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57화 (158/188)

< 157화 >

“자. 그럼 어떤 상태창을 만들어야 할까.”

라오와 천둥교를 상대할 전용 상태창.

지금이야 바보라는 글자만 달랑 떠있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상태창이지만 이걸 내가 어떻게 빚어내냐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도 달라지겠지.

“...일단 편의성은 빼자.”

상태창은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가 갖춰져 있다.

상태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조차 한번 보면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간편하고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하지만 난 상태창을 직접 만든 장본인이니 편의성은 필요 없다.

“라오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라오와 천둥교는 크고 강력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건 리틀이와 여기 은거하다시피 살고 있는 초능력자 부대뿐.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도를 올리지만 신도라는 상태창의 굴레에 씌여있어 그 힘이 라오에게 가는 거겠지.”

만약 그들을 신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그 힘이 나에게로 오지 않을까?

리틀이가 내 몸이 아닌 내 정신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단 말이지.”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전부 처리하나.

거기다 신도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사제들은 상식이의 육체조차 뛰어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들.

그들을 상대할 방법이 필요하다.

“사제들의 무기와 힘에 대항할 힘.”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근력 강화를 해야겠는데.”

나는 신성력을 이용해 대부분의 초능력자들 능력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신성력 소모.

그렇기에 신들도 상태창이란 시스템을 만들어 초능력자들에게 넘겨준 거 아닌가.

나도 그런 스킬들을 만들어 신성력 소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우선 근육.”

나는 리틀이의 일부 파트에 내 근육을 강화하라는 의지를 투영했다.

“윽!”

하지만 갑자기 부풀어오른 근육을 이기지 못하고 피부와 혈관에 큰 무리가 간다.

나는 다급히 중지시키며 중얼거렸다.

“이래서 소모가 큰 건가...”

초능력 자체를 떠올렸을 땐 신성력이 알아서 몸에 부담이 덜 가도록 모든 부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만 스킬화 하려면 더욱 디테일한 조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이 신성력 소모를 줄여주는 거겠지.

“좋아. 될 때까지 해보는 거야!”

“후.”

나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이게 쉬운 게 아니구나.”

상태창을 만들었다고 너무 우습게 봤다.

인간의 몸은 수많은 파트로 이루어져있고 그 파트들은 각자의 맡은 임무가 모두 다르다.

주먹을 날렸을 때, 발차기를 했을 때 등의 동작을 했을 때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임무를 다한다.

그런 과정에 내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조정을 하니 탈이 날 수밖에.

나는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말했다.

“근력 강화.”

그러자 내가 미세하게 조정한 스킬이 발동되며 전신의 힘을 끌어올린다.

“1.5배. 아직은 이 정도인가.”

조금씩 근육과 여러 부위를 조정해가며 간신히 몸에 과부하가 없도록 조율한 게 1.5배.

과거 2배 3배쯤은 우습게 여겼는데 막상 직접 만들어보니 그게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일인지 깨달았다.

“...기도를 통한 신성력 비축. 전달. 신체 능력 강화 그리고 교화 기능까지...”

단순히 수습 사제 하나 임명했을 때 당장 떠오르는 기능들이다.

이제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던 교단 상태창이 얼마나 세밀하고 정교하게 이루어져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거 같다.

“그래도 확실히 왜 스킬로 만들라는지 알 거 같다.”

단순히 초능력을 연상했을 때 소모되는 신성력과 스킬로 만들었을 때 소모되는 신성력의 차이가 확 느껴진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오토가 수동보다 편하지만 수동이 오토보다 연비가 좋은 것처럼 말이다.

자동으로 사용했을 때 사용되는 불필요 요소를 싹 줄이고 정말 필요한 곳에만 신성력을 소모한다.

“절반. 아니 거의 소모량이 30퍼센트로 줄었어.”

나는 앞으로도 십수 억의 천둥교와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절약이 필수지.

“다음 것도 연구해보자.”

나는 깡패 출신이다.

머리가 나쁘다는 뜻이지.

당연히 내 모든 실험은 내 몸을 통한 테스트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후아.”

이번에 만든 건 피부 강화 스킬.

총탄을 막기 위해 필요한 필수 스킬이기에 보호막과 피부 강화 중 하나를 고민했으나 허공에 방어막을 만드는 것과 이미 실존하는 피부를 강화하는 것.

