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읍읍읍!!”
유일하게 흡수시키지 않은 사제가 온몸을 포박당한 채 몸부림을 쳤다.
“보자...”
흡수 스킬을 잠시 정지시키고 사제의 머리에 손을 얹어 사제의 몸속 내부를 관조한다.
빨아들이기 급급했던 전과는 다르게 세세하게 내부를 확인한 난 교화 직전의 남자의 머리에도 손을 얹었다.
“확실히 다르네.”
제압된 사제는 중급 사제로 교화 직전의 수습 사제와는 가지고 있는 신성력의 수준이 달랐다.
나는 눈을 감고 사제의 몸속에 있는 신성력의 각각 부분이 무슨 기능을 하는지 느껴보려 했지만 이건 실패.
“상태창의 영향 때문인가.”
이들 몸속에 남아있는 신성력은 나의 것이지만 각각의 의지를 투영한 건 라오가 만든 상태창.
어쩌면 내가 모르는 게 당연할 수밖에.
하지만 난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래 봤자 비교 실험 앞에는 장사 없는 법이지.”
나는 사제들이 가지고 있던 입고 목록을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사람 손 들어. 마이클.”
내 말에 묶여있던 흑인 하나가 연신 읍읍거리며 온몸을 발버둥 쳤다.
“아. 다 묶여있었지.”
교화를 위해선 사제 임명이 필수.
비록 교화가 완전히 되진 않았다고 하나 모든 경우에 수를 대비해둘 필요가 있어 풀어주지 않았다.
“입고된 지 3일.”
나는 마이클의 입에 채운 재갈을 풀어주었다.
“푸하!”
“맞아?”
내 말에 마이클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3일 전에 잡혀 왔습니다!”
“내 실험에 참가해주면 풀어줄게.”
내 말에 마이클이 흠칫 놀라며 말했다.
“시. 실험이요?”
“워워. 겁먹지 마. 그렇게 심각한 거 아니니까.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돼.”
잠시 고민하던 마이클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는 마이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수습 사제의 신성력은... 이 정도인가. 혹시 오늘 기도했어?”
내 말에 마이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아직 안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이클의 얼굴과 전신 구석구석에 구타의 흔적이 있다.
기도를 거부하다 집단 린치를 당한 게 분명했다.
“잘됐네.”
나는 여전히 마이클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자. 기도해봐.”
내 말에 마이클이 경악하며 말했다.
“서. 설마.”
“아니야. 거참. 일일이 하나하나 설명하기 귀찮네. 쟤네들 봐봐.”
내가 턱으로 가리킨 곳엔 나에게 모든 신성력을 흡수당하고 넋을 잃은 사제들이 있었다.
“내가 교화 풀어준 거야. 너도 해줄 테니까 걱정 말고 기도해. 겨우 3일 차라며? 아직 기도에 중독도 안 됐을 수준이니 안심해.”
한참을 망설이던 마이클이 말했다.
“정말 풀어줍니까?”
“그렇다니까. 속고만 살았... 아 속아서 여기 있는 거겠구나. 미안 미안. 아무튼 난 거짓말 안 해.”
계속 머뭇거리던 마이클은 내 설득에 넘어가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라... 오...”
10분의 기도가 끝났다.
“오?”
마이클의 기도가 끝나자 마이클 몸속에 있던 신성력이 조금 늘어난 게 느껴진다.
“진짜 기도를 하면 늘어나는구나?”
그런데 잠시 후.
늘어난 신성력 중 절반가량이 마이클과 연결된 연결선을 타고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저 절반의 신성력이 가는 곳은 뻔했다.
“상태창...”
하루 10분 기도에 10의 신성력이 쌓인다.
그런데 마이클의 기도로 늘어난 신성력은 그 두 배.
나머지는 여전히 마이클의 몸 안에 남아있다.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 남은 게 기도 중독과 교화를 야기시킨다 이 말이지?”
사제가 일주일간 기도를 올리면 기도에 중독되고 2주가 넘어가면 그때부터 같은 신도들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그리고 한 달에서 한 달 보름을 넘기면 완전히 교화되어 충성스런 라오의 사제가 된다.
“좋아. 3일 차는 이렇다 이거지? 일주일 차 없어?”
