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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83화 (184/188)

< 183화 >

라오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예전부터 이상했거든.”

신들은 봉인까지 감수해가며 다른 세상과의 싸움을 준비한다.

그리고 승자 독식.

이긴 세상의 신들은 모든 걸 가지고 진 세상의 신들은 그렇게 봉인된 채 잊혀져 사라진다.

그런데 라오는 다른 신들의 이목을 어떻게 피해온 걸까.

신들이 바보라서?

아니면 정말 라오의 말대로 라오가 특별한 존재라서?

“신들이 스스로를 봉인해가며 싸운 건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어서잖아.”

“다시 말하지만 나는 특별한 존재다.”

“그러니까 왜 특별하냐는 거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봉인되지도 않은 채 신들의 이목을 피해 지금까지 숨는 방법.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거든.”

나는 휘황찬란한 광채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세상과 합쳐질 때 뚜껑 따보기 전엔 모른다며. 어떤 세상인지 어떤 신이 존재하는지.”

“......”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그럼 다른 세상에 숨어있으면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잖아?”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나?”

“물론 완전 다른 세상이라면 불가능하지.”

나는 손가락으로 라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니 입으로 니가 말했잖아? 우리가 있는 이 세상 자체를 둘로 나누면 조율이 가능하다고.”

나는 라오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넌 이 세상을 둘로 나누기 위해 신성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어. 하지만 네가 진짜 신성력을 필요로 하는 건 세상을 둘로 나누는 게 아니라 두 세상을 연결하기 위해서 아니야?”

나는 라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냐하면 이미 세상은 나뉘어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넌 거기 숨어있는 거고.”

라오는 늘 의아했다.

-왜 이런 무의미한 싸움을 반복해야 하는 거지?

짧게는 수천, 길게는 수만 년에 걸쳐 반복되는 다른 세상과의 싸움.

다행히도 라오의 세상은 2번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3번째 싸움에서도 승기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천둥신 라오님.”

인간들이 신전에 모여 라오를 위해 기도를 올린다.

“저 괴물들로부터 지켜주시옵소서.”

이번 세 번째 마주한 세상은 이족보행을 하며 동물의 머리가 달린 종족으로 가득했다.

문명의 수준은 미개했으나 그들의 호전성과 번식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다행히 지금은 모든 대부족들을 전멸시켰지만 뿔뿔이 흩어진 괴물들은 지금도 도처에 숨어 인간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저 괴물들을 이겨낼 힘을 주시옵소서!!”

라오는 생각했다.

-이번에도 피해가 상당하네.

괴물들과의 싸움으로 인구의 80퍼센트가 증발했다.

저쪽 세상의 신성력을 갈취한 덕에 봉인도 풀었고 다음 전쟁까지 시간을 벌었지만 라오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지겨워.

늘어날 만하면 웜홀이 열려 피해를 입고.

간신히 이긴 뒤 다시 복구하면 또 다른 세상이 다가오고.

거기다 다른 세상에게 패배해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어차피 이겨봤자 다음에 또 똑같이 다른 세상과 싸워야 해. 왜 이런 무의미한 짓을 반복해야 하는 거지? 조화를 위해? 차원의 법칙?

신도들은 자신을 신이라 부르며 칭송하지만 라오는 이 모든 일을 관장하는 게 누구인지 또 왜 그러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종말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 완전히.

4번째 싸움도 승리했다.

하지만 라오의 무력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하게 라오를 옥죄어 왔다.

-또 무의미한 싸움이 끝났다.

아무 의미도 없는 싸움.

결국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끊임없는 반복.

라오는 화가 났다.

-왜 내가 휘둘려야 하지? 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끊임없는 싸움을 반복해야 하는 거지?

한참 동안 고민을 거듭한 라오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 어차피 또 합쳐질 세상이라면 내가 통제할 수 있게 만드는 거야. 세상을 둘로 나눈다.

세상을 둘로 나누어 두 세상의 인력을 동일하게 통제한다.

그렇게 완성된 라오의 계획.

