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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51화 (52/188)

51화

"아...드디어."

신호가 울려 퍼졌다.

"형제들이여! 이 더럽고 추악한 것들에게 라오의 심판을 내려라! 단 한 놈도 놓쳐서는 안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몸을 일으켰다.

구성원은 다양했다.

20대 청년, 50대 중년인 심지어 노인까지.

울창한 나무아래 숨어있던 그들의 귀로 라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들의 힘을 보여주어라!"

"라오님께서 우리 힘을 필요로 하신다."

지팡이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바들바들 떠는 노인이 힘겹게 걸음을 떼며 말했다.

"어서 가야 혀. 라오님을 위해 싸워야 혀."

"으아아아!!"

건장한 남자들은 두려움도 잊은 채 폐 리조트 입구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것들은!"

동문을 지키고 있던 깡패들이 기겁을 하며 놀랐다.

"라오님을 위하여!!"

모두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사람들.

물론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있으나 그들 대부분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극히 사소한 범죄나 여러 가지 이유로 수감생활을 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범죄자 보다는 일반인에 가까운 사람들이란 말.

평소라면 그들에게 수백 수천 명이나 모여 있는 깡패들에게 달려들 용기가 있을리 만무했다.

하지만 이건 성전이었다.

라오를 위해 싸우는 성전.

그들은 벅차오르는 마음을 고함을 통해 표현했다.

"라오님 만세!! 악에게 라오의 철퇴를!!"

"라오님이 나를 부르신다!"

"마이 라이프 포 라오!!"

저 나쁜 악의 무리가 라오님을 힘들게했다는 생각에 그들의 전투의지는 더욱 활활 불타올랐다.

술에 취해 싸움을 벌여 수감생활을 했던 김상준이 벌게진 눈으로 깡패들에게 각목을 휘둘렀다.

"다 뒤져라! 라오님의 거름이 되어라!"

"이런 미친 새끼들이! 안 꺼져!!"

기물파손으로 잡혀간 50대 중년인이 가게에서 가져온 식칼을 휘둘렀다.

"죽어! 죽어! 내가 횟집 경력만 20년이여! 아주 잘게 다져줄랑께 덤벼!"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거대한 중국식 식칼을 휘두르며 말했다.

"이 칼이 깡패들도 무서워한다는 마장동 소 써는 칼이다!"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지고 서로 안면도 없는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라오를 통해 하나로 뭉쳤다.

모두 합쳐서 1,200명.

300명씩 나눠진 그들은 각각 동서남북의 리조트 문을 틀어막고 깡패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았다.

그들은 겨우 수습 사제로 신체능력이 20퍼센트 가량 올라간 사실상 일반인.

하지만 투지는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한 놈도 놓치면 안 돼!!"

"으아아아!!"

도망가던 황금파 조직원이 자신의 발을 붙들고 놓지 않는 남자를 떼어내기 위해 연신 발길질을 했다.

"이거 놔!! 도망가야한단 말이야!!"

이미 꽤 많은 부상을 당했으나 엎드려서까지 조직원의 발목을 부여잡은 남자는 충혈 된 눈으로 외쳤다.

"라오를 위하여!!"

"알겠어! 라오를 위하여 알겠으니까 제발 놔줘!!! 그냥 갈 테니까 놔달라고!!"

"한 놈이라도 더! 한 놈이라도!!"

그때 또 다른 중년인이 조직원을 덮쳤다.

"잡았다 이놈!!"

"으아아악!!"

조직원이 제압되는 듯하자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앞으로 기어갔다.

"헉헉. 라오님을 도와야해."

기어가다보니 시야에 보이는 건 전부 다리.

"윽!! 윽!!"

거기다 깡패들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기어가는 자신을 자꾸 밟는다.

"이 또한 라오님이 내린 고행이다! 이겨 내리!"

기어가던 남자의 눈에 검정 양복을 입은 다리가 보였다.

