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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76화 (77/188)

< 76화 >

12억 가톨릭의 수장이자 바티칸의 최고봉 교황 베네틱토 17세.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보수적인 가톨릭을 진보적으로 개선했다는 평을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이었다.

뛰어났던 전대 교황의 업적은 베네틱토 17세에겐 언제나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초능력자들.

베네틱토 17세에겐 기회였다.

막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각성한 신자들을 모아 만든 성기사단은 뛰어난 활약을 통해 베네틱토 17세를 만족시켰다.

“필리핀 정부가 시위를 저지하기 시작했다고요?”

추기경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아마 초인 배정에 불만을 품고 천둥교의 사제 임명을 통해 초인을 만들어낼 생각인거 같습니다.”

추기경의 말에 베네틱토 17세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냥 사이비라고 부릅시다. 천둥교는 무슨 천둥교. 우리가 천둥교란 명칭을 쓰면 그들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됩니다.”

베네틱토 17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필리핀이 결국 그런 사이비에게 넘어가다니.”

필리핀 대통령 투테르테로선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지만 무엇보다 가톨릭을 우선시하는 베네틱토 17세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성기사단 숫자가 얼마나 되죠?”

“모두 2,500명입니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세계 최대의 초능력자 집단.

성기사단은 이 숫자를 무기로 유럽 각국에 파견 나가 초능력 범죄를 단죄하고 있었다.

“필리핀에 조금이라도 파견을 보내줘야 할 거 같습니다.”

문제는 2,500명이란 숫자가 전 세계에서 끌어 모은 초능력자라는 것이었다.

거기다 절반가까이는 전투에 적합하지 않은 능력이니 사실상 운용 가능한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한마디로 바티칸은 사이비를 막기 위해 전 세계에서 끌어 모은 초능력자를 유럽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필리핀 같은 약소국들은 성기사단 역량 밖이었다.

“겨우 생색내기 몇 명 정도론 필리핀 정부를 달래기엔 부족할겁니다.”

“그렇겠지요. 그래도 보냈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베네틱토 17세가 단호한 표정으로 추기경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점에 와있습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초능력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들을 바티칸의 품에 안아야 합니다.”

가톨릭은 종교로서 또 권력집단으로서 수천 년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십자군 전쟁부터 면죄부 등.

거기다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파문까지.

하지만 현시대에 들어와 가톨릭은 종교적으로 존경은 받을지언정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옛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파문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면죄부의 효과를 믿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교황의 말 한마디에 각 나라에서 군말 없이 수천 명의 병사를 파견했던 십자군 전쟁 역시 과거의 영광이 되어버렸다.

진화론에 밀려 창조론은 그 힘을 잃었고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과거 기적이라 불렸던 것들의 진실이 하나둘 증명되어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랬던 가톨릭에 새로운 희망이 떠올랐다.

하느님의 힘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각성이라는 현상.

과학기술로는 검증도 파악도 할 수 없는 초능력.

이 비상식적인 현상은 하느님의 존재에 의구심을 갖는 다른 종교인들이나 종교가 없는 무교인들에게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최고의 카드였다.

“초능력자를 빼간다고 일부 나라들이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힘입니다. 당연히 우리 바티칸이 가져야지요. 거기다 스스로의 의지로 바티칸을 향해 오는 건데 나라가 무슨 권리로 그들의 성스런 발걸음을 멈춰 세울 수 있습니까.”

베네틱토 17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모든 이들은 모두 우리가 품어야할 우리의 아이들입니다. 아멘.”

“아멘.”

“일단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추기경들이 자료를 챙겨 나가려는데 한 추기경이 핸드폰을 보다 흠칫 놀라며 말했다.

“이. 이건.”

동료 추기경들이 놀란 추기경에게 다가가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이.”

그리고 놀란 추기경의 핸드폰을 확인한 동료 추기경들도 대경실색하며 외쳤다.

“어. 어떻게 이런.”

추기경들이 놀라하는 모습에 베네틱토 17세가 말했다.

“무슨 일 났습니까?”

놀란 추기경이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장지후가 성기사단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성기사단에 대한 일기토 또는 다수대 다수 대결을 하자는 장지후의 제안이 담긴 동영상.

초능력자와 초인 중 어느 쪽이 더 강한지 겨뤄보자는 장지후의 동영상은 뿌려지기 무섭게 전 세계로 뉴스화 되어 퍼져나갔다.