둘 중에 무엇이 효율이 좋은지는 불 보듯 뻔했다.

“좋아. 이제 최소한의 전투력을 갖췄다.”

이제 전투 테스트를 해봐야겠지.

“피부 강화!”

내 외침에 리틀이 내부에서 피부 강화 스킬 파트들이 맹렬히 움직인다.

피부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걸 느끼며 재차 외쳤다.

“근력 강화!”

그러자 이번엔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좋아. 이제 전투 테스트를... 응?”

뭐지.

몸이 딱딱히 굳어 안 움직여진다.

“아깐 괜찮았는데?”

억지로 힘을 주니 움직이기는 하지만 그 동장이 몹시 부자연스럽다.

“이게 왜 이러... 아..”

근력 강화 스킬에도 근력이 올라간 데에 따른 반작용을 누르기 위해 여러 부위의 강화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피부 강화 역시 피부의 강도가 올라가며 그 피부를 붙들고 있는 잔 근육들의 조정이 이루어지는데 이 두 스킬이 동시에 사용되니 중첩이 될 수밖에.

“...돌겠네.”

각 스킬들 간의 조화도 고려대상이라니.

“둘을 합칠까? 그런데 그러면 낭비잖아.”

두 스킬을 합쳤다가 피부 강화만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근력 강화에 소모되는 신성력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하아. 어쩔 수 없지. 일단 근력 강화만 했을 땐 기존 상태를 유지시키고 추가로 피부 강화를 사용했을 경우 중첩되는 부분을 멈추게 하고.... 음? 그런데 피부 강화를 먼저 사용했을 수도 있잖아.”

모든 상황과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해 파트 하나, 하나를 조합하는 과정.

아주 힘들고 고된 과정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내 입가엔 미소가 번져있었다.

“성공이다!!”

두 스킬 간의 조율을 맞추고 전투 테스트까지 마쳤다.

테스트를 위해 로이가 보내준 초능력자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직접 만든 스킬이십니까?”

나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자작 스킬이지.”

테스트에 참여한 초능력자는 조그마한 광탄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위력은 소총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피부 강화 스킬을 사용한 내 피부를 뚫어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가서 좀 닦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내 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네. 누가 보면 기절할지도 모르겠는데.”

내 몸 수십 군데에 나 있는 상처들.

초능력자의 광탄으로 인한 상처였다.

피부를 뚫지는 못했지만 반대로 완전히 막아내지도 못해 수십 군데의 상처에서 피가 맺혀 있었다.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어. 괜찮아.”

보기엔 상처에서 나온 피로 옷이 피투성이가 됐지만 전부 피부에만 생긴 찰과상 수준.

여기서 더 개량해 완전 방어도 가능하겠지만 이 정도 찰과상쯤이야 침 바르고 하루만 쉬면 낫는다.

“이제 남은 게...”

나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겨우 이거 남은 거야?”

상태창을 구성하는 기본틀 그리고 두 가지 스킬에만 무려 수백 가지의 파트가 배정되었다.

그러자 구동을 위한 최소한의 신성력을 제외하자 남은 건 고작 스킬 한 가지 더 만들 만한 수준.

“하아.”

스킬 구현은 성공했지만 남은 신성력을 보니 다시 암울해진다.

“겨우 이걸로 천둥교를 어떻게 상대해.”

비록 1.5배지만 그 바탕이 상식이이다 보니 분명 적지 않은 힘을 가지긴 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내 전투력은 이제 겨우 최상급 사제, 그것도 합일 사용 전 수준에 불과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대단하십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초능력자에게 보고를 받은 로이가 나를 반긴다.

“대단할 게 뭐 있어. 그래 봐야 허접인데.”

“뭔가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리틀이. 그러니까 신성력이 모자라.”

“예?”

“상태창 뼈대 그리고 스킬 두 개. 이제 앞으로 잘해봐야 스킬 한 개가 고작이야. 이걸로 천둥교를 어떻게 상대해?”

신성력이 부족하다 보니 로이의 부하들과 합류하기 전 초능력을 사용하여 낭비하였던 게 너무 아쉽다.

“흠. 신성력이 부족하다라.”

“하아. 뭔가 방법 없나?”

“제 상태창을 통째로 드리고 싶지만 그건 라오님이 아닌 다른 신의 신성력이라 안 될 거고...”

“그러니까... 응?”

