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61화 (62/188)

< 61화 >

한 조직원의 외침으로 시작된 구호.

“라오후 아크바흐.”

“라오후 아크바흐!”

쓰러뜨린 혁명군 병사의 총을 빼앗아 양손에든 조직원이 광기 어린 눈으로 외쳤다.

“라오후 아크바흐! 라오는 위대하다!!”

모든 이슬람 사람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이슬람은 테러와 광전사로 각인되어있다.

혁명군 병사들 역시 알라를 숭배하는 이슬람 전사로서 투지하나는 그 누구에게도 비할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라오의 조직원들은 그 수준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크억!!”

수많은 병사를 상대하다 양팔과 다리에 모두 총알이 박힌 조직원은 바닥을 기어가며 외쳤다.

“라오후! 아크바흐!”

“미. 미친놈들.”

하나같이 모두 뛰어난 특급 전사에 광기로 무장한 광전사들.

그들의 광기 어린 투지는 이슬람 전사들조차 질리도록 만들었다.

“...생각보다 피해가 크군.”

수십 명에서 많아야 100명.

겨우 그 정도 전력으로 2,000명에 달하는 혁명군을 막아내고 있다니.

“돌아가면 한 소리 듣겠군.”

물론 그들의 분전도 여기까지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며 날뛰던 적들도 얼추 정리했고 중앙에 위치한 제일 큰 건물 하나만 남은 상황.

제일 큰 건물 창가에 적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적들을 한곳으로 몰아붙인 이상 게임은 끝이었다.

“저 건물에 모여 있는 것 같군. RPG로 한 방에 날려버려!”

“라시드님. 저 안엔 일반 시민들도 있습니다.”

부하의 말에 라시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저들을 받아들인 이상 놈들과 한패나 다름없다. 모두 몰살시켜!”

“알겠습니다.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린다! 모두 준비...”

그때 한 병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라시드님!”

“뭐냐?”

“뒤에 적들이!”

“후. 중앙 건물에 모여들었군.”

혁명군이 반격해 올 거라는 건 진즉에 예상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깡패도 자기 나와바리를 침범당하면 난리가 나는데 이 근방에선 왕이라 봐도 무방한 혁명군이 가만히 있을 리가.

단지 나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흩어져있던 적이 뭉치기만을.

“모두 준비!”

내 외침에 중급 사제들이 앞으로 나서서 차에 실려 있던 무언가를 꺼냈다.

무려 지름 5m에 두께만 5cm인 말도 안 될 만큼 무식하게 커다란 방패.

돈만 충분하면 장갑차가 최고지만 대피소를 만들며 무기와 트럭 공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다.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할 수밖에.

“흡!!”

중급 사제들이 무지막지한 무게의 방패를 양쪽에서 잡아 들어올렸다.

중급 사제 두 명이 들어 올리는 것조차 버거운 이 무식한 철판은 적들의 포화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방패였다.

“모두 돌격!”

“합일!”

방패를 든 중급 사제들이 합일을 시전했다.

방금 전까진 방패를 간신히 들어 올리는 게 고작이었지만 합일로 강해진 중급 사제들은 이제 방패를 들고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우리가 나타나자 놀란 혁명군 병사들이 총구를 돌려 이쪽에 총을 난사했지만 이때를 위해 준비한 방패는 제 몫을 했다.

팅!팅팅!

강력한 총탄의 힘에 철판 곳곳이 움푹 들어갔지만 이 무식한 방패를 뚫기는 역부족.

우리는 이 방패를 앞세워 정면으로 돌격해나갔다.

장갑차도 아닌 초대형 방패의 등장.

이 전대미문의 전투방식에 당황한 혁명군 진형에서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알라의 요술봉이다!!”

바로 대전차무기인 RPG였다.

자고로 이슬람 하면 AK와 RPG 아니겠는가.

나는 이번 원정을 오며 최대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부족한 장비의 질을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메꾸는 방법.  초대형 방패가 총탄을 대비해 준비한 거라면 RPG 대응 방법은 이거였다.

“날아온다! 뛰어!”

“합일!”

한 중급 사제가 초대형 방패 사이에서 합일을 외친 뒤 뛰어올랐다.

마치 아이언맨 초기 모델을 연상시키는 어설픈 갑옷으로 무장한 중급 사제.

