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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71화 (72/188)

< 71화 >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으셨어.”

리비아까지 찾아온 정보요원들 간의 눈치싸움을 즐기며 애를 태우다 만든 자리였다.

자그마치 100여개 국가에서 찾아온 정보요원들.

“리비아 날씨가 많이 덥지? 나도 적응하느라 힘들었다고. 자.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난 영어 못해. 한국말로 할 건데 눈치 빠른 나라들은 한국어 가능 요원들로 보냈을 거고 아닌 나라는 녹음했다가 본국에 번역을 요청하던지 해. 아무튼 다들 궁금한 게 많을 거라고 생

각되거든?”

나는 정보요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여기 결정권을 가지고 온 나라는 몇 안 될 거고 오늘은 간단하게 질문 시간을 가지도록 하지.”

그러자 수많은 정보요원들이 손을 들어올렸다.

“어이구 너무 많아서 누굴 골라야할지 모르겠네. 저기 앞에 3번째 줄 검은 양복 신사분.”

내가 지목한 남자가 일어나서 말했다.

“If our....”

“노노노. 영어 노노해. 나 노 영어. 노 잉글리쉬. 코리안 코리안.”

내 말에 남자가 똥 씹은 얼굴을 하자 다른 정보 요원들이 손을 들어올렸다.

“자자. 한국어 가능자만 손드세요. 저기 파란 자켓 남자분.”

“독일의 슈타인입니다. 동영상 속 첫 번째 조건이 천둥교의 진출이라고 했는데 이건 혹시 정부의 공식 인정과 천둥교를 지원해달라는 말입니까?”

“오. 좋은 질문. 내 대답은 아니다야.”

해주면 좋긴 하겠지만 각국 정부의 부담감이 너무나 크겠지.

그냥 묵인만 해줘도 쭉쭉 뻗어나갈 자신이 있다.

“들어가게만 하게 해주면 돼.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정보요원들은 내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괜히 사이비랍시고 탄압이나 하지 말아달라는 말이야.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

“한 가지 더 질문 하겠습니다. 혹시 전도가 별로 효과적이지 않아도 조건을 받아들인 나라 간에 배정한 초인의 숫자는 지켜지는 겁니까?”

음.

그러니까.

진입은 허락하되 전도를 최대한 막으면서 초인 꿀만 빠시겠다?

“뭐. 상관없어.”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일단 한번 초인 맛을 보면 헤어 나오지 못할걸.

저기 보라고.

박종문이 눈에 핏대까지 세우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걸.

저기 저양반이 세뇌의심하면서 나를 닦달하던 사람이랑 동일인물로 보여?

생각보다 후한 조건에 몇몇 정보요원들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손을 든 다른 정보요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그쪽.”

“중국의 백운입니다. 혹시 신삼합회라고 아십니까?”

한국에서 조직을 운영하던 조선족들을 모아 중국으로 역수출한 신삼합회.

“알지. 핫하잖아.”

“신삼합회가 장지후씨의...”

“잠깐.”

나는 백운의 마을 막으며 말했다.

“난 라오야. 라오라 불러.”

앞으로 나는 세계로 뻗어나간다.

난 이제 장지후보다는 천둥교의 교주이자 신.

라오로 대중에게 각인될 터.

나는 건방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 앞에서 나를 장지후라 칭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더욱 철두철미하게 라오가 되어야 한다.

라오님 미안.

나중에 종말 막고 나면 사과할게.

장난으로 ‘내 별명이다’라고 한 게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

내 말에 백운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아무튼 이 신삼합회가 라...오의 신체능력 강화를 받은 걸로 추정되는데 맞습니까?”

“맞아.”

“베트남의 응호우이도 같습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

“그들은 라오의 부하 맞습니까? 그렇다면 이걸 중국에 대한 물리적 침략이라고 봐도 무방합니까?”

공격적인 백운의 질문.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게 왜 침략인데?”

“라오는 한국인 아닙니까? 당신의 명령으로 중국을 어지럽히는 거니 이게 침략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흐흐흐.”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그럼 신삼합회 조직원들도 한국인이야? 내가 알기로 전부 중국국적일 텐데?”

“물론 국적은 중국이지만 그 뒤에는 분명...”

나는 백운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아아아. 그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나는 다른 나라에서 온 정보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양반들도 나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나? 그럼 어쩔 수 없네. 나의 사랑스러운 조국인 한국만을 위해서 충성충성하는 수밖에.”