하지만 다른 신들은 경악하며 라오를 말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차원의 섭리에 어긋나는 짓이다.

신들의 반대에 직면한 라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주어진 것에만 만족하는 한심한 놈들.

그렇게 끝없이 세상을 나누는 방법 연구에 몰두하는 사이 다시 세상은 인류로 가득해졌고 다시금 다른 세상을 불러들였다.

이미 4번이나 같은 싸움을 해온 신들은 여느 때와 같이 봉인을 준비하며 인류의 강화에 힘을 쏟았지만 라오는 달랐다.

다른 신들과 함께 봉인하는 척 연기를 한 라오는 다른 신들이 모두 봉인된 걸 확인하고 바로 행동에 나섰다.

바로 신들이 인간의 강화를 위해 준비한 알고리즘을 통째로 흡수하는 것.

신들이 신격의 유지까지 포기해가며 다른 세상과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준비한 막대한 신성력.

-...부족해.

하지만 세상을 나누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미 다른 세상과 합쳐지기 얼마 남지 않은 상황.

-다른 세상과 싸움이 시작되면 인류의 절반 이상이 죽을 거야.

앞선 4번 모두 그랬으니까.

-어차피 죽을 목숨. 세상을 위해 바쳐라.

라오는 신들을 속이고 훔쳐낸 신성력을 이용해 인류를 세뇌시켜 나갔다.

“라오신 만세!!”

라오의 영향으로 점차 광기에 차오른 인류.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라오는 다른 세상과 합쳐지기 바로 직전.

-모두 세상을 위해 죽어라.

라오는 모든 인류를 자기희생 시켰다.

자기희생으로 발생한 막대한 양의 신성력.

-흐아아아!!

그렇게 라오는 세상을 둘로 나누었다.

성공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절반의 성공.

-...막혔어.

세상을 둘로 나누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문제는 원래 세상과의 연결까지 끊어졌다는 것.

-이러면 안 되는데.

계획의 핵심은 두 세상의 완전한 공조.

연결이 끊어진 두 세상은 결국 별개의 세상이나 다름없다.

그날부터 라오는 세상을 나누고 남은 모든 신성력을 동원해 연결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마침내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신성력이 부족해.

세상은 주기적으로 인력에 따라 합쳐짐과 나눠짐을 반복한다.

그런 합쳐짐을 오로지 라오의 힘만으로 강제한다는 건 불가능.

더 많은 신성력이 필요했다.

-지금 내 힘으론 아주 작은 통로를 연결하는 게 전부야.

그마저도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소모된다.

-어떡해야 하지.

게다가 이미 연결하는 법을 연구하는 데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쪽 세상이야 라오의 통제로 철저히 모든 생명체가 배제되고 있지만 원래 세상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새로운 종족과 새로운 신이 탄생했을 터.

-설득은 불가능하다.

합쳐짐을 4번이나 겪었던 신들도 반대했는데 이제 막 새로 탄생한 신들이 신도들을 전부 포기해가며 자신의 계획에 따를까?

아직 경험해보지도 못했는데?

-신성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원래 세상의 눈을 피해 힘을 모으는 방법.

“내 말이 틀려?”

내 말에 라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장지후... 네놈...”

“정곡을 찔렀나 보네?”

내 말에 라오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설사 그렇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라오가 하늘의 광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미 현신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까!”

“그럼 마지막 질문.”

나는 라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지금 여는 통로. 계속 열려있는 거 아니지? 만약 지금 모은 신성력 정도로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두 번째 세상도 만들어져있으니 굳이 사람들을 희생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신성력을 모아 일회용 통로를 만들어 신격을 이곳에 소환하고 여기 사람들을 이용해 영구적 통로를 만들 생각인 거지?”

라오가 고함을 지르며 외쳤다.

“넘겨짚지 마라!”

“화내는 거 보니까 맞나 보네.”

나는 신들과 인간. 초인과 초능력자들 사이에 끼어 모든 일을 경험해보았다.

그렇기에 나만이 가능한 추론이다.

