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82화 (83/188)

< 82화 >

천둥교 한국 본단의 기숙사.

한 남자가 어두운 복도를 가로지르며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남자가 빈 칸으로 들어가 품에서 소형 무전기를 꺼냈다.

연결된 이어폰을 장착한 남자가 말했다.

“여기는 알파. 내말 들리나?”

잠시 기다리자 남자의 귀로 무전음이 들려왔다.

-여기는 베타. 잘 들린다.

천둥교 본단에 사제 양성 코스를 이수중인 예비 사제들은 핸드폰을 모두 압수당하기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남자는 바로 대산 그룹에서 1차로 입교시킨 경호원들의 팀장이었다.

“입교 1주차. 아직까지 특이사항은 없다.”

-성수는 잘 보관하고 있겠지?

“물론이다. 개인 물통으로 위장해 늘 품에 지니고 있다.”

남자는 성수를 받는 첫날 성수를 마시는척하며 재빠르게 일부 성수를 남긴 뒤 몰래 감춰간 통에 조금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성수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지만 그 성분과 제조방법은 오로지 장지후만이 알고 있는 상황.

초능력을 이용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장지후의 그 말 한마디만 믿고 그냥 넘어가기엔 성수라는 물건이 너무나도 탐이 났다.

-회장님께서 매우 기대하고 있다. 반드시 사수하도록.

“물론이다.”

정기 보고를 마친 남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긴장되는 군.”

대산 그룹 경호원으로 일한지 5년.

그런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초인.

다른 일반인들은 간택받기를 기다리며 기도를 올리는데다 기껏해야 한번에 1.2배 정도지만 남자는 대산 그룹이 제공한 돈의 힘으로 2배 초인 단기 속성과정을 밟고 있었다.

물론 그 대가로 장기 계약과 여러 비밀조항들로 대산 그룹에 뼈를 묻어야하겠지만 아무려면 어떠한가.

“성수만 가지고 나가면 나는 부자가 될 수 있어.”

회장님이 약속한 수십억 원의 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성수를 빼돌리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지키기만 하면 부와 명예는 자동으로 따라올 터.

“해보자.”

남자가 변기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헉!!”

문을 연 남자는 심장이 떨어질 만큼 놀랐다.

사제복을 입은 사제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가 숨어있던 화장실 칸 앞에 서있던 것이었다.

“형제님. 볼일은 다보셨습니까?”

사제의 자상한 말에 남자의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어. 어디까지 들은 거지?’

성수를 빼돌린 거? 돈?

남자가 당황해하며 쩔쩔매는데 사제가 다가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외부와 연락할 수단을 가지고 들어오셨군요.”

남자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 그게 그러니까. 그냥 혼잣말이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사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착각했나보군요.”

“예. 예.”

“알겠습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방으로 돌아가 쉬시지요.”

그냥 넘어가는 듯한 분위기에 남자가 허겁지겁 화장실에서 나가자 조용한 화장실 안에 사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대산뿐만 아니라 여태까지 수많은 정보 요원과 첩자들이 성수 탈취를 시도했지요.”

사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결과는 모두 같았지만. 발악해보시길.”

오상수는 근육증 환자였다.

정확한 병명은 근육위축증.

근육이 점차 퇴화되는 불치병이었다.

대부분이 40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고 마는 원인조차 알지 못하는 불치병.

“엄마. 그냥 집에 가면 안 될까?”

다리 근육이 너무 위축되어 휠체어에 의지한지 벌써 3년째.

오늘도 아들을 위해 휠체어를 밀고 어디론가 향하는 오상수의 엄마가 말했다.

“아들. 이번엔 진짜라니까? 신체능력 강화야. 넌 근육이 약해지는 병인데 무려 신체능력을 강화시켜준다고.”

“알아. 하지만 그 정도로 내 병을 치료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최소한 진행을 늦춰는 주겠지.”

오상수의 엄마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우리 상수 살아있는 한 절대 포기하지 않아.”

“그거 사제로 발탁되면 본단으로 가 한 달 넘게 수련을 해야 한다는 게 내가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니야. 알았어.”

더 이상 말하는 것도 그의 어머니에게 상처가 될 터.

오상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어머니를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봤다.

