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42화 (143/188)

< 142화 >

라오가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네 놈이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응, 신성력 뽑아먹고 있지.’

“종말을 막는데 사용해야할 신성력이다! 네 놈은 정말로 종말이 닥치길 원하는 거냐!!”

‘막아도 내가 막는다고.’

어차피 이미 라오에게 걸린 상황.

‘리틀아! 쭉쭉 빨아먹어!!’

-꿈틀. 꿈틀.

거대한 덩어리에 거머리처럼 찰싹 붙어 신성력을 쭉쭉 흡입하는 리틀 꿈틀이.

라오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그만 두어라.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널 용서해주마!”

‘누가 누굴 용서해. 난 너 용서 안했어.’

“네 놈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그래. 난 아무것도 몰라.’

신성력이 뭉쳐서 탄생한 리틀 꿈틀이의 진정한 정체.

라오의 목적.

나는 아는게 하나도 없다.

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너 좆ㅤㄷㅚㅆ다는 거.’

리틀이로 신성력을 뽑아 먹는 것.

이게 라오가 은연중 나를 계속해서 경계했던 이유가 분명하다.

짜릿하다.

몸의 통제권을 박탈당하고 무력감에만 빠져있다가 처음으로 라오에게 한방 먹인 기분은 말로 표현조차 되지 않는다.

“장지후!!”

‘응. 지껄여.’

나는 리틀이를 더욱 독려했다.

‘다 먹어치울때까지 빨아먹어!’

리틀이가 내 의지에 반응이라도 하듯 더 맹렬한 기세로 신성력을 빨아먹는다.

라오가 교단 상태창을 노려보며 말했다.

“끝까지 가보겠다 이말이냐.”

‘당연하지.’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오냐. 좋다. 한번 해보자.”

라오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어차피 이제 초기 단계. 신성력을 훔쳐봐야 18억 신도가 뿜어내는 신성력의 양에 비할바는 아니다.”

‘그건 그렇지.’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덩어리에 비하면 리틀 꿈틀이는 그 기세와는 별개로 아주 초라하다.

하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사제 양성을 잠정 중단하시겠다고요?”

“그래.”

김인호가 습관적으로 마스터 키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평소랑 다르면 바로 버튼을...”

“자. 잠깐만!”

라오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슬슬 준비를 해야할거 아니야!”

“무슨 준비요?”

라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피소도 대충 안정 됐고 사제 숫자도 제법 확보했으니 종말을 막고나면 교화취소를 해야할거 아니야. 미리미리 신성력을 모아둬야지.”

“흠...”

잠시 라오를 이리저리 바라보던 김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합격입니다.”

“...눈치 보여서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군.”

김인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자초하신거 아시죠? 전 경고했습니다. 이렇게 될거라고.”

“...그래.”

라오가 자신의 몸을 내려보며 말했다.

“내가 지시했지.”

“아무튼 그런 준비라면 환영입니다. 기반도 잡혀가고 있으니 다음을 준비 하는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죠.”

‘어마어마 하긴 하네.’

리틀이가 분발하고는 있으나 하루에도 180억가까이 쌓이는 신성력을 감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다 라오가 사제 임명까지 중단하여 신성력 소모를 극단적으로 줄였다.

‘리틀이가 더 크기전에 신성력을 모으겠다는 건가?’

그렇게는 안되지.

‘뭔가 또 할 수 있는 거 없나?’

잠시 고민하던 내 머릿속에 라오가 상태창에 간섭해 나에게 강림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라오는 전능하지 못해.’

라오는 리틀이에 대한 대처로 신의 권능 같은게 아닌 잔머리로 응수했다.

할수있는게 그것밖에 없다는 소리겠지.

‘내 몸을 차지하기전 라오가 지금 내 처지였다면?’

라오는 상태창에 관여했다.

그렇다면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계시!’

하지만 여전히 발동하지 않는 스킬들.

‘흠. 어떻게 관여한걸까.’

결국은 리틀이를 이용해 뭔가 해야할거 같은데.

거대한 덩어리에 붙어 맹렬하게 흡수중인 리틀이.

‘리틀이는 내 의지에 반응 하잖아.’

