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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41화 (142/188)

< 141화 >

나는 반 토막이 된 리틀 꿈틀이를 느끼며 말했다.

‘미안하다 리틀 꿈틀아.’

리틀 꿈틀이는 내 의지에 의해 움직인다.

리틀 꿈틀이가 반 토막으로 줄어든 건 무언가라도 해보기를 바란 나의 의지가 발현된 거라고 봐야겠지.

‘내가 괜한 짓을...’

분명 반 토막 나며 뭔가를 하긴 했을 거 같은데 여기 꼼짝없이 갇혀 있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다.

‘우쭈쭈. 더 먹고 얼른 쭉쭉 크렴.’

-꿈틀. 꿈틀.

‘옳지, 옳지.’

“뭐?”

김인호의 보고를 들은 라오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초능력자가 각성했다고?”

김인호가 신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최근 몇 달간 신규 각성자가 거의 없어서 걱정했는데 아직 희망은 있는 거 같습니다.”

라오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예?”

“아. 아니다.”

라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새로운 초능력자가 생기는 건 반가운 일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나가봐. 처리해야할 일이 있어서.”

“옙!”

경례를 한 김인호가 나간 걸 확인한 라오가 서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아직도 여력이 남아있다고?”

라오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설마...아니겠지. 아닐 거야.”

‘옳지, 옳지.’

-꿈틀. 꿈틀.

꿈틀이 컨트롤에 익숙해지며 신성력을 흡수하는 속도도 가속화됐다.

반 토막 났던 리틀 꿈틀이는 이제 원래 덩치를 회복했다.

‘이쁘네. 이뻐.’

-꿈틀. 꿈틀.

‘무럭무럭 자라렴. 저번처럼 살 빠지지 말고.’

나는 큰 꿈틀이에게 말했다.

‘얼른 신성력 내놔! 리틀이가 배고프다잖아!’

-꿈틀.

그저 내 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건만 마치 리틀이와 차별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그런데 그때.

-꿈틀.

‘어?’

이번엔 리틀 꿈틀이의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했다.

‘안 돼!!’

나 이번엔 아무런 생각도 안했단 말이야!!

나는 다급히 큰 꿈틀이를 쥐 흔들며 말했다.

‘또 작아지잖아! 얼른 신성력 뱉어내!!’

“아...”

몇 달 만에 발견된 각성자인 발디아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게 레벨업.”

괴물을 잡고 레벨을 올린 발디아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 강해질 수 있어!”

동료들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축하해 발디아!”

“어때? 느낌이?”

“최고야! 아주 짜릿해!”

발디아가 두 손을 불끈 쥐며 말했다.

“내 손으로 괴물들을 모조리 절단 내겠어!”

발디아가 두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라-오.”

그때 동료하나가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했다.

“라오님이 주신 힘이면 초인이 됐어야 하는 거 아니야?”

발디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그렇지만 그렇다고 라오님에 대한 감사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발디아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에게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누구신지 어느 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허튼 곳에 쓰지 않겠다 약속드리겠습니다.”

가끔씩 리틀 꿈틀이가 줄어드는 모습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왜 자꾸 줄어드는 거지?’

이해가 안 되네.

분명 내 의지가 아니란 말이지.

뭔가가 신성력을 끌어들이나?

하지만 가여운 리틀 꿈틀이가 말라가는 모습을 느끼고 있자면 화딱지가 날 지경.

‘혹시 내 의지가 부족한가? 그래서?’

그래.

내 정신력이 부족해서 그런 게 분명하다.

너무 나태했어.

나는 온 신경을 집중시키며 말했다.

‘리틀 꿈틀이는 절대 신성력을 토해내지 않는다. 리틀이는 계속 먹고 자라야해. 아직 아기라고!’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후후.’

며칠에 한 번씩 빠져나가던 신성력이 뚝 끊겼다.

‘역시 내 의지 부족이었어.’

아마 내가 가진 정신력의 한계를 넘어서서 리틀 꿈틀이가 조금씩 흩어지는 현상이 아니었을까.

‘결국 리틀 꿈틀이를 더 키우고 라오를 방해하려면 내 정신을 갈고 닦는 게 우선이라는 거겠지.’

강한 정신력.

