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51화 (152/188)

< 151화 >

“크악!!”

사제들의 포위를 피해 달리던 차는 결국 사제들이 몰고 온 차에 옆구리를 정통으로 박혀 뒤집어졌다.

지휘 차량에서 내린 최상급 사제가 말했다.

“쥐새끼 같은 놈. 당장 끌어내!”

최상급 사제의 말에 사제들이 달려들어 차 안에 타고 있던 운전자를 꺼내어 확인했다.

“장지후가 아닙니다!”

최상급 사제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니라고?”

방금 제압한 차는 웜홀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던 차로 장지후가 타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여겨졌던 차였다.

“데려가서 심문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토해내도록 만들어!”

“예!”

“또 아니야?”

김석주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벌써 3대를 잡았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다 여겼던 차들은 모두 꽝이었다.

이제 남은 건 단 두 대.

“동원 가능한 사제들을 모두 투입해. 나머지 두 대에 집중한다.”

드디어 4번째 차량도 포위되어 잡혔다.

“후후후.”

하지만 끌려 나온 건 장지후가 아닌 루크였다.

“안타깝게도 꽝이군.”

최상급 사제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웜홀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차에 장지후가 타고 있었다고?”

최상급 사제의 말에 루크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웜홀의 반대 방향? 그쪽으로 유도했을 줄은 몰랐군.”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루크의 반응에 최상급 사제가 멱살을 잡아 들어올리며 말했다.

“수작 부리지 마라.”

루크는 멱살을 잡히고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작이라니 섭섭하군.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끌고 가!”

루크가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부디 무사히 도착하시길.”

“여기라고?”

지도에 적혀있는 장소는 잉글랜드 중부의 한 숲속이었다.

“일단 수월하게 오긴 왔는데...”

아무래도 방향 자체가 웜홀로 향하는 게 아니다 보니 다른 쪽으로 사제 전력이 집중돼 큰 탈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나무만 우거진 숲 한복판.

“정말 여기...”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두 명의 남자.

“누구냐?”

“로이님의 명을 받고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도대체 너네 뭐 하자는 거야?”

왜 웜홀의 반대 방향인 이쪽으로 오라고 한 거지.

“일단 시간이 없으니...”

함께 왔던 남자가 내가 타고 온 차에 올라타더니 시동을 걸었다.

“뭐 하자는... 설마 미끼?”

“예. 라오님 대신 제 부하가 사제들을 유인할 겁니다.”

“그럼 나는?”

“제가 미리 준비한 장소에서 잠시 대기하시면 됩니다.”

나는 머리를 박박 긁으며 말했다.

“...진짜 뭐가 뭔지 모르겠네.”

“조금만 참으십시오. 모든 계획은 로이님의 지휘 아래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좋아. 어차피 하라는 대로 하는 것 말고 방법이 없으니. 안내해.”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쪽으로.”

“크아아아!!”

잡혀온 초능력자들이 사제들에 의해 모진 고문을 당했다.

“아는 건 다 말했어! 내가 아는 건 이게 전부라고!”

잡히기 직전 자살을 감행한 초능력자들도 있었지만 자살에 실패한 초능력자들은 사제들의 피도 눈물도 없는 고문에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불었다.

김석주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도움이 안 되는군.”

웜홀을 통해 미국으로 도주하려 한다.

하지만 방법을 아는 초능력자는 아무도 없었다.

자백제와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이들의 말이 사실임은 이미 알고 있으니 지금의 고문은 그냥 분풀이에 가까웠다.

“마지막 차량의 운전자가 바뀌었다.”

장지후를 어디론가 빼돌렸다는 말.

그때 한 사제가 문을 열고 들어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석주 주교님! 장지후와 교대한 걸로 추정되는 숲에서 차량 6대가 동시에 여러 방면으로 달려나가는 게 발견됐습니다!”

김석주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모두 잡아들여!!”