내 말에 정보원들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봐. 백운씨.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여기서 신삼합회가 왜 나오지?”

“누가 봐도 그들은...”

나는 백운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여기 참석한 나라들은 모두 나에게 원하는 게 있지? 그리고 나도 그쪽에 원하는 게 있고. 이건 거래야. 거래. 각자가 원하는 걸 주고받는 거래라고.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때려쳐.”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뭐라 말하는 백운을 무시하고 말했다.

“방금 들었다시피 천둥교를 받아들이면 범죄자 소탕이라는 부가서비스도 딸려갈 거야. 좋잖아? 범죄로 고생하는 나라들 많지? 우리를 받아들여. 깨끗하게 청소해주지. 한국 보면 알잖아? 내가 눌러앉아서 행패 부리기를 해 뭘 해? 난 그냥 모든 범죄자를 깨끗하게 청

소하는 걸 내 소명으로 생각하는 것뿐이야. 게다가 내가 직접 하는 것도 아니야. 현지의 훌륭한 사람들의 신체능력을 강화시켜 그들의 손으로 그들의 적을 쓸어버리게 만드는 것뿐이지.”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택은 각 나라들이 하는 거야. 난 제안을 할뿐이라고. 내 제안에 리스크가 너무 많은 거 같아? 그럼 안하면 돼. 난 강제하지 않아.”

“흠.”

리비아로 파견나간 정보원의 보고를 들은 영국 MI6 국장 에드워드가 고민에 빠져들었다.

“초인 양성과 사이비의 진출 묵인.”

장점과 단점이 너무나도 확연히 보였기에 더욱 고민에 빠져들었다.

“혹시 장지후가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실 기도를 통한 신성력 수집이 필요 없다든지 등등.

“아니야. 그건 아니겠지.”

초능력자의 능력은 만능이 아니었다.

“초능력은 반드시 발동에 따른 브레이크가 걸려있다.”

강력한 능력일수록 횟수에 제한이 걸려있거나 발동까지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반면 약한 능력일수록 발동이 빠르고 횟수 제한 역시 넉넉하다든지 등.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든 초능력자들의 능력엔 제어장치가 걸려있었다.

장지후의 신체능력 강화 역시 마찬가지.

일시적으로 타인의 힘을 상승시켜주는 능력자는 있으나 영구적으로 상승시켜주는 초능력자는 장지후가 유일한 만큼 그에 따른 브레이크가 존재할게 분명했다.

“오히려 기도를 통한 신성력 수집은 신체능력 강화에 대한 대가라기엔 미흡할 수준이지. 후. 고민되는군.”

초인을 양성하고 싶지만 그 대가가 다른 것도 아닌 사이비의 진출.

마음 같아선 한국처럼 그 대가를 다른 나라가 치르도록 만들고 과실만을 취하고 싶지만 이미 전 세계가 장지후의 능력에 대해 알아버렸다.

그때 책상위의 전화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아든 에드워드의 귀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장님! 분석팀 하워드입니다!

“무슨 일이지?”

-초. 초능력 각성 숫자가 심상치 않습니다.

에드워드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라고?”

이미 영국에서는 하루에 여러 명의 초능력자가 발견되는 수준.

“얼마나 늘어났기에 그러지?”

-오늘 하루에만 발견된 초능력자가 30명에 달합니다!

“사. 삼십 명?”

갑자기 열배나 늘어난 각성자 수를 들은 에드워드가 경악했다.

-지. 지금도 계속해서...

“일단은 알았다. 계속해서 조사해!”

통화를 마친 에드워드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장지후의 천둥교에 초능력자에...”

수천 년에 걸쳐 이룩한 인류의 균형이 더 빠른 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거지? 주여.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초능력자의 시대가 열렸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사람들이 초능력자 시대라 생각했던 것은 진정한 시작에서 흘러나온 부스러기에 불과했다.

“크아아아!”

길을 가다 각성하는 사람.

“컥!”

수업을 듣다가 각성하는 사람 등.

영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각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  나는 놀란 표정으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고 있었다.

“어제 한국에서 20명의 각성자를 발견했다고 했는데. 오늘은 40명이라고?”

찔끔찔끔 물 한 방울씩 떨어지던 수도꼭지가 완전히 열린 수준의 변화.

“본격적으로 시작이군.”

세상은 혼란에 휩싸일 거다.