내가 머리는 나빠도 의지력 하나는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정신 집중. 정신 집중. 모든 건 내가 하기에 달렸다. 내면을 갈고 닦는 거다!! 우오오!!’

“이상하네...”

발디아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멈춰 서자 동료들이 물었다.

“왜 그래?”

“평소라면 괴물을 이정도 잡았으면 레벨업을 했었거든? 그런데 아직도 레벨업을 안 해.”

“레벨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가 늘어나서 그런 거 아니야?”

발디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가?”

“게임에서도 레벨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가 늘어나잖아. 같은 거겠지.”

발디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거겠지? 그럼 몇 마리 더 잡아보자.”

김인호의 보고를 받은 라오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레벨업이 멈췄다고?”

“예. 겨우 레벨 4인데 괴물 수십 마리를 잡아도 레벨업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인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상하군요. 저희야 그렇다 치지만 겨우 레벨 4면 아직 한참 오를 땐데.”

천둥교의 초능력자들은 모두 웜홀 몰이사냥을 통해 한계치까지 레벨이 오른 상태였다.

김인호 역시 몇 달 전 22로 오른 뒤 단 한 차례도 레벨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군. 레벨업이 멈췄다고.”

“예. 하여튼 이 상태창의 존재는 정말 미스터리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레벨이 오르면 왜 강해지는지 등. 라오님의 상태창이야 신성력이란 확고한 기반이 있지만 저희들 상태창은 어떻게 구성된 걸까요?”

라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야 상태창을 만든 존재만이 알겠지.”

“그렇겠지요. 아무튼 그냥 신기해서 보고 드렸습니다.”

“그래. 알겠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계속 사냥은 해보라고 해.”

“알겠습니다.”

김인호를 내보낸 라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그냥 일시적인 현상이었나 보군.”

라오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계획대로 간다.”

‘오. 이제 제법 덩치가 커졌네.’

리틀 정도는 벗어난 거 같지만 그래도 리틀이 입에 익으니 앞으로도 계속 리틀 꿈틀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난거지?’

나는 라오가 보는 서류의 날짜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벌써 1년??’

몸을 빼앗긴지 벌써 1년이나 지났다고?

체감 상으론 몇 달도 채 되지 않게 느껴지는데?

‘라오가 신성력을 얼마나 모았었지?’

마지막으로 교단 상태창을 확인했을 때 모아놓은 신성력은 대략 2조.

‘내가 너무 태평했나.’

아무리 리틀 꿈틀이에 흠뻑 빠져있었다지만 1년을 이렇게 보내다니.

‘지금 속도론 라오가 신성력 쌓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

뭔가 더 빨리 신성력을 모으는 방법이 없을까.

‘...한번 해볼까.’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본 적 있었다.

바로 리틀 꿈틀이를 움직여 큰 꿈틀이와 접촉 시키는 것.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봐야할 거 아닌가.

하지만 리틀 꿈틀이가 마음에 걸린다.

겨우 떼어다 키웠는데 큰 꿈틀이가 리틀 꿈틀이를 흡수해버리면 절망스러울 거 같아 포기했던 방법이었다.

하지만 경과한 시간을 보니 슬슬 조급함이 밀려온다.

‘...리틀아.’

-꿈틀.

‘할 수 있을까?’

-꿈틀.

‘할 수 있다는 거야 못한다는 거야?’

-꿈틀.

‘에휴. 아무 말도 못하는 애 데리고 뭐하는 거냐.’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말했다.

‘좋아 해보자.’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 눈물을 머금고 다시 키우면 된다.

나는 조심스럽게 리틀 꿈틀이를 조금씩 움직여 큰 꿈틀이에게 이동시켰다.

그런데 리틀 꿈틀이가 큰 꿈틀이에게 다가갈수록 큰 꿈틀이의 움직임이 요란해진다.

당장이라도 리틀 꿈틀이를 덮칠 것처럼 요란하게 움직이는 큰 꿈틀이.

‘아.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니야?’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외쳤다.

‘에이씨! 못 먹어도 고!’

그리고 리틀 꿈틀이와 큰 꿈틀이가 접촉하는 바로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아...’

큰 꿈틀이라고만 생각했던 꿈틀이의 진정한 형체를.

거대하다.

비록 내 몸 안에 있는 것이지만 정신마저 아득히 집어 삼킬 것처럼 거대한 존재가 느껴진다.