매일 매일 반복되는 천둥교의 추적과 초능력자들의 도주.

아무리 천둥교가 비밀리 일을 진행한다지만 영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이 추격전을 완전히 숨기기란 불가능했다.

“요즘 밖이 시끄럽다며?”

“어. 약탈자들이 대규모 집단을 이뤄서 토벌 중이라고 하던데?”

“그래?”

몇 년 전부터 라오는 초능력자들과 사제부대를 따로 운용해왔지만 이런 대규모 토벌의 경우엔 초능력자 부대를 따로 차출해 지원을 해왔지만 이번 토벌에서 초능력자는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게다가 마치 숨기는 게 있기라도 하듯 소문이 돌고 나서 마치 변명하듯 설명을 해주니 더욱 이상했다.

초능력자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흠. 뭔가 이상한데.”

“뭐가.”

“효율을 중요시하는 라오님 아니야. 당연히 이런 대규모 토벌엔 초능력자들을 동원해야 하지 않아?”

“약탈자들이 게릴라전을 펼쳐서 그렇다고 하잖아.”

화력에 비해 방어력이 약한 초능력자를 배려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초능력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뭔가 찝찝한데.”

“찝찝할 것도 많다. 아무튼 그렇다고 하니까 다들 알고나 있으라고.”

소식을 전해준 동료를 바라보며 초능력자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거 아무래도 김인호 님에게 전해드려야 할 거 같은데.”

“...알았다.”

초능력자의 보고를 받은 김인호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규모 토벌전. 천둥교에서 뭔가를 숨기는 것 같다라.”

분명 평소와는 대응이 다르다.

게릴라전을 핑계로 삼았지만 겨우 약탈자 정도에 빈틈이 생길 천둥교가 아니지 않은가.

김인호는 언제나 품에 품고 있는 마스터키 두 개를 꺼내들었다.

“어찌 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라오는 언제나 자신에게 상태창을 준 신 라오를 경계해왔다.

“설마... 아니. 아닐 거야.”

하지만 라오는 언제나 김인호에게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말라 신신당부를 했었다.

“...확인을 해봐야겠군.”

김인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언제나처럼 라오가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어서 와. 무슨 일이야?”

“라오님.”

김인호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영국에서 대규모 약탈자 토벌을 진행 중이라고 하던데...”

김인호의 말에 라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나도 보고 받았어.”

“왜 초능력자들은 배제된 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

라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야 석주가 판단한 거지 난 세세한 거 하나하나까지 관여하진 않는다고.”

“그렇습니까...”

“뭐. 그런 거 아니겠어? 초능력자들은 괴물 전문이잖아. 약탈자 같은 사람을 상대하는 건 사제가 훨씬 효과적이라 그런 거겠지.”

일단은 그럴싸한 대답.

하지만 뭔가를 감추려고 하는 듯해 보인다는 말이 계속해서 김인호의 머리를 맴돌았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라오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야! 나도 보고 받은 거라니까? 영국 쪽은 석주한테 완전 일임한 거 몰라서 그래? 너 설마...”

라오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겨우 이것 때문에 터뜨리려고?”

“설마요.”

김인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평소와는 다르니 확인 차 들렸습니다.”

“와. 너 진짜 무서운 놈이구나?”

“저는 명령에 충실히 따를 뿐입니다.”

“기다려봐. 석주한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고 할 테니까.”

“하하.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라오가 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진짜 너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

김인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정도 각오도 안 하고 키를 넘겨주신 겁니까? 아무튼 아닌 거 알았으니 가보겠습니다.”

방문을 나선 김인호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따라온 초능력자에게 말했다.

“연락 돌려.”

“무슨 연락을...”

“소속된 대피소에 평소와 다른 뭔가가 있는지 조사해 보라고 해. 물론 비밀리에.”

초능력자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디 어디 대피소에 연락을 돌릴까요?”

김인호가 라오의 방문을 힐끔 보며 말했다.

