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30화 (131/188)

< 130화 >

근처에 대피소가 생겼다는 라오의 말은 그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생존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곳에 가면 이 막막한 현실을 타파할 수 있다는 희망.

그렇게 생존자들은 남은 물자를 모두 챙겨 근처의 대피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중간에 괴물과 조우해 희생자가 무수히 발생했지만 생존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곳이 아니면 그들의 미래는 없기에.

“환영합니다.”

그리고 대피소에 도착한 사람들은 단단하게 꾸려진 대피소를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드디어 살았어.”

숨어 지내던 일가족 4명이 대피소 문을 통과하자 주저앉으며 울기 시작했다.

“엉엉. 라오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4분 맞습니까?”

“예. 저희가 전부입니다.”

“자. 이쪽으로.”

일가족은 대피소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한 방을 배정받았다.

“일단 이건 오늘 하루치 식량입니다.”

아버지가 대표로 나서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감사하다고 하시긴 이릅니다.”

“예?”

“검증 절차가 끝나지 않은 사람은 저희 대피소 입장이 불가합니다.”

대피소 사람의 말에 아버지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서. 설마 쫓겨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사안에 따라 그럴 수도 있습니다. 밖은 혼란스럽고 약탈자가 즐비합니다. 간신히 꾸린 저희 대피소에 약탈자가 침입할 수도 있다는 말이죠.”

아버지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

“저희는 절대 약탈자가 아닙니다!”

“물론 저희도 단정 짓는 건 아닙니다. 아. 먼저 질문하나 드리겠습니다. 혹시 이중에 초인 계십니까?”

대피소 사람의 말에 아버지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제. 제가 초인입니다.”

“몇 배 이십니까?”

“1.2배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버지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검증 절차라는 게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대피소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일이 되시면 아실 겁니다.”

대피소 사람이 문을 닫고 나가자 시종일관 간절한 표정이던 아버지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흠. 검증 절차라.”

“뭘까요. 아버지?”

큰 아들의 말에 아버지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모르겠다.”

큰 아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걸리는 건 아니겠죠?”

사실 이 아버지, 어머니, 아들 둘로 이루어진 일가족은 전원 초인으로 이루어져있었다.

그것도 아버지는 무려 3배 초인.

20명 규모의 생존자 그룹에서 함께 지내던 어느 날 일가족은 라오의 목소리와 함께 초인이 되었다.

운이 좋았다.

20명중 단 4명 그것도 자신들 가족만 선택받다니.

그날부로 이 일가족은 생존자 그룹의 왕으로 군림하며 패악질을 일삼았다.

식량과 힘을 무기로 사람들을 겁박하고 괴롭히고.

종말의 세상에 재미를 즐길만한 거리가 무엇이 있을까.

처음엔 작게 시작된 괴롭힘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잔혹하고 엽기적으로 변해갔다.

식량을 낭비한다며 노인을 괴물에게 던져 미끼로 쓰고 반항하는 사람을 죽이고.

그렇게 평범했던 일가족은 사람의 탈을 뒤집어쓴 괴물로 변해버렸다.

“걱정하지 마. 잘 처리했잖아.”

아버지가 가족들을 달래며 말했다.

“우리만 입 다물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그렇겠죠?”

“그래. 죽은 자는 말이 없지.”

대피소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혹하지 않을 생존자는 없었다.

안전하고 식량이 있고 초인들의 보호를 받고.

일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자신들이 저질렀던 패악질.

대피소를 만들게 지시한건 바로 라오.

라오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종말 전부터 모든 힘을 쏟던 자다.

당연히 그런 라오가 자신들을 봐줄리 만무.

일가족은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의 세탁을 위해 함께 있던 모든 생존자를 모두 죽여 입막음 하였다.

“그런데 라오가 뭔가를 알아내면 어떡하죠?”

둘째 아들의 걱정에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그놈을 신이라고 믿는 거냐? 그놈은 그냥 운 좋게 좋은 초능력을 각성한 일개 사람이다. 천둥교가 운영하는 대피소가 몇 갠데 겨우 우리 4명에게까지 신경 쓰겠어? 그리고 신경 쓴다고 한들 우리가 뭘 했는지 지가 어떻게 알아?”

“그렇겠죠?”

“당연하지. 그러니까 안심하고 앞으로 언행 조심해. 예전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

아버지의 말에 아들들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건 좀 아쉽네요.”

