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태자
하룻밤 만에 왕도가 들썩였다.
트라비아 왕국의 실세 중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태자파의 수장 카르엔 대신이 암습을 당해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고, 왕국 제 일의 노예 상인인 발터가 죽었다.
그것만 해도 왕도가 들썩이는데 왕도의 시민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챔피언 덱스의 실종이었다. 수많은 검투사의 꿈이자 시민들을 열광하게 했던 희대의 챔피언 실종에 왕도가 발칵 뒤집혔다.
왕궁에서 직접 이번 사건에 대해서 조사단을 꾸려서 파견할 정도로 이번 일은 심각했다.
왕궁에서 파견된 남색 단발머리 조사관 에밀리아는 침대에 누워있는 카르엔 대신의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수첩을 꺼내며 물었다.
“어젯밤에 열 시 경 침입자가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병사들의 증언을 조합해 보니 안에서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재진입해서 카르엔 대신을 노렸다고 하는데 혹 잃어버린 물건이 있으십니까?”
카르엔은 가슴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신성 주문으로 회복했음에도 앞으로 한 달간은 요양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신관도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르고 들어갔는데 방향이 조금만 어긋났어도 심장이 찔려 죽었을 거라고 했다.
카르엔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지금 눈앞에 있는 조사관은 먼 방계라고 하나 왕족이다. 그러니 그냥 무시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카르엔 대신의 수호 기사인 반데스가 대신 입을 열었다.
“에밀리아 조사관. 이미 말했지만, 사라진 것은 없었소.”
에밀리아가 고개를 들어 반데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반데스 경. 저는 카르엔 대신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반데스가 인상을 찌푸린 채 나서려고 했지만, 카르엔이 손을 들어 말렸다.
“예의를 차리게. 에밀리아 조사관은 왕족이야.”
반데스는 그 말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왕족이라고 하나 계승 순위에서 아예 밀려나 있는 존재. 천재지변이 일어나 왕궁의 모든 이들이 죽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녀가 왕위에 오를 일은 없을 인물.
그냥 이름뿐인 왕족이었지만, 카르엔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실례했습니다.”
“괜찮아요. 이름뿐인 왕족인 거 저도 잘 아니까요. 그보다 카르엔 대신께서 애지중지하던 이가 보이지 않더군요.”
“누굴 말하는 건가?”
“이스페르토라던 저주술사 말이죠.”
카르엔은 태연하게 말을 꺼내는 에밀리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여자 실실 웃으면서 핵심을 찔러 온다.
하긴 이름뿐인 왕족이 왕가의 조사관으로 나왔다는 것은 만만히 볼 인물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스페르토는 신비술사일세. 그리고 그는 연구를 위해 휴가를 얻어서 떠났네. 연구가 끝나면 돌아올 테지.”
에밀리아는 수첩에 메모하며 중얼거렸다.
“이스페르토 휴가.”
카르엔의 눈썹이 꿈틀거렸을 때 그녀가 고개를 들고는 물었다.
“어제 습격자의 복장이 달리아 왕국의 크로우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다고 하더군. 하지만 달리아 왕국군의 잔당이 날 노릴 이유는 없다고 보네. 게다가 그는 활이 아닌 돌멩이를 던지더군. 다른 무기는 쓰지 않았네.”
“누군가 크로우의 복장을 했지만, 레인저답지 않게 싸웠다는 말이군요.”
카르엔이 코웃음을 쳤다.
“돌팔매를 그 수준으로 하면 굳이 레인저처럼 싸울 필요도 없겠지.”
에밀리아는 수첩에 몇 가지를 더 메모하고는 수첩을 덮었다. 그녀는 카르엔을 똑바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몸은 조금 어떠신가요?”
“한 달간 요양해야 한다고 하더군.”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몸조리 잘하세요.”
자리에서 일어난 에밀리아가 밖으로 나가다가 걸음을 멈추고는 카르엔을 돌아보았다.
“어제 노예 상인 발터가 죽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까?”
“들었네.”
“어제 오후에 발터가 이곳에 들렀다고 하더군요. 혹시 무슨 얘기를 나누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카르엔은 에밀리아를 빤히 바라보다가 답했다.
