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62화 (163/188)

< 162화 >

뇌를 활성화시켜 초능력의 효율을 올려준다.

아주 그럴싸한 발상이다.

초능력자의 상태창 자체가 인류의 과학기술론 검증조차 할 수 없는 기적이니 그게 인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강화 방법이겠지.

단순히 육체가 강화된 초인과는 접근방법부터가 다르다.

“부작용이 그렇게 심한가?”

“당연합니다. 뇌는 아직도 인간에게 미지의 신체기관입니다. 그런 뇌를 강제로 그것도 약물의 힘으로 끌어올리는데 남아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길래?”

“처음 몇 번은 괜찮지만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백치가 되어버립니다.”

오우야.

어지간히도 강한 약인가 보내.

“뇌의 활성화...”

“예. 그러니 처음 계획대로 라오가 눈치챘으니 다른 장소로 이동하시죠.”

원래 계획은 라오가 알아채면 빠르게 도주.

다른 지역이나 아니면 아예 다른 나라로 도주하여 계속 사람들을 정화시키는 것이었다.

잠수함을 보유한 초능력자 부대이기에 가능한 작전.

하지만 그래서 언제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구해내겠나.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는데?”

“예?”

나는 신격을 얻었지만 내 정신은 여전히 인간, 그것도 깡패 수준에 불과하다.

범용성을 지녔다며 신나서 스킬을 만들었지만 그래 봐야 스킬 두세 개 수준.

“...이게 아니었어.”

모든 스킬은 내 의지에 의해 창조되었다.

이 말뜻은 다시 말해 언제든 내 의지에 의해 스킬 해체가 가능하다는 말.

“해제 후 재조립. 그렇게 하면 한정된 신성력으로 더 다양한 스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잖아.”

두세 개 스킬에 신성력을 묶어둘 게 아니라 빠르게 해체와 재조립을 반복하며 수많은 스킬을 사용하는 거다.

“하지만 전투 중에 그게 가능할까? 아니. 전투가 아니더라도 스킬을 뚝딱 만들어내려면 시간이 걸린단 말이지.”

약물이라...

“몇 번은 괜찮다고 했지?”

내 말에 로이의 부하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약물 말씀이십니까?”

“어. 약물.”

나는 로이의 부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약물 좀 줘봐.”

한참의 실랑이 끝에 로이의 부하가 보유한 초능력자 장비를 건네받는 데 성공했다.

초능력자의 장비는 복부에 두르는 혁대 모양처럼 생긴 아주 단순한 장비였다.

어쩔 수 없이 장비를 넘겨주기는 했지만 로이의 부하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잘못되면 큰일 나는데...”

“걱정 마. 몇 가지 실험만 좀 해보려는 거니까.”

초인은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반사신경도 늘어났었다.

육체는 직접 경험해보면 되지만 뇌를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이 약물을 통해 뇌의 변화를 관찰한다면?

“...발현.”

급조한 스킬을 사용하자 내 눈앞에 반투명한 뇌의 모습이 나타났다.

만드는 건 간단했다.

그저 뇌의 현재 상태를 아주 똑같이 재현하도록 의지를 투여하면 되니까.

물론 대충 만든 만큼 효율은 꽝이지만.

“...정말 하셔야겠습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약물 강도 조절도 가능해?”

로이의 부하가 장비에 달린 스크린과 버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강도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자동으로 센서가 신체에 퍼진 약물의 양을 측정해서 주기적으로 설정된 농도를 유지시키고요.”

“좋아. 일단 가볍게 가볼까?”

나는 약물 강도를 1로 설정하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윽.”

복부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지며 무언가 들어오는 느낌이 난다.

“기분은 영 거시기하네. 혹시 이러고 막 움직이면 바늘 부러지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 정도는 전부 대비되어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나저나 이거 언제...”

아.

느낌이 난다.

“괜찮으십니까?”

“어랍쇼.”

뭔가 몽롱한 느낌과 함께 세상이 조금씩 일그러지게 보인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것 봐라...”

그때 로이의 부하가 나에게 말을 건다.

“괘엔차않으시입니까아.”

느리게 들리는 그의 말.

주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다.

내 인지능력을 강제로 올려 마치 주변이 느린 것처럼 보이게 만드니 나타난 모습.

분명 이 정도만 해도 전투에 큰 도움이 되겠지.

그보다 확인이 먼저다.

내 눈앞에 떠 있는 뇌의 상태를 확인했다.

“별다른 변화가 없군.”

