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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로 살아남기-26화 (26/204)

<고인물로 살아남기 26화>

26. 분노의 추적자(1)

풍부한 광맥으로 유명한 마이너 타운.

그곳의 보안관들은 매우 산뜻한 기분으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이놈들 다 합하면 현상금이 얼마나 되죠?”

한 보안관보가 흥을 감추지 못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일단 정부에서 건 액수가 두당 100개. 폰테인 그룹에서 따로 건 현상금이 두당 200개라던가.”

“엄청나구먼!”

“이거 보안관보 때려치워도 되는 거 아니야? 오늘 복귀하면 술이나 진탕 마셔 보자.”

“웬만한 거대 갱단의 두 배는 되는 거네. 형씨들, 얼마나 난리를 치고 다녔길래 그렇게 된 거요?”

깡! 깡!

막내 보안관보가 호송 마차의 쇠창살을 몽둥이로 내리치며 웃었다.

그들은 도합 1,500발의 현상금을 받을 생각에 들뜬 상태였다.

그럴 만도 한 게, 운 좋게 잡은 범죄자가 무려 안보 사범으로 분류된 흉악범이었으니.

“그나저나, 현상금을 받으면 내가 좀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뭐? 그런 게 어딨어? 다 같이 공평하게 나누는 거지.”

“아니, 내가 캠핑하던 놈들을 발견했으니 붙잡은 거 아니요? 당연히 내가 더 받아야지.”

“야야! 우리가 없었으면 네 실력으로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아?”

이들을 체포하는 과정은 정말 우연의 연속이었다.

범죄자를 다른 관할에 넘기고 돌아오던 길, 오줌을 싸려던 막내 보안관보는 수풀 속에 숨어 있던 무리를 발견했다.

보안관들은 낯익은 얼굴에 수배 전단지를 살폈고, 수상한 사람들의 정체를 알아내고 말았다.

바로 세븐 시티에서 시위를 주도한 수뇌부들을.

수뇌부를 제압하는 건 쉬웠다.

사제 권총으로 무장한 수뇌부는 중무장한 보안관들에게 저항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살려서 도망가야 보상을 더 받으리란 생각에 전부 생포하게 된 것이었다.

“다들 그만! 이제 바위 계곡까지 왔으니 좀 닥치고 가자.”

“예이, 예이. 근데 이놈들은 범죄자처럼은 안 생겼는데. 남자아이도 있고.”

“우리는 총알만 받으면 되지. 뭘 그런 것까지 신경…….”

퍽!

막내에게 말하던 보안관보가 무언가에 머리를 맞고 낙마했다.

그 광경을 본 다른 보안관보들은 습격에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동료를 쓰러트린 무기가 바로 그의 산탄총 개머리판이었으니까.

“이게 뭔…….”

누군가 겨우 목소리를 내었다.

갑자기 산탄총이 저 혼자 날아올라 주인의 머리를 쳤다.

마족의 흑마법? 아니면 마법사의 소행?

황무지의 햇볕은 살인적이긴 해도 정신이 오락가락할 수준은 절대 못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릴 공격하는가.

“억!”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보안관보가 머리를 맞고 기절했다.

“뭐야! 어디에 있는 누구냐고!”

“너냐? 네놈들이 한 짓이냐고!”

“일단 닥치는 대로 쏴 죽여!”

남은 세 남자는 두려움에 떨며 호송 마차로 총구를 겨눴다.

하지만 혼란을 격화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디선가 날아온 3개의 짱돌. 동시에 머리를 얻어맞은 셋은 말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

히히힝! 놀란 말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고.

숨죽여 상황을 지켜보던 시위대 수뇌부는 고요한 분위기에 어깨를 움츠렸다.

“이거, 뭐가 됐든 탈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젊은 청년이 먼저 의견을 냈다.

나머지 인원은 그 말에 모두 동의하는 눈치였으나, 열쇠는 쓰러진 보안관보에게 있었다.

손과 발이 구속되어 있기에 쇠창살 문을 여는 건 불가능할 터.

뾰족한 대안을 못 내놓는 사이, 젊은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러지 말고 일단 몸으로라도 문을 밀어 보죠.”

“그래, 괜히 시간만 지체하면 다시 끌려갈지도 몰라.”

“토마슨, 네가 망을 봐 주렴. 주변에 사람이 오는지 잘 보고 있어.”

“네, 그럴게요!”

쿵, 쿵, 쿵.

그들은 돌아가면서 어깨로 철문을 두들겼다.

어깨에 멍이 들고 뼈가 부러진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헛고생이라는 것은 잘 알았지만, 반드시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세븐 시티의 비극, 폰테인 그룹이 감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전까지는 절대로.

“아파도 모두 참아요! 저들이 깨어나기 전에…….”

“모두 뭐 하세요?”

