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62화 (63/188)

< 62화 >

“뭐!?”

압둘 장군이 목덜미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저. 전멸?”

2,000명을 이끌고 자신 있게 출발했던 부대는 겨우 300명만이 살아남아 돌아왔다.

사실상 전멸.

“1000명이라며! 어떻게 2000이 1000한테 질 수가 있지?”

“...죄송합니다.”

“죄송하단 말만 하지 말고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하라고 설명을!”

“그...그게.”

장지후의 능력을 모르는 그들로선 초대형 방패와 갑주를 입은 사람의 등장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초대형 방패로 접근해오고 갑옷을 입은 남자가 RPG를 쳐냈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하아. 돌아버리겠군.”

압둘 장군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큰일인데.”

통합정부는 140개 부족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정부다.

혁명군 역시 마찬가지.

각지에서 들고일어난 민병대가 그 시초이기에 혁명군 내에서도 파벌이 갈려있었다.

“1.700명이나 잃다니.”

압둘 장군의 28군단은 5,500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이 바로 압둘 장군이 가진 권력의 원천.

각지에 경비로 보낸 병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압둘 장군이 가용 가능한 병력은 4,000명이 전부인데 거의 절반을 잃어버렸다.

“어떻게 할까요.”

“그놈들 피해는?”

“거의 전무하다고...”

압둘 장군이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도대체 라시드 그 자식은 지휘를 어떻게 한 거야!”

한참을 씩씩거리던 압둘 장군을 보며 부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군님. 근처 17군단이나 30군단에 도움을 요청하시는 게...”

“안 돼! 절대 안 돼!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같은 편이지만 동시에 정적.

만약 지원을 요청하면 그것을 빌미로 지배 중인 영역의 일부를 요구할 게 분명했다.

“무기는 충분해?”

“음...많지는 않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병사를 차출해라.”

압둘 장군의 말에 부하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장군님. 이미 병사로 뽑을만한 사람은 모두 뽑아서 성인 남자가 없습니다.”

“애들 있잖아! 애들! 어차피 총 들고 쏠 수만 있으면 다 똑같아!”

압둘 장군이 눈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놈들을 잡는다.”

지난번 전투에서 초인이 무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효과적이며 강력해지는지를 확인했다.

나는 잉여 신성력으로 부하들을 강화시키며 힘을 키우는 동시에 마을 주변에 단단한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그리고 그 안엔 포로로 잡힌 혁명군 병사들로 가득했다.

“알라후 아크바흐!”

혁명군 병사의 말에 조직원이 싸대기를 내려치며 말했다.

“알라 아니고 라오! 라오후 아크바흐다! 앙? 알아듣겠어?”

혁명군 병사를 향한 무자비한 폭력.

마을 주민들은 일반인이라 최대한 건드리길 자제했지만 이 병사들은 다르다.

“빨리빨리 교화시켜서 전력으로 써먹어야지.”

곧 2차로 한국에서 1,000명이 추가 도착할 테지만 역시 병력은 현지 공급이 최고.

드디어 한국이 아닌 리비아에서 신성력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니 마음이 놓였다.

알라후 아크바흐를 외치던 저들은 라오후 아크바흐를 외치게 될 것이고 라오를 위해 싸울 거다.

“어느 쪽 신앙심이 더 돈독한지 한번 해보자고.”

“저희 아들은 이제 12살이에요!”

“12살이면 다 컸네. 압둘 장군의 휘하에 들어가는 거다. 영광으로 여겨야지!”

대부분의 건장한 남성은 이미 통합정부와 혁명군에게 차출됐거나 해외로 도주해 난민이 되어버려 사실상 마을에 남은 건 도망갈 힘조차 없는 노인들과 여성, 어린이뿐.  하지만 부족해진 병사를 보충하기 위한 28군단의 징집은 남자라면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제발 부탁이에요.”

“에이씨! 왜 이렇게 질척여!”

애걸하는 아이 엄마를 발로 찬 병사가 총으로 주민들을 위협하며 말했다.

“압둘 장군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즉결사형이다!”

마을은 병사들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의지도 힘도 없었다.

아이 엄마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 남편 데려간 걸로도 모자라 내 아들까지 데려간다고..? 안 돼! 안 돼!”

아이 엄마가 일그러진 얼굴로 다시 병사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마을 주민들이 말리며 말했다.