일주일 차 사제에게도 기도를 시키자 아까 마이클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절반이 연결선을 타고 상태창으로 날아가는 건 똑같지만 남은 절반이 미묘하게 아까와 다르다.
“이것 봐라...”
단순히 덩치만 불리던 사제의 신성력에 새로운 혹덩이처럼 붙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여태까지 기도 중독을 중점적으로 했다면 이제부턴 사제들과 천둥교에 대한 친밀도를 올리는 데 중점을 둔다는 거겠지?”
그리고 늘어난 저 혹은 아마 그 친밀도에 대한 파트일 거고.
“절반은 상태창으로 보내고 나머지 절반으로 사제의 기본 구성을 조율해나가는 거군. 근데 왜 혹이지?”
나는 아무리 리틀이를 파트별로 나누어도 저렇게 혹처럼 튀어나오지는 않았었는데.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다.
“다음! 2주 차!!”
여러 번의 실험으로 이제야 교화의 알고리즘을 이해했다.
“이야. 디테일하게는 모르겠지만 대충 감은 오네.”
사제들은 기도한 숫자에 따라 내부에서 새로운 파트가 육성된다.
그리고 혹처럼 생겼던 새로운 파트가 육성이 끝나면 리틀이처럼 덩어리의 완전한 일부로 합쳐지고 그다음 파트가 또다시 혹처럼 생겨나며 사제를 변화시켜 나간다.
“흐흐흐.”
그런데 이 파트들이 생각보다 작단 말이지.
스킬을 만들어본 경험상 과정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구성하는 데 더 많은 신성력을 필요로 하는 대신 유지에 필요한 신성력 소모가 줄어든다.
무려 기도에 중독시키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 겨우 이 정도의 신성력으로 파트가 구성되어 있다고?
다시 말해 생각보다 그 구조가 간단하다는 뜻이었다.
“상태창을 만드는 데만 매진해 사제들은 소홀히 했다거나 그도 아니면 상태창을 만들 당시 라오의 힘이 부족했다거나.”
나도 신성력이 부족해 겨우 두 개 스킬밖에 못 만들지 않았나.
만약 아주 간단하게 부작용을 감수하고 만들었다면 더 여러 스킬을 만들 수 있었을 거다.
소모량은 훨씬 크겠지만.
“그렇다는 말은...”
나는 사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이용해먹을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간단한 거부터 생각해보자.”
사제들 간에 친밀감을 느낀다.
하지만 상대 사제가 정말 천둥교 사제인지 아닌지 상태창과 연동해 알아내는 방식으로 스킬을 만든다면 그 과정도 복잡하고 신성력도 많이 필요하다.
나는 중급 사제의 입마개를 풀어주며 말했다.
“아주 간단한 피하식별 방법. 뭐가 있을까?”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얼굴만 봐서는 모를 거 아니야. 연결선? 아니야. 연결선은 상태창하고만 연결되어 있어. 그럼 뭘까?”
아주 간단한 방법.
“신성력... 아.”
그러고 보니 상식이의 몸을 빼앗고 대피소를 탈출하던 중 사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아닌가? 평소의 느낌이랑은 다른데... 에이 아닙니다.
분명 당시 상식이의 몸 안에 있던 신성력은 리틀이로 모두 흡수시켰다.
교화 알고리즘을 통째로 삼켜버렸건만 나를 천둥교 사제로 착각할 만큼 친밀감을 느꼈다면...
“신성력. 신성력 자체에 반응하는 거구나.”
사람들은 모두 나를 라오로 알고 기도를 올렸고 그 힘이 상태창을 통해 이리저리로 전해져 현재의 천둥교를 만들었다.
즉 사제들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성력은 리틀이처럼 나를 위해 사람들이 기도한 힘이라는 거다.
“신성력 간의 성질을 알아보고 반응한다.”
해보면 알겠지.
“내 신성력의 성질을 방출한다.”
파트를 나누어 의지를 투영하였다.
“흡!”
그러자 중급 사제가 경악하는 표정으로 외쳤다.
“뭐. 뭔가 느낌이...”
이들은 나처럼 신격을 얻은 사람이 아니다.
