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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65화 (166/188)

< 165화 >

“되. 되찾았다니.”

라오는 경악하는 김인호를 향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확히는 대략 4년 전 마지막 레벨업을 하던 바로 그날. 라오는 내 몸을 완전히 차지했다.”

라오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참담했다. 괴로웠다. 라오에게 몸을 빼앗긴 채 있던 시간은 지옥이나 다름없었지.”

김인호는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그럼 여태까지 라오가 했던 건...”

“모두 연기였다. 평소의 나와 같은 행동을 해온 라오의 연기.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라오가 자신의 목에 걸린 장치와 김인호의 품을 손가락으로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기계장치가 바로 신의 한 수였다. 라오는 내 몸을 차지하며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해 이 기계장치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라오는 너와 다른 초능력자들을 속이는 한편 동시에 사제들로 하여금 이 기계장치 해제 방법을 연구했었지. 물론 실패했지만.”

라오의 말에 김인호의 동공이 흔들렸다.

“여. 여태까지 연기였다고...”

“라오는 그동안 내 행동과 모습을 면밀히 관찰해왔고 그의 연기는 완벽했지. 네가 속아 넘어간 것도 당연해.”

“......”

라오가 이를 갈며 말했다.

“나는 그런 라오의 가증스런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몸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알게 되었지. 라오는 상태창을 만든 장본인. 라오는 상태창의 강림 스킬을 사용해 내 몸을 완전히 차지했던 거였어.”

라오는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방법이 없는 거 같았다. 이대로 라오에게 몸을 빼앗긴 채 평생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절망만이 나를 지배했지. 하지만 난 인류의 구원자.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라오가 상태창을 만들었지만 그 주인은 나야! 그렇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라오에 대항했다. 그리고 마침내.”

라오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태창의 권한을 되찾아오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은 몹시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해낸 거야!”

“믿을 수 없군요.”

정신이 돌아온 김인호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개 인간이 신을 상대로 몸을 되찾는다?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믿음은 나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라오는 김인호에게 신성력과 사람의 믿음 간의 상관관계 그리고 몸을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런 라오의 설명에도 김인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겨우 사람들의 믿음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을 수 없다.”

김인호가 품에서 키를 꺼내들며 말했다.

“오히려 나를 속이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란 쪽이 훨씬 그럴싸한데.”

당장이라도 김인호가 키를 누르려는 듯한 모습을 취하자 라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그래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인 건 안다.”

라오가 김인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몸을 되찾고 너에게 말을 하지 못한 거고.”

“......”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라. 만약 내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다면.”

라오가 자신의 목에 걸린 장치를 만지며 말했다.

“나를 죽여도 좋다.”

키를 들고 한참 동안 라오를 노려보던 김인호가 여전히 키를 손에 쥔 채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허튼수작을 부린다면...”

“죽여도 좋다는 말은 절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라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라오인지 아니면 진짜 나인지 최측근인 너조차 의심을 지우지 못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인류에게 해가 되는지 득이 되는지만이 유일한 가치. 내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그냥 나를 이 자리에서 인류의 위험요소로써 제거하는 게 맞아.”

“......”

“그럼에도 너를 설득하려는 건 나는 아직 죽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뭐?”

라오가 참담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겨우겨우 라오를 몰아냈을 당시 난 승리에 도취해 있었다. 신을 이겨낸 거니까. 하지만 나는 이내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아까부터 라오를 몰아냈다고 했지? 그럼 몰아낸 라오는 어디로 갔을까.”

라오의 말에 김인호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인물이 있었다.

“설마...”

“그래. 김상식. 천둥교 제일의 전사 김상식 주교. 라오는 김상식의 몸을 차지한 채 도주했다.”

레온 소령이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이럴 수가.”

이상 현상은 이틀 전부터 발생했다.

가장 계급이 낮은 사제들이 하나둘 이상 증상을 호소한 것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작은 육체부터.”

사제들은 자신의 몸이 약해지는 걸 실시간으로 느끼며 절망했다.

“그다음은 교화.”

몸의 힘이 빠져나가자 그때부터 교화도 풀리기 시작했다.

라오에 대한 확고한 충성심이 조금씩 무너지며 동시에 과거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마주한 병사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마치 교화 작업을 반대로 돌려놓은 듯한 풍경.

나는 그런 사제들의 신성력을 매일 같이 관찰하며 드디어 교화 파트와 육체 파트 구분에 성공했다.

“레온 소령.”

그렇게 파트 구분에 성공한 나는 리틀이를 이용해 교화 파트만 흡수하여 육체 파트만 남기는 스킬을 완성했고 드디어 모든 초인 병사들을 해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발악하던 레온 소령 역시 스킬의 영향으로 교화가 풀리자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절망에 빠져들었다.

“내.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정신 차렸어?”

레온 소령이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조. 조국을 배신하고 내 손으로 지켜야 할 사람들을 몰래 교화시키고... 난... 난 도대체...”

“너무 자책하지 마.”

나는 레온 소령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알고 그런 거 아니잖아?”

“...그렇다고 해도 내가 했던 짓이 정당화되지는...”

“라오가 나쁜 거야 라오가.”

내 말에 레온 소령의 눈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라오... 라오!! 라오!!!!”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분노다.”

그동안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했던 라오에 대한 분노.

“복수해야 하지 않겠어?”

내 말에 레온 소령이 이를 갈며 말했다.

“당연한 소리. 라오를 처단해 이 죄를 씻겠다!”

“우선 합일은 물론 아무 스킬도 사용하지 못할 거야.”

내가 남긴 건 오로지 육체의 강인함을 유지해주는 파트뿐.

아직 나는 라오에 비해 햇병아리나 다름없다.

애초에 내 몸에 사용하는 육체 강화조차 겨우겨우 개량을 통해 2배가 고작이니까.

