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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24화 (24/202)

#24

네프사엘

하급 악마를 무더기로 잡아서 그런지 레벨이 하나 올랐다. 마력에 하나를 투자해서 부족한 마력을 올렸다. 차오르는 마력. 이제야 빙결의 활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하급 악마는 손쉽게 잡았지만, 오히려 마수들이 더 곤란했다. 날짐승보다 위험한 마수들이 수백을 헤아리니 화살이 부족할 지경이다.

마치 파도처럼 밀려오는 마수들이라 에드가 아무리 속사와 연사에 능하다 해도 그들이 떨어져 내리는 동안 다 잡을 수는 없었다.

관통이 있어서 한 번에 두 마리 세 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지만, 결국 마수의 파도에 에드도 몸을 피해야 했다.

에드는 옆으로 몸을 날려 마수의 파도를 피하고 마수가 다시 날아오를 때 그 뒤를 노렸다. 단 한 번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갔을 때 마수가 비처럼 떨어져 대략 백 마리 정도를 잡았지만, 그 정도로는 구름처럼 몰려든 마수를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아직 화살은 넉넉했다. 그때 마차 쪽에서 푸른 빛의 해머가 날아들었다.

퍼퍼퍼퍽!

해머는 마수들을 때려 부수며 쭉쭉 하늘 높이 날아갔다. 그렇게 치솟던 해머가 잠깐 멈칫하더니 돌아오면서 또 마수들을 때려잡았다.

“저 기능은 탐나네.”

묠니르처럼 날아갔다가 돌아오는 단순한 기능이지만, 마수를 상대하는데 있어서는 굉장한 위력을 내보이고 있었다. 한 번 날아갔다가 돌아오는데 거의 스무 마리가 죽었으니까.

단 한 번의 공격에 수많은 마수가 죽어 나가더니 허공에 떠오른 마수들이 다시 구름처럼 모여들었는데 이번에는 그 가운데 구멍을 만들었다.

그 구멍으로 달이 보이자 그것은 마치 검은 눈자위에 흰색 눈동자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내 아이를 죽인 것이 운은 아니었나 보군. 하지만 오늘부터 너는 밤에 잠들 수 없을 거다. 죽는 그 순간까지.

그리 말하더니 마수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직도 수백 마리가 남았는데 그것들이 모두 흩어져 사라지는 것을 보고 에드는 인상을 굳혔다.

지금 놓친 마수는 내일 다시 공격해 올 수도 있다. 야습을 계속한다면 매일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수도 있다.

“내 아이라니 뭔 소리야?”

마차 문을 열고 나온 테인은 바닥에 떨어진 마수들과 죽은 벤젤을 보더니 에드에게 다가왔다.

“괜찮나?”

“예. 그보다 앞으로 밤에 잘 생각 말라고 하는데 오늘 또 공격해 오지는 않겠죠?”

“오늘은 아니겠지. 하지만 앞으로 귀찮게 될 것 같군.”

에드는 죽은 마수들의 시체에서 화살을 하나둘 회수하기 시작했다. 엔트 시까지 가는 동안 이런 식의 습격이 계속된다면 화살을 잘 관리해야만 했다.

에드가 화살을 회수하는 사이에 아린은 벤젤의 시체들을 쌓아두고, 성유를 뿌려 태웠다. 푸른 성화와 함께 벤젤이 사라지는 동안 더그는 살아남은 마수들의 숨통을 확실히 끊었다.

그렇게 정리가 끝나고 일행이 다시 모닥불 앞에 모이자 테인이 에드에게 물었다.

“하급 악마가 열에 수백 마리의 마수를 움직였다면 이건 대악마의 소행일세. 자네가 죽인 악마 종속자는 어떤 권능을 부리던가?”

에드는 테인이 이미 자신이 누굴 죽였는지 짐작하고 묻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염력을 다루는 자였습니다.”

“염력이라···.”

테인이 악마 총람을 들춰보더니 인상을 굳혔다. 그는 펼쳐 놓은 악마 총람을 내보이며 말했다.

“대악마 네프사엘의 권능 중 하나군. 자네가 죽인 자를 생각하면 그녀가 움직였다고 보는 게 좋겠어.”

테인의 말에 에드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칼란을 따라가면 메인 퀘스트의 한 자락을 쥘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정말로 대악마와 연을 맺었다.

