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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56화 (57/188)

56화

"김무석의 능력은 순간가속이다."

나는 중급 사제들을 불러 모으는 동안 김무석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가속?"

"그래. 김무석의 말에 따르면 김무석은 최대 30번까지 순간가속 능력을 비축할 수 있다. 순간가속 1번의 유지시간은 0.5초. 그 0.5초간 김무석은 사람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비축은 무슨 말이야?"

"비축은 말 그대로 비축이다. 30번을 다 쓰면 더 이상 능력을 쓸 수 없다는 말이지."

나도 그렇고 김무석도 그렇고 초능력들은 보면 전부 엄청나게 대단한 것 같지만 묘한 브레이크가 걸려있다.

나는 한 달이란 최소 교화시간과 신성력의 소모, 김무석은 능력 발현의 횟수제한.

최진호의 능력인 아공간 역시 정말 편리한 능력이지만 그 크기가 한정되어있다.

"1번 능력이 회복하는 데는 3초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짧다.

"아껴 쓰면 생각보다 오래 싸울 수 있다는 말이네."

"그래. 실제로 김무석이 실전에서 능력 횟수 부족으로 고전한 적은 별로 없다. 적당히 2초에 한번 씩만 써주면 싸우는 동안 횟수가 회복되니까."

"도대체 얼마나 빠른데?"

박종문이 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는 김무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0.5초 사이에 이 운동장 끝에서 끝까지 갈수 있을 정도다."

"개 빠르네."

박종문이 하는 말을 이해했다.

그 정도로 빠르다면 횟수가 부족해 질 때쯤 멀리 도망가서 회복하고 와도 충분히 유지가 가능한 수준.

"우명찬 중사와 나머지 4명이 모두 달려들었지만 손끝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흠."

상성이 안 좋다.

극한의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김무석과 단순히 신체능력 몇 배가 강화된 초인.

파워는 초인 쪽이 강하지만 닿지 않는 공격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김무석의 손에 무기까지 들리면 힘의 우위역시 줄어들겠지.

"일단 가볍게 시작해볼까?"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내 뒤에 있던 중급 사제 중 한명이 나섰다.

"가서 제대로 싸워."

합일이라 외치지 말고 마음속으로 외치라 사전에 언질 받은 중급 사제 주위로 몇몇 사제들의 몸이 살짝 떨렸다.

"바로 시작해. 제한 시간은 딱 10분."

"음."

합일까지 사용한 중급 사제.

합일은 기본적으로 시전하는 순간 인간을 초월하지만 그 상승치는 주위에서 힘을 빌려준 사제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한마디로 중급 사제 주변에 수습 사제가 많냐 하급 사제가 많냐에 따라 빌려오는 힘의 양도 달라진다는 말.

지금 나선 중급 사제는 수습 사제들에게 힘을 빌린 비교적 약한 합일을 시전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상대가 안 되네."

6배 이상은 강해졌을 중급 사제 주위로 김무석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며 유린하고 있었다.

물론 김무석의 힘은 일반인과 동급.

단단해진 중급 사제의 몸에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건 이게 대련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일 뿐 저 손에 총이라도 들린다면?

중급 사제는 진즉에 압살 당했다.

"역시 이걸로도 안 되는 건가."

박종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초인은 초능력자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군."

쪼금 자존심 상하는데.

"변명을 좀 하자면 상성이 무지막지하게 안 좋아."

"알고 있다. 초능력자중엔 김무석과 다르게 비전투능력자도 있고 초인들도 충분히 상대할만한 수준의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김무석 뿐만이 아니라 더 강한 초능력자와의 싸움도 고려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끙."

순식간에 10분이 지나갔다.

"윽."

힘을 다한 중급 사제가 무릎을 꿇었다.

김무석이 건들거리며 우리를 향해 말했다.

"별거 아닌데? 초인 부대원들보다는 훨씬 빠르고 강해도 내 상대는 아니에요."

"흠..."

잠시 침묵하던 박종문이 말했다.

"아무튼 이걸로 초능력자가 압도적으로 강함이 증명됐군. 고민을 좀 해봐야겠어."

"잠깐. 잠깐. 이러고 그냥 간다고?"

정부에게 내 활용도가 줄어드니 마니 그런 문제가 아니다.