라오처럼 만들 자신이 없으니 라오가 만들어놓은 걸 재활용하여 라오를 상대할 전력으로 쓴다.

“하지만 강인한 육체만은 유지될 거다!”

신성력 공급이 끊기며 약해졌던 초인 병사들이지만 육체 파트와 내 리틀이를 연결시키자 다시 신성력을 공급받으며 강인한 육체를 되찾았다.

“자! 압수했던 초인 장비다!”

초인 병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장비를 받아 착용한다.

“죄를 지은 건 너희들만이 아니다!”

나는 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나 역시 라오에게 속아 이용당해왔던 사람이다! 하지만 속죄할 수 있다! 라오를 징치해 사람들을 구하는 거다!”

나는 장비를 모두 착용한 초인 병사들에게 외쳤다.

“나와 함께 하겠나!!”

초인 병사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하!”

“라오를. 그리고 천둥교를 박살 내겠나!!”

“하!!!”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다. 나와 함께하자. 인류를 구하는 거다!”

“...그래서 추적대를...”

“그래.”

라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때가 라오를 잡아낼 최적의 찬스였지만 실패했다. 차라리 그때 너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고 사제들을 총동원했다면 잡았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두려웠다.”

라오가 김인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에게 말했다가 믿지 않고 키를 눌러 나를 죽여버리기라도 하면 저 라오는 이제 아무도 막을 수 없게 될 테니까.”

“......”

“그래서 몰래 수습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놈은 신이야. 아무리 혼자라지만 너무 강하고 위험했다.”

라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김인호는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김상식. 아니, 라오는 어디 갔지?”

“미국. 내 몸을 빼앗는 데 실패한 라오는 이제 사람들 몸에 있는 신성력을 흡수해 다시 재기하려 날뛰고 있다.”

한참 동안 멍하니 있던 김인호가 말했다.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

“지금 네가 라오고. 도주한 쪽이 장지후 님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라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나보고 어떻게 이 사실을 믿으라는 거지?”

라오가 김인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증거는 있다.”

라오의 말에 김인호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말해봐.”

라오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평범한 인간이야. 그저 상태창 덕에 기적을 행사하고 신 행세를 했던 것뿐이다. 몸을 되찾은 것도 신성력이 나를 도와줬기에 가능했던 거지 사실상 나는 상태창에 있는 스킬들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라오가 김인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라오는? 상태창의 스킬은 물론 신성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무수한 능력을 사용한다.”

“뭐? 그게 무슨 소리지?”

“예를 들자. 강림 스킬의 지속 시간은?”

최측근으로서 상태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김인호가 점점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10분.”

“김상식이 사라진 지 벌써 한 달이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 강림을 유지할 수 있는 자는 누굴까? 바로 내 몸을 무려 몇 년이나 빼앗았던 라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뿐인 줄 아나?”

라오가 테이블을 내려치며 말했다.

“너 몰래 파견한 사제들이 무더기로 당했다. 뭐에 당한 줄 아나? 때로는 신체 강화. 때로는 피부 강화. 그리고...”

라오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수히 다양한 초능력들.”

라오의 말에 김인호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초능력자는 중복된 능력을 가지지 못하지.”

레벨이 오르며 새로운 스킬이 개화하긴 하나 기본적으로 처음 스킬이 화염 계통이면 새로운 스킬도 화염 계통만을 각성하지 뜬금없이 전기를 내뿜는 스킬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 하지만 라오는 온갖 초능력을 사용한다. 배리어부터 5대 원소는 물론 전혀 새로운 듣도 보도 못한 능력까지.”

라오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발 믿어라. 상태창을 직접 만든 라오. 라오가 아니라면 그런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일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던 김인호가 말했다.

“...지금까지 한 말. 거짓은 아니겠지?”

“물론이다. 원한다면 직접 미국으로 넘어가 확인해봐도 좋다.”

김인호가 멍한 표정으로 키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다중 초능력.”

“그래. 있을 수 없는 일을 행하는 자. 그게 신이 아니라면 누가 신이지?”

“......”

한참을 조용히 있던 김인호가 말했다.

“일단...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시종일관 반말만을 해오던 김인호의 입에서 처음으로 존댓말이 나왔다.

김인호의 말에 라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믿어주는 거야?”

“완전히 믿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김인호가 키를 다시 품 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지금까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쪽이 라오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라오의 말에 김인호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반대의 가능성도 열어둘 겁니다. 그러니.”

김인호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절대 허튼짓은 하지 말길 바랍니다.”

라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이지.”

“좋아. 초인 부대를 얻었다!”

상대 최강의 전력을 빼앗아 우리 편으로 만든다.

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인가.

“교화랑 과정은 반대인데 결과는 똑같네.”

적 조직원을 납치해 교화시킨 뒤 다시 우리 편 말로 써먹으며 미친 듯한 속도로 성장해갔었다.

이번엔 반대로 교화를 풀어주며 분노에 사로잡힌 병사들을 내 편으로 만들었다.

한 달 반이나 걸리는 교화와 다르게 교화 파트 삭제 스킬만 사용하면 1분도 안 걸리니 더욱 효과적이다.

“이렇게 쭉쭉 가자.”

다음 목표는 미국의 웜홀이다.

미국의 웜홀을 봉쇄하여 혹시 모를 라오의 지원군을 차단한다.

물론 그 임무는 오늘 되찾은 초인 부대와 앞으로 되찾을 초인 부대가 맞겠지.

그렇게 미국을 고립시킨 뒤 대피소를 모두 해방시키고 그렇게 점차 앞으로 나아간다.

“가자!”

내 말에 초인 부대가 내 뒤를 따라나섰다.

철컥. 철컥.

나는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웜홀을 되찾는다!”

< 165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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