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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04화 (105/188)

< 104화 >

-정부는 기존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하여 확충한 세수로 복지를 늘리...

“천둥교 이 개놈들이 사람들을 홀리려고 별수를 다 쓰는구나!”

아무리 세상이 한순간에 뒤바뀌었다지만 사람은 배고프면 먹어야하고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한다.

어제 시위에 참가했다 손가락이 골절된 오용창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자기 일상을 해나가는 시민들을 보며 인상을 썼다.

“나라에 망조가 꼈는데 돈이 대수야? 나처럼 시위에 동참해 되찾을 생각을 해야지...아야.”

오용창이 골절된 손가락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아오. 아파.”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처럼 생계조차 포기하고 대 천둥교 시위를 할 거라 생각했지만 손가락이 부러져 하루를 쉬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들의 삶을 살고 있었다.

“흥. 우리가 천둥교로부터 나라를 되찾으면 가만히 앉아서 그 혜택을 모두 누리겠지.”

화가 났다.

자신은 생업도 포기한 채 투쟁을 하고 있는데 어째서 혜택은 저들도 같이 누린단 말인가.

“아무튼 영업하는 병원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때 오용창 앞에 버스가 멈춰 섰다.

“65번. 병원 가는 버스네.”

버스에 올라탄 오용창이 카드리더기에 지갑을 가져다 댔다.

“어?”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결제음이 울리지 않아 당황해 하는 오용창에게 버스기사가 말했다.

“그냥타시면 됩니다.”

“예?”

“오늘부터 버스는 전면 무료라서요.”

“예??”

“저도 어떻게 된 건진 잘 몰라요.”

오용창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천둥교 이 개놈들. 나라를 아주 지들 멋대로 휘두르는구나!!”

버스비 아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이것도 자기 주머니에서 안 나갈 뿐 자신들의 혈세 아니겠는가.

버스를 타고 병원에 도착해 진료를 받은 오용창이 계산대로 가서 말했다.

“얼마죠?”

“아. 오늘부터 모든 진료비는 100프로 의료연금에서 부담하기로 했으니 그냥 가시면 됩니다.”

“예? 병원비가 무료라고요?”

오용창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이런 포퓰리즘 복지로 사람들을 구워삶으려 하는 거구나!!”

하지만 동시에 드는 생각.

‘수입이 끊겨서 병원비가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오용창이 거세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헛생각을 하는 거야!!”

“흐흐흐.”

딱히 정권지지도 조사 같은걸 하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동요가 느껴졌다.

연일 늘어만 가던 시위대 숫자가 처음으로 멈춰 섰다.

“그래. 이제 그만 자기 자리로 돌아가라.”

내가 나라들을 전복한지 벌써 3주째.

시위대의 규모는 어마어마했지만 아무리 그들이 시위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시위대는 생계조차 포기하고 투쟁을 하지만 대부분의 기회주의적 사람들은 기도를 통해 세금 감액을 받으며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을 넙죽넙죽 받는다.

당연히 시위대로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시위대야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될 거니 놔두면 될 거 같고...”

행정공백도 대부분 매꿨고 이제 곧 대통령과 정치인들도 모두 교화가 완료될 테니 대한민국을 비롯한 41개국 모두 완벽히 안정화될 거다.

나는 딱히 내가 직접 나라를 경영할 생각은 없다.

깡패출신인 내가 뭘 안다고.

많이 배우신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맡겨버릴 거다.

내가 명령할건 단 하나.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해라 이것뿐.

그들 모두 많은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다.

나라보다 자신의 이익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이익을 우선시하기에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거지만 이제 그들은 모두 오로지 한국의 번영만을 위해 일한다.

“대피소 건설도 순조롭고. 웜홀 방비도 끝나가고.”

웜홀 경비 초인 부대를 두 배로 늘렸고 한국 각지에 대규모 대피소 또한 건설 중이었다.