“초능력자가 더 강하지 않아?”  “맞아. 초인은 좀 하위 호환 느낌이라. 장비빨도 크고.”

사람들은 초인과 초능력자 중 어느 쪽이 강한지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장비빨이라도 강한 게 장땡 아닌가?”

“아니지. 초능력자도 장비빨 세우면 그만이잖아.”

“근데 내가 알기로 초인도 급이 있다고 하던데 고위급 초인이면 초능력자랑도 비벼볼만한 거 아니야?”

“하지만 그건 초능력자들도 마찬가지로 능력간의 격차가 크다고 하잖아. 이건 뚜껑 까봐야 알거 같은데?”

“별생각 없었는데 진짜 궁금하긴 하다.”

초인 대 초능력자.

신인류간의 대결이 세계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바티칸 반응은?”

내 뒤에 있던 조직원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아직까지 공식 입장은 없었습니다.”

“흐흐흐.”

성기사단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는데다 이 정도까지 판을 벌렸는데 자존심이 있으면 수락하겠지.

“컥!”

그때 상식이와 대결을 벌이던 상급 사제 하나가 무릎을 꿇었다.

그런 상급 사제를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보는 김상식.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다음!”

상식이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강화된 합일을 사용한 상급 사제가 간신히 동수를 이루는 수준.

하지만 상식이는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김상식!”

나는 큰소리로 김상식의 자세 하나하나를 교정했다.

“주먹을 너무 길게 뻗었어! 스윙 폭이 크면 정확도와 스피드가 떨어져!”

상식이는 앞으로 우리 천둥교의 간판스타가 되어야 한다.

강하고 쿨하고 멋있게.

상식이는 그 강력한 힘 하나로도 상대가 없었기에 딱히 전투 훈련을 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 외침에 상식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다음 상대와 싸움을 이어나갔다.

머리는 나쁜데 전투 기술 습득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상식.

“타고 났네. 타고 났어.”

행동 교정은 수십 번을 반복해도 잊어버리는 놈이 전투기술처럼 몸으로 기억해야하는 건 또 기가 막히게 흡수한다.

상급 사제 +4로 강화된 채 가호까지 두른 김상식을 그 누가 상대해낼 수 있을까.

바티칸을 도발한 자신감은 여기서 기원했다.

“좋아! 계속 그런 식으로 가는 거야! 자. 이번엔 표정과 말 연습이다.”

훈련을 마친 김상식을 방으로 데려온 나는 손가락으로 김상식의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자. 이건 비웃을 때 하는 표정이야.”

“비. 비웃어?”

“그래.”

“비. 비가 웃어?”

“......”

잠시 말문이 막힌다.

“음. 예를 들어 상식이가 상대방을 때려눕혔어. 그때 짓는 표정이야. 또는 상대방이 놀란 표정을 지을 때.”

“아! 알았어! 그. 그러니까 나쁜 사람 때리고 이.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놀라거나?”

“그렇지! 그리고 이 표정을 할 때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별거 아니군.”

“벼. 별거 아니군.”

“그렇지. 더듬지 말고. 별거 아니군.”

“별거 아니군.”

김상식의 실체에 대해 알고 있는 나조차 저 험악한 얼굴로 저런 표정에 저런 대사를 들으니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

김상식의 진정한 무기는 사실 얼굴이 아닐까?

2m30cm의 키와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의 험상궂은 얼굴의 김상식.

“자. 다음은 욕이야. 니 타고난 표정을 잘 살릴 수 있는 최고의 욕을 가르쳐 주지.”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자. 이렇게 일그러뜨리는 거야.”

나를 흉내 내려 얼굴로 꼼지락 거리던 김상식이 말했다.

“자. 잘 안되는데.”

“음. 그래. 이건 안될 거 같다. 포기. 그럼 다음 표정으로 가자.”

그렇게 나는 김상식 간판스타 만들기 작전에 돌입했다.  장지후의 동영상으로 시작된 도발은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천둥교의 조건을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 중인 나라 정부들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호날두와 메시, 미국과 러시아 등 사람들은 라이벌이란 것에 크게 환호하고 궁금해 한다.

누가 더 잘하는지 누가 더 강한지 등.

초능력자와 초인은 현 시점에서 가장 핫한 이슈.