겨우 정부소속 초능력자 한명도 이기지 못하면서 다가오는 종말을 어떻게 막겠어.

그리고 자존심도 상한다.

"더 강한 초인도 있나?"

"그게 아니야. 그게. 이 싸움은 전제자체가 잘못됐다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초능력자는 특별한 사람이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

"그렇지."

나는 부하들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우리는 달라.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이 능력으로 손에서 불꽃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하늘을 날수도 없어. 하지만."

부하들이 김무석 주변을 에워싸고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특별함은 함께 있을 때 나오지. 보여줄게 초인의 싸움법을."

수백 명에게 둘러싸인 김무석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외쳤다.

"이 자식들이 지금 뭐하는 거야? 어이! 나랑 끝까지 해보자 이거지?"

박종문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지금 뭐하는 거지?"

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긴.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거지. 지금 너희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어. 초능력자? 대단하지. 무서운 능력이야. 하지만 그래봤자 몇 명인데. 물론 앞으로 더 많아질 거라 예상하는 건 알겠어. 그런데 그거 알아?"

난 단상위에서 걸어 내려오며 말했다.

"70억 인구의 태반은 일반인이야. 아무리 초능력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지만 그래도 일반인의 숫자가 훨씬 압도적으로 많다고. 그럼 그 비율에 맞춰서 싸워야지. 초능력자가 수백만 수천만이 되어도 일반인은 그 숫자의 백배가 넘는 다 이 말이야!"

깡패들이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는 모습을 보며 김무석이 전투자세를 취했다.

난 포위진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며 말했다.

"나중에 초능력자 숫자가 일반인을 넘어선다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 수준까지 늘어나면 초능력자를 특별한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까? 장담하지. 일반인에게 초능력자를 상대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뿐이다! 자! 김무석! 덤벼라! 니 알량한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마."

은연중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온 김무석이 발끈하며 외쳤다.

"오냐. 보여주마! 어디 같잖게 초인이랍시고 까부는 놈들과의 수준차이를!"

"큭!"

김무석이 초능력을 사용해 조직원 하나의 뒤로 돌아가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바로 뒤에 있던 조직원이 김무석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흡!"

능력을 발동한 김무석이 조직원의 손을 피해 움직였다.

‘너무 촘촘히 붙어있어.’

스피드가 올라가며 빠른 이동이 가능했지만 김무석의 판단력은 똑같다.

아무리 0.5초 동안 미친 듯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지만 촘촘히 벽을 만든 깡패들 사이에서 제 속도를 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

게다가 이 깡패들의 힘과 스피드는 아무리 김무석이라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0.5초가 지나가고 그 사이 깡패들을 피해 움직였지만 여전히 김무석 주변은 깡패로 가득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3초에 한 번씩 리필 된다고?"

김무석이 나를 노려본다.

"그럼 2초에 한번 1초에 한 번 쓰도록 만들면 될 거 아니야!"

우리의 힘은 숫자에서 나온다.

단상에서 나를 따라 나온 박종문이 나를 말리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둬! 김무석은 정부 소속 능력자다!"

"알아. 그래서 보여주려는 거야. 능력만 믿고 설치는 초능력자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만약 김무석 손에 총이라도 들려있었으면 이런 포위진 따위는..."

"우리는?"

나는 박종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뭐?"

"그땐 우리도 장비 하면 되지. 저 놈은 스피드만 늘어난 거잖아? 우리 애들은 몇 배나 힘이 강해졌어. 무슨 말인 줄 알아? 풀플레이트메일이란 거 있다며. 너무 무거워서 입으면 움직이기도 힘들다는 방어구. 근데 우리 애들은 그까짓 거 온몸에 두르고도 자유자제로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야."

"그. 그건..."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온몸을 두른 전신 갑옷을 입고 초능력자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면 누가 이길까? 갑옷을 뚫을 총을 쥐어줘? 그럼 힘을 더 강하게 만들고 더 두꺼운 갑옷을 입히면 돼. 랜덤으로 생겨나는 초능력자완 다르게 내 힘은 돈과 시간만 투자하면 확실한 결과로 다가올 수 있어."

스피드만 기형적으로 올라간 김무석과 모든 신체능력이 골고루 올라간 우리 애들.