‘이게...이게 그동안 내가 모은 신성력?’

내가 오물조물 다루던 큰 꿈틀이는 그저 일부에 불과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거대한 존재감에 공포심까지 생겼다.

‘아! 리틀 꿈틀이!’

너무 거대한 존재감에 잠시 리틀이의 존재를 망각했던 나는 다급히 외쳤다.

‘리틀아! 돌아와! 상대는 괴물이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리틀이.

‘아. 망했네.’

이대로 리틀이가 큰 꿈틀이에게 집어 삼켜질 거라 생각하는 그 순간.

‘어?’

리틀 꿈틀이는 큰 꿈틀이에게 잡아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맹렬한 기세로 큰 꿈틀이에게서 무언가를 빨아먹으며 급격히 덩치를 불리는 리틀 꿈틀이.

‘오. 오오! 오오오!!’

리틀이가 빨아들이는 게 무엇이겠나.

바로 신성력.

내가 조금씩 떼어내 줄때랑은 격이 다른 속도였다.

‘옳지, 옳지! 잘한다! 리틀이 파이팅! 다 잡아먹어 버려!!’

“휴. 아직도 부족해.”

현신을 위해선 막대한 양의 신성력이 필요했다.

2조에 달하는 신성력.

라오의 본신을 일부라도 현신시킬만한 막대한 양이었으나 라오는 만족할 수 없었다.

“완전한 현신.”

라오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드디어 나 라오가 완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는 거다.”

라오는 습관적으로 거울 앞에서며 말했다.

“장지후. 피폐해진 네놈의 모습이 보이는구나.”

라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슬슬 기회를 줘볼까? 너에게 이 몸의 통제권을 잠시 넘기도록 하지.”

‘어. 어? 뭐? 통제권을 준다고?’

라오가 말했다.

“무릎을 꿇고 나를 섬기겠다 말해라.”

‘그건 상태창 생기자마자 했는데?’

“그럼 너는 천둥신 라오를 섬기는 천둥교의 교주로서 호화롭고 영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다.”

‘아니 그딴 건 상관없는데.’

나 은퇴할거라고.

“기대되지 않나? 너의 위엔 오로지 나만이 있는 거다. 경험해봤으니 알겠지. 철저한 계급 체계로 이루어진 천둥교에서 일신지하 만인지상의 존재.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나? 흥분되지 않나? 거기에 갇혀 발버둥치는 것보다 백배 천배는 나은 삶일 거다.”

‘좆 까세요.’

내가 네 말 믿었다 지금 이 모양 이 꼴인데 또 믿으라고?

그나저나 몸의 통제권을 잠시 돌려준다고?

이건 기횐가?

뭐를 해야 하지?

“교단 상태창.”

라오가 갑자기 교단 상태창을 소환했다.

‘어?!’

지금 리틀이가 맹렬한 기세로 빨아들이고 있는데!

나는 다급히 외쳤다.

‘리틀아! 떨어져!!’

하지만 여전히 큰 꿈틀이에 붙어 미친 듯이 신성력을 흡수하고 있는 리틀 꿈틀이.

-꿈틀! 꿈틀! 꿈틀!

‘리틀아 제발!! 이러다 라오가 눈치 챈다고!!’

-꿈틀! 꿈틀! 꿈틀!

‘착하지! 조금 있다 먹자. 응?’

내가 리틀이를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이 라오가 상태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보아라. 18억 신도와 수천만의 사제들. 너는 이들의 위에 군림하며 나를 보필하는 거다. 돌아가고 싶지 않나? 화려했던 그때로?”

나는 보았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신성력을.

‘리틀아 제발!!’

-꿈틀! 꿈틀! 꿈틀!

‘아직 늦지 않았어! 라오가 아직 못 봤다고! 빨리 떨어져!!’

라오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자! 나의 품으로 들어올 기회를 주겠다! 우선 몸의 통제...응?”

‘젠장!!’

늦었다!

라오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시. 신성력이.”

신성력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신성력은 스킬이든 임명이든 무언가를 썼을 때만 사라지는데 라오는 현재 아무런 스킬도 쓰고 있지 않은 상황.

라오의 안색이 창백해져 갔다.

“서. 설마.”

라오는 거울 속 자신의 몸을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장지후 네 이놈!!!”

< 14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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