하지만 어설픈 외관과는 다르게 두꺼운 갑옷의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이언맨이 아크리액터로 아이언슈트를 기동시켰지만 우리는 체력과 힘으로 밀어붙인다.

중급 사제가 날아오는 RPG를 향해 뛰쳐나갔다.

RPG가 날아오는 속도는 초속 100m, 시속으로 환산하면 360km다.

360km로 달리는 자동차를 일반인이 피하기란 불가능했지만 신체 능력이 10배 가까이 뻥튀기된 중급 사제는 달랐다.

비록 작고 훨씬 빠른 총탄까지 쳐낼 수는 없지만 RPG는 크고 느리다.

중급 사제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보인다!”

중급 사제는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자세로 날아오는 RPG의 밑동을 작은 방패로 쳐냈다.

RPG의 무서움은 그 화력도 화력이지만 관통력에 있었다.

관통력의 구심점인 중앙부를 피해 위로 올려치자 RPG가 방향을 잃고 다른 곳으로 튕겨 나가 폭발했다.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라시드의 턱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저. 저게 뭐야. 마. 말도 안 돼!!”

이게 바로 초인의 싸움.

일반 사람은 들고 움직이지도 그리고 보지도 못하는 것들을 보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

“먹히는군.”

부족한 장비를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두꺼운 철판으로 커버한다.

“모두 돌격!!”

짧은 10분의 시간이었지만 중급 사제들은 초대형 방패를 앞세워 조직원들을 안전하게 혁명군 앞으로 돌진시켰다.

“라오를 위하여!!”

“라오의 앞에 영광만이 있으리!!”

조직원들은 AK를 움켜쥐고 혁명군에게 돌진해 난전으로 흘러갔다.

“뭐. 뭐 이런 전투가 다 있어!!”

현대전에서 근접전은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에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놈들은 달랐다.

무식한 방패로 돌진해온 뒤 혁명군 본진에 근접전을 유도해오다니.

“컥!”

중앙에 있는 건물을 포위하기 위해 뭉쳐있던 혁명군은 조직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너. 너무 가까워!”

총을 난사하기엔 너무 동료들과 너무 가까웠다.

일부 병사들이 칼을 빼들고 맞서 싸웠지만 신체 능력 2배에 유필의 특공무술을 단기속성으로 미친 듯이 연마한 조직원들 상대는 될 수 없었다.

조직원들은 혁명군 병사들보다 반보 이상 빠르게 움직이며 이들을 압도했다.

“으악!!”

“라-오.”

혁명군이 언제 자신들보다 더욱 광신도 같은 적들을 상대해 보았겠는가.

운 좋게 피해를 입혀도 더욱 큰 소리로 라오를 외치며 좀비처럼 달려드는 조직원들의 모습에 병사들의 사기가 쭉쭉 떨어져나갔다.

“라시드님! 피해가 너무 큽니다!”

“상대는 우리 절반밖에 안 된다!”

“하지만...”

라시드가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이런 피해를 입고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가면 장군님께서 가만 계시지 않을 거란 말이다!! 돌격! 모두 돌겨어어어억!!”

“훗차.”

나는 적의 총구 방향을 보고 피하며 빠른 반사 속도로 적의 어깨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크악!”

탕!

“컥!”

한방에 한명.

“...신체 능력이 강화된 상태로 무기까지 드니까 차이가 더욱 확실하군.”

뛰어난 반사 신경은 총의 정확도를 어마어마하게 늘려주었다.

“이걸로 확실히 알겠다. 초인은 무기와 장비를 했을 때 더욱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거.”

단순히 조직 간의 싸움일 땐 좀 더 잘 피하고 더 강하게 공격하는 정도였지만 무기와 장비를 드는 순간 그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졌다.

혁명군 병사가 나를 발견하고 총구를 겨누는 일련의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내 총알은 혁명군 병사의 어깨를 관통하고 있었다.

거기다 4배로 늘어난 힘은 총의 반동을 더욱 확실히 잡아줘 더욱 정밀하고 완벽한 사격이 가능했다.

“음?”  그때 내 눈에 화려한 장비로 치장한 사람 하나가 보였다.

“대빵인가?”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멍청하게 전쟁터에 화려한 옷을 입고 오다니.”

여기서 대장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거리는 대략 600m.