“검투사 대전에서 누구에게 배팅할 건지 물어보러 왔었네.”
“그래서 누구에게 거셨죠?”
“당연히 챔피언이지.”
에밀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떠났다. 그렇게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카르엔의 옆에서 반데스가 인상을 굳힌 채 물었다.
“저렇게 버릇없이 굴게 두실 겁니까? 무늬만 왕족인데?”
카르엔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말을 타고 떠나는 에밀리아와 그의 수호 기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겁쟁이지만 왕이 부리는 말이다. 지금까지 잘 웅크리고 있더니 이번 일을 빌미로 일어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지. 주의해서 지켜봐야겠다.”
카르엔의 시선은 저 멀리 콜로세움을 향했다.
“발터를 죽인 게 그놈 같지?”
“예. 비수에 맞아 죽었다는데 이스페르토와 마찬가지 상처였습니다.”
카르엔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가 한 걸음 앞이었는데 이게 무슨 꼴인가 싶었다.
“찾아. 누구 밑에서 일하는 새끼인지 알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에드는 아침 식사 자리에 모인 이들을 돌아보았다.
어제는 테이블에 자신과 아린, 테인과 디에고, 소피아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테이블이 거의 꽉 차 있었다.
메르헨과 카일, 리프가 한쪽의 자리를 차지했고 싱글싱글 웃고 있는 덱스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아린과 덱스는 마치 경쟁하듯 우걱우걱 먹고 있었고, 메르헨은 다람쥐처럼 볼을 부풀린 채 오물오물 먹고 있었다.
그들을 쭈욱 돌아보는 에드에게 테인이 소식을 전해줬다.
“어젯밤 벌어진 카르엔 대신 습격 사건과 노예 상인 발터의 죽음, 그리고 챔피언 실종 사건으로 왕도가 발칵 뒤집혔네.”
테인의 시선이 에드에게 날아와 차가운 비수처럼 꽂혔다.
“딱 하룻밤 새에 일어난 일이라 이것이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각기 다른 사건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네.”
에드는 태연히 갓 구운 빵을 스프에 찍어 먹고 있었다. 식사는 어차피 소식 해왔기에 천천히 빵을 씹어먹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본 테인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왕궁에서 조사관을 파견했네.”
에드도 그 말에는 관심을 보였다. 조사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조사관이요?”
“그래.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보낸 이일세.”
에드는 잠시 고민해보다가 물었다.
“걸리면 어떻게 됩니까?”
“카르엔이 안 죽었으니 걸리게 되면 피바람이 불겠지.”
에드는 그 말에 픽 웃음을 흘렸다.
“죽였어야 했네요.”
“왕도에서 대신이 죽는다? 그때는 왕도가 폐쇄됐을 걸세.”
“그런 건 진즉에 말했어야죠. 솔직히 카르엔은 그때 죽을 수도 있었어요.”
“들키지도 말라고 했더니 돌팔매질까지 하고 올 줄 알았겠나?”
테인은 거기까지 말하더니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빨리 악마들이나 잡으러 갔으면 좋겠군. 왕도에 돌아왔더니 연구할 시간도 없고, 정신만 없군.”
그 말에 양갈비를 잡아 뜯던 덱스가 양갈비를 번쩍 들며 말했다.
“찬성. 악마들 잡으러 갑시다.”
테인은 덱스의 외침에 에드를 한껏 째려보았다. 에드도 그 눈빛에 할 말은 없었다.
싸움 실력이라면야 이미 왕도의 챔피언으로 군림한 3년간 충분히 증명했다. 하지만 저 싸움에 미친 녀석은 어떻게 통제한단 말인가?
에드는 덱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 전에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어.”
“그래? 그럼 아침 먹고 나랑 한판 붙자. 검투사 육성소에서도 매일 같이 단련했단 말이야.”
그 말에 아린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에드에게 물었다.
“제가 붙어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저는 오늘 왕궁에 들어가봐야 해서요.”
에드의 시선이 덱스에게 향했다.
“그리고 덱스 넌 다룰 줄 아는 무기가 어떤 것들이지?”