아린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누군지 모를 대악마를 만날 수 있지만, 자신 또한 대악마 네프사엘과 어떻게든 결착을 내야 할 인연이 맺어졌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에드는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아린에게 사과했다.

“미안해요. 예언을 돕기로 했는데 저 때문에 문제가 생겼군요. 대악마 네프사엘은 저를 노리는 것 같으니 따로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린은 그 말에 정색하며 되물었다.

“네프사엘을 잡을 생각인가요?”

“그래야 편히 잘 수 있을 테니까요.”

에드의 패기 넘치는 말투에 아린은 풋 웃음을 터트렸다.

“웃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저의 퇴마행은 단순히 예언을 따르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도 마수와 악마들을 죽일 기회가 주어졌는데 저는 잡고 싶어요.”

아린은 에드와 훈련을 시작한 이후로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런 그녀에게 매일 밤 악마와 싸울 기회가 주어졌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테인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진정한 성기사 다운 말이로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저도 그녀가 함께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다만 미안해서 그러죠.”

“펜드리건과 함께 하면서 알았네. 수많은 실전 속에 성장이 함께한다는 것을. 성기사 아린의 뜻이 그러하다면 함께하게. 자네들의 여정은 어쩌면 두 마리의 대악마를 죽일 수도 있겠군.”

테인의 눈이 어떤 광기로 번들거렸다. 모든 악마의 죽음을 봐야만 끝날 것 같은 증오심이 번들거리는 것을 보고 에드는 그가 바라는 답을 해줬다.

“두 마리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에드의 대답을 듣고 테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내가 정말 자넬 만난 것은 큰 행운이군. 아주 마음에 들어!”

흡족해하는 테인은 에드와 아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낮에는 마차에서 쉬도록 하게. 그리고 밤에는 악마와 마수들을 상대하면 될 일이네. 힘들겠지만, 그리 하면 견딜 수 있을 걸세. 아무리 대악마라고 해도 도시까지 습격하지는 못할 테니 야영할 때도 습격에 대비하기 좋은 곳을 고르면 되겠지.”

테인의 말에 에드는 픽 웃음을 흘렸다. 낮과 밤이 바뀐 삶은 게이머였던 그에게는 일상과도 같았다.

네프사엘이 아무리 대악마라고 하나 한 번에 하급 악마 열을 잃은 상황에서 또다시 악마들을 보내지는 못했다. 그저 마수들만을 보내 밤잠을 방해했는데 그 정도는 에드와 아린에게 일도 아니었다.

미리 야영지를 결정할 때 준비를 한 덕에 다음 날 야습에서는 마수들을 이백 마리가 넘게 죽일 수 있었다. 수백 마리였던 마수는 이제 그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줄었고, 마수들은 다시 도망쳤다.

죽은 마수의 시체에서 화살을 회수하면서 에드는 이런 식이면 또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의 경험치는 많지 않았지만, 그 수가 많았다.

괜히 마을에 머물렀다가 마을이 공격을 받으면 위험했기에 일행은 마을에서는 보급만 하고 야영을 하는 쪽으로 택했다.

첫날 밤을 새우고 둘째 날 마차에 오른 에드와 아린은 테인의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야만 했다. 테인의 짐이 있어 그의 옆에 에드가 앉을 수 없었기에 함께 앉았는데 아린은 금세 곯아떨어졌다.

아무래도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이 처음인 데다가 밤도 그냥 새는 것이 아니라 마수들과 싸우면서 긴장한 채 보내니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에드는 체력 스탯 덕분에 쉽게 지치지 않았다. 악마를 쫓을 때는 며칠 밤을 새워 본 적도 있었는데 정신적인 피로만 느꼈을 뿐 몸은 거뜬했다.

그래도 이렇게 테인이 만들어준 기회를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서스펜션이 없는 마차라 덜컹거림이 심했지만, 이 정도 불편함 속에서도 충분히 잠들 수 있었다.

에드가 아린과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잠든 모습을 보고 테인은 악마 총람을 열어 보았다.

대악마 네프사엘이 적이라면 그자가 보낼 수 있는 악마들에 대해서 파악해 둬야 했다. 싸우는 것은 에드와 아린이지만, 그들을 도와 대악마의 심장에 칼을 꽂게 돕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었으니까.

이틀 연속 마수들을 보내고 있지만, 상대는 대악마다. 직접 오지 않는다고 해도 부릴 수 있는 수하가 한둘이 아니다.