그때 사제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

“라오님.”

“뭐지?”  “이번에 숨어있다 투항한 초능력자가 라오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 누군데?”

“초능력팀 소속 김인호 반장이라고 합니다.”

“김인호 반장?”

한국 최초의 초능력자이자 최고의 화염 능력자.

나도 잘 아는 인물이다.

“흠.”

국가소속 초능력자 1만 명 중 웜홀로 넘어가있던 게 그 절반인 5,000명이고 한국에서 우리에게 사로잡힌 초능력자가 3,500명이다.

투항하면 자유를 주겠다는 말에 지금까지 투항한 초능력자는 모두 500명.

아직도 한국 어딘가에 1,000명의 국가소속 초능력자가 숨어있었다.

아마 김인호는 그들을 대표해 나선 거겠지.

“좋아. 데리고 와.”

“와서 앉아.”

내 말에 김인호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나를 보고 싶다 했다고?”

“그렇습니다.”

오호. 존대라.

“그래.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나를 보자고 한 거지?”

“투항을 하면 자유를 주고 웜홀에 가고 싶으면 보내주겠다는 말이 진짜인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야.”

“......증거나 증인은 있습니까?”

“내가 그런 거 입증까지 해야 하나?”

김인호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만약 저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한국에 남아있는 국가소속 초능력자들은 목숨을 걸고 저항할겁니다.”

나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어이쿠. 무서워라. 너무 무서워서 다 알려줘야겠네.”

“......”

“농담이야. 농담. 증거나 증인? 그런 건 없어. 없다는 거 자체가 내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현재 한국에 국가소속 초능력자는 너희 1,000명이 전부거든.”

김인호가 경악하며 말했다.

“서. 설마 모두 죽여 버린....”

“야. 야. 무서운 소리하지 마. 우리 여지껏 단 한명도 죽인 적 없거든? 우리한테 포로로 잡힌 3,500명은 잡힌 당일 모두 웜홀로 넘어갔다. 물론 자의로.”

선택지를 주자 모두 웜홀로 가기를 희망해서 모두 보내줬지.

김인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두 웜홀로 넘어갔다고요?”

“그래. 그리고 아직까지 한명도 안돌아오네. 거기가 좋은가봐.”

한참동안 침묵하던 김인호가 말했다.

“어째서입니까? 그들을 웜홀로 보내지 않았으면 이미 웜홀 너머에 있던 아무것도 모르는 초능력자들이 현재 한국 상황을 몰랐을 텐데요.”

“그랬겠지. 그러다 지구로 돌아오는 초능력자 하나씩 제압하면 끝이었겠지.”

“그런데 어째서...”

“말했잖아. 난 초능력자가 강해지는 걸 원한다고.”

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잡았다고 한들 초능력자들이 내 말을 들을까?”

“......”

“아무튼 질문은 그게 끝인가? 끝났으면 가봐. 원하면 언제든 웜홀로 보내줄 테니까 말만하라고.”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김인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말해.”

“박종문 팀장님. 살아계십니까?”

“물론이지.”

“그거면 됐습니다.”

나는 뒤돌아서 나가려는 김인호에게 말했다.

“상태는 안 물어봐?”

“물어보나 마나 아닙니까. 이미 세뇌가 완료...”

“안했어.”

“예?”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교화 안 시켰다고.”  “박팀장님!”

박종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김반장.”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감금되어있다는 것만 빼면 뭐.”

“장지후가 세뇌시키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믿기진 않겠지만 정말이야.”

“......”

박종문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안 믿어도 돼. 아니 오히려 믿지 마. 나를 근거로 장지후가 너에게 세뇌되지 않은척하는 정부 인사를 붙일 수도 있으니까. 그냥 초능력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믿지 마.”

김인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오히려 믿음이 가는 군요.”

“믿지 말라니깐. 요원출신이면서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하하. 아무튼 무탈하시니 마음이 놓입니다.”

