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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96화 (97/188)

< 96화 >

내 예상대로 정부들은 웜홀의 위험성을 이유로 정부 소속이 아닌 초능력자들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정말 초능력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기보단 웜홀을 통해 초능력자들을 통제하려는 생각.

그리고 그 웜홀을 통제하는 최전선엔 초인부대가 있었다.

“왜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웜홀을 중심으로 영국 초인부대가 군기지를 설치해 민간인의 접근을 막자 무작정 찾아온 초능력자들이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초인 부대 장교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한 초능력자는 웜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우리를 막냐고!”

“정부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개소리 하지마!!”

초능력자가 초인 부대 장교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너네가 술수를 부린 거지! 우리가 강해질 방법이 생기니 우리를 막으라고 로비한 거 아니냐고!”

“저희는 상부의 지시대로 수행하는 것뿐입니다.”

“정부라고 뭐가 달라? 초인 병사. 초인 요원, 초인 경호원 등등 전부 초인, 초인, 초인!”

초능력자가 핏대를 세우고 말했다.

“왜 선택받은 우리를 막느냐 이 말이야!!”

“자꾸 이렇게 억지 부리시면 공무방해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냐. 해보자 이거지?”

초능력자의 손에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여기는 제6 초인부대 로건 소위. 초능력자로 추정되는 민간인이 능력을 사용해 검문소 통과를 시도한다. 제압 허가를 요청한다. 오버.”

-허가한다. 오버.

“알겠다. 오버.”

통신을 마친 로건 중위가 말했다.

“전투 준비. 상대는 얼음.”

그러자 뒤로 젖혀있던 강화복의 머리 부분이 자동으로 로건중위의 머리를 덮었다.

영국에서 개발한 초인 전용 강화복 Mk-3은 비교적 많은 수의 초능력자들이 각성하는 화염과 냉기 같은 1차적인 자연계 공격에 내성을 갖춘 최신 강화복이었다.

양산형인만큼 완벽히 방어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초인들이 초능력자에게 근접할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벌어줄 수 있었다.

물론 여러 기능이 부여된 만큼 강화복의 무게가 일반인은 입을 수조차 없는 수준이었지만 초인인 로건 중위에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강화복 착용을 마친 로건 중위가 공격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제압을 시작한다.”

초능력자들이 웜홀에 매료되어 정신이 나간 사이 천둥교와 분파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 과장.”

보건복지부 소속 이 과장은 동기이자 친구인 김 과장이 자신을 부르자 고개를 들며 말했다.

“왜? 저녁에 한잔 하자고?”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김 과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많이 바빠?”

“바쁘지. 초능력자들 덕분에 일복 터졌다.”

초능력자에게 입은 피해를 단순 상해로 봐야하는지 자연 재해로 봐야하는지 등 초능력자의 등장은 평범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모든 규정과 매뉴얼만으론 대응이 불가능했다.

당연히 일선 공무원들의 손이 바빠질 수밖에.

“사고 쳤다하면 전부 초능력자들이야. 초인들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사실 초능력자들이 사고를 쳐봤자 일반범들보다 많겠는가.

단지 한번 사고를 쳤다하면 대규모 참사가 나니 더욱 돋보일 수밖에.

비행기나 배가 자동차보다 사고 확률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자동차를 더 안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였다.

“흐흐. 기운이 많이 딸리나봐?”

김 과장이 자신의 팔뚝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난 초인이 된 후로 아주 쌩쌩한데.”

“그래. 부럽다. 부러워.”

“너도 기도소가서 기도 올리면 되잖아.”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그리고 사제로 뽑혀도 문제야. 한 달 넘게 연수기간을 거쳐야한다는데 내가 자리비울 방법이 없잖아.”

“나처럼 휴직하고 갔다 오면 되지.”

이 과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너야 애기 핑계로 육아휴직 냈지만 나는 결혼도 안했다고. 그림의 떡이다 떡.”

그때 김 과장이 이 과장에게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연수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는 말이지?”