“진정해! 진정!”

“어떻게 진정해! 이러다 아들까지 잃게 생겼는데!”

“아야트 생각은 안 할 거야!”

막내딸인 아야트를 언급한 마을 사람들 말에 아이엄마가 멈칫했다.

“그러다 잘못되면 혼자 남은 아야트는 어떻게 할 건데!”

“하. 하지만.”

“우리는 힘이 없어. 반항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고.”

마을 주민들의 말에 아이 엄마가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힘. 스스로를 지킬 힘.”

아이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알라는 도대체 뭐 하시는 거지? 이건 너무 가혹하잖아.”

그런데 문뜩 아이 엄마 머릿속에 며칠 전 마을을 찾아왔던 동양인 무리가 필요할 때 연락하라며 두고 간 무전기가 생각이 났다.

“무전기. 그래. 그 동양인들!”

아이 엄마가 마을 주민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그때 그 동양인들이 주고 간 무전기. 그 무전기 어디 있어!”

마을 주민이 당황해하며 말했다.

“어? 그. 그 무전기? 촌장님이 나중에 팔아먹는다고 집에다가...”

아이 엄마는 마을 주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촌장의 집으로 뛰어갔다.

촌장 역시 갑작스러운 징집에 마을 대표로 나서 병사들에게 애원을 하고 있었기에 집은 비어있었다.

촌장의 집을 이 잡듯 뒤지던 아이 엄마가 무전기를 찾아들고 중얼거렸다.

“찾았다.”

유일신 알라를 모욕하고 라오를 믿으라던 무도한 자들.

하지만 그들은 지켜준다고 했다.

비록 이 이적행위로 인해 알라의 천벌을 받는 한이 있어도 아이 엄마는 아들을 지키고 싶었다.

아이 엄마가 무전기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헬프.”

배운 것 없는 아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영어라곤 이게 전부였다.

“플리즈. 헬프.”

하지만 응답이 없는 무전기.

아이 엄마가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계속해 말했다.

“헬프. 헬프.”

그때 무전기에서 어눌한 단어가 들려왔다.

-지지직. 지지직. 마울. 마울.

아이 엄마는 직감적으로 저 단어가 어느 마을인지 묻는 것임을 깨달았다.

“아즈다. 아즈다 마을.”

-오케이. 위 고.

“모두 7명입니다!”

“겨우?”

징집을 하러온 장교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디 숨어있는 거 아니야?”

“마을을 샅샅이 뒤졌지만 더 이상은 없었습니다.”

“부족해. 200명이나 되는 마을에 병사로 쓸 만한 남자가 일곱뿐이라고?”

몇 년이나 통합정부와 혁명군 사이에서 착취를 당한 덕에 망가질 대로 망가진 마을.

하지만 장교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자신들은 위대한 알라의 혁명 전사고 이들은 그런 자신들을 뒷받침해줘야 할 양분일 뿐.

“더 찾아!”

그나마 여자에게 총을 들게 하는 것은 치욕이라 생각하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일곱은 부족해! 노인을 차출해서라도 10명을 채워!”

그렇게 혁명군 병사들이 마을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는데 마을 밖 멀리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투다다다다다다!

깜짝 놀란 혁명군 병사들이 모여 총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니 한국산 트럭 한 대가 마을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 저건 뭐야?”

“동양인들이 타고 있습니다!”

“서. 설마.”  일성자동차운전면허 학원이라 적혀있는 한국산 구형 트럭의 짐칸에는 조직원 6명이 타고 있었다.

“얼른 끼워 넣어.”

중급 사제를 위해 만든 특제 갑옷.

하지만 말이 특제 갑옷이지 방호력을 높이기 위해 무식할 만큼 두껍게 만든 갑옷은 무게는 물론이고 그 구조 특성상 혼자 입는다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방어력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갑옷.

“야야! 살 낀다! 아파! 좀 제대로 해봐!”

칠성파 행동대장의 고함에 부하들이 쩔쩔매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아오. 이거 입는 거 너무 불편해.”

기술이 발전하며 군용장비의 무게는 날이 가면 갈수록 가벼워졌다.

그도 그럴 게 사람 한 명이 들 수 있는 무게는 한정되어 있으니 군용장비가 가벼울수록 더 많은 물자와 장비를 챙겨 전투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갑옷은 시대를 역행한 장비였다.

