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02화 (103/188)

< 102화 >

“도대체 이게 무슨...”

“뭐? 종말?”

나는 당황해하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종말이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종말을 막기 위해 일어났다. 뭐. 아직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리겠지. 그냥 그런 줄 알아라.”

기자 하나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아무튼 세뇌 사태가 천둥교의 소행이라 이 말씀이십니까?”

“세뇌라고 하지마라. 교화다. 힘을 얻는 데에 대한 대가지.”

내 말뜻에 내포된 뜻을 파악한 몇몇 기자들은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설마 수백만이 넘는 초인들이 전부...”

“맞아.”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 모두 라오의 은총을 받은 자들이지.”

“마. 말도 안 돼. 정제계 인사들이 전부 초인인데.”

“아. 초인이라고 전부 교화되는 건 아니다. 신체능력이 강화되고 계속해서 기도를 하다보면 결국 교화가 되어 천둥교의 일부가 된다.”

나는 경악한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내가 이 사실을 공개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나에게 기도해라. 그럼 힘을 내려주마. 성수? 여기 천둥교 신도 있나?”

내 말에 기자하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이름?”

“소. 손도진입니다.”

나는 손도진을 수습사제로 임명했다.

“흡!!”

손도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 뭐야! 갑자기 힘이 넘쳐흘러.”

“넌 이제 초인이다.”

기자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성수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초인이 됐다고?”

“초인이 되고도 교화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지. 일반 신도는 아무리 기도를 해도 교화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나를 위해 기도해라. 그럼 내가 기도를 올린 신도들 중 가장 열렬한 신도를 뽑아 초인으로 만들어주마.”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초인이 된 다음엔 기도를 그만둬라. 그럼 교화되지 않은 채로 초인이 될 수 있다.”

기자하나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어. 어째서 그런 사실을 모두 공개한 겁니까?”

“간단해. 신성력을 모으기 위해서지.”

어차피 교화 사실은 이미 들통 났다.

이제 누구나 기도하기를 꺼려하겠지.

하지만 회피 방법을 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리스크 없이 과실만 따는 법을 안 사람들이 과연 기도를 중단할까?

과실만 따먹을 생각에 기도를 끊지 못하게 된다.

“초인이 되면서 교화도 피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기도를 올리지 않겠어? 얼마나 좋아? 교화도 안 되고 초인이 될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가재 먹고 도랑치고.”

“저. 정부에서 아니. 세상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 이 악마!”

기자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미 얌전하게 만들었으니까.”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일반시민들에게 고한다. 오늘부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41개국은 천둥교의 산하로 들어온다.”

나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 요구조건은 단 하나. 나를 위해 기도를 올려라. 그것만 지키면 너희에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약속하지.”

평소처럼 파란교 잔단을 찾아다니던 초능력팀은 초인 부대의 습격을 받아 뿔뿔이 흩어졌다.

“젠장!!!!!”

김인호 반장이 땅을 내려치며 말했다.

“이 괴물놈의 새끼들이!!!”

자신이 알고 있던 초인이 아니었다.

상처를 재생하고 더욱 강한 괴력을 뽐내고.

“도망친 건 이게 다인가?”

100명으로 구성되어있던 팀원중 남은 건 겨우 30여명.

“미쳤어. 다들 미쳤다고!!”

팀원중 하나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며 외쳤다.

“제정신이 아니야!!”

김인호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습격직후 상부와 교신을 시도했지만 묵묵부답.

김인호가 멀리 보이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장지후...”

도심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엔 라오의 기자회견 생방송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평소라면 뉴스나 광고로 가득했을 전광판이 전부 기자회견 생방송만 송출한다는 뜻이 무엇이겠는가.

언론사 역시 장악 당했다는 뜻이었다.

“국정원. 청와대. 국회. 모두 장악 당했겠지.”

“반장님. 어떻게 하죠?”

팀원의 말에 김인호 반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다.”

겨우 레벨업 할 방법을 찾아냈지만 아직은 초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세였다.

숫자면 숫자, 힘이면 힘.

그런데 더해 상대는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고 자신들은 무방비상태로 뿔뿔이 흩어진 채 각개격파를 당했다.

“과연 얼마나 도망쳤을지. 설사 도망쳤다 하더라도 어떻게 연락을 취해 만나야 할지.”

한국 내 초능력자는 모두 5만 명.

그중 전투가 가능한 능력자는 2만 여명이고 그 절반인 1만 명이 국정원 초능력 대응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우리끼리 뭉쳐야해. 라오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초능력자 밖에 없...어.”

김인호는 그제 서야 박종문이 초능력자만을 긴급소집하려 한 이유를 깨달았다.

“그때 이미 알아채신 거구나.”

초능력자만이 이 천둥교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

동시에 김인호는 아직 인류에 희망이 남아있음을 느꼈다.