그리고 난 그 혼란을 이용한다.

“우리도 벌써 신도 중에 2명이나 각성했단 말이지.”

비율로만 따지면 현재 각성확률은 100만분의 1.

“그런데 사제는 단 한명도 각성하지 않았어.”

리비아의 1만과 동아시아에 퍼져있는 역수출 조직들, 그리고 초인 부대까지 모으면 몇 만에 달하는 숫자의 사제들이 활동 중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각성한 사람은 단한명도 없었다.

물론 표본 데이터가 부족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러했다.

“초능력자를 신도로 만들지 못하는 것처럼 사제도 각성에 면역이 있나?”

아직 확실한건 아니지만 뭔가 초능력자와 나 그리고 사제들은 능력의 발동도 그렇고 뭔가 다르다.

마치 능력을 내려주는 신이 다른 인물이라 섞이지 못하여 서로를 밀어내는 물과 기름 같은 느낌...어?

“잠깐만.”

에이 아니겠지.

“설마 라오가 악신이고 초능력자들이 라오를 막기 위한 구원자라면 어떡하지?”

생각해보면 사람을 강제로 교화시키는 것도 그렇고 굳이 따지자면 이 능력은 악에 가깝지 않나?

잠시 묘한 불안감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 설마. 그럼 나한테 굳이 종말이 온다고 예지몽을 꾸게 해줄 이유가 없잖아.”

그런데 생각해보면 예지몽이 진짜라는 보장도 없는 건데.

만약 내가 인류를 위해 해왔다 여겼던 일들이 알고 보니 인류를 위협하는 행동이었다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내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것도 못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사람을 강제로 교화시킬 수 있는 상태창도 만들어줄 정도니 내가 이런 딴생각 하는 걸 막는 것 정도는 간단할거 같은데.

“아이씨. 복잡하네.”

그냥 계속 간다.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다.

종말의 때가 되면 알겠지.

걱정은 좀 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

“자. 이제 똥줄 좀 타실 텐데.”

선진국은 그나마 낫다.

치안이 좋아 범죄 비율이 압도적으로 적으니 그만큼 각성한 초능력자도 범죄자일 확률이 적다는 말.

문제는 이미 치안이 개판인 나라들.

멕시코나 콜롬비아는 마약 카르텔들이 총 들고 빵야 빵야 하는 것도 어쩌지 못했는데 그들에게 초능력자까지 생기면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뻔하다.

그때 조직원 하나가 방문을 노크했다.

“라오님.”

“무슨 일이야?”

“베네수엘라 정보국 요원이 접견을 요청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세계로의 진출을 결정한 이후 나름 열심히 나라들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해왔다.

나라가 어렵고 치안이 엉망일수록 국민들은 자신들을 구원해줄 구원자를 원하는 법.

베네수엘라 역시 내가 고려했던 대상 중의 하나다.

세계 5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했던 나라.

하지만 나라 경제의 95퍼센트를 석유 수출에 의존했던 베네수엘라는 저유가 시대로 접어들며 경제가 파탄이 나버렸다.

2014년부터 시작된 베네수엘라의 경제파탄은 경이로운 기록들을 남기고 또 지금도 갱신해 나가는 중이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무려 140만 퍼센트.

14,000배나 물가가 치솟았다는 말이었다.

거기에 더해 살인율 세계 1위까지 기록한 망해가는 나라 베네수엘라.

내년 역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거라 예측하는 국제기관이 많은데 거기에 초능력 사태까지 더해졌으니 얼마나 막장이 됐을까.

현재도 생계형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들 손에 초능력까지 쥐어지면?

“들어오라고 해.”

내 말에 창백한 안색의 남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 그래 무슨 일이야?”

“베네수엘라 정부는 라오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약해보이지 않기 위해 최대한 태연한척 말하는 베네수엘라 정부요원.

“그래?”

긴말은 필요 없다.

종교에게 있어서 타인의 아픔이란 구원해줄 대상임과 동시에 기회이다.

물론 그런 아픔을 이용한다는 점이 껄끄럽긴 하지만 고통에 신음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겐 차라리 천둥교로 안정화 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치열한 내전을 겪자 이젠 도리어 카다피의 독재를 그리워하는 리비아 사람들처럼.

“좋아. 협상완료다. 그런데 그 동네는 총기반입이 가능한가? 거기 살인율 1위라며. 우리도 몸 지킬 수단은 있어야지.”

< 7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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