대체적으로 초인이 더 약하고 숫자로 밀어붙인다는 인식이 있으나 이 대결을 제안한 사람은 다름 아닌 초인의 아버지이자 창조자인 장지후.

성사 여부는 불투명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깊어져갔다.

“으음.”

베네틱트 17세는 의자에 앉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초능력자보다 초인이 약하다는 게 정설이었으니까.

게다가 그에겐 2,500명의 성기사단이 있다.

성기사단에서 가장 강한 능력을 지닌 성기사단장이 나선다면 그까짓 초인나부랭이들 한 트럭이 덤벼도 무섭지 않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이것을 라이벌 관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곤란하군.”

스마트 폰을 만들어 한창 잘나가던 파인애플이 사성의 도발에 넘어가 적극대응하자 사성이 졸지에 파인애플의 라이벌로 굳어진 것처럼 승패와 상관없이 베네틱트 17세는 대결자체가 가져올 파장에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고 마냥 무시하기엔 세계의 이목이 완전 집중된 상황.

차라리 이 기회에 성기사단의 능력을 만천하에 뽐내어 천둥교를 찍어 누를까 하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종교란 건 결국 믿음의 반복이다.

신의 실체는 그 누구도 목격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도가 늘어나고 늘어난 신도들이 그 믿음을 한마음 한뜻으로 주장하는 순간 그 믿음자체가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가 된다.

가톨릭이 그래왔고 다른 종교들 역시 마찬가지.

천둥교가 아직 종교적 모습을 갖추지 못한 지금이 천둥교를 박살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랐다.

“...그래. 사이비 놈들이 크면 클수록 걷어내기 어렵겠지.”

베네틱트 17세가 결심을 굳혔다.

-초능력은 하나님이 내려주신 능력입니다. 장지후 역시 하나님의 축복으로 신체능력 강화란 능력을 얻었지만 그는 이 능력을 사적 이익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초인이라는 허울 좋은 대가에 속아 한낱 인간을 신이라 주장하는 배덕자의 무례함은 더 이상 참아줄 수 없

습니다.

티비 속 교황이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와 성기사단은 하느님을 섬기는 자로서 저들에게 진정한 하나님의 은총을 보여주겠습니다. 회개시키겠습니다.

나는 미끼를 문 교황의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완벽해.”

초능력자들 모두 나처럼 상태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레벨을 올리는 법은 아무도 모르는 상황.

언젠가는 레벨업 방법이 발견되겠지만 당장은 모두가 공평하게 1이다.

하지만 교단 레벨은 이미 3번이나 올렸고 그렇게 올린 교단의 정수가 스며든 김상식은 무적이다.

“아무도 천둥교의 앞길을 가로막을 순 없다.”

초능력자는 초인 앞에 무릎을 꿇을 거고 세계는 더욱더 초인에 열광하며 적극적으로 천둥교를 받아들일 거다.

이 대결은 단순히 바티칸과 천둥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상 초인의 최고봉인 내가 초능력자에게 던진 도발.

이 도발을 통해 초능력자들은 나를 적대시할 거고 각 국가들 역시 대결결과에 따라 미뤄둔 판단을 내릴 거다.

초인이냐 초능력자이냐.

“초능력자와의 갈등을 통해 천둥교는 세계의 주역으로 거듭난다.”

-결투 제안을 받아들인 걸로 알겠다.

바티칸과 천둥교의 공식 접촉라인은 전무했다.

물론 연결되어있는 각국 정부를 통해 연락할 수 있겠지만 천둥교나 바티칸이나 원하는 것은 같았다.

압도적인 승리로 초인 또는 초능력자의 우월함을 보이는 것.

당연히 바티칸과 천둥교의 대결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면 오를수록 홍보효과가 올라간다.

-비공개 대결은 개운치 못하니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공개 대결을 요청한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노이즈 마케팅이 필요했다.

-덤벼라! 나는 라오다!

베네틱트 17세의 기자회견에 응답하는 라오의 동영상이 퍼지며 대결이 성립되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 어떤 스포츠 경기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열기로 온 세계가 후끈 후끈 달아올랐다.

베팅 업체에선 이 승부에서 누가 이길지로 판돈이 오가기 시작했고 화제성에 목마른 기업들은 후원을 자처했다.

그렇게 천둥교와 바티칸의 대결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축제의 장으로 변해갔다.

< 76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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