“분명 박종문 팀장님 역시 초인이었어. 하지만 천둥교의 비밀을 눈치 채고 막으려 했고. 그러니까 라오가 말한 초인이 되어도 기도를 하지 않으면 교화되지 않는다는 게 진실일 확률이 높다.”

교화되지 않은 초인들과 초능력자들이 힘을 합쳐야한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들이 먼저 살아야 가능한 일.

“어디로 도망가야하지?”

사용하던 무전기와 핸드폰은 도청의 위험이 있어 연락을 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초능력팀 역시 초인 부대의 습격을 받았을 터.

“웜홀로 들어간 팀원들은 어떻게 하고.”

절반인 5,000명이 웜홀로 넘어가 레벨업을 위한 사냥과 동시에 전진기지를 건설하고 있었다.

“그래. 웜홀. 초인은 웜홀을 넘어가지 못해!”

웜홀에 대한 정보가 쌓이며 식용 가능한 식물과 괴수를 찾아냈으니 웜홀 만한 도피처가 없었다.

문제는 웜홀 입구엔 수천 명에 달하는 초인 부대가 경비를 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전력으론 계란으로 바위 깨는 격.

“...무방비 상태로 웜홀을 넘어 지구로 돌아오는 초능력자들도 모두 당할 거야. 웜홀 탈환이 제 1 목표다.”

웜홀너머 초능력 팀에 경고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곳을 피난처로 삼아야했다.

그때 전광판에서 라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초능력자? 난 초능력자를 핍박하지 않는다. 모든 정부기관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돌아갈 테니 신규 각성자는 예전처럼 등록하고 기존 초능력자도 평소 살던 대로 살면 돼. 웜홀로 사냥 가는 것 역시 허락한다.

“...뭐? 웜홀로 넘어가는 걸 허락해준다고?”

-물론 정부소속 초능력자들은 잠재적으로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제압중이지만. 아. 혹시 정부 소속 초능력자들 중 내 말 듣고 있는 사람들은 귀 씻고 잘 들어. 기회를 주마. 천둥교에 투항해라. 어차피 네놈들은 성수가 먹히지도 않으니까 교화 걱정일랑 접어두

고. 천둥교에 투항하면 일반시민들처럼 자유를 주지. 원하면 망명도 시켜주고. 웜홀로 넘어가는 것도 허락한다.

김인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장 큰 적이 될 우리 초능력자에게 자유를 준다고?”

팀원들이 악을 지르며 외쳤다.

“거짓말입니다!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물론 믿기 힘들겠지. 하지만 진짜다. 나는 초능력자 역시 종말을 막는데 필요한 필수전력이라고 생각하니까. 너희들이 레벨업을 해 강해진다? 대환영이다.

“...제대로 미쳤군.”

종말이라니.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누가 믿는단 말인가.

“반장님. 어떻게 할까요?”

“으음...”

라오의 말이 사실이라면 투항한 뒤 레벨업을 핑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여태까지 전세계를 속여 온 라오다.

“일단은......모두 흩어지자.”

“예?”

“어차피 지금 초능력자들이 전부 모여 봐야 천둥교가 보유한 전력에는 상대가 안 돼.”

군대와 경찰도 믿을 수 없었다.

“일단 각자 흩어져서 사태를 좀 지켜보자. 그리고 만약 라오가 정말로 저 말을 지킨다면...투항해야지.”

“그건 죽어도 싫습니다! 저딴 사이비한테 머리를 숙이자고요?”

김인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정말 항복하자는 게 아니야. 우리는 초능력자. 성수가 통하지 않아. 그러니 일단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 뒤 웜홀 너머에서 힘을 기르며 훗날을 대비하는 거다.”

웜홀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곳에서 초능력자를 규합해 천둥교의 마수를 피한 국가들과 힘을 합치는 게 유일한 방법.

“모두들 살아서 보자.”

전세계가 경악했다.

“배. 백백교! 교주 월리엄을 잡아!!”  CIA국장이 기자회견을 보자마자 월리엄 체포를 지시했지만 이미 교화된 사제들과 함께 자취를 감춘 지 오래.

“아. 안 돼.”

백백교의 백인우월주의자 사제들만 수만 명이었다.

그 많은 사제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고 미국 내에 숨어들었다.

백백교뿐 만이 아니었다.

신체능력 강화 능력자들 모두가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자취를 감추고 물밑으로 숨어들었다.

“......이대로는 안 돼.”

백백교를 통해 만들어낸 초인 부대역시 모든 장비를 챙기고 사라졌다.

물론 그들의 신상정보는 모두 확보하고 있으나 미국은 넓고 사람도 많은 나라.

신분을 속이고 은밀히 활동하는 수만 명의 백인을 무슨 수로 전부 잡아내겠는가.