“전 세계의 모든 대피소. 느낌이 안 좋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데.”

로이의 부하가 만들어준 안가에 몸을 숨긴 나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왜 계속 부하들을 희생시키는 거지?”

일단 웜홀의 경계가 너무 삼엄해 기회를 노리는 건가 생각도 해보았지만 천둥교 역시 우리의 목표를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주둔하고 있는 초인 부대를 다른 곳으로 돌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 의미 없는 희생은 중단해야지.

나는 계속 여기 안가에 숨어있는데 엉뚱한 초능력자들이 계속 나로 위장한 채 웜홀의 잠입을 시도한다.

그리고 천둥교에게 잡히기를 반복.

“벌써 삼 일 만에 열 명이 넘게 희생당했어. 지금도 4명이 천둥교의 시선을 끌고 있고.”

나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노리는 게 뭔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지.”

로이의 부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잘 모릅니다. 다 이유가 있겠지요.”

“또 로이만 알고 있다 이건가.”

“보안은 생명이니까요.”

“참 나.”

나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답답해 죽겠네.”

대피소를 나온 지 벌써 6일째.

도대체가 이놈들이 노리는 게 뭔지를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이상해.”

이쯤 되니 이놈들이 노리는 게 정말 웜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게 웜홀의 방비는 되려 더욱 강화되었으니까.

게다가 초인 부대는 모두 완벽히 교화된 사제들.

빈틈이 있을 리가 없다.

“...너네 설마 시간 끌고 있는 거냐?”

로이의 부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일부러 초능력자들을 희생시켜 시간 끄는 거 아니야?”

시간을 끈다는 건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맞습니다.”

“뭘 기다리는 건데?”

“조금만 더 참으시죠.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남자의 부하가 들어와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그래? 아주 좋아.”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그래?”

“짐을 챙기는 대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안가에 함께 숨어있던 로이의 부하들이 모든 채비를 맞추고 도착한 곳은 깊은 산속에 위치한 한 공터.

공터 중간엔 위장막으로 씌워진 커다란 무언가가 공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걷어.”

남자의 말에 걷어진 위장막을 걷자 그 안엔 잘 관리된 헬기 4대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헬기?”

“예.”

“이걸로 도주한다고?”

이걸로 가봐야 얼마나 간다고.

게다가 천둥교 역시 여러 이유 때문에 운용은 잘 안 하지만 공군기지 등을 수복하며 적지 않은 공중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격추되면 어쩌게?”

“그래서 4대가 따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비행기나 헬기는 상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바로 사용하기가 힘들죠. 아마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초능력자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니 아마 눈치채고 추격해올 때쯤이면 이미 상황은 끝났을 겁니다. 자. 타시죠.”

헬기를 타고 이동하며 남자가 말했다.

“거의 다 왔습니다.”

“거의 다 왔다니?”

헬기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밖을 확인해 보았다.

“바다??”

“예.”

“배라도 끌고 온 거야?”

“아닙니다. 더 안전하고 은밀한 것.”

육지를 넘어 바다까지 진출한 헬기가 어느 장소에 도착하자 멈춰섰다.

“은밀한 거라고?”

바다.

은밀한 거.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단 하나.

“예.”

그리고 헬기 아래의 바다가 조금씩 요동치더니 바다를 가르며 거대하고 육중한 몸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잠수함?”

“예.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입니다.”

이 미친놈들이 저런 걸 보유하고 있었어?

“자. 가시죠.”

나나 로이나 종말을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그 방법은 판이하게 다르다.

나는 저런 거 챙길 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발악했지만 로이는 오로지 소수만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을 추구한다.

저 핵잠수함도 마찬가지.

안전하지만 그래 봐야 탑승 인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겨우 6일 만에 여기까지 왔다는 건 바다 여기저기서 상시 대기하고 있었다는 말이겠지?”

“물론입니다.”

“나 하나 때문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는 라오님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저것도 그런 대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151화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