하긴 약물은 사람의 뇌 신경에 영향을 주는 거지 외형 변화를 주는 게 아니니까.

나는 장치를 멈추며 말했다.

“일단 일차실험은 이걸로 끝.”

잠시 몽롱한 기분에 취해있던 나는 약 기운이 떨어져가는 걸 느끼며 말했다.

“이거... 마약 성분도 있는 거 같은데?”

“...아마도 그럴 겁니다.”

상식아 미안하다.

조금만 양해해줘.

대신 나중에 몸 돌려줄 땐 상태창 마스터가 돼서 네 몸 깨끗하게 만든 뒤 돌려줄게.

“좋아. 위급한 상황에 쓸 만하겠어.”

괜찮은 무기를 얻었다.

물론 대가는 혹독하지만.

이걸 지속적으로 연구해 반사신경과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스킬로 발전시키는 거다.

라오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할 게 뭐 있나.

“아무튼 어서 가시죠. 추적을 피해야 합니다.”

“아니. 여기서 맞서 싸운다.”

내 말에 로이의 부하가 경악하며 말했다.

“예?!”

“초인 부대는 초능력자의 상극이라고 했지? 그런데 난 그 초인 부대를 만들고 가장 많이 지휘해본 사람이야.”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화염이나 냉기에 대한 내성은 물론 괴물에게도 버티는 강도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초인 장비지.”

“그러니 더욱 도망을...”

“하지만 그게 진짜일까? 아무리 초인의 힘이 좋아 무거운 장비도 거뜬하다지만 넣을 수 있는 기능엔 한계가 있으니까. 배터리 용량 문제도 있고. 그래서 선택한 게 뭔 줄 알아?”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양성에는 다양성. 초인 장비는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디테일한 기능은 기종에 따라 다르다고. 그걸 이용하면 돼. 지금부터 내가 말해주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를 모아줘.”

철컥. 철컥.

강화복을 입은 200여 초인 부대 병사들이 수색을 해나가고 있었다.

“오토바이 자국입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거 같습니다!”

병사의 말에 지휘관인 레온 소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추적대. 바퀴 자국을 따라가라!”

그러자 일부 초인 부대 대원들의 강화복 다리에서 바퀴가 튀어나왔다.

부아아아앙!!

바퀴의 힘으로 빠르게 추적해나가는 병사들을 보며 레온 소령이 중얼거렸다.

“드디어 라오님의 은혜를 갚을 시간이다.”

레온 소령이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추적대를 따라간다!!”

추적대가 남긴 바퀴 자국을 따라 도착한 한 학교.

그곳에 도착한 레온 소령은 학교 운동장 중앙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장지후. 드디어 찾았다.”

레온 소령은 초인 부대를 이끌고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여. 반가워.”

장지후가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오느라 수고했어.”

“장지후. 지금이라도 순순히 항복해라. 네놈에게 승산은 없다.”

레온 소령의 말에 장지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왜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레온 소령이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네놈이 날고 기어도 우리를 이길 순 없다. 사제들 몇 명 이겼다고 자신감이라도 붙은 건가?”

장지후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그래. 초인 장비 좋지. 내가 연구 개발에 얼마나 많이 참여했는 줄 알아?”

“그렇게 잘 아는 놈이 감히 우리에게 반항하겠다고? 하.”

레온 소령이 손짓을 하자 초인 부대가 장지후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초능력자를 믿고 있나 본데 이미 이 주변 파악은 모두 끝났다. 거기에 본대가 이곳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혀오는 중이니 지원군도 기대할 수 없을 테고.”

하지만 레온 소령의 말에도 장지후는 여유롭게 발끝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본대라 해봐야 이 주변 초인 부대는 다 합쳐도 오백이 안 되지 않나?”

미국의 초인 부대는 웜홀이 열리던 당시 웜홀 봉쇄가 주 임무였던 41개국 초인 부대와 다르게 종말에 무방비 상태였던 일반인을 규합해 대피소를 만드는 게 주 임무였다.

당연히 미국 각지에 퍼져있어 내가 알기로 이 근방의 모든 초인 부대를 합쳐봐야 500명 남짓.

레온 소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이미 너에 대한 정보는 모두 입수했다. 근력과 피부 강화. 다른 능력이 더 있다고 해도 우리 상대는 아니야.”

“그거야 그쪽 착각이고.”

“좋다. 모두 공...”

자신만만하게 공격을 지시하려던 레온 소령이 멈칫했다.

“왜. 덤비지 않고.”

“추적대는 어디 있지?”