덱스는 그 말에 씨익 웃었다.
“손도끼를 애용하지만 실상 못 다루는 무기는 없지. 왜?”
“주로 쓰던 게 손도끼면 무기를 바꿔야 할 테니까. 얼굴도 가려야 하고. 원하는 무기가 있으면 얘기해. 왕도에 있을 때 구해야 하니까.”
덱스는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쪽쪽 빨며 답했다.
“소지하기 편한 무기가 좋겠어. 글라디우스 두 자루. 그리고 비도도 있으면 좋겠더군.”
에드를 바라보며 하는 말에 픽 웃음이 나왔다. 마력이 회복된 지금 붙으면 근처에 오지도 못하고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비도를 던져도 어제와는 확연히 다를 테고.
“좋아. 한 번 구해보지.”
아린은 방패와 검을 들고 섰고, 그 앞에 선 덱스는 두 자루 목검을 들었다. 훈련이라 날이 서지 않은 목검과 방패였지만, 둘의 실력이라면 저걸로도 잘못 맞으면 죽는다.
다들 그들의 대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쪽은 아스트론의 검이라 불리는 성기사.
한쪽은 무패의 챔피언.
덱스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지만, 아린은 다르다. 그녀는 에드를 보고 배우기를 모든 수련은 전력을 다하라고 했기에 대하는 자세가 달랐다.
덱스는 검을 쥔 손목을 휙휙 돌리며 말했다.
“살살 할 테니 그렇게 긴장하지 마시죠.”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이골이 난 덱스였다. 지금까지 방패와 검을 든 상대가 한둘이었을까?
그래도 성기사와 싸우는 건 처음이라 기대가 됐다. 에드와 일행인 만큼 부푼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저 이런 경험이 많은 탓이었다.
그때 아린이 방패로 앞을 가린 채 돌진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을 보고 덱스는 기겁하며 검으로 방패를 사선으로 후려쳤다.
쾅!
방패를 쳐내고 그 사이로 검을 찔러넣어 반격하려던 계획은 초장부터 어그러졌다. 방패는 밀리지 않았고, 충격에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야만 전사들은 보통 한 도시의 챔피언인 경우가 많았고, 그런 이들과도 싸워봤지만 이런 괴력은 처음이었다.
바닥을 구르고 몸을 일으키던 덱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발을 보았다. 대련하는데 강철을 덧댄 부츠를 신고 나오는 건 반칙 아닌가?
목검을 교차해서 발차기를 막는 순간 두 팔이 들렸다. 그리고 들린 팔 사이로 아린의 검이 날아와 미간에서 멈췄다. 그대로 쭉 뻗었다면 위험했을 공격이었다.
아린은 검을 뻗은 채로 덱스를 내려다보다가 검을 거두고는 천천히 물러났다. 거리를 벌리고, 방패로 앞을 가린 아린이 자세를 잡자 덱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손이 저릿저릿했다.
이렇게 괴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았다면 싸움 방식이 달랐을 터였다. 덱스가 손목을 다시 휙휙 돌리며 표정이 변했다.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쪽팔리게. 다시 한번 붙읍시다.”
에드는 진심으로 싸우는 덱스와 아린을 보면서 감탄했다. 사실 첫판은 볼 것도 없이 아린이 이길 줄 알았다. 지금까지 기도를 통해서 신성력을 갈무리한 그녀의 신체 능력은 스탯을 찍은 에드에게 민첩은 부족할지 몰라도 근력은 월등했으니까.
순간적인 폭발력은 에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그러니 첫 판은 당연히 아린의 승.
그러나 덱스도 만만한 자가 아니다. 에드의 민첩에 근접한 녀석이라 그런지 두 번째 판부터는 박빙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방패를 뚫지 못해 또 한 번 패했다.
덱스가 방방 뛰면서 다시 덤비는 것을 보고 에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덱스가 검투계 최강으로 경험이 많다고 하지만 숱한 악마와의 대련으로 다듬어진 아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게다가 상성이 최악이었다.
방패를 뚫을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의 괴력이 더해진 방패를 뚫지 못하니 처맞을 수밖에 없다.