“거의 다 왔습니다!”

망을 보던 조직원의 외침에 칠성파 행동대장이 소리를 질렀다.

“아이씨. 다 왔다잖아! 빨리 입혀!”

한참을 쩔쩔매던 조직원이 마지막으로 투구를 씌워준 뒤 말했다.

“다 됐습니다!”

“좋아. 끙차.”

중급 사제인 칠성파 행동대장 조차 움직이는 게 고작인 갑옷.

간신히 몸을 일으킨 칠성파 행동대장이 총을 쥐어들고 말했다.

“내가 먼저 휘저어놓을 테니까 뒤는 너희가 알아서해.”

칠성파 행동대장에게 갑옷을 입혀주느라 이제야 방어 장비를 착용하던 조직원들이 외쳤다.

“알겠습니다.”

“합일.”

합일을 시전한 칠성파 행동대장이 혁명군 병사들을 확인한 뒤 그쪽 방향을 향해 달리는 트럭에서 뛰어 내렸다.

쿵!

갑옷 무게가 더해진 칠성파 행동대장의 착지에 대지가 흔들렸다.

갑옷의 무게는 무려 200kg.

물론 급조한 갑옷인 만큼 완벽하진 않았다.

두툼하게 만든 전면부완 다르게 후면부는 총알의 관통력을 간신히 저지할 수준일 뿐이고 관절 부위는 맨살이 훤히 드러나는 허접한 갑옷.

하지만 합일을 시전한 중급 사제가 입으면 세상 그 무엇보다 무서운 무기가 된다.

“후아아아아!!”

쿵쿵쿵쿵!! 칠성파 행동대장이 지축을 흔들며 뛰어가는 모습은 흡사 탱크를 연상케 했다.

“쏴! 죽여버려!”

타다다다다다!

팅팅팅팅!!

놀란 혁명군 병사들이 총을 연발로 갈겨대자 총알의 저지력 덕분에 칠성파 행동대장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만들었지만 그뿐이었다.

“컥!”

그렇게 모든 공격이 칠성파 행동대장에게 향하는 사이 장비를 착용한 조직원들이 엄폐물 뒤에 숨어 혁명군 병사들을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젠장! 저쪽에도 있다!”

일부 병사들이 총구를 조직원 쪽으로 돌리자 약해진 저지력에 칠성파 행동대장의 돌격이 다시 시작됐다.

“라-오!”

크게 라오를 외친 칠성파 행동대장이 혁명군 병사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시작했다.

“이. 이런 미친놈들!”

말도 안 되는 갑옷을 입은 괴물은 돌진해오고 그 뒤에선 조직원들의 조준 사격까지.

혁명군 병사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서. 설마 소문으로만 듣던 미군의 슈퍼솔저?”

인체를 보조해 더욱 강한 힘과 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만든다는 미군의 슈퍼솔저 아머.

하지만 그건 소문일 뿐이었다.

게다가.

“저런 어설픈 갑옷이?”

최첨단 미군의 장비는커녕 동네 폐 고물로 만든 고철깡통에 가까운 모습.

하지만 이 고철 깡통이 실제로 움직이니 미칠 노릇이었다.

“라오후 아크바흐!”

그렇게 징집을 하던 혁명군 병사 20명은 고철깡통을 앞세운 1개 팀 8명에게 모두 부상당한 채 포로로 잡혀버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 엄마가 연신 감사의 인사를 외쳤지만 칠성파 행동대장은 어색한 표정으로 같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뭐라는 거냐?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감사하다는 거 아니겠어요?”

리비아 출신 조직원의 숫자는 소수.

8명으로 움직이는 소수 팀에게까지 배정할 수 있을 만큼 여유는 없었다.  “땡큐? 땡큐!”

“땡큐!”

아이 엄마나 칠성파 행동대장이나 알고 있는 영어로는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수준.

결국 칠성파 행동대장이 외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였다.

“라-오!”

알라를 유일신으로 믿는 이슬람교도들에겐 모욕이나 다름없는 말이었으나 그들은 도움을 받은 입장.

여러 이슬람교도들이 인상을 썼지만 아이 엄마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라오!”

“역시 라오는 만국공용어라니까! 라아아아아오!”

“라오!!”

그렇게 라오의 이름이 조금씩 리비아 촌구석을 시작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6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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