잠시 해후를 나눈 뒤 박종문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상황은 어떻지? 천둥교 사제들이 이야기는 해주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천둥교가 41개국을 장악했습니다.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대를 구성해 연일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고요.”

“하아. 41개국이면 전세계의 5분에 1이 천둥교에 장악 당했다는 말이군.”

“예. 그런데...”

“그런데?”

“생각보다 안정적입니다.”

박종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겠지. 한국 정부가 수십 년을 걸쳐 완성한 행정체계를 세뇌된 공무원들을 통해서 그대로 바톤 터치하듯 이어받았을 테니까.”

“처음엔 시민들 모두 언제 세뇌당할 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난리였지만 천둥교는 처음에만 전면에 나섰을 뿐 그 후론 정부를 앞세워 모든 일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딱히 사람들을 세뇌시키지도 않고 무엇보다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시키지 않아 사람들이 불안

해하면서도 일단 관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장지후.”

“그보다 왜 이렇게 쉽게 박팀장님을 만나게 해주었을까요?”

박종문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나를 통해 초능력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거겠지.”

“예?”

“장지후는 진심으로 종말이 올 거라 믿고 있다.”

김인호의 동공이 흔들렸다.

“진...심으로 말씀이십니까?”

“그래. 초능력자들을 질투해서가 아니고 진심으로 종말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거다.”

“신의 계시라도 받았답니까?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요.”

“나야 그것까진 모르지. 아무튼 우리는 장지후가 진심이란 걸 이용해야해. 장지후가 진심으로 종말이 올 거라 믿고 있는 이상 함부로 초능력자들의 목숨을 취하지 않을 거야.”

“그러고 보니 장지후는 생포한 초능력자들을 모두 웜홀로 넘어갈 수 있게 허락했다고 하던데요.”

“정말일거다. 그 정도로 장지후의 믿음은 확고해. 아마 평소처럼 웜홀을 들락날락거려도 장지후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을 거다. 아무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장지후의 방관을 이용해 초능력자의 힘을 키우는 것뿐이야. 웜홀을 통해 레벨을 올려.”

김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무도 믿지 마. 초능력자만이 장지후의 마수에서 무사할 수 있어.”

그때 김인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여긴 라오가 마련한 장소 아닙니까? 그런 이야기는 좀 은밀하게 하셔야...”

박종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장지후는 우리 대화내용을 다 듣고 있을 거다. 하지만 상관없어. 장지후 역시 초능력자들이 강해지길 원하니까. 단지 그 칼끝이 종말이냐 장지후 본인이냐만 다를 뿐.”

박종문이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 그러냐? 장지후?”

나는 모니터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확해.”

박종문과 김인호 반장은 국가소속 초능력자들 사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

박종문은 김인호에게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를 전하고 김인호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초능력자들을 적극적으로 키울 거다.

또한 웜홀로 넘어간 초능력자들은 아직까지 단 한명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박종문의 말을 들은 김인호라면 겁내지 않고 웜홀과 지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겠지.

일종의 메신저 역할 또한 가능한 셈.

“몇 달씩 거기 처박혀 있으면 정신병 걸릴 거 아니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라고.”

얼마나 배려심 넘치는 악당인가.

주적인 초능력자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시민들에겐 복지혜택을 주고.

“진짜 종말만 아니면 나도 이런 나라에 살고 싶다.”

고아원 지원금이 빠방했어봐.

원장 늙다리가 나한테 앵벌이 시켰겠어?

“아니지. 아니지.”

지원금 빠방하다고 안 시킬 놈이 아니지.

“그러고 보니 원장 개놈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하네.  잘살고 있으면 개 빡칠 거 같은데.

“한번 찾아볼까?”

나라의 모든 권력으르 한손에 쥐고 있는 나다.

명령하나면 며칠 안에 잡아다 내 눈앞에 무릎 꿇리겠지.

“좋아.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

< 10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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