당연히 내 내부의 리틀이를 느낄 리 만무하지만 교화를 거치며 완성된 파트엔 서로 간의 방출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 시도한 거였다.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효과가 있는 거 같은데.”
물론 포괄적 명령에 의해 생각보다 많은 신성력을 파트 구성에 쏟아부어야 했지만 상관없다.
“어. 어째서 사제. 그것도 고위 사제의 느낌이...”
“흐흐흐. 신성력의 성질. 그리고 신성력의 양으로 피하식별과 상하관계를 구성하는 거였어.”
나는 사제의 뒷덜미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어때? 느낌이?”
“마. 말도 안 돼. 장지후는 분명 파문됐다고...”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간단한 걸 줄 누가 알았겠어.”
만들 당시 내가 중간에 신성력을 도둑질할 줄 몰랐던 라오의 실수다.
“자. 나랑 같이 조금씩 더 다듬어 볼까?”
“흠.”
보고서를 읽던 대피소 소장이 말했다.
“요즘 수급이 시원치 않군.”
“주변 생존자들이 씨가 마르는 바람에...”
“좀 더 멀리까지 소형 대피소를 늘려라. 라오님께선 더 많은 사제들을 필요로 하신다.”
소장의 말에 사제가 차렷 자세로 외쳤다.
“예! 알겠습니다!”
이 대피소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대피소였다.
신도들과 사제들이 힘을 합쳐 생존해나가는 평범한 대피소.
하지만 그 내막은 달랐다.
주변에 만든 수십 개의 소형 대피소를 만든 대피소 소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일반 신도들을 소형 대피소에 파견을 내보냈다.
그리고 한 달 뒤 돌아온 신도들을 태연한 표정으로 주변 지인들과 교류를 이어나갔다.
물론 그 한 달은 그들이 교화되기까지 걸린 시간.
사람들은 강제 교화를 하지 않는 라오의 철칙을 믿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대피소 내부 인원은 몇 년에 걸쳐 물갈이 되어갔고 이젠 거의 70퍼센트에 육박하는 생존자가 교화된 사제인 상황.
“조금만 더 하면 끝이다.”
남은 30퍼센트도 모두 교화시켜 완벽한 사제만의 대피소를 만드는 게 라오가 내린 명령이었다.
이렇게 조심조심 움직이는 이유는 미국도 이제 슬슬 조금씩 대피소 간에 거래가 시작되어 내부인원이 아닌 외부 방문 인원의 눈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초능력자가 불시에 방문했다 이상함을 느끼고 김인호에게 보고를 하면 안 되니까.
그렇기에 교화된 사제들은 지금도 모두 일반 신도를 연기하며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종말을 기다리며 사람들 사이에 사제들이 숨어있던 당시처럼.
그때 보고를 마치고 나갔던 사제가 사색이 된 얼굴로 들어오며 외쳤다.
“소. 소장님!”
“뭐냐?”
“나. 나와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소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냐고 물었을 텐데.”
“그. 그게... 도저히 설명이...”
“이. 이게 무슨...”
사제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온 소장의 눈에 험악한 얼굴의 거한이 서 있었다.
“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사제들은 그동안 뭐 했어!”
철저한 연기를 위해 숨어있는 사제들은 설사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사제인 걸 숨기라 명했으니 그렇다 치지만 대피소 내엔 정식으로 임명되어있는 사제만 250명에 달했다.
소형 대피소까지 합치면 500명에 달하는 생존자 인원 대비 말도 안 되는 사제 전력을 가지고 있는데 눈앞의 인물이 대피소 코앞까지 다가오는 걸 막지 못했다니.
“하. 하지만 소장님!”
남자를 둥글게 포위하고 있는 사제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게... 그러니까...”
“뭣들하고 있는 거냐! 라오님의 지고한 명령을 어기겠다는 거냐?”
화가 난 소장이 장지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오냐 내가 직접 상대...”
그렇게 장지후의 앞까지 다가온 소장의 눈이 점점 동그래졌다.
“이. 이건...”
소장은 최상급 사제고 소장 위론 주교와 교주 라오뿐이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에게서 그들을 마주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다니.
그때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장지후. 나갔다.”
“뭐. 뭐라고?”
남자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김상식.”
남자가 소장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돌아왔다. 천둥교.”
< 160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