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66화 (167/188)

< 166화 >

초인 장비를 입은 병사가 주먹을 내질렀다.

“하!!”

병사의 팔뚝에서 부스터가 터지며 더욱 강렬해진 주먹이 다른 초인 병사에게 작렬했다.

“컥!!”

초인 장비를 입은 병사들끼리 어우러져 일어난 전투.

한쪽은 내가 교화를 해제시킨 초인 병사고 반대편은 라오가 보낸 초인 부대 병사들이었다.

육중한 초인 장비를 입은 병사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라오님을 배신한 배덕자들!”

“개소리하지 마! 배신자는 너네야!”

그때 천둥교 측 초인 장교가 외쳤다.

“합일!”

이대로라면 교화가 풀리며 모든 스킬을 잃은 초인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릴 터.

내가 나설 차례였다.

“스피드 강화.”

초인 장비를 입고 신체 강화 스킬을 사용한 내가 합일을 시전한 초인 장교를 막아섰다.

“장지후!!”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장지후다.”

합일을 시전해 강력한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초인 장교의 공격을 스피드 강화 스킬로 피해 넘겼다.

그리고 재빨리 약물을 투입시키며 리틀이를 재구성하며 외쳤다.

“라이트닝!”

초인 장교가 입고 있는 장비의 약점인 전기 스킬.

겨우 1초 만에 만들어진 스킬에 감전된 초인 장교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끄으으으!!”

그리고 이내 바닥에 누워 개거품을 문 초인 장교.

이와 비슷한 광경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화염!”

“빙결!”

초인 병사들이 앞을 막는 사이 로이의 부하들이 내 마커에 맞춰 적절한 초능력을 발현시키자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초능력자부터 처리해!!”

천둥교 초인 부대 대장의 외침에 초인 병사들이 초능력자들을 노리자 초인 병사들이 초능력자들을 둘러싸며 인의 장벽을 만들었다.

“크윽. 젠장!”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초인 병사는 그 자체로도 이미 훌륭한 병사다.

“속박!”

거기에 더해 시기적절하게 터지는 초능력은 우리 측 초인 병사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도 충분했다.

초능력자들의 눈치를 보며 홀로 작전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천둥교 측 초인 부대는 꿈도 못 꿀 초인과 초능력자의 완벽한 협업.

거기에 만능 능력자이자 초인 부대를 완전 꿰뚫고 있는 나의 정보가 적절히 어우러지니 천둥교의 초인 부대는 순식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외쳤다.

“밀어버려!!”

우리를 막아섰던 초인 부대를 전부 제압한 나는 천둥교 측 초인 병사들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외쳤다.

“교화 해제.”

실험을 통해 신체 능력은 유지시키고 오로지 교화만을 해제시키는 새로운 스킬.

교화 해제 스킬이 발동되자 교화가 풀린 병사들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긴말하지 않겠다.”

나는 교화가 풀린 초인 병사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나와 함께하자! 나와 함께 이 세상을 다시 올바르게 만드는 거다!!”

교화 해제.

교단 레벨을 올리려 노력했던 이유가 바로 이 스킬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비록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지만 나는 성공했다.

내 손으로 세뇌시킨 사람들을 내 손으로 해방한다.

그때 한 초인 병사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장지후.”

“그래. 내가 장지후다.”

“네 말은 라오가 악이고 네가 정의라는 뜻이냐?”

“......”

“초인 부대는 모두 종말이 터지기 전에 창설되었다. 무슨 뜻인지 아나?”

초인 병사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와 내 동료를 세뇌시킨 건 바로 너란 말이다. 라오가 아니라.”

병사의 말에 다른 초인 병사들이 동요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해한다. 내가 라오를 탓할 자격이 없다는 거 안다.”

나는 분명 내 손으로 군인들을 교화시키고 내 손으로 나라들을 뒤집었다.

그 폭풍 같은 시기에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도 휘말렸던 것 역시 사실.

“나에게 있어서 너나 라오나 내 의지를 박탈한 괴물이다. 그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라오를 벌하겠다는 거지?”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네 말에 동의한다. 나는 라오를 벌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라오의 말에 속아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희생을 강요했다.”

나는 초인 병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라오를 막을 수 있는 것 또한 나뿐이다. 내가 지은 죄. 라오를 막고 모든 걸 정상으로 되돌린 뒤 달게 받겠다.”

나는 초인 병사들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도와다오. 너희의 힘이 필요하다. 나 혼자선 역부족이야. 만약 끝까지 나를 믿지 못하겠다면 떠나도 좋다. 하지만 이것만은 믿어라.”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너희를 속여 교화시키긴 했지만 최소한 내 목표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내 말에 한 초인 병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사실 교화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기는 했을까?”

초인 병사가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

“미국은 전혀 종말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 하지만 우리는 교화된 덕에 미리부터 종말을 대비해 왔고. 만약 교화가 없었다면 괴물들에 의해 무방비로 전멸당했겠지. 우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초인 병사의 말에 다른 병사들 역시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괴물 사태가 터졌을 때 난 사람들을 모아 안전한 대피소로 피해있었어.”

“나도.”

동료들의 말에 가장 먼저 의문을 제기한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맞아. 그래서 묻고 싶다, 장지후.”

“말해.”