아버지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정신 차려. 또 식량 걱정하며 살고 싶어?”

아무리 그곳에서 왕처럼 살았다 한들 대피소에서의 생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알겠어요.”

“정신 똑바로 차려. 우리는 그냥 괴물을 피해 도망 온 불쌍한 사람이야. 알았어?”

“네. 네. 그런데 아버지.”

“왜.”

“우리가 초인인건 왜 숨기셨어요?”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그룹은 20명이었어. 그런데 초인은 고작 우리 4뿐이었지. 아까도 말했듯 라오는 모든 사람을 파악할 수 없어. 그러니 비슷한 수준으로 랜덤하게 임명했을 거다. 그런데 우린 4명이 모두 초인이다.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이란 질문이 당연히 따라오겠지.”

아들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아. 그렇구나.”

“아무튼 우리 고생도 이젠 끝이다.”

아버지가 가족들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우리 과거는 모두 잊고 행복하게 살아보자.”

다음날.

편안하게 잠을 자던 일가족의 방문이 활짝 열렸다.

꿈나라를 헤매던 아버지가 비몽사몽 상태로 일어나 말했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문을 열고 들어온 대피소 사람이 말했다.

“검증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

“예?”

대피소 사람이 다짜고짜 질문을 했다.

“정말 본인만 초인이십니까?”

아버지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본인만 초인이냐고 물었습니다.”

아버지가 눈치를 살살 보며 생각했다.

‘뭐지. 설마 우리를 도청했나? 뭔가 알고 온 거 같은데.’

잠시 머리를 굴리던 아버지가 말했다.

“사. 사실은 저희모두 초인입니다.”

대피소 사람이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거짓말을 한 이유는?”

“그. 그게 초인인걸 알면 괴물과 싸움을 시킬 거 같아서 그랬습니다.”

“싸우기 싫어서 그랬다. 맞습니까?”

대피소 사람과 아버지의 대화에 잠에서 깬 일가족이 마른침을 삼키며 둘의 대화를 경청했다.

“맞습니다.”

“그럼 좋습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다른 일반인들은 어디 있습니까.”

대피소 사람이 가장 기피했던 질문을 하자 아버지가 다급히 말했다.

“모. 모두 죽었습니다.”

“그럼 처음에 왜 4명이라고 속이신겁니까?”

“의심받을까봐 그랬습니다.”

“라오님께서 계시로 말씀하셨을 텐데요.”

대피소 사람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짓 정보는 용서치 않는다고.”

“죄. 죄송합니다! 괴물들에 쫓겨서 정신이 오락가락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뭐. 그거야 들어보면 알겠죠.”

대피소 사람이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일단 교화시키면 거짓말을 하지 못하니까.”

“첫 번째 그룹 6명. 초인 둘. 두 번째 그룹 초인 하나. 두 번째 그룹 초인 3...”

나는 계시를 이용해 각 생존자 그룹 리더들에게 오늘 받아들인 생존자들의 신상정보를 모두 읊어주었다.

“거짓말 한 일반인은 추방. 초인은 모두 교화다.”

나는 생존자들에게 대피소 위치를 알려주며 경고했다.

거짓말은 절대 용서치 않는다고.

그들 하나하나의 성향을 모두 확인할 수 없기에 고안한 고육지책이었다.

물론 억울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억울한 사람보다 안 좋은 의도 또는 성향의 사람을 걸러내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이 방법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애초에 괴물과 가장 먼저 싸울 초인의 사망률이 일반 생존자보다 월등할 수밖에 없다.

초인만 살아남고 일반인은 모두 죽었다?

초인이 괴물을 피해 일반인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까지 고려해서 사람들을 받아들이기엔 내가 너무 바쁘다.

“헥헥헥. 아씨. 입 아파.”

이틀에 한번으로 줄여야지 하루에 한번은 너무 힘들다.

나는 지친 표정으로 의자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래도 보람은 있다.”

대피소에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점점 규모가 커져간다.

부족한 식량은 그동안 괴물이 너무 많아 식량을 구하러 갈 엄두도 내지 못한 대형 마트 위주로 알려주고 그들이 차지한 넓은 부지는 농작물로 채워져 간다.

난 중국의 한 대피소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새끼들은 아니지만.”

모든 대피소가 내 명령에 충실히 따른 것은 아니었다.

이 중국 대피소의 경우 나한테 받을 것만 받고 내 명령을 무시하고 있었다.