게다가 초인 부대와 백백교뿐인가.

파란교의 성수를 마시고 난리치던 마피아들까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검문소를 강화하고 어떻게든 잡아내!”

각국의 초능력자 협회는 곧장 천둥교를 향해 날선 비판을 했다.

-천둥교는 웜홀이 등장하며 초능력자들에게 기회가 생기자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겨 일어난 거라 우리는 확신한다. 즉 종말은 핑계일 뿐이면 그 진상은 추한 질투라는 것! 우리 미국 초능력자 협회는 천둥교를 인류의 악이라 단정하며 이를 규탄한다!

“뭐. 열심히 지껄여보라고. 군대는?”

“장군들을 억류하고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반항하는 사람은 없나?”

“탈영병이 대거 생겼지만 모두 잡아들였습니다.”

“좋아. 그럼 병사들을 잘 다독이고 군대는 조금씩 해산시킨다.”

한국에 있는 사제가 수십만이 넘는다.

군대를 유지해야할 이유가 없지.

“관공서는 잘 돌아가고 있지?”

“예. 교화시킨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차질 없이 진행 중입니다.”

“시민들을 안심시켜야해. 천둥교가 집어삼켰음에도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깨닫게 하는 거야.”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 역시 교화가 끝나면 차질 없이 국정을 운영하게 한다.

오히려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할 거다.

“청렴한 국회와 대통령. 믿음직한 정치인으로 도배된 최초의 대한민국을 만든다.”

계속해서 시민들에게 천둥교가 집어삼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인식을 심어주고 안심시킨 뒤 기도를 통해 신성력을 모은다.

정치인을 마지막으로 이제부터는 억지로 교화시키지 않을 거다.

“교화의 진실을 알게 된 시민들을 강제 교화시키려하면 대한민국은 물론 천둥교가 장악한 나라 시민들이 전부 들고 일어날 거야. 가장 장악력이 확고한 대한민국조차 모든 시민들이 들고일어나면 손쓸 방법이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완전한 대한민국이지 엉망이 된 대한민국이 아니다.

돈이 있어야 대피소를 건설할 수 있고 인프라가 살아있어야 수월한 대피가 가능하다.

난 그 누구보다 완벽한 대한민국을 만들 거다.

“궁지에 몰린 생쥐는 고양이도 문다고 했지.”

난 이미 시민들에게 교화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최소한의 숨 쉴 구멍은 만들어준 셈.

“그리고 사회분위기 자체를 바꾼다.”

물리적 강제만이 강제가 아니다.

초인이 되지 않으면 평탄하게는 살 수 있어도 성공확률이 희박해지는 사회.

기도를 하면 우대받는 사회.

그렇게 안정화시킨 나라들을 종말 대비에 특화시킨다.

“천둥교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수십만 시민이 들고일어나 청와대로 행진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자유를 위해 행진했다.

그때 초인 부대가 시위대 앞에 나타났다.

“초. 초인 부대야.”

“꿀꺽.”

시위대는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 긴장해! 상대는 초인이야!”

“정치인들을 모두 납치한 놈들이 우리를 가만둘 리 없어! 무기를 들자!”

각목과 쇠파이프로 무장한 시위대가 초인 부대를 향해 돌진했다.

“와!! 자유를 되찾자!!”

시위대와 초인 부대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공격은 일방적이었다.

“뭐. 뭐지?”

묵묵히 강화복을 입고 시위대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는 초인 부대.  계속해서 무기를 휘두르지만 초인 부대는 초인적인 힘으로 시위대를 완전 틀어막음과 동시에 일절 반격을 하지 않았다.

물대포도 없고 최루탄도 없다.

그저 막아낼 뿐.

그때 초인 부대 측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시위대 대표가 누구인가!! 대화를 원한다!”

“대화를 원한다고? 좋아. 어떤 개소리를 지껄이는지 들어주지.”

시위대 대표가 나서려하자 시위대가 말리며 말했다.

“안 돼! 체포하려는 게 분명해!”

“그래도 난 나가야해. 누군가는 시민을 대표해 말을 해야 한다고.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지! 일단 모두들 진정해!”

시위대 대표가 흥분한 시위대를 진정시키고 앞으로 나섰다.

“내가 시위대 대표다! 대화를 원한다고? 대화를 원한다는 놈들이 무력을 동원해 국가를 마비시켰나! 입이 있으면 나와서 말해봐!!”

“맞아!”

“우리는 사이비에게 점령당하고 싶지 않다! 세뇌되고 싶지 않아!”

그때 초인 부대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한 사람이 나타났다.

“헉!”

이곳에 등장할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인물.

“라오다!!!”

라오가 초인 부대를 가르고 나타났다.

< 10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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