신들의 입장도 알고 라오의 입장도 모두 아는 건 내가 유일하니까.

그리고 신격을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내가 유일하니까.

“너가 예전에 야매 현신했을 때 말이야. 그때 교단 상태창 붕괴 직전까지 신성력을 끌어다 썼잖아. 게다가 이번엔 어차피 나에게 돌려줘야 하니 상태창 골수까지 뽑아다 썼을 거고. 맞지?”

“......”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슬슬 약속대로 상태창을 회수해야지?”

라오가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네놈... 무슨 짓을 하려고...”

“내가 왜 죽어라고 신성력을 모았을 거 같아?”

괴물 사냥이든 초능력자 사냥이든 닥치는 대로 신성력을 모았던 이유.

“흡!!”

신성력들이 연결선을 타고 북미의 신도들에게 날아간다.

그리고 그 신성력들은 다시 연결된 교단 상태창의 연결선을 타고 교단 상태창에 날아간다.

“이. 이게 무슨!!”

붕괴 직전까지 혹사된 교단 상태창에 신성력이 마구잡이로 흘러들어오자 라오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태창에는 의지가 없어. 프로그래밍 된 대로 움직인다고. 그런데 그 프로그램이 깨졌다? 그럼 그때부턴 무방비지 뭐.”

라오가 교단 상태창의 모든 걸 소모할 그 시점만을 기다렸다.

라오의 신성력과 내 신성력이 융합되어있는 교단 상태창이 텅텅 비었을 때 내 신성력을 쏟아부어 채운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괴물을 잡았어도 교단 상태창의 막대한 신성력에는 비할 바 못 되지만 현신을 위해 대부분의 신성력을 소진한 교단 상태창 정도는 충분히 장악할 수 있다.

나는 순식간에 라오에게 달려들어 팔뚝을 잡았다.

“오랜만이야, 내 몸.”

나는 라오가 장악하고 있는 내 몸에 리틀이를 침투시켰다.

“라오님!!”

경악한 주교들이 달려들었지만 이미 리틀이는 완전히 교단 상태창을 장악한 상태.

“이미 늦었다!!”

라오가 광기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연결은 이미 끝났어! 네가 아무리 발악해봐야 소용없다!!”

하지만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뭘 발악해? 현신시켜준다고 했잖아. 신격을 걸고 한 약속이야. 내가 소멸되지 않은 거 보면 모르겠어?”

“...뭐?”

“내가 곰곰이 네 입장에서 생각해 봤는데 말이지. 신격을 유지한 채 봉인되지 않고 이쪽으로 넘어올 방법이 뭘까?”

교단 상태창의 스킬 구성 상태와 라오가 처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답은 딱 나온다.

“너 원래 계획 말해줄까? 우선 신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신격을 축소해서 이쪽으로 넘어오는 거야. 그리고 나를 교화시켜 신도들을 늘려가는 거지. 만약 네가 직접 하면 신격이 늘어나 신들이 알아차릴지 모르지만 교화된 내가 너 대신 교단 상태창에 신성력을 차곡차곡 쌓았을 거니 네 신격은 줄어있는 상태를 유지했을 거고.”

교단 상태창 뒤에 숨어 신성력을 모으려던 라오의 계획.

원래라면 교화됐을 내가 라오 대신 신성력을 모으는 그림이었겠지만 나로 인해 모든 게 뒤틀렸다.

“그렇게 숨어있다 신들이 모두 봉인되면 교화된 내가 교단 상태창을 너에게 통째로 바치고.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지. 신격을 축소했다면 남은 신성력은 어디 있는 걸까? 신격을 나누는 건 불가능. 심지어 세상을 넘나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거고.”

나는 창백해진 라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가지고 있던 신성력을 여기 세상 신들처럼 알고리즘을 짜서 안전한 저쪽 세상에 남겨두고 신격을 최대한 축소시켜서 온 거지?”

나는 광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저쪽 세상에 안전하게 보관한 네 신성력을 불러오는 통로고. 그게 네가 의도한 현신 아니야?”

< 183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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