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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81화 (182/188)

< 181화 >

“미국에서 신도 수가 늘고 있다라...”

장지후에 의해 연결이 끊겼던 미국 대피소 생존자들이 다시 천둥교의 신도가 되고 있었다.

“장지후의 지시겠지?”

“그런 걸로 추정됩니다.”

“흠.”

미국은 최초 천둥교 영향하에 있던 41개국보다 훨씬 늦게 수복을 하기 시작했고 워낙 땅이 넓어 남아있는 생존자라고 해봐야 수백만에 불과하다.

장지후의 반발을 염려해 그 정도쯤은 내버려둘 생각이었는데 자진해서 기껏 끊어낸 사람들을 다시 천둥교에 입교시키다니.

라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부라도 할 속셈인 건가.”

라오는 명령을 기다리는 사제에게 말했다.

“장지후는?”

“여전히 괴물 사냥을 다니고 있습니다.”

모든 게 완벽하다.

두 세상의 신들이 남긴 모든 걸 먹어치웠고 가장 우려했던 장지후는 자신과 신격을 건 약속을 통해 자신의 계획을 거들고 있다.

라오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아주 좋아.”

“후.”

괴물 사냥을 마치고 근처 대피소에 도착한 나는 초인 부대 대장에게 말했다.

“다들 쉬어.”

“예!”

내가 있는 곳은 중국의 흑룡강성.

한국은 이미 완벽에 가까울 만큼 정리가 되었기에 괴물 군집을 찾아 위로 위로 올라와 도착한 게 이곳이다.

“고마워. 소장.”

내 말에 대피소 소장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보급도 부탁해.”

“이미 근처 대피소에 식량을 요청해뒀습니다.”

보통 대피소 하나의 인원은 많아야 수천 명.

1만에 달하는 초인 부대가 사용할 식량을 단독으로 보급해주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 그래.”

어차피 모든 소장들은 라오에 의해 교화당한 사제들.

길게 대화할 필요는 없다.

대피소 안을 거닐자 사람들이 나를 보며 허리를 숙인다.

하지만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과 다르게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초리가 매섭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어쩔 수 없지.”

대피소는 공간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껏해야 2,000밖에 안 되는 대피소에 1만이 넘는 대군이 들이닥치는 것도 모자라 귀중한 식량까지 얻어가니 저들로선 당연히 불만이 쌓일 수밖에.

하지만 최근까지도 라오에 의해 핍박받은 경험이 있기에 감히 반발하지 못하는 생존자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길을 걸으며 중얼거렸다.

“조금만 참으라고. 1년도 체 안 남았으니까.”

그렇게 길을 걸어가는 그때.

“응?”

어디선가 살기가 느껴진다.

나는 재빠르게 리틀이로 방어 스킬을 만들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그 순간.

“공격해!!”

갑자기 나타나 나를 포위한 사람 중 하나가 외쳤다.

“바인딩!”

투명한 무언가가 나를 속박해 온다.

“이때야! 공격해!”

그러자 나를 포위한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라이트닝!”

“홀리 에로우!”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초능력자들이네.”

종말 후 초능력자는 로이의 부하들과 천둥교 소속 초능력자 이렇게 두 집단밖에 남지 않았었다.

국가 소속 초능력자는 모두 웜홀에서 사냥을 하다 괴물 웨이브에 휩쓸려 사망했으니까.

살아남은 민간인 초능력자는 모두 자신을 구해준 천둥교에 소속되길 원했고.

천둥교의 초능력자는 모두 라오에게 사로잡혀 신성력을 강탈당했으니 이들은 아마도 외부에서 활동한 덕에 잡히지 않은 로이의 부하들.

“죽어!!”

-콰광!

발현된 초능력들이 연이어 내 몸을 강타했다.

“성공인가?”

하지만 난 이미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존재.

“흡!”

온몸에 은은히 빛나는 베리어로 초능력을 모두 막아낸 내가 기합 한 번과 함께 힘을 주자 내 몸을 속박하고 있던 바인딩이 가볍게 풀려버린다.