카일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감탄을 터트렸다.
“아린님의 검방술이 대단하네요. 뚫을 수가 없겠어요.”
리프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덱스의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야. 와, 말로만 들었지 저런 실력을 지녔을 줄은 몰랐네. 그 실력을 가지고 발리는 게 더 웃기고.”
둘의 평을 들으며 옆에서 쿠키를 오물거리던 메르헨이 물었다.
“그렇게 대단한 거야?”
“어. 나는 비교도 안 되겠어.”
“야야! 비교할 걸 하자. 그래도 우리에게는 메르헨이 있잖아.”
리프가 메르헨의 어깨를 끌어안고 하는 말에 에드는 픽 웃음을 흘렸다. 하긴 부족한 부분은 메르헨이 다 채워주고도 남을 테니까.
메르헨은 리프의 품에서 벗어나 에드에게 물었다.
“그런데 디에고는 어디 갔어?”
“오늘은 공원 구경 간다고 했어. 왜?”
“얘기 나눠보니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던데? 스승이 누구야?”
“디에고 아빠.”
“사령술사 가문이었어?”
정확히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사령술에 대한 것은 후안이 전문이다. 아마도 때가 되면 나타나서 도와주겠지.
더 볼 것도 없다고 여겼을 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여기들 계셨습니까!”
에드는 고개를 돌려 마차에서 내리는 이를 볼 수 있었다. 그란트가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그란트는 아린의 방패에 얻어맞아 바닥을 구르고 있는 덱스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지금 챔피언이 사라진 것 때문에 왕도가 난리가 났던데 덱스는 저기서 뭐하는 겁니까?”
“악마 사냥에 합류했습니다.”
그란트가 그 말에 눈을 반짝였다.
“챔피언의 실력이라면 큰 도움이 되겠군요.”
“그래서 저 친구가 쓸 무기도 구했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이죠. 도끼로 구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아뇨. 신분을 숨겨야 해서 글라디우스 두 자루와 함께 비도를 쓰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 물건들은 금방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 시간 괜찮으십니까? 왕궁 대장장이 볼코프와 약속을 잡아 놨습니다.”
“가시죠.”
빙결의 활을 강화할 수 있는 왕궁 대장장이 볼코프와의 만남은 학수고대하던 일이다. 기쁜 마음으로 그란트와 함께 왕궁으로 가니 검문검색을 3차례나 겪어야 했다.
“검문검색이 원래 이렇게 심한가요?”
그란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카르엔 대신 습격 사건과 노예 상인 발터의 죽음 때문에 그럴 겁니다.”
그란트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 에드를 돌아보았다.
“혹시 발터를···.”
“안 좋게 엮여서요.”
그란트는 새삼 에드가 대단해 보였다. 발터라면 그가 데리고 있는 개인 경호 검투사들만 해도 특급 검투사들로 열 명이 넘는다. 그런 발터를 간단히 죽이는 것을 보면 역시는 역시다라고 생각했다.
마차가 멈춘 곳은 멀리에서도 열기가 확 느껴질 만큼 대단한 곳이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간 에드는 감회가 새로움을 느꼈다.
악마의 시대 1에서도 장비를 강화 시키는 곳은 이곳이었다. 강화하다가 재산을 탕진한 게 한두 번이던가?
그리고 그 재산 탕진의 주범이지만, 강화를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 난쟁이 볼코프가 보였다. 선객이 있었는지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수호 기사를 둘이나 두고 서 있는 사내. 둘다 대단한 실력을 지닌 것 같았다. 그리고 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사내에게 그란트가 다가가며 고개를 깊이 숙여 보였다.
“태자 저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 그란트 상단주. 오랜만이오.”
왕국의 서열 2위. 태자 클라크. 그가 에드를 보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대는 누군가?”
에드는 태자 클라크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검은 눈동자 저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번뜩이는 핏빛 기운. 악마의 기운이다.
악마 종속자나 추종자와는 다른 처음 보는 방식이지만 잘못 보지 않았다.
이 새끼도 악마와 연관되어 있다. 어떤 식으로든.
“에드라고 합니다. 악마 사냥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