소수로 싸울 때야 상성의 우위를 점할지 모르겠지만 양측 모두 장비를 갖추고 다수끼리 전투를 할 때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

"알겠다. 알겠으니까. 그만해라."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미 한계인거 같은데."

깡패들 사이에 끼어 횟수가 회복될 겨를도 없이 잡히지 않기 위해 능력을 빠르게 소진한 김무석의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위쪽에 전해. 초능력자보다 약하다고?"

한참을 미꾸라지처럼 피해 다니던 김무석이 결국 모든 횟수를 소진하고 깡패에게 팔목을 잡혔다.

"그걸 왜 멋대로 판단하는데. 내가 증명해주지."

그 사이 능력이 돌아온 김무석은 능력을 사용해 빠져나가려 했지만 신체능력이 강화된 깡패의 손아귀 힘을 풀어낼 수 있을 리가.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초능력자 1명을 5명이서 못 이기면 10명 100명 1000명을 동원하면 되는 거야!"

결국 완전히 제압된 김무석은 깡패들 손에 붙들려 나에게 끌려왔다.

나를 노려보는 김무석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숫자는 모든 것을 압도한다. 그게 진리이자 절대적 법칙이야."

정부소속 능력자가 나에게 굴욕을 당했지만 박종문과 정부는 나에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를 독촉해 더 많은 초인 양성을 부탁해왔다.

내 퍼포먼스가 먹혔다는 말이지.

"4차로 1,000명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그거야 정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난 의뢰받은 것만 해주면 되잖아. 그나저나 큰일이네."

나는 앓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전국 깡패들이 씨가 말랐는데."

전국에 있는 모든 조직들을 때려잡았다.

그들의 공백을 노려 새로 생겨나는 모든 놈들까지 실시간으로 잡고 있지만 깡패 수급이 급감해버렸다.

"나 일반인한테도 포교하면 안 되겠지?"

"안 된다."

박종문의 단호한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4차부턴 신체강화 속도가 줄어들겠네."

"......"

사이비가 퍼지는 건 싫다.

하지만 사이비가 퍼지지 않으면 초인부대 양성에 제동이 걸린다.

정부의 딜레마였다.

"아아. 얼른 신도 숫자가 늘어야 4차 5차를 넘어 3배 4배로 강하게 만들어줄 텐데."

"큭."

"지금도 초능력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대비해야하지 않나. 초인 숫자가 많이 필요할 텐데 걱정이 태산이네 태산."

"......신성력 수급이 어려운가?"

"그걸 질문이라고."

"교도소까지 묵인했다. 정부는 할 만큼 했어."

"누가 뭐래. 그래서 말했잖아. 느려진다고."

"...혹시 정부에 바라는 게 있나?"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있잖아. 혹시나 싶어서 하는 말인데."

"말해라."

"우리가 해외로 나가는 거 도와줄 수 있어?"

"뭐?"

"우리 범죄 사냥 다니잖아. 어디 범죄자가 한국에만 있나? 오히려 외국엔 더 많다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 시칠리아 마피아, 삼합회, 야쿠자, 테러리스트 등등 더 말하자면 입만 아프다.

"물론 우리가 사적으로 나가자면 못나갈건 없는데 그 나라 정부가 우리나라처럼 처음엔 당황해서 경찰 보내고 막 개지랄할게 뻔하잖아."

충남을 박살낼 때 경찰의 추적을 피하느라 들인 시간.

그것만 아니었으면 더 빠르고 쉽게 조직들을 흡수했을 거 아닌가.

물론 지금도 역 수출된 조직들이 현지 조직들을 하나둘 박살내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서 전국적으로 퍼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에서 나 대신 딜 좀 해주는 게 어때?"

"그게 무슨 말이냐."

"비공식적으로 치안이 안 좋거나 범죄에 골머리 썩는 제 3국들과 나 대신 협상을 해주는 거지. 우리 목표는 오로지 범죄자. 대가도 없이 그런 범죄자를 싹 잡아버리겠다고. 좋은 예가 있잖아. 지금 한국 밤의 거리 어때? 잡음하나도 없지? 예시로 보여주는 거야. 대신 정부도 얻을게 있잖아. 범죄자를 잡아주는 대신 상호 경제교류라든지 뭐. 어려운건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신성력 수급이 늘어나니 초인숫자도 대폭 확대할 수 있고. 괜찮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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