사람들을 독려하던 젊은 여자는 철창 밖에서 들린 목소리에 몸이 굳었다.

모두의 시선이 토마슨에게 쏠리자, 어린 소년은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양쪽 길에서 오는 사람은 없었어요. 정말로요!”

“꼬마의 말이 맞습니다. 저는 당신들이 철창을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을 때 저 위에서 떨어졌거든요.”

정체불명의 남자는 태연하게 대답하며 철창 문으로 다가왔다.

바위 계곡 위, 못해도 십수 미터는 넘는 높이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니.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적어도 이 중에는 없었다.

그들이 믿든 말든.

찰칵, 호송 마차의 자물쇠는 남자의 손에 열렸다.

그러고선 어딘가 음흉함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

“저는 여러분들을 구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는 수상하거나 나쁜 사람이 아니니 믿어도 됩니다.”

* * *

특급 현상범 다섯을 실은 마차는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소음이나 증거를 남기지는 않았고, 바퀴 자국은 스칼렛의 염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추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크으, 이게 바로 완전범죄지.

늦은 밤, 우리는 마이너 타운 주변을 벗어난 다음에 캠프를 설치했다.

따뜻한 모닥불, 그 위에 놓인 커다란 냄비에서 맛있는 음식이 보글보글 끓었다.

“마리아 누나, 저기서 쥐 오줌 냄새가 나요.”

“쉿! 토마슨, 그런 말 하면 안 돼.”

어린 소년의 소신 발언에 젊은 여자가 입을 막으며 내 눈치를 본다.

왜? 냄새는 저래도 맛은 있을 거라고.

어린아이의 투정 정도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지.

나는 되레 자비와 사랑을 담아 토마슨에게 말해 주었다.

“꼬마야, 너는 꼭 두 그릇 먹어. 많이 먹어야 쑥쑥 크지.”

내 자비로움에 토마슨이 어깨를 떨었다.

호호호, 어째서 울먹이는 걸까.

음식의 맛을 모르는 젖먹이는 무시하고, 나는 냄비에 든 국자를 저으며 마지막 작업을 시작했다.

“원래 요리라는 게 향신료 맛이거든. 자, 후추랑 소금이랑 이것저것. 이렇게 넣으면 대충 먹을 만하단다.”

잘 만들어진 핑크색 스튜는 개인 식기에 고스란히 옮겨졌다.

총 7인분의 식사.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국물 맛을 보았다.

‘어디 보자. 음식이 성공했나.’

나는 숟갈을 뜨기 전에 먼저 음식의 정보를 확인했다.

●[실패: 전갈&들개 스튜]●

분류: 요리

등급: 일반

설명: 단백질이 듬뿍 들어간 영양 만점의 요리이지만, 조리사의 숙련도가 낮아 실패했습니다. 원래의 요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결과물이기에 효과가 없습니다.

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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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이름 앞에는 성공의 어머니가 적혀 있었다.

누군들 처음부터 잘하겠는가,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성공의 꽃을 피우는 법이거늘.

‘그래도 대실패는 안 떴으니 괜찮겠지.’

나는 스튜를 한입 떠서 구강 내부로 흘려보냈다.

뭐야, 최악은 아니잖아. 나는 저번에 먹었던 메뚜기 국을 떠올리며 그릇을 비워 갔다.

슬쩍 옆을 쳐다보니 스칼렛은 이미 그릇의 반을 비웠고, 나머지 사람들도 군말하지 않고 음식을 삼켰다.

의외로 토마슨까지도.

‘이만하면 성공이라 볼 수 있겠네.’

나는 압축 주머니에서 ‘실전 압축! 황무지 요리<상편>’을 꺼내 보았다.

이 책은 황무지의 동식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

갑자기 요리왕을 꿈꾸게 된 것은 아니었고, 요리 스킬을 올려 능력치를 얻으려는 심산이었다.

현재의 숙련도는 [요리 입문] E랭크.

이 스킬도 사격이나 전투처럼 성장형 스킬이기에 다량의 능력치를 얻기 쉬었다.

문제는 내 요리 실력이 지구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말 별로라는 건데.

그거야 스칼렛이 잘 먹어 주면 되니까.

“후우, 잘 먹었다! 루카, 정말 맛있었어.”

지금도 빈 그릇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안색이 조금 창백해지긴 했지만.

“맛있었다니 다행이야. 다들 드실 만하시죠?”

“네에, 정말…… 정말 맛있었습니다.”

“먹을 걸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물 좀 마셔도 될까요?”

“젊었을 적에 길거리에서 지냈던 향수가 느껴지는군.”

남자 셋은 모두 훌륭한 사회인의 면모를 뽐냈다.

토마슨은 왜 도끼눈을 뜨고 있니? 천천히 시선을 움직이자 마지막으로 그릇을 내려놓은 마리아가 말했다.

“크흠, 잘 먹었습니다. 그보다 슬슬 저희를 구해 주신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보니까 핑거톤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요.”