양복하면 깡패.

깡패하면 양복.

남자는 냅다 달려들어 다리를 붙잡았다.

"절대 안 놔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자신이 잡은 사람을 확인한 남자가 흠칫 놀랐다.

30대의 덩치 좋은 남자.

분명 외형은 깡패였지만 남자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형제였군."

느껴진다.

그와 자신의 연결고리.

"후후."

눈을 마주치고 머쓱함에 검지로 코밑을 쓱 닦은 둘은 살짝 고개를 숙여 형제에 대한 예를 올렸다.

30대 남자가 외쳤다.

"라오! 라오! 라오!"

30대 남자의 다리춤을 놓은 남자가 외쳤다.

"못 간다 이눔아."

"씨발 이 미친 노인네.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한참동안 지팡이에 의지해 간신히 싸움터에 도착한 노인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니놈은 애비 애미도 없냐!"

"여기서 애비 애미가 왜 나와!"

"못 놔준다 이놈아. 라오님이 오기 전까진 절대 못 놔줘!"

조직원이 노인을 밀치며 말했다.

"미친 노인네 당장 안 꺼지면 진짜 죽여 버린다!!"

그때 누군가가 기어와 조직원의 다리춤을 잡았다.

"라오! 라오!"

노인이 벌떡 일어나 지팡이를 휘둘렀다.

"라오님을 도와야 혀!"

앞은 미친 광신도들 뒤는 정신 나갈 정도로 싸움을 잘하는 깡패들.

조직원은 정말 진퇴양난에 빠진 기분이었다.

"젠장 뭐 이렇게 질겨!! 내가 진짜 이렇게 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조직원이 품에서 사시미를 꺼내며 말했다.

"노인이라고 난 봐주지 않아."

"덤벼 이놈아! 덤벼. 어..."

근데 갑자기 노인이 멍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여기가 어디여. 난 여기 왜 온겨."

"미친. 치매였어? 당장 꺼져 정말 죽이기 전에."

아무리 쓰레기 깡패라지만 차마 치매 노인을 공격할 수 없었던 조직원이 다리춤을 잡고 있는 남자를 향해 사시미를 들어올렸다.

"니네 신을 원망해...악!"

잠깐 방심한 사이 노인이 다시 지팡이로 조직원의 머리를 가격했다.

"기억났어! 라오여! 라오님의 성전이었어!"

"씨발 기억 진짜 편리하게 왔다 갔다 하네!!"

조직원이 지팡이를 쳐내며 말했다.

"이번엔 진짜 안 봐준다."

그러자 노인이 또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긴 어디여. 공연장이여? 뭔 사람이 이렇게 많은겨?"

"그래봤자 소용없다!!"

조직원이 노인에게 사시미를 찌르려는 순간 조직원의 머리위로 다리 하나가 나타나 내려찍었다.

"컥!"

단숨에 조직원을 기절시킨 남자는 바로 장지후.

"정리 끝."

장지후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형제들이여. 수고했다. 성전은 끝났다. 정의는 승리했다!"

라오의 현신에 신도들이 모두 감격한 표정으로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노쇠한 몸과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도 라오를 위해 열심히 싸운 노인이 울먹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라오님. 노인네가 도움이 ㅤㄷㅚㅆ슈?"

"물론. 큰 도움이 됐다."

"아이구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먼."

"뭘 또 죽는다고."

장지후가 품에서 물을 꺼내 내밀었다.

"자."

"설마...성수?"

"마시고 기운내야지."

노인이 벌벌 떠는 손으로 물병을 잡아 물을 마셨다.

"우오오오. 온몸에서 힘이 펄펄 나는구먼."

장지후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마실 사람은 많고 준비한 성수는 다섯 병 밖에 없네. 뚜껑에 따라줄 테니까 모두 한 방울씩만 마셔."