해외의 유명 병원부터 한의사, 중의사, 심지어 굿까지.

물론 라오를 교주이자 신으로 모시는 천둥교에서 신체능력 강화가 가능하다는 건 이미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관문이 오상수 같은 병자들이 넘기엔 너무 높았다.

매일 같이 기도소로 찾아가 10분씩 기도를 올리는 것과 설사 발탁된다 하더라도 1.2배로 올리는데 한 달반이란 시간이 소모된다.

일반인이라면 모르겠으나 오상수에겐 너무나 버거운 시간이었다.

“자. 다 왔다.”

기도소에 도착한 오상수의 엄마가 휠체어를 끌고 기도소안으로 향했다.

늘 출근도장을 찍는 오상수와 그의 엄마를 알아본 사제가 기도를 하며 말했다.

“자매님 오셨군요.”

“예. 사제님. 그런데 이번 주 사제는 몇 명이나 뽑는지 아시나요?”

“이번주 저희 기도소 할당 사제 수는 10명입니다.”

오상수의 엄마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10명....”

이 기도소에만 하루에 수백 명의 신도들이 몰려와 기도를 올린다.

물론 대부분이 진심으로 라오를 믿는 게 아닌 어떻게든 신체능력 한번 강화시켜보려고 찾아온 거지만 어찌됐든 모두가 경쟁자.

주로 오래 기도를 올린 사람들부터 사제로 임명되니 비교적 최근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 오상수의 차례가 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저기 사제님.”

“예.”

“혹시 사제가 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좀 급해서요.”

“다른 방법 말씀이십니까? 음. 많은 액수를 기부하면 더 빨리 간택된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그건 정확한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많은 액수요?”

“예.”

“얼마나 많이 기부를 해야 하나요?”

자신 때문에 없는 살림에 이미 막대한 빚까지 지고 있는 어머니가 또 다시 현혹되려하자 오상수가 말리며 말했다.

“엄마. 그만해. 우리 돈도 없잖아.”

“그래도 알아는 봐야지. 하루하루 피가 말리는데. 상수는 걱정하지 마. 엄마가 어떻게든 돈 구해볼게.”

“엄마 제발. 나 더 이상 엄마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아. 그냥 열심히 기도할게. 신이라며. 내가 간절히 기도하면 알아주지 않겠어? 그러니까 엄마 그만해.”

그때 오상수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독실한 신도군.”

사제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라. 라오님?”

오상수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인물.

라오가 서있었다.

라오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안타깝구나. 안타까워.”

라오가 오상수의 손을 쥐며 말했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오상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그래. 나는 안녕하다. 다만 너는 안녕하지 못하구나.”

오상수의 어머니가 허겁지겁 다가와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라오님.”

“그래. 내가 라오다.”

그때 라오의 출현을 전해 들었는지 기도소에 신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라. 라오님이다!”

“라오님! 저에게 성수를 주십시오!”

성수에 혈안이 된 신도들이 시끄럽게 외치자 라오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 조용.”

왠지 모를 라오의 위엄에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닫았다.

“라. 라오님. 저희 아들이 근육위축증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오상수의 어머니가 무릎을 꿇고 라오의 바지를 잡으며 말했다.

“제발. 제발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

라오가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몰랐구나. 내 신도들이 이런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 줄. 내가 어리석었다. 등잔 밑이 얼마나 어두운지 내가 신경 쓰고 살폈어야 했는데.”

라오가 오상수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름이 무엇이냐.”

“오. 오상수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있구나. 일어나고 싶으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울컥한 오상수가 말했다.

“무. 물론입니다! 일어나고 싶습니다!”

“나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신도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괴롭구나.”  라오가 품에서 물을 꺼내 내밀었다.

“나와 약속해줄 수 있느냐.”

“예?”

“몸이 나으면 나를 위해 계속 기도를 올리고 너와 같은 신도들과 함께 약자를 돌보며 살 수 있다 약속할 수 있느냐.”

오상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좋다.”

라오가 품에서 물을 꺼내 내밀며 말했다.

“마셔라.”

“서. 성수!”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도들이 분개하며 외쳤다.

“아니. 아무리 아프다지만 내가 먼저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왜 나는 안주고 저 애는 주는 겁니까?”