덩어리는 다시 말해 교단 상태창으로 모인 신성력.

그렇다면 리틀이를 덩어리안으로 파고 들어가게 만들어 내 의지를 투영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리틀이가 덩어리 안으로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것봐라...’

뭔가 될거같은 느낌이다.

“후...”

라오가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장지후...정말 끝까지 훼방만 놓는구나.”

라오가 이를 갈며 말했다.

“네 놈을 선택하는게 아니었는데.”

그런데 그때 라오의 눈앞에 교단 상태창이 떠올랐다.

“뭐. 뭣?”

교단 상태창이 멋대로 떠오르자 당황한 라오가 경악하며 말했다.

“서. 설마.”

잠시 두어차례 나타났다 사라지는 교단 상태창을 보며 라오가 말했다.

“버. 벌써?”

그때 라오의 머릿속으로 노이즈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자. 장지후!!”

-오. 들려? 너 나한테 했던 종말 경고를 이렇게 한거구나? 이야.

“마. 말도 안되. 넌 그냥 인간에 불과한데 어찌 벌써!”

-원래 내가 깡 하나는 끝내주거든. 안그러면 깡패 생활 못했지. 어이쿠. 왜 니가 말을 아꼈는지 알겠다. 이거 소모 신성력이 장난이 아니구나?

“으....”

장지후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통화 방법 알았으니까. 다음에 또 놀자. 그럼 잘자.

“장지후. 장지후!!”

라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뒤집어 엎으며 외쳤다.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함부로 쓸게 못되네.’

리틀이를 통해 교단 상태창에 간섭하는게 가능하다는걸 확인하고 라오에게 여유있는척 했지만 그 대가는 어마어마 했다.

간신히 덩치를 불렸던 리틀이가 겨우 말 몇마디에 거의 소멸직전까지 가버린 것이다.

다시 덩어리를 흡수하며 안정을 되찾았지만 내 유일한 희망이자 무기인 리틀이가 소멸할뻔했다는 사실에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된다.

‘이래서 라오가 말을 아꼈던거구나.’

점점 확인을 거듭할수록 라오가 지금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는 확신이 선다.

쿨한척 멋있는 척하며 경고를 날렸지만 실상은 지금의 나처럼 간신히 모은 신성력으로 안절부절하며 있었겠지.

‘나도 멋있고 짧은 말 몇마디 준비해야겠다.’

방금의 대화는 리틀이를 통해 내 의지를 라오에게 전달한거다.

그리고 상태창의 일부가 아닌 리틀이는 파고들어 간섭한 반작용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재미있네.’

비록 몸의 통제권은 여전히 라오에게 있으나 계속 리틀이를 키우면 언젠가 라오처럼 다시 내 몸을 되찾을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리틀아 너만 믿는다.’

-꿈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교단 상태창에서 신성력이 떨어지는 양을 체크한 라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한참 부족한데...”

신성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가속화 되가고 있었다.

장지후의 컨트롤이 점점 더 정밀해져가고 있다는 말.

이러다 장지후에게 완전히 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라오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안돼. 어떻게 버텨왔는데.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

수많은 방해와 역경을 넘어 드디어 최후의 고지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고작 인간 하나의 방해로 궁지에 몰리다니.

“그 상태창은 내가 만든거다. 넌 그냥 일개 인간에 불과해! 이건 내꺼라고!”

라오가 발악하며 외쳤다.

“절대 빼앗기지 않아! 난 천둥신 라오다!!”

“당분간 일반인의 기도를 중지한다.”

김인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자꾸 이랬다 저랬다 하시는 겁니까? 신성력을 모으겠다더니 이젠 기도를 중단시킨다고요?”

“레벨업 이후 라오의 행태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경계할 필요가 생겼어.”

‘얼씨구. 이젠 지가 지를 팔아서 움직이네?’

라오의 말에 김인호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또 무언가 했습니까?”

“아직 심증만 있다. 우리 대화도 라오가 옅들을지 모르니 그냥 시키는데로해.”

김인호가 품안으로 손을 집어넣자 라오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또 꺼내려고?”

“뭐. 혹시 모르니까...”

“기도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상한거냐? 응? 라오한테 득이 될지 모르니 중단하라는 거잖아.”