다른 신의 신성력은 안 된다.

그럼 나를 위한 신성력은 된다는 소리잖아.

“신성력... 신성력...”

천둥교를 구성하는 사제들은 대부분 나를 위한 신성력으로 지금의 힘을 발휘한다.

“실제로 상식이와 도망치다 조우했던 신도 사제들 신성력도 모두 흡수했잖아.”

그들은 적임과 동시에 교단 상태창으로 가공한 내 신성력을 품고 있는 연료통이나 다름없다.

“그래. 내가 준 거 내가 회수하는 거지.”

세뇌를 풀어주니 좋고 동시에 난 신성력을 뽑아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이지만 리틀이를 이용해 신성력을 뽑아먹으려면 육체 접촉이 필수다.

로이가 내가 무언가에 집중해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류는 당신의 노력을 모두 알아줄 겁니다.”

“흠.”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대피소.

이 대피소는 라오가 사제로 임명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대피소였다.

소장은 당시 라오의 제안을 받아들인 생존자 그룹의 리더로 그의 계급은 최상급 사제.

그렇게 근처에 있던 대학교를 탈환해 만든 이 대피소는 몇 년이 지난 지금 4,000명 규모의 중견 대피소로 성장해있었다.

“분명 장지후는 미국으로 도망친 게 확실하다고 라오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얼마 전 라오로부터 은밀한 명을 받은 대피소의 사제들은 일반인들 몰래 장지후의 행적을 찾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부소장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시지요. 탐사대로부터 아직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습니다.”

“사제들에게 더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지시해라.”

“알겠습니다.”

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어서 장지후를 잡아야 라오님의 마음이 평안해지실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그때 소장의 위성 전화기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

-소장님! 탐사대 대장 상급 사제 존입니다!

“그래. 존. 무슨 일이지?”

-여기 수상한 곳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원?”

-예! 초능력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숨어있는 거 같습니다!

그 말에 소장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초능력자?”

장지후는 초능력자들의 도움으로 탈출했고 현재 미국에 초능력자는 모두 천둥교에 소속되어 있다.

천둥교 소속이 아닌 초능력자는 오직 장지후의 탈출을 도운 무뢰배 놈들뿐.

“위치를 말해라.”

-여기가...

위치를 전해 들은 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부소장. 사제 20명을 데리고 빨리... 아니다.”

소장이 무기를 챙기며 말했다.

“내가 직접 가겠다.”

“여기라고 했는데...”

연락받은 장소에 도착한 소장이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탐사대는 물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소장이 위성 전화를 꺼내 탐사대 상급 사제 존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리.

그런데 멀리 떨어진 건물에서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존? 존!!”

소장의 외침에 건물의 문이 열리며 존과 그의 탐사대 동료들이 밖으로 나왔다.

“왜 거기서 나오는 거지?”

소장의 말에 존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소장. 우리는 라오가 인류를 구원할 거라 믿었기에 자진해서 교화되었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수상한 장소는 어디고?”

존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라오가 계시로 우리에게 은밀히 지시했던 명령은 우리가 생각한 라오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그게 갑자기 무슨...”

존이 총을 쥐고 들어올리며 말했다.

“생존자들 몰래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장지후를 추적하고. 장지후가 누굽니까. 바로 인류를 구원한 구원자였습니다!”

소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존 상급 사제. 혹시 미친 건가?”

라오의 충실한 사제의 입에서 저딴 말이 튀어나오다니.

소장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감히 장지후를 구원자라 칭하고 라오님의 명에 의문을 품다니.”

“장지후는 구원자입니다.”

존과 탐사대가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우리에게만큼은.”

소장이 존과 탐사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랐다.

“너. 너는!!”

한 건물에서 미소를 지은 채 걸어나오는 육중한 체구의 남자.

“안녕?”

“자. 장지후!!”

“기왕이면 라오라 불러줄래?”

소장이 노한 표정으로 외쳤다.

“라오님은 세상에 오로지 한 분뿐이다!!”

“그래. 그게 바로 나라고. 나 장지후가 라오고 라오가 장지후다. 지금 내 몸을 차지하고 있는 놈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잡귀일 뿐이야.”

“감히! 감히!!”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주먹으로 흥한 자 주먹으로 망하는 법!!”

나는 자세를 낮추고 소장에게 돌진하며 말했다.

“교화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회개의 시간이다!!”

< 157화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