초능력자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괴. 괴물 같은 놈.”

나는 옷을 툭툭 치며 말했다.

“로이 부하들이야?”

내 말에 초능력자들이 악을 지르며 외쳤다.

“그렇다! 네놈이 박살 낸 초능력자 부대원이다!”

“그렇구나.”

나는 초능력자들에게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런데 안타까워서 어떡해? 그 정도로는 내 몸에 생채기 하나도 낼 수 없는데.”

“크윽!!”

“못해도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한 번에 공격해야 어이쿠. 이거 좀 위험하구나 할 정도라서.”

그때 멀리서 굉음을 듣고 달려오던 경비대가 외쳤다.

“저기다!”

경비대의 출현에 초능력자들이 이를 갈며 말했다.

“어차피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여긴 사방이 막혀있는 대피소.

이 대피소에서 나를 공격하고 도주할 방법은 전무하니 애초에 이들은 목숨을 버릴 각오로 이곳에 온 거겠지.

효과는 없었지만.

“좋은 각오네. 그런데 계속 능력을 쓰면 신성력이 소모되잖아.”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진동.”

내 말이 끝나자 초능력자들이 모두 머리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크윽!!”

“뇌가 흔들려서 당분간 정신 못 차릴 거야.”

나는 초능력자들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잘 먹을게.”

“크윽!”

모든 신성력을 강탈당한 초능력자들이 나를 노려보며 외쳤다.

“인류의 배신자!”

초능력자의 말에 주변을 둘러싼 생존자들이 웅성거리며 말했다.

“인류의 배신자?”

“김상식 주교님이?”

“여기서 그렇게 외쳐봐야 달라지는 건 없어.”

일반 생존자들은 나와 라오 간에 있었던 싸움과 초능력자 그리고 신들의 존재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으니까.

“이대로라면 인류는 모두 라오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될 거다!!”

초능력자의 외침에 생존자들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천둥교랑 라오님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사는 건데.”

“그. 뭐냐. 약탈자들인가 본데?”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봤지?”

내 말에 초능력자가 이를 갈며 말했다.

“애초에 저런 무지렁이들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흐흐.”

그러니까 지들만 살겠다고 대피소로 쏙 피한 거 아니겠나.

“죽여라. 교화되어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 너도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죽여라!”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죽일 생각 없어. 로이네한테 이야기 못 들었어? 나 걔네 하나도 안 죽였는데? 교화도 안 시켰고.”

“......”

“하지만 날 죽이려 든 놈들을 그냥 보내줄 수는 없고. 거기다가...”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나는 초능력자들을 박멸해야 한단 말이지.”

내 말에 초능력자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뭐. 뭐라고?”

“잔당 수가 얼마나 되지? 은신처는?”

내 말에 초능력자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절대 알려줄 수 없다!”

“뭐. 치밀한 로이 부하들인 만큼 너희를 여기로 보냈을 때 이미 연결고리를 모두 끊었겠지? 성공과 실패와 상관없이 못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그게 지금까지 로이의 초능력 부대가 걸리지 않은 비결이니까.

“잘 아는군. 넌 나에게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

“그렇다면 습격자인 너희 말고 성공 유무 확인을 위한 확인자가 따로 있겠네?”

내 말에 초능력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서. 설마.”

“스캔.”

리틀이를 이용해 급조한 스캔 스킬.

지구본을 만들며 한층 올라간 광역 탐색 제조 능력이 빛을 발한다.

스캔 대상의 특징은 단 하나.

나와 라오 이외의 신성력을 지닌 사람을 찾을 것.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찾았다.”

“헉. 헉. 헉.”

숨어서 결과를 지켜보던 초능력자가 창백해진 표정으로 뛰어가며 말했다.

“괴물 같은 놈.”

장지후의 힘은 일찍이 전해 들었지만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의 피부에는 와닿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 경험으로 깨달았다.

엄선한 요원들의 초능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내고 손가락 한번 튕기는 걸로 모든 요원을 제압하는 극도로 절제되고 효율적인 능력.

