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스페인 마드리드.
“으아아!!”
한 중년 남자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뛰고 있었다.
중년남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행인들에게 외쳤다.
“살려줘요! 누가 경찰 좀 불러줘! 아무나 좋으니까 제발!!”
중년 남자의 외침에 사람들이 당황해 하는 사이 어디선가 날아온 새하얀 빛줄기가 중년 남자의 어깨를 관통했다.
“크악!”
빛줄기에 관통당한 어깨를 부여잡으며 바닥을 구른 중년 남자가 울먹이며 말했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제발 살려줘!”
“초능력자다!”
사람들이 초능력으로 추정되는 빛줄기에 당한 중년 남성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고 간신히 몸을 일으킨 중년 남자가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우. 우리 말로하자고! 말로!”
“너는 말로 할 때 들어줬었나?”
뒷걸음질 치는 중년 남자에게 다가가는 한 청년.
청년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중년 남자가 억울한 표정으로 외쳤다.
“내가 죽인 게 아니잖아! 난 억울하다고!”
“너에게 해고당한 덕분에 어머니 병원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어. 내가 분명 애원했지. 어머니가 많이 아프다고.”
청년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덕분에 병원에서 쫓겨나 제대로 치료를 못 받은 어머니는 결국 두 달도 못 버티고 돌아가셨다.”
“그게 왜 나 때문인데!”
하지만 중년 남자도 할 말은 있었다.
“회사가 어려웠어! 인원 감축 안하면 추가 투자를 안 해준다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그런데 왜 그게 하필 나였냐 이 말이야!”
청년이 이를 갈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애원했는데 결국 돌아온 건 해고통보. 하긴. 너 같은 돈 많은 놈들이 내 심정을 어찌 알까. 그런데 이걸 어째?”
청년의 손가락 끝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처지가 역전됐는걸?”
이쯤 되자 중년 남자도 이판사판.
“그렇게 어머니를 걱정했으면 일이라도 열심히 했어야지! 어머니 아프다며 툭하면 결근에 일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루 이틀이면 내가 말이나 안 해! 무려 일 년이나 봐줬다고! 나도 할 만큼 한 거야! 내가 수시로 경고했잖아! 계속 이런 식이면 짜를 수밖에 없다고!”
중년 남자의 말에 청년이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일을 열심히 안한 탓이지 너는 어머니 돌아가신 거에 대한 책임은 없으시다 이 말이냐?”
“내가 데리고 있는 직원만 수백 명이야! 내 어깨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달려있다고!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피해를 보는데 어떻게 그걸 그냥 둬!!”
사람은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고 서로 간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 둘도 마찬가지.
서로의 사연이 충돌해 일으킨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해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전이라면 이런 사연의 충돌을 해소하는 방법은 법의 힘을 빌리는 방법뿐이었으나 이제는 아니었다.
청년이 하얗게 빛나는 손가락 끝으로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좋아. 나한테 중요한건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넌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는 거다.”
“젠장!”
초능력의 등장은 사람간의 갑을관계를 뒤집고 폭력이란 물리적 방법으로 갈등을 해소하도록 만든다.
이 청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한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그의 손에 총을 쥐어준 격,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가라.”
청년의 손가락 끝의 빛줄기가 밝게 빛났다.
“억울해! 억울하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리고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한 남자가 그 둘 사이에 끼어들며 외쳤다.
“베리어.”
끼어든 남자의 말에 남자 앞에 커다란 원형의 반투명 막이 생겨났고 반투명 막은 청년의 빛줄기를 막아냈다.
“뭐. 뭐야!”
자신의 초능력이 또 다른 초능력자에게 막히자 놀란 청년이 당황해 하는 사이 빛줄기를 막은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능력을 사람에게 사용하다니. 이건 하나님에 대한 모욕이다.”
“닥쳐! 니가 뭔데 껴들어! 꺼져!”
남자가 경건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성기사단.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청년 주위로 하나둘 나타나는 다른 사람들.
