋다고 받아서 입는 모습을 보면서 에드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비도를 이용하면서 갑옷 대용으로도 쓸 수 있는 방식의 설계니 효율성을 생각하면 굉장히 좋은 옷이지만, 커플룩은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덱스는 그게 또 마음에 들었나 보다. 에드가 했던 것처럼 비도를 꺼내보더니 씨익 웃었다.

“비도술 가르쳐 줄 거지?”

“시간 날 때 가르쳐 주지.”

지금까지 고생고생하며 장비를 하나씩 맞춰왔는데 덱스는 후원자를 만난 후에 만났더니 한 번에 장비를 풀 세팅 받았다.

에드는 픽 웃음을 흘리며 훌훌 털어버렸다. 앞으로 상대할 악마들을 생각하면 덱스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한다. 장비를 통해서든 훈련을 통해서든.

아린이야 신성력으로 점점 강해질 테고, 자신도 스탯의 힘으로 더 강해질 테지만 덱스는 그런 것들이 없으니 장비빨이라도 세워야 하리라.

에드는 그란트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로 좋은 물건들을 구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닙니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죠.”

에드는 그란트가 셋째 부인이 악마라는 것을 깨닫고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란트는 지금 남자가 한을 품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이 세계의 악마들 씨를 말리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든든한 후원자다.

메르헨은 에드가 건넨 물건들을 바라보며 안경을 만지고 있었다. 신비술사인 그녀라면 저주술사가 가지고 있던 장비들이 어떤 건지 알 수 있나 싶어서 건네준 것이었는데 메르헨은 그것을 살펴보더니 정말로 척척 알아냈다.

“두 개다 마력 회복 반지야. 효과는 유물급.”

메르헨은 반지를 돌려주고는 뼈로 만든 것으로 짐작되는 오브를 살펴보았다.

“이건 디에고가 써도 되겠어. 저주와 사령은 뿌리가 같아서 쓸 수 있을 거야.”

이 자리에 에드는 디에고도 동석했다. 디에고에게 줄 장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데리고 온 것이었는데 디에고는 이게 뭔 말인가 싶었다.

디에고에게는 앞으로 악마와 싸우게 될 거라고만 했지 그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메르헨과 헤어지기 전에 디에고에게도 전해주고 싶었기에 이 자리에 동석하게 했다.

이제 디에고도 사실을 알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으니까.

“형. 이걸 제가 쓴다고요?”

에드는 디에고를 바라보았다. 후안의 말을 빌리자면 씨앗이 발아하면서 조금씩 알아서 성장한다고 했지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에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비들을 건네줬다.

디에고는 반지 두 개를 끼고 오브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디에고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등 뒤로 무언가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

뭔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던 디에고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아빠?”

후안은 디에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와 오브를 보고는 어떻게 자신을 소환할 힘을 얻었는지 깨달았다.

-디에고.

“아빠!”

디에고가 벌떡 일어나 후안을 끌어안았지만, 사령은 영체다. 만질 수가 없다.

디에고의 손이 허망하게 후안의 몸을 지나갔다. 디에고는 그제야 손을 들어 후안의 몸 안쪽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디에고가 놀라서 고개를 들자 후안이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디에고를 바라보았다.

“아빠. 어떻게 된 거야?”

후안은 손을 뻗어 디에고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디에고는 후안이 끌어안을 때마다 숨이 막힌다고 투덜거렸는데 지금은 마치 바람이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 그것이 못내 서러워 눈물을 글썽였다.

후안도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모습과 다르게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디에고를 바라보았다.

-울긴 왜 울어? 남자는 우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디에고는 그 말에 더 서럽게 울었다. 후안이 눈물을 닦아 주면서 하던 말이었는데 더는 그가 눈물을 닦아 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더 눈물이 났다.

후안도 더는 말하기보다 말없이 디에고를 안아줬다. 소환이 해제되기까지 시간은 5분으로 늘어났지만, 부자의 해후로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디에고는 후안이 사라지자 놀라서 소리쳤다.

“아빠! 아빠!”

에드는 그런 디에고를 뒤에서 안아주었다.

“네가 성장할수록 후안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 거야.”

디에고가 고개를 들어 에드를 바라보았다. 울어서 눈이 붉게 충혈된 디에고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성장하는데요?”

에드는 메르헨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메르헨 누나에게 물어봐.”

만류귀종이라고 했다. 신비술은 속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하지만 그 모든 걸 관통하는 가르침이 있을 터.

메르헨만한 스승은 없다.

메르헨에게 신비술의 기초를 배우는 디에고를 바라보던 에드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드디어 내일이다. 펜드래건이 돌아오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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