죽은 자가 클리프 왕자라면 그가 가진 위치를 생각했을 때 네프사엘이 보통 공을 들인 것이 아닐 터. 이대로 끝날 리가 없었다. 지금은 탐색전이라고 생각해야만 했다.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악마 총람의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만이 들렸다.

자신만만하게 소리친 것과 다르게 사흘째에는 오히려 아무런 공격도 없었다. 하지만 역시 언제 공격이 들어올지 알 수 없어 잠을 잘 수는 없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걸 보는 아린은 아직 피곤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익숙지 않아서 생긴 모습이었다.

아린은 모닥불의 불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에드에게 시선을 주었다. 에드는 화살촉을 숫돌에 갈고 있었다.

마수를 죽인 화살촉들이라 날을 다시 세워야만 했다. 에드가 화살촉을 일일이 가는 모습을 보고, 아린도 성검을 뽑아 들었다. 바닥에 성검을 꽂은 아린은 이마를 기대고 기도했다.

성검이 푸르게 빛나다가 다시 그 안에 스며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에드는 부러움을 느꼈다. 이렇게 일일이 손질해줘야 하는 자신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테인은 더그가 끓여준 차를 마시면서 악마 총람을 펼쳐 보였다.

“네프사엘의 계보에 있는 악마들을 추려 보았네. 트라비아 왕국에 남아있는 중급 악마는 둘일세. 상급 악마도 하나가 있지만, 그 녀석을 움직일 것 같지는 않군.”

에드는 정비하던 화살을 화살집에 넣고 악마 총람을 살펴봤다.

“인간형 하나에 중형 악마 하나네요.”

상급 악마를 열외로 놓고 본다면 인간형 하나에 중형 악마 하나다. 중급 악마와 싸워 본 결과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조금만 더 경험치가 쌓이면 20레벨이 된다.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레벨. 사냥은 더 쉬워지리라.

“중급 악마라면 둘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 이상 어렵지 않겠네요.”

“자네 둘이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네. 마수들을 상대로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었겠지. 그래도 탐색전의 결과로 중급 악마 둘이 나타날 가능성도 염두에 두게.”

에드는 그 말에 아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중급 악마가 둘이 나타난다면 그 숨통은 제가 끊게 해주시겠습니까?”

아린은 에드의 말에 새삼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중급 악마 둘을 상대해도 당연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역시 그에게는 배울 것이 많았다.

“얼마든지요.”

테인은 악마 총람을 다시 받아 챙기고는 말했다.

“엔트 시에서는 그란트 상단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특이점이 없다고 하는군. 셋째 부인이 인간형 악마일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이네.”

아린은 그 말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가서 확인해 보면 알겠죠.”

악마를 찾을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였으니 만나기만 하면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엔트 시를 하루 앞둔 밤. 마수들의 습격에 대비해 숲의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하늘에서 날아드는 마수들을 대비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에드는 가방에서 실뭉치를 꺼냈다. 가죽 장갑을 낀 채로 실뭉치를 조심스럽게 다뤄 주변 나무에 팽팽하게 당겨 묶었다.

발목 높이에 실을 이용해서 준비를 마친 에드가 돌아왔다.

아라크라는 하급 악마 중 하나였는데 거미형 악마 중 하나로 거미줄이 질기고 날카롭기로 유명했다.

활의 시위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주위에 설치해서 트랩으로 쓸 수는 있었다. 어지간하면 잘 사용하지 않지만, 테인이 보여준 악마 총람의 중급 악마 중 하나가 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한 늑대형 악마였다. 에시르는 인간 여자를 납치해 범하고 자신의 새끼를 낳게 한다. 그렇게 만든 늑대 무리를 이끄는 악마.

그놈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 준비를 마치고 마차로 돌아왔을 때 아린도 무기에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엔트 시에 들어가기 전에 기회는 오늘뿐. 아마도 습격이 있다면 오늘일 가능성이 커서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중이었다.

아우우우우.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하울링에 에드는 화살을 시위에 걸며 말했다.

“아린. 놈들의 숨통은 제가 끊겠습니다.”

아린은 에드의 말에 긴장이 풀리는 자신을 느끼며 성검으로 방패를 두드리며 답했다.

“얼마든지요.”

농담이 아닌데 어째 아린의 반응은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에드는 정신을 바짝 차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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