분명 기동력이 뛰어난 초인 병사들 30여 명을 먼저 보냈는데 운동장에 들어온 바퀴 자국만 있을 뿐 그들의 흔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걸 이제 알았어?”

장지후가 자신의 주먹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전부 내 주먹으로 때려눕혔지.”

레온 소령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왜 말이 안 돼?”

레온 소령은 뭔가 엇갈린 게 분명하다 생각하고 다시 외쳤다.

“공격!!”

그러자 비교적 육중한 강화복을 입은 초인 병사들이 선두에서 장지후에게 돌격했다.

“보자. 유니콘-1 돌격 모델이네.”

장지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초창기 모델. 화염과 냉기에 평균적인 내성을 가지고 파워와 강도에 중점을 둔 모델. 그럼 이 공격이 제격이지. 5번!”

그때 학교 옥상에서 한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웨이브!!”

그러자 달려오던 초인 병사들의 장비가 엄청난 속도로 진동했다.

우우우우웅!

“컥!!”

그리곤 자리에 주저앉는 초인 병사들.

장지후는 미소를 지으며 초인 병사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진동 공격 대비가 안 돼 있는 모델. 아마 뇌가 흔들려서 움직이기도 힘들 거다.”

레온 소령이 다급히 외쳤다.

“모두 혼합 대형을 취한다!”

“혼합 대형. 상대가 다수의 능력을 알 수 없는 초능력자일 경우 만드는 대형.”

장지후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괜찮은 판단이야. 지금 상황엔 혼합 대형이 맞지.”

레온 소령이 이를 갈며 말했다.

“너...”

“그런데 날 속일 수 있을 거 같아?”

장지후가 손가락으로 한 초인 병사를 가리키자 그의 머리 위로 빨간색 표식이 떠올랐다.

“유니콘-3 5번 모델. 화염에 절대적 방어를 자랑하지만 그 대가로 강도가 약하지.”

장지후의 말이 끝나자 옥상에서 저격총을 가진 남자가 나타나 표식이 생겨난 사람에게 총을 발사했다.

“컥!!”

총알은 초인 장비를 뚫을 수 없다는 세간의 소문이 무색하리만큼 아주 간단하게 강화복을 뚫고 초인 병사를 쓰러뜨렸다.

“대부분의 강화복은 총알을 막아낼 수 있지만 아주 강력한, 그래 김인호처럼 강한 화염 능력자를 상대하기 위해 방염 소재를 대폭 늘린 강화복. 소총 정도면 몰라도 저격총은 못 막아.”

장지후가 계속 같은 장비를 착용한 초인 병사들에게 손가락질을 하자 그들의 머리 위에도 빨간 마크가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레온 소령이 다급히 외쳤다.

“모두 다른 병사 뒤에 숨어!!”

그러자 마크가 달린 초인 병사들이 다른 장비를 착용한 초인 병사 뒤로 숨는 모습을 보며 장지후가 말했다.

“밝혀진 초능력 가짓수만 수만 개야. 그걸 강화복 하나로 전부 대응한다? 가능이야 하지. 돈을 무지막지하게 때려박으면. 근데 초인은 숫자를 장점으로 삼는 집단인데 그 많은 초인들의 강화복을 모두 그 수준으로 만들려면 미국의 일 년 국방비를 통째로 퍼부어도 불가능해. 그래서 성능이 다른 강화복을 섞어 배치. 상대 초능력자의 능력에 따라 개별 대응한다. 내가 지시해서 만든 교본이지.”

장지후가 주먹을 쥐자 그의 손에서 우드득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난 강림을 통해 전 세계에 강림하며 수많은 초인 부대를 지휘했어. 초인 부대 지휘관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소양이 뭐지?”

장지후의 말에 레온 소령이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모. 모든 강화복 개별 특성 숙지...”

“그래.”

장지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양산형의 한계를 숨기고자 고안한 방법이지. 초능력자 능력이 좀 많아야지. 그래서 만든 건데 아주 효과적이었어. 초능력자들은 강화복 간의 그 미묘한 차이 구분이 불가능했고. 설사 알았다고 한들 다른 강화복을 착용한 초인 병사가 나타나면 다시 원점. 다양성을 다양성으로 대응한 거지. 그런데 난?”

장지후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약점을 파악하고 그 대응책을 만든 게 바로 나야. 나보다 초인 장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너네가 아무리 지랄해봤자 너희는 양산형이야. 양산형!”

장지후가 자신의 가슴을 내려치며 말했다.

“덤벼 이 새끼들아! 모조리 때려눕혀주마!!”

< 16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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