그날 장지후는 도움을 준 수많은 사제들을 모두 +1씩 업그레이드를 시켜주었고 겨우 물5병과 물 뚜껑 하나로 모두에게 성수를 내려주었다 하여 훗날 오병일뚜의 기적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거 골치 아픈데."

능력자 전담반 반장 박종문은 오늘 폐 리조트에서 벌어진 싸움을 드론으로 모두 보고 있었다.

"중간에 한 번씩 뛰쳐나와 미친 듯 활약하는 깡패들..."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그들의 힘은 능력자로 의심받기 충분해보였다.

생각보다도 훨씬 강력한 신체능력 스킬의 위력에 놀란 박종문은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를 올려 경찰들 출동을 막아 달라 요청했다.

저런 괴물들이 날뛰는 걸 경찰들이 보기라도 했다간 초능력자에 대한 비밀보안을 더는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박종문의 판단이었다.

"엄청나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강력한 신체능력 강화의 효과.

"정말 초능력자와 일반인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패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 능력자는 두 개의 능력을 가지지 못한다.

화염능력자는 오로지 화염만.

신체능력자는 오로지 신체만.

하지만 장지후는 신도들을 받아 신성력을 올리고 그 신성력으로 신체능력 강화를 시킬 수 있는 최초의 다중능력자.

그렇기에 박종문은 장지후를 믿을 수 없었다.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세뇌의 가능성인데."

조직 연합이 무너지고 나타난 천명이 넘는 사람들.

추적결과 그 모두가 교도소에서 풀려난 사람들로 조사됐다.

"출소된 사람 중 대부분이 이곳으로 몰려들었어. 그것도 성전이라는 영상 하나만을 보고. 아무리 초인으로 만들어준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가 있지? 그리고 싸움에 합류하지 않은 출소자들. 그들과 싸움에 합류한 사람들의 차이는?"

한참동안 책상을 톡톡 두들기던 전담반 반장이 말했다.

"시간. 교도소에서 나온 시간이 달라."

최근 출소한 사람들은 이 싸움에 참전하지 않은 반면 시간이 좀 지난 출소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싸움에 참여했다.

"역시 뭔가 숨기고 있군."

매일 기도를 하도록 시킨 연구원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봤지만 아무 변화도 없었다.

"그럼 기도는 세뇌의 매개체가 아니라는 건데... 설마. 장지후에게 신체능령 상승을 받으면 세뇌 당한다던지? 후. 돌아버리겠군."

이번 싸움으로 장지후의 신체능력 스킬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았지만 동시에 세뇌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커졌다.

게다가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장지후가 저 조직들까지 흡수하면..."

수천 명을 아우르는 초거대 조직의 탄생.

폭력을 업으로 삼는 폭력집단, 그것도 신체능력 강화란 초능력까지 받은 초인들의 모임.

군벌이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을 만한 조직이 한국에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도 범죄자로만 이루어진.

"...장지후의 협조와 거대 폭력 조직의 탄생."

지금이라도 저 거대한 폭력 조직을 말살시켜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장지후의 도움으로 초능력자와 일반인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장지후의 협력으로 얻는 이득과 폭력 조직 탄생으로 인한 손해, 그리고 세뇌에 대한 불확실 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박종문 머릿속에서 팽팽히 부딪히고 있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군."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가 허가하지 않은 무력을 가진 사람들, 즉 초능력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상황.

이젠 3일도 아닌 하루걸러 한명씩 생겨나는 수준이었다.

조만간 정부의 통제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말.

"...실험을 해봐야겠군."

장지후에게 신체 능력 상승을 받은 뒤 세뇌 효과가 있나 없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시기였다.

"만약 정말 장지후 말대로 세뇌 효과 없이 신체 능력 상승만 가능하다면 베스트. 하지만 장지후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그때는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거다.

여러모로 세뇌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못하는 전담반 반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장지후가 한 말이 진실이길 바라지만......어쩔 수 없지. 일단 지원자를 받아 실험을 진행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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