나와 부하들이 유필에게 받은 훈련은 가장 일반적인 50m, 100m, 250m.

내가 저 대장을 한 번에 맞춘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총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여러 번 쏘면 맞겠지. 합일.”

나는 합일로 주위 사제들에게 힘을 공급받고 한 손은 방아쇠에 그리고 나머지 한 손은 총열을 있는 힘껏 쥐었다.

사격을 할 때 정확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반동.

탕!

첫발은 빗나갔다.

하지만 상관없지.

나는 빗나간 만큼 옆으로 옮기며 중얼거렸다.

“거의 게임 핵 수준인데?”

총을 쏘며 흔들리는 반동을 무식한 힘으로 억눌러 총구가 흔들리지 않게 만드니 마치 에임을 자동으로 잡아주는 게임을 하는 기분.

탕!

탕!

세 발 째가 적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 옆에 튀었다.

“까비!”

놀란 적의 대장이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짜잔. 라오님은 사격에도 일가견이 있으셨다네.”

탕!

적의 대장 다리가 관통 당했다.

다리를 부둥켜 잡고 구르는 대장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잡았다.”

“라오 만세!”

마을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라오후 아크바흐!”

“우오오오오!”

혁명군 2,000명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대장을 쓰러뜨리자 혁명군 병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고 조직원들은 그런 혁명군 병사들을 쫓아가며 다리를 겨냥해 집중사격을 했다.

그렇게 포로로 잡거나 항복한 병사가 1.300명.

“사상자는?”

아무리 사로잡기 위해 팔다리를 위주로 공격했다곤 하지만 총알엔 눈이 없는 법.

“혁명군 200명 정도가 사망했습니다.”

“500명은 도망쳤다고 봐야겠지.”

“계속 추적 중이니 포로는 더 늘어날 겁니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애들은?”

함정을 파고 기다렸던 우리 본진은 피해가 적었다.

중급 사제와 각종 신장비로 무장한 사제들이 압도적으로 밀어붙였으니까.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건 바로 마을 경비를 맡고 있던 조직원들.

물개파 보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모두 20명이 사망했습니다. 부상자는 50명입니다.”

대피소를 미끼로 적들을 끌어 모아 일망타진하는 작전.

사전에 적들이 쳐들어올 것을 예상했기에 하급 사제 +4 이상으로 이루어진 정예 경비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예로 구성했다 하더라도 급소만 가린 방어구로 모든 총탄을 막는다는 건 불가능.

대부분의 사망자가 경비대에서 나왔다.

예상했던 희생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짐이 덜어지지는 않는다.

비밀무기로 준비한 초대형 방패와 갑옷을 지급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다간 적들을 이렇게 몰아넣을 수도, 한 번에 박살내지도 못했을 거다.

“후.”

가족이 없는 깡패들을 위주로 데려왔지만 그들의 부모는? 친구 형제는?

아무리 쓰레기 깡패들이라지만 그들 역시 스스로 살아나갈 권리가 있다.

이번 희생은 나의 명령에 의해서 일어난 일이다.

“미안하다는 말로는 부족하겠지. 아니. 죽음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

내 명령에 의해 장렬히 산화했지만 그걸 당연시 여길 생각은 없다.

“난 라오다!”

나는 조직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싸움에서 20명은 나 라오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나의 전사다!”

차라리 그들의 죽음을 영광스러운 죽음으로 만들겠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만들겠다.

“그들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 인류를 구원하고 종말을 기필코 막아내겠다.

내 말에 조직원들이 감동한 표정으로 외쳤다.

“라오의 마음속에서 살아간다니!”

“영광이다!! 라오를 위해 싸우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

나는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찬가지로 외쳤다.

“나는 라오다!”

마을 사람들이 나를 바라봤다.

“나를 믿어라. 나를 위해 기도를 올려라. 그럼 내가 너희들을 지켜주겠다. 신이 내린 고행? 신이 내린 시련? 그딴 개소리를 믿을 바엔 차라리 나를 믿고 나의 보호를 받는 거다!”

나는 총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가 누구라고?”

이들이 억지로 기도를 올리던 사람들이라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라오!”

“라오후 아크바흐!”

“그래! 내가 라오다! 외쳐라 내 이름을! 기도해라! 나를 위해서! 내가 너희들을 지켜주겠다!”

< 6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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