“대략 4년 전. 그때부터 라오가 이상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중단했던 강제 교화를 초능력자들 몰래 진행했지. 그때부터였나?”

병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확하다. 나는 원래 교화를 해제시킬 수 있다고 믿어왔다. 사람들이 종말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으니 일단 교화라도 시켜 강제로 살리려 한 거지. 하지만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교화가 가진 무서움을 깨달았고 강제 교화를 중단시켰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라오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지. 덕분에 몸도 빼앗겨 이 지경까지 왔고. 그게 4년 전부터 내가 달라진 이유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초인 병사가 말했다.

“그럼 네 목표는 뭐지?”

“사람들을 구하고 교화를 해제시키는 것. 그게 내 유일한 목표다.”

“만약 우리가 합류하면... 라오를 막을 수 있나?”

“확답하지 않겠다. 지금 내 힘은 라오에 비해 압도적으로 부족하니까. 하지만 너희가 도와준다면 성공 확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겠지.”

“만약 우리가 거부한다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상관없어. 나는 혼자라도 간다. 그게 내가 속죄할 유일한 방법이니까.”

결국 대부분의 초인 병사가 내 쪽으로 합류했다.

그중엔 가장 먼저 의문을 제기했던 병사도 있었다.

그가 합류하기 전 했던 말이 아직도 머리를 맴돈다.

-너를 완전히 용서한 건 아니야. 이유가 어찌 됐든 넌 나와 동료를 속이고 교화시킨 장본인이니까.

그리고 그 병사는 말했다.

-하지만 라오에게 몸을 빼앗기기 전의 너는 늘 교화에 대해 부정적이고 신중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사람의 목숨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겼지. 지금의 라오와 다르게. 그러니 한 번 더 믿어볼 생각이다. 그러니까.

그 초인 병사가 뒤돌아서며 말했다.

-실망시키지 마십시오.

“실망이라...”

박종문은 언제나 나에게 변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나 하나가 변하면 수십 수백만의 사제가 동시에 변하니까.

“... 몸을 빼앗긴 거지만 저들에겐 내가 변한 거나 다름없겠지.”

갑작스런 라오의 변화.

분명 그 변화는 지구의 생존자들에게 큰 시련이었다.

직접 그 변화를 경험한 병사들이기에 더욱 체감이 크겠지.

그런 병사가 다시 한번 나를 믿어보겠다고 했다.

“좋아!”

아직 용서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용서받을 기회는 얻어낸 거 아닌가.

“두 번 실수는 없다!!”

그렇게 우리의 앞길을 막아서는 초인 부대를 박살 내며 진격한 지 벌써 이주.

우리 부대의 규모는 500을 넘어 어느덧 4,000에 육박했다.

4,000의 초인과 500의 초능력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 수 있어. 웜홀을 틀어막고 미국을 탈환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라오가 김인호에 의해 발목 잡혀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사이 이렇게 힘을 회복한 나와 초인 부대가 서서히 라오의 목을 졸라가는 거다.

나는 몸속의 리틀이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많이 커졌네.”

웜홀로 진격하며 수십 개의 대피소를 정화시킨 덕에 리틀이의 덩치도 처음 상태창을 만들 때보다 5배 가까이 커졌다.

당연히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수도 대폭 증가.

진정한 전천후 능력자가 되는 것도 머지않았다.

그때 한 병사가 다가와 말했다.

“라오님.”

나는 장지후지만 동시에 라오.

지금도 대피소의 일반 생존자들은 정화된 줄도 모르고 라오를 위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기도의 힘이 리틀이로 이어지고.

나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완벽한 라오여야 한다.

그게 내가 병사들로 하여금 나를 라오라 부르도록 지시한 이유였다.

“웜홀 방벽이 보입니다.”

“그래?”

드디어 도착인가.

나는 초인 병사들 사이를 해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 방벽.”

비록 41개국처럼 완벽하진 않으나 5m가 넘는 두께의 방벽은 그 모습만으로도 위용이 넘쳤다.

“가자!”

“정지!”

내 명령에 초인 부대가 방벽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나는 방벽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 아무도 안 보이는군.”

여태까지 초인 부대를 파견해 나를 저지하려 했던 라오와 천둥교다.

당연히 그 목적지가 웜홀임은 진작에 파악했을 터.

“숨어있는 건가.”

미국 웜홀 방벽은 모두 두 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 겹 모두 5m를 훌쩍 넘는 높이와 두꺼운 벽을 자랑했다.

41개국의 방벽처럼 완벽하지는 않음에도 그 위용이 넘쳐흐른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군일 때는 참 든든했는데.”

괴물의 공격을 막아주며 동시에 단체 몰이 사냥까지 가능케 했던 방벽을 적으로 마주하자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방벽 위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나와라!! 숨어있는 거 다 안다!”

내 외침에 방벽 위에 숨어있던 초인 병사들이 일제히 일어나 총구를 겨누었다.

동시에 아군 초인 부대 역시 총구를 위로 겨눈다.

“어차피 설득해봐야 먹히지도 않겠지.”

나는 몸에 약물을 흘려보내 활성화된 뇌를 풀가동시키며 중얼거렸다.

“부력. 부력을 직접 조종하는 건 소모가 많이 되겠지.”

< 166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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