그들의 손에도 초능력으로 보이는 여러 능력들이 발현되어 있었다.
초능력자에게 포위된 청년이 큰 소리로 외쳤다.
“왜 날 방해하는 건데! 너네도 초능력자 아니야? 도대체 왜!”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하느님의 검이자 하느님의 방패.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힘을 엉뚱한 곳에 쓰는 건 힘을 내려주신 하느님에 대한 모독이다.”
순식간에 제압당한 청년이 외쳤다.
“이건 내 힘이야! 내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신이 내려주신 내 힘!”
하지만 남자는 청년을 무시하고 중년 남자와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 성기사단은 교황 성하의 뜻에 따라 하느님이 내려주신 힘을 올바르지 못한 용도로 사용하는 자들에게 천벌을 내릴 것이다!”
필리핀 역시 나의 조건을 수용하여 초인 부대 창설을 돕기 위해 직접 필리핀에 왔다.
필리핀은 인구가 1억이 넘는 소중한 시장.
게다가 필리핀엔 이미 거대 조직으로 성장한 안드레스와 그의 부하들이 있어 본격적으로 전도에 나서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할거라는 기대에 벅차 필리핀 정부에게 초인 부대를 만들어주고 본격적으로 전국에 기도소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발이 심했
다.
“사이비는 물러가라!”
“하느님은 유일하시다!”
마닐라에 만든 기도소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가톨릭 신자들에 의해 포위를 당했다.
나는 2층에서 그런 가톨릭 신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이거지.”
안드레스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니가 죄송할 게 뭐있어.”
이런 현상은 필리핀뿐만이 아닌 천둥교가 진출한 모든 나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게다가 성기사단.
바티칸에서 초능력자들을 모아 만들었다는 성기사단이 가톨릭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구호 활동을 시작한 것.
“한번 해보자 이거지?”
성기사단으로 초인 부대를 대체하도록 유도하며 동시에 일반 신도들을 동원해 기도소들을 압박한다.
이런 식으로 둘러 쌓여있으면 무슨 당근을 내밀어도 일반인들이 들어오기란 불가능하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뭐래?”
“일반 시민들이라 함부로 하기 곤란하다고 합니다.”
“흠. 그래서 도움은 못 주시겠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네.”
교황이 동원령이라도 내린 건가?
나는 교단 상태창을 확인하며 웃었다.
“흐흐흐.”
신도 숫자가 무려 100만.
이제 겨우 몇몇 국가에 뿌리를 내린 거지만 신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원래 이번 달엔 초인 부대를 적당히 뿌릴 생각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공급과 수요. 보통은 수요가 공급에게 갑이지만 공급자가 독점이라면 상황은 달라지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수십만 신도의 정점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고 내 능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니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눈에 보인다.
시야가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
“슬슬 조여 볼까?”
“보십시오! 성기사단의 활약을!”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초인 부대 따위 손을 빌릴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이탈리아엔 특히나 많은 성기사단이 활동하며 초능력자들로 벌어지는 일을 적극 대응하고 있었다.
성기사단의 성과에 고무된 외교부 장관이 말했다.
“이렇게 앞으로도 성기사단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과 다른 장관들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있었다.
“왜들 그러십니까?”
국방부 장관이 말했다.
“성기사단이 활약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민간인들이란 게 문제입니다.”
“민간인들이요?”
“초인 부대는 천둥교로부터 힘은 얻지만 확실하게 우리 통제 하에 있는 우리의 전력입니다. 하지만 저 성기사단은 교황 성하의 명령을 듣는 거 아닙니까?”
“그...그건...”
성기사단의 성과에 취해있던 외교부 장관은 국방부 장관의 말에 당황했다.
“우리가 이슬람처럼 신정합일 국가가 될 것도 아닌데 초능력자에 대한 대응을 모조리 바티칸에게 맡기겠다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건 좀 위험한 발언 아닙니까.”
“그. 그건 아닙니다.”