“아, 경황이 없어서 아직 제 소개를 안 드렸군요. 제 이름은 루카이고, 연합 정부의 해결사로 있습니다.”

나는 품에서 금속 패를 꺼내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대다수는 이 물건을 보고도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 증표의 의미를 아는 노인만이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나는 길버트라고 하네. 생각보다 더 대단한 젊은이였구먼.”

“반갑습니다, 어르신. 조금 더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마족과 관련된 수사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족 말인가?”

수뇌부는 저마다 시선을 교차하며 동료의 얼굴을 살폈다.

그래, 그런 반응을 기대한 거야. 나는 금속 패를 집어넣으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믿을 만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세븐 시티에서 마족을 봤다는 정보를 입수해서요. 그 내용을 소상히 듣고 싶어서 여러분들을 찾아온 것입니다.”

나는 그리 말하면서 다리를 꼬며 볼펜과 수첩을 꺼냈다.

단순히 쇼에 불과해도 또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럴듯하거든.

사기꾼들이 괜히 행색이나 외형에 신경 쓰는 게 아니다.

아, 나는 사기꾼은 아니지만.

“아무도 저희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모든 걸 다 잃은 상황에서야 구세주를 만나는군요.”

먼저 마리아가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에게 손수건을 전해 준 길버트는 주름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훑고서 말을 이었다.

“사실 우리는 수뇌부라 불릴 사람들이 아니네. 그런 복잡하고 음흉한 사람들이 아니란 말일세. 폰테인 패밀리에게 피붙이를 잃고 앞에 서서 목소리를 냈을 뿐이지.”

“그렇군요. 좀 더 소상히 말씀해 주세요.”

“그놈들의 수법은 대부분 비슷하네.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가 큰 실수를 저지르면 어딘가로 부르지. 그러고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걸세.”

“저희 아버지는 폰테인 캐피탈에 빚이 많았는데, 어느 날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하셨어요. 기한에 맞춰서 착실히 갚고 있었는데도요!”

마리아가 울음을 삼키며 말했고, 나머지 두 남자의 사연도 대부분 비슷했다.

폰테인 그룹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은 약자들, 누구 하나 죽어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는 빈민의 이야기였다.

‘스칼렛도 슬슬 열이 받는 것 같고.’

슬쩍 시선을 돌리니 얼굴이 새빨개진 스칼렛이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강렬한 열망, 그녀의 마음이 자극될수록 능력의 성장 폭이 커지니 좋은 일이었다.

여기까지는 흔한 빈민의 설움을 보여 줄 뿐.

진짜 커다란 한 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토마슨의 마지막 증언은 거의 핵폭탄급 파괴력을 가졌으니까.

“저희, 저희 아버지는 폰테인 그룹의 경비로 일하셨어요.”

불안한 어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토마슨.

소년의 사연은 이러했다. 폰테인의 개인 창고에서 외부 경비로 일하던 아버지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한 것.

그가 목격한 물체는 인간의 형상을 띠고 섬뜩한 검은색 기운을 내뿜었으며, 내부 경비들을 거침없이 씹어 먹었다고 말했다.

“저는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말하는 걸 몰래 엿들었어요. 그런데 다음 날에 어떤 사람들이 집에 와서…….”

“거기까지 말해도 충분해. 꼬마야, 그동안 힘들었겠구나.”

탁!

나는 토마슨을 위로하며 빈 수첩을 닫았다.

잔뜩 썰렁해진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입을 닫고 나의 말을 기다렸다.

“수사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물증은 없어도 폰테인 그룹이 꼬마를 지명수배 한 이상, 뭔가 뒤가 구린 건 확실하니까요.”

“맞아, 나도 찬성이야.”

나와 진지해진 스칼렛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마리아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반응에 무언가 희망감을 느꼈다.

한 사람만 빼고.

“젊은이, 뭐 좀 물어봐도 되겠나?”

“예, 길버트 어르신. 편하게 말씀하세요.”

“나는 이 나이까지 살면서 많은 해결사를 보았네. 다들 초인처럼 강하고 현명한 자들이었지.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라도 폰테인 그룹에 대항하지는 못했어. 이유를 아나?”

“힘의 차이가 명백하니까요. 아무리 해결사가 연합 수사관에 맞먹는 권한을 가졌어도 어디까지나 개인일 뿐이죠.”

명료한 대답에 길버트는 목을 뒤로 빼며 의아해했다.

“그걸 잘 알면서 우리를 돕겠다고 했나? 나는 자네가 걱정돼서 그러네.”

길버트는 진심으로 나와 스칼렛을 걱정하며 말했다.

당사자도 아닌데 제 발로 사지를 향해 뛰어드는 게 아닌가.

하지만 나는 억울하다.

‘우리끼리 폰테인 그룹에 대항한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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