처음엔 내 말에 충실히 따랐다.

대피소를 만들고 내가 준 정보를 이용해 식량과 무기를 구해오고.

적당한 시기에 주변 생존자들에게 대피소 위치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그때부터 이놈들이 돌변했다.

찾아온 생존자의 상태가 대부분 부상.

무슨 뜻이겠나.

강제로 제압했다는 뜻이지.

아마 일반인들을 노예처럼 부리겠다는 심상.

이미 일반인 생존자들에게 따로 계시를 내려 말했다.

혹시 핍박받고 있으면 오늘 하루 기도를 하지 말라고.

역시나 모든 일반인 생존자들은 그날 하루 아무도 기도를 하지 않았다.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 성의를 아주 똥으로 여긴다 이거지?”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오냐. 한번 제대로 보여주마. 너희가 누굴 건드렸는지.”

“흐흐흐. 이정도 식량이면 우리끼리 1년은 먹고도 남겠어.”

중국 산시성 대피소 대장 왕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귀한 걸 왜 다른 놈들이랑 나누어 가져? 안 그래?”

“맞습니다! 우리 먹을 것도 부족하다고!”

왕량의 생존자 그룹은 모두 130명.

대피소를 만들라는 라오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들은 달라진 자신들의 힘을 만끽했다.

“이제 노예들을 이용해 농사까지 지으면 완벽해. 우리는 종말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와아!!”

그런데 미소를 짓던 왕량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응? 이건 뭐...헉!”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던 왕량이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흠. 여기군.”

“대장님?”

“왕량이 여기고 생존자들이 저쪽이었지?”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하던 왕량이 노예들을 모아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 대장?”

초인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왕량을 뒤따랐다.

노예숙소에 도착한 왕량이 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밀치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여튼 쓰레기새끼들이 너무 많아.”

거적데기를 걸치고 마치 내가 깡패들을 가둬두었던 신성력 공장처럼 여기저기 쭈그린 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예들.

“대장. 왜 그러십니까?”

나는 뒤돌아 초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아직도 왕량으로 보이니?”

“예?”

왕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라오다 씹새끼들아.”

초인들이 경악하며 말했다.

“라. 라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아나. 이 씨발것들. 하여튼 신성력 쓴 보람이 없게 만드네. 보람이. 어쩌다 골라도 이딴 놈들을 골라가지고. 야, 이 새끼들아. 그 힘 너네 쓰라고 준 게 아니라 여기 사람들 지키라고 준건데 이딴 짓을 벌여?”

왕량이 다가가자 그동안 모진 일이라도 당했는지 노예들이 뒷걸음질을 치며 피했다.

“그래. 힘이 생겼으니 너네끼리 잘 먹고 잘살자? 아주 훌륭한 생각이야. 그런데 그거 아냐?”

왕량이 한 노예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그 힘을 준 게 나란 거? 나한테 여기 사람들이랑 너희는 그냥 운이 좋았느냐 나빴느냐 차이밖에 없어. 어디서 힘자랑 질이야? 어이.”

왕량의 말에 노예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사. 살려주세요.”

“너네는 힘을 가지면 가장먼저 뭐할래? 복수? 복수는 당연한 거고 그다음 말이야.”

“예?”

왕량은 뒤에서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초인들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 새끼들처럼 사람들 노예로 만들고 부릴 거야?”

“저. 절대 안 그럽니다.”

초인들은 답답한 표정을 말했다.

“대장! 정신 차리세요!”

“시끄러 이 새끼들아.”

왕량이 노예에게 말했다.

“여기 대피소를 잘 꾸려서 사람들 구하고 착한 짓하고 살 거야?”

“그. 그러니까. 아까부터 그게 무슨...”

왕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까 못 들었어? 나 라오라고. 잠깐 왕량의 몸을 빌렸지.”

노예가 경악하며 말했다.

“라. 라오님!!?”

“자. 이제 대답해. 착한 짓 할거야?”

“무. 물론입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초인들이 외쳤다.

“뭔가 이상해! 대장을 제압해.”

“자. 받아라.”

나는 노예를 단숨에 상급 사제로 임명했다.

“흡!!”

“짜릿하지?”

나는 고양감에 몸을 부들부들 떠는 노예의 등짝을 후려치며 말했다.

“자. 가서 싸워. 다조져. 다음 손님.”

< 130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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