“흠...”

잠시 생각하던 김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해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일반인의 기도를 중단한다고요? 그럼 사제는 계속 기도를 시키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어차피 사제는 완벽히 동화된 상태. 기도의 유무가 그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없어. 그렇다면 일반인이 기도를 중단함으로 인해 생기는 신성력의 공백을 그들로라도 채우는 수밖에.”

“음...뭐. 알겠습니다.”

‘무슨 꿍꿍이지?’

신성력을 모으려고 발악하더니 갑자기 일반 신도들의 신성력을 포기한다고?

수상하다.

‘일반 신도는 안되고 사제는 된다?’

생각해보면 라오는 언제나 사람들을 교화시켜 사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설마 사제의 기도와 일반 신도의 기도가 다른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라오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신성력을 마구 빨아들이고 있는 리틀 꿈틀이에게 말했다.

‘리틀아.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꿈틀.

‘너도 모르겠지? 뭐. 그런다고 달라질건 없지만.’

‘드디어!!’

리틀이의 흡수량이 라오가 일반인의 기도를 중단시킨 뒤 확줄어든 신성력 수급량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이제 수급량을 넘어서서 신성력 여유분까지 갈아먹을수있을거다.

‘어때? 겁좀 나냐?’

하지만 라오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제들에게 지시했다.

“일부 일반인들이 내 명령을 어기고 계속 기도를 올리고 있다. 다시 한번 경고해. 절대 기도하지 말라고.”

“알겠습니다.”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기도를 못하게 막는다고?’

일반인의 기도와 사제들의 기도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신이 섰다.

‘뭐가 다른거지?’

둘다 라오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건 똑같고 신성력 10쌓이는것도 똑같은데.

잠시 고민하던 내 머릿속으로 한가지 가설이 스쳐 지나갔다.

‘어? 설마.’

일반인들은 라오를 위해 기도를 한다.

하지만 그 대상은 내 몸을 차지한 저 라오가 아닌 바로 나다.

‘사제들도 나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건 똑같...아니지.’

내가 한가지 착각을 했다.

사제들은 내 명령에 절대 복종하며 나를 위해 기도를 올린다 생각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들은 이미 라오의 교화에 깊이 물든 상태.

겉으론 나를 위해 절대 복종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내가 아닌 저 라오를 위해 기도하도록 교화된걸 나한테 숨기고 있던거라면?

‘...그래. 교화는 결국 세뇌잖아. 모두가 합심해서 나 하나 속이자면 못할 것도 없지.’

나를 위해 기도를 올리거나 라오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사람 모두 라오를 외친다.

하지만 그 대상이 누군지는 본인만이 알겠지.

‘내가 신성력을 뽑아내고 리틀이 조종이 가능한것도 설마 라오가 아닌 나를 위해 기도를 올려서야?’

일단 라오의 행동을 근거로 가설을 세웠지만 내가 생각하고도 황당하다.

‘난 그냥 일반인이잖아?’

그냥 설명하기 편하려고 내가 라오라 외치고 다녔지만 난 상태창을 빼면 그냥 동네 깡패다.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나를 위해 기도를 올린 사람들의 신성력을 내 마음데로 조종한다니.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되는데.’

일단 이건 내 얕은 지식으론 이해가 불가하니 패스.

중요한건 라오가 무언가를 하기위해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제들에게만 기도를 시킨다는 거다.

‘저 방법이 라오에게 유리하다는 의미겠지.’

그렇다면 난 라오가 원하는 반대로 움직인다.

‘라오는 내가 신성력을 빨아먹고 있다는걸 알고있어. 그럼에도 신성력 수급을 늘리지 않고 있고.’

이거 꼭 돈세탁 같은데?

자신을 위해 기도한 신성력만 남기고 나를 위해 기도한 신성력은 나를 통해 배출하고?

‘신성력 세탁...그렇게 봐도 되는 건가? 히야. 그렇다 이거지?’

세탁을 방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세탁물에 꾸정물을 계속 끼얹는 거지. 리틀아.’

-꿈틀.

나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빨고 이제 뱉어. 라오님께서 신성력이 필요하시단다.’

< 14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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