“당연하지. 꼭 싸움뿐만이 아니라 초인이 되면 삶의 질이 달라지는데 그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보디빌더들은 육체를 갈고 닦기 위해 몸에 해로운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까지 사용하는데 천둥교의 성수는 아무런 부작용도 없을뿐더러 시력과 청력 심지어 정력까지 좋아진다는 소문도 있었다.

“맞아. 내가 초인이 되고 나니까 정말 세상이 달라지더라고.”  “그래서 지금 나 놀리러 온 거야?”

“아니. 내가 진짜 좋은 정보를 하나 얻어 와서 말이야.”

“좋은 정보?”

김 과장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내가 다니는 기도소 사제님이 나랑 정말 친하거든? 그런데 이번에 성수 배급 방법이 조금 달라지는 바람에 여유분이 조금 생겼나봐.”

“그런데?”

“그래서 너처럼 연수 시간을 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눠주기로 했는데 그게 워낙에 소량이어야지. 그래서 나한테 괜찮은 사람 없냐고 부탁하시더라고.”

이 과장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연수를 안가도 성수를 나눠준다고?”

“그렇다니까?”

초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밥줄까지 걸 수는 없었기에 포기하고 있던 이 과장은 기대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고?”

“어.”

“그런데 난 기도소에 한 번도 안가 봤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사제님이랑 친하다니까? 단번에 초인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대신에 이건 해줘야 돼. 성수를 마신다음부터 퇴근하고 같이 기도소에서 매일 기도는 올려야해. 설마 이정도 조건도 힘들다는 건 아니겠지?”

“야. 나도 양심이 있지. 퇴근하고 기도한번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기도가 어려워서 안 갔냐? 연수 시간 빼는 게 힘들어서 못 갔지. 아무튼 고맙다. 내가 나중에 크게 한턱 쏠게.”

“흐흐. 대신 비밀은 꼭 지켜야한다?”

초인 배정국 국가 기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뿌려지는 성수.

연수는 교화에 필요한 시간임과 동시에 천둥교가 확장하는데 큰 걸림돌이었다.

초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간절하지만 한 달 넘게 걸리는 연수 시간을 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주부는 주부로서의 본분이 있고 가장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등 각자 사회에서 맞은 역할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신도와 사제를 늘려나가고 있지만 그건 보안과 연수 기간이란 천둥교의 최대 브레이크를 나 스스로 포기하면서 얻어낸 것 뿐.

천둥교는 후진도 속도제어도 불가능한 오로지 앞만을 향해 달리는 자동차와 다름없었다.

“교화가 들통 나는 건 시간문제야.”

2주부터 시작되는 교화직전의 애매한 상태.

군인들이야 그들이 지닌 특수성 덕분에 들키지 않고 교화할 수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그게 불가능했다.

이미 사회엔 수많은 계급의 사제들이 숨어있다.

만약 2주에서 3주정도 된 사제가 사회생활을 하던 중 그런 사제들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갑작스레 생겨난 복종심과 형제애에 큰 의문을 가지게 될 거다.

의문을 가지더라도 기도에 중독되어 금방 교화가 완료되겠지만 그 애매한 시기에 주변에다 자신의 이상함을 토로하는 순간 교화가 발각된다.

최대한 숨기려 노력하겠지만 늦던 빠르던 교화는 세상에 알려지게 될 거다.

“그러니 교화가 알려지기 전에 더 많은 신도와 사제를 확보한다.”

그리고 교화가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천둥교는 전면에 나선다.”

교화된 공무원들을 이용해 국정을 장악하고 초인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재벌들과 권력자들을 동시에 제압한다.

초인부대를 동원해 군부대를 장악하여 나라를 통째로 집어삼킨다.

이것이 바로 최종 작전.

“한명이라도 더 많이 더 빨리.”

종말이 오기 전에.

“흠.”

박종문 팀장이 보고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생존률이 고작 70퍼센트라니.”