“바티칸에서 성기사단 통제권을 정부에게 넘겨주겠습니까? 바티칸과 교황 성하를 가톨릭 신자로서 존경하고 지지하지만 이건 나라의 안위가 걸린 문제입니다. 만약 성기사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면 훗날 바티칸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말에 총리를 포함 모든 장관들이 동의를 표했다.
“맞습니다. 초인 부대는 초능력자 범죄를 예방 및 방지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확실한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황한 외교부 장관이 말했다.
“하. 하지만 사이비에게 휘둘리는 것보단 이쪽이 훨씬 낫지 않습니까!”
국방부 장관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하나도 나을게 없습니다. 오히려 손해입니다. 차라리 천둥교를 받아들이는 척 하고 뒤에서 압박해 천둥교 교세 확장을 막는 한편 초인을 양성하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받을 건 받고 버릴 건 버리고. 후우.”
국방부 장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성기사단이 활개를 치며 천둥교를 받아들일 명분이 약해졌습니다.”
성기사단의 활약은 일반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이탈리아 국민의 85퍼센트가 가톨릭 신자다.
그런데 그들의 눈앞에 성기사단이란 사람들이 나타나 초능력 범죄를 처단하니 얼마나 기쁘고 믿음직스러울까.
게다게 이탈리아 국민의 정부 신뢰도는 바닥 수준.
초능력 범죄를 막기 위해 초인 부대를 도입한다는 명분 자체가 약해지니 정부로서도 천둥교의 조건을 수용하기가 많이 곤란해진 상황이었다.
“이러다 바티칸에게 휘둘리기라도 하면 어떡할지 걱정이 앞서는 군요.”
외교부 장관은 바티칸과 교황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국방부 장관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내각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장관들은 외교부 장관의 주장에 호의적이지 않았기에 최대한 참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교황 성하와 만나서 잘 설득해 보겠습니다.”
“뭘 어떻게요.”
“성기사단 통제권의 일부를 정부가 가져온다든지 등등 정부의 요구조건을 전달하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국방부 장관이 중얼거렸다.
“일부라...”
군인 출신인 국방부 장관에게 있어서 자국의 군대가 아닌 다른 세력의 도움을 받아 치안을 유지한다는 자체가 치욕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총리가 말했다.
“당장 천둥교를 받아들인다면 어떤 후폭풍이 몰려올지 모르니까 일단은 지켜봅시다.”
총리의 말에 국방부 장관이 한숨을 내쉰 반면 외교부 장관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생각했다.
‘그래.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면 더 많은 초능력자가 성기사단에 합류하겠지. 그럼 초인 부대가 설자리는 없어진다.’
그런데 그때 총리의 내선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내각 회의가 시작되면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고선 절대 방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전화는 매우 시급한 전화라는 말.
전화를 받아드는 총리에게 장관들의 시선이 고정됐다.
“전화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는 총리의 눈이 점점 커졌다.
“뭐?!”
“대 바겐세일.”
리비아로 돌아온 나는 정보 요원들을 모아두고 말했다.
“이번에 신도들이 많이 늘어 신성력이 확 올랐단 말이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조건을 받아들인 국가는 모두 여섯 나라. 그런데 너무 많은 늘어나면 관리하기 곤란하기도 하니 이제 조절을 좀 해가면서 받기로 결정했어. 그리고 2배 강화가 5,000명이었지?”
정보 요원들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생각해보니 요즘 초능력자 늘어나는 속도도 그렇고 그 숫자로 그 넓은 땅을 어떻게 커버하겠어.”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따라서 이번 달은 딱 4나라만 선착순으로 받아 10개 국가를 채우고 2배 강화를 20,000명까지 늘린다. 선착순에 못 들었다? 안타깝네. 다음 달을 기대해주세요. 자자. 다들 빨리 빨리 위에 연락 돌려. 한국도 겨우 4,000명밖에 안되는데 무려 2만이라고 2만!”
< 74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