“암살은 실패다. 장지후를 암살하려면 더 엄청난 화력 집중이 필요해. 일단 이 사실을 어서...”

그때 초능력자의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

“안녕?”

그 목소리에 걸음을 멈춘 초능력자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자... 장지후.”

자신의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나를 발견한 초능력자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어. 어떻게 여기에.”

“너네는 초능력을 쓰지만 그 기원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저 주어진 대로 사용만 할 뿐. 이게 얼마나 무궁무진한 힘인데.”

그리곤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더욱 두렵기도 하고.”

“무. 무슨 소리냐!”

“아무튼 그런 게 있어.”

바닥에 착지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이제 나한테 어디로 가던 중인지 설명해 주실까?”

내 말에 각오를 굳힌 초능력자가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거다.”

“흠.”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로이의 초능력. 환상을 보여주는 거였지. 그리고 라오의 교화. 교화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아마도 효율 때문일 거고.”

나는 초능력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환상을 동반한 최면. 가능할 거 같은데.”

최면이란 말에 초능력자가 갑자기 품에 손을 집어넣는다.

“워워.”

하지만 내가 급조한 바인딩 스킬에 멈춰선 초능력자.

나는 초능력자의 품에 손을 집어넣어 권총을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자살은 안 되지.”

초능력자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

“무섭지? 두렵지?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이 너무 겁나지? 그래서 그래. 나도 이 힘이 무섭거든.”

나는 초능력자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러니 협조 부탁한다.”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던 무어 소령이 방 안을 서성이며 말했다.

“성공했을까?”

장지후의 암살.

사실 대세에 큰 영향은 없을 수도 있다.

이미 초능력 부대는 괴멸해 인류의 희망은 사라졌으니까.

그럼에도 암살을 시도한 이유는 희망이 사라진 남은 자들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인류의 배덕자에 대한 마지막 저항.

“...실패했겠지.”

사실 암살을 시도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는 않았다.

1만에 달하는 초인 부대.

그리고 외부로부터 완벽에 가까운 방어력을 보여주는 대피소.

거기다 장지후 본인이 가진 그 끝을 알 수 없는 힘까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며 부관이 들어와 말했다.

“소령님! 첩보원이 돌아왔습니다!”

“추적은?”

무어 소령의 말에 첩보원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여러 루트로 돌아서 왔습니다. 추적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방심하지 마라.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대피소가 모두 한날한시에 공격당했어.”

무어 소령의 말에 부관이 답했다.

“안심하십시오. 만일을 대비해 7명이나 되는 첩보 요원들이 릴레이로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무어 소령 앞에 도착하기까지 7번에 걸쳐 정보를 전달하는 치밀함.

“그래. 결과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눈앞에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무어 소령이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실패했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실패할 거라고 합니다.”

갑작스런 첩보원의 이상한 말에 무어 소령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지? 앞으로도 실패할 거라니.”

하지만 태연한 표정으로 말하는 첩보원.

“아니. 실패는 고사하고 기회도 없을 거라고 합니다.”

첩보원의 이상행동에 무어 소령이 품에서 총을 꺼내려는 순간.

“바인딩.”

생뚱맞은 목소리와 함께 온몸이 굳어 버린 무어 소령과 부관.

“안녕?”

그리고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스르륵 투명화가 풀리며 나타난 나.

“나 장지후야. 네가 대장이야?”

“네. 네놈이 어떻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 이런 점조직은 아래부터 쳐 올라가면 끝도 없는 법이거든. 그래서 대가리부터 아래로 쳐 내려갈라고.”

대피소가 습격당한 걸 인지한 순간 모든 외부 요원들은 대피소와의 연결을 두절한 채 잠적했었다.

이렇게 기회가 왔으니 모조리 잡아야지.

“자. 질문. 너보다 위에 상관이 있어?”

“저. 절대 말 못 한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이거 단기 최면 거는 게 생각보다 신성력이 많이 들어서 웬만하면 협조 부탁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나는 무어 소령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자. 시작하자.”

< 18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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