“맞아! 이거 역차별 아니야?”

신도들의 반발에 오상수가 위축되자 라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 평생 한 번도 아픈 적 없는 사람은 이자에게 돌을 던져라!”

라오의 말에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누가 인생에 가장 괴로운 시점이 있는 법. 그대들이 성수를 위해 거짓 기도를 올리는 것도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도 다 상관없다! 기도를 올리는 순간부터 너희는 모두 나의 아이들. 이 아이는 지금 위험에 처해있다. 그럼 위험한 아이부터 먼저 구해야하는 게 당

연한 거 아닌가!”

라오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 라오는 내 아이들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나에게 불공평하다 외치는 신도!”

라오가 손가락으로 고함을 질렀던 신도를 가리키자 신도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저. 저는 그냥 순간 욱해서...”

“나는 그런 너조차 사랑한다. 니가 어떤 어려움에 처해도 나는 너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라오가 신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비난하고 속으로 비웃어도 좋다! 하지만 기억해라. 나 라오는 너희들 최후의 보루임을. 자. 마시거라.”

오상수가 성수를 마시더니 심장을 부여잡았다.

“으윽!”

“느껴라. 라오의 은총을.”

“아아아아.”

오상수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힘이 나요! 이. 일어날 수 있을 거 같아요!”

“자. 내 손을 잡고 일어나거라.”

오상수가 라오의 손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오상수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한걸음 내딛었다.

“아. 다. 다리가.”

“서있을 수 있겠느냐.”

오상수가 부들거리는 다리로 서서 말했다.

“예! 섰어요! 제가. 제가 두 다리로 섰어요!”

“다행이구나.”

“영영 못 일어설 줄 알았는데...흑흑.”

“아직 끝이 아니란다.”

라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더 열심히 기도를 올려 더 나은 몸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네! 물론이에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기도할게요!”

기적의 순간에 나와 있던 신도들이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 신도들을 보며 라오가 외쳤다.

“나를 사이비라고 욕하는 거 알고 있다! 내 권능을 초능력이라 깔보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보아라!”

라오가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수많은 초능력자중에 너희를 구원해줄 사람이 나 말고 있던가?”

신도들이 외쳤다.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 능력을 초능력이라 폄하할건가?!”

“아닙니다!”

“나를 믿어라! 나는 너희의 우산이 되어줄 테니! 약자들이여 모두 나에게 오라! 그대들에게 희망을 내려주겠다!”

전국의 병자들이 기도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실 내 신체능력 강화 스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번 오상수 사제 임명도 마찬가지.

근육축소로 근육이 약해진 오상수가 신체능력이 오르며 좋아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극적인 연출과 종교라는 묘한 분위기가 결합되어 사람들의 심리를 흔들었다.

-라오가 손을 건네니 앉은뱅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라.

-라오에겐 신체능력 강화는 초능력이 아닌 라오의 권능이다.

한사람이 말하면 개소리일수 있으나 여러 사람이 말하면 진실이 되는 법.

수만 명의 사제가 기도소에서 신도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시키고 실제로 병자들을 구원하는 내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이비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었다.

게다가 누구보다 사이비에 적극 대처해야할 정부가 계약에 의해 손을 쓰지 않고 있으니 천둥교가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소문을 퍼트려라.”

내 말에 조직원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뭐라고 소문을 퍼트릴까요.”

“뭐든 좋아. 사제가 되어 신체능력 강화를 받으면 정력이 좋아진다. 아무튼 만병통치약 마냥 막 다 좋아진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정말 건강해지고 튼튼해지는 건 사실이니까.

“자. 그럼 이제 다음 단계다.”

한국은 물론 10개의 초인 배정 국가는 이미 천둥교에 의해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한국과 영국에서는 비교적 느리지만 후진국은 이미 사제로 뽑힐 때 얻을 수 있는 힘과 대우에 매료되어 일반시민들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신도를 마구 양성하는 수준.

“다음 배정할 국가를 정해...”

갑자기 머리가 띵 하고 아파오기 시작했다.

“뭐지 갑자기 두통이...”

-종말이 다가온다.

“뭐?”

낯익은 목소리.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꿈에서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 8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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