웜홀을 통해 레벨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 역시 초인부대를 파견해 웜홀을 봉쇄하는 한편 정부소속 능력자들 중 자원자를 뽑아 웜홀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살아서 돌아온 건 고작 70퍼센트 뿐.

“게다가 레벨업 속도도 느려.”

초능력자들은 각자 수십 마리의 괴물을 학살하고 나서야 레벨을 1씩 올릴 수 있었다.

레벨이 오른 초능력자는 20퍼센트 가량의 상승폭을 보였지만 생존률과 레벨업 속도를 생각하면 결코 달가운 결과는 아니었다.

20퍼센트의 능력 상승을 보였지만 동시에 40퍼센트의 초능력자를 잃었으니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전체 전력은 줄어든 셈.

하지만 이번 진입 덕에 웜홀의 위치가 언제나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는 걸 확인한건 큰 수확이었다.

“첫 진입이기에 정보 부족으로 많은 사망자가 나왔지만 계속해서 정보가 쌓이면 생존률이야 자연스럽게 올라가겠지. 흠. 웜홀 너머 세상에 전진기지를 건설하는 쪽도 나쁘지 않군. 자재는 현지에서 공수하면 될 거고. 그럼 안전과 무기 문제도 해결되겠지.”

박종문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보다 윤리적 문제가 걸리는군.”

아예 처음부터 몰랐으면 모를까 이미 초능력의 단물을 맛본 초능력자들이다.

그런 초능력자들이 초인에 의해 설자리를 잃었다가 드디어 다시 역전의 기회가 왔는데 가만히 있을까?

사망 가능성을 공지해도 들어갈 사람은 들어가게 되어있다.

다만 정부가 사망 가능성을 알고도 진입을 허가한 것에 대한 비난은 피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해야 한다.”

이미 초능력자와 초인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피할 수 없다면 이용해야지.”

박종문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초인은 통과가 안 된다는 게 아쉽군.”

그때 한 요원이 박종문에게 다가와 말했다.

“팀장님.”

“음? 뭐지?”

“천둥교 신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그거야 연수제가 폐지될 때 예상한 결과 아니었나?”

연수기간 없이 성수를 받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요즘은 아예 연수제 자체를 폐기하고 무차별로 성수를 뿌리고 있었다.

기존 신도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천둥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천둥교의 문을 민간인들에게 활짝 열어버렸다.

“두고 보실 생각이십니까?”

“시대의 흐름이다. 솔직히 진짜 장지후를 신으로 여기고 천둥교에 입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지속적인 세뇌교육을 당하면 정말 나중엔 감당치 못할 세력으로 커질까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너희에게 감시를 지시했지 않나. 기도소에선 정말 십분 기도만 딱 시키고 있고 가장 의심되던 연수까지 폐지했어. 오히려 나는 안심이 되던데.”

요원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개인적인 우려일 뿐입니다. 왠지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 들기에...”

“너무 걱정하지마라. 정부는 바보가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박종문이 방을 나서는 요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폭풍전야라.”

그 누구보다 세뇌 가능성을 크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요원에게 말했듯 한 달 넘는 연수기간이 가장 떨떠름한 부분이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없어졌으니 박종문은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

“게다가 벌써 몇 달이나 지났지만 나 역시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박종문 역시 성수를 마신 초인이었다.

몇 달 전 재벌들에게 성수를 팔며 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도 장지후가 성수를 대량으로 나눠준 덕에 국정원 간부들은 물론 대부분의 정치인들 모두 초인이었다.

일반인이나 군인 또는 요원들처럼 연수기간을 거치지 않고 무릎한번 꿇고 기도한번 하고 받은 성수.

그 특별대우에 박종문은 물론 모든 정치인들은 만족했다.

달라진 신체능력을 그 누구보다 잘 느끼는 건 본인들이었으니까.

“겨우 2배가 이정도면 3배 4배는 말할 것도 없겠지. 나중에 따로 더 부탁해볼까?”

< 96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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