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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50화 (51/188)

50화

수천 명의 집단싸움은 장관이었다.

"컥!"

각목이 오가고 쇠파이프가 오가고.

"이 씨발놈이!"

넓은 리조트 전체가 전국각지에서 모인 깡패들로 가득 차있었다.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깡패를 발로 차냈다.

"라오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막아! 막으라고!"

나와 석주, 석호 형제, 덕칠, 동생 5명 전원 중급 사제 +4로 이루어진 최정예가 앞을 가로막은 깡패들을 쳐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목표는 함께 뭉쳐있는 각조직의 보스들.

"어. 어떻게 이런."

5배 가까이 되는 압도적인 숫자에 자신만만해 했던 보스들이었지만 전황을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화에 젖어 싸움보다는 타협에 익숙해진 깡패들과 사제로 임명되어 신체능력이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최근 계속된 깡패사냥으로 몸의 감각이 최고조에 이른 우리.

그 차이는 숫자의 불리함을 매꾸고도 남았다.

"내가 지진파 지동진이다!!"

"우리는 망치파! 천둥신 라오님을 모시는 천둥 망치다!"

수습 사제들 사이에 중간 중간 끼어있는 하급, 중급으로 이루어진 각 조직 간부들.

그들의 활약 역시 눈부셨다.

"이야아아아!"

나에게 달려드는 조직원의 뚝배기를 날려주고 외쳤다.

"밀어 붙여!"

내 말에 몇 중급 사제가 외쳤다.

"합일!!"

합일을 사용한 중급 사제 몇 명이 미친 듯한 돌파력으로 조직 연합 조폭들을 물살 가르듯 갈라냈다.

그들에게 힘을 빌려준 수습 사제들이 잠시 비틀거리며 일부 힘을 잃었지만 다시 전장에 합류했다.

단 10분의 짧은 지속시간이었지만 그들의 활약은 놀라웠다.

"말도 안 돼! 저게 사람이야?"

사람을 수수깡 부러뜨리듯 접어버리며 공중으로 수십 킬로그램의 거구들을 던져버린다.

조직 연합의 대오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틈을 수습사제들이 파고들어 우왕좌왕하는 조직들을 때려잡는다.

"윽."

"지동진님이 리타이어 되셨다! 후방으로 옮겨!"

힘을 일부 빌려준 사제들은 4시간 후에 빌려준 힘이 돌아오지만 시전자 당사자만큼 격렬한 후유증은 없다.

무방비 상태로 약해진 중급 사제들을 후방으로 옮기자 이번에 또 다른 중급사제들이 합일을 외친 뒤 미친 듯이 활약.

조직 연합은 이 말도 안 되는 조합에 정신 차리지 못하고 무너져내려갔다.

나는 휘파람을 부르며 말했다.

"이야. 생각한 거랑은 그림이 많이 다르지?"

"어.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럴 수밖에.

중급 사제의 힘을 경험한 깡패는 모두 교화되어 누구보다 비밀 유지에 앞장선다.

경찰을 막았던 중급 사제들은 의도적으로 힘 조절을 통해 경찰들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연기까지 하며 정보를 틀어막았던 합일의 무서운 위력.

그것이 드디어 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뭐. 정부의 높으신 분들도 대충어디선가 지켜보고 있겠지."

정보를 얻을 좋은 기회 아닌가.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그건 정보기관 실격이다.

보아라.

이게 내가 이들에게 제공한 신체능력 강화다.

탐나지 않나?

초인 군단.

나는 너희를 이렇게 만들어줄 수 있는 힘이 있다.

"일종의 광고지."

몸값을 올리기 위한 광고.

1000명이 5000명을 밀어내고 말도 안 되는 힘까지 발휘하는 초인 군단.

"실컷 구경하라고. 자. 그건 그렇고."

보스들과 우리 사이엔 아직도 백여 명 가까운 깡패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석주, 석호. 길을 뚫어."

내 말에 석주, 석호 형제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맡겨만 줘요."

"가자고 형. 합일!"

"합일."

합일을 발동한 두 형제가 보스를 지키고 있던 깡패들을 바닥에 있는 낙엽 쓸듯이 날려버렸다.

"막아! 막으라고!!!"

보스의 외침에 다른 곳에서 일부 조직원들이 보스를 지키기 위해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덕칠. 못 오게 막아."

"알았어. 합일!"

합일을 시전한 덕칠이가 그 거구로 높이 뛰어올라 쿵 소리를 내며 조직원들을 가로막았다.

"비켜!!"

조직원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자 덕칠이 어깨를 들이밀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트럭처럼 돌진한 덕칠이의 어깨 공격에 조직원들이 볼링핀 쓰러지듯 쓰러졌다.

"미친!"

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동생들의 호위를 받으며 석주, 석호 형제가 뚫어놓은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어느새 보스들 앞까지 다가간 나.

"반가워. 다들 깡다구 있으시네. 도망갈 줄 알았더니."

황금파 보스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화. 황금파가. 우리 황금파가! 내가 황금파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았는데!!"

"으히히. 그래. 잘 알아. 그래서 고마워. 잘 먹을게."

황금파가 양지에 세운 황금 그룹.

연매출 3.000억 규모의 중견 그룹이 이 놈 하나 멱을 따면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으으으으."

다른 보스들 역시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가 양지에 한발 걸치고 있는 인물들.

다 합치면 연매출이 조 단위가 넘겠지.

"다 내가 좋은 곳에 쓸라고 그러는 거야."

불법적인 사업은 내치고 합법적인 사업만 남겨둔다.

조직원들은 교화시켜 그동안 품위유지로 받았던 월급을 대폭 삭감.

130만원이면 적당하겠지?

내가 살아보니까 혼자살기엔 130도 많더라고.

아. 가정이 있으면 조금 더 주지 뭐.

인건비가 줄어드니 좋고 불법적인 일도 안하니 더 좋고.

애국자 나셨다. 애국자.

"이.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어!"

황금파 보스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만. 너만 없어지면 돼!"

나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오우 안 되지. 내 몸은 소중하다구."

"닥쳐!"

황금파 보스가 품안에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너만. 너만 없으면!"

역시 궁지에 몰리면 저건가.

황금파 보스 손에 들린 건 바로 권총.

"흐음."

솔직히 합일까지 쓸 경우 급소에 맞지만 않으면 죽지는 않을 거 같다.

물론 총알이 몸에 박히겠지만 신체능력 상승으로 풀 압축된 근육은 그 피해를 최소한을 막아줄 테니까.

솔직히 권총하나 던져 주고 곰이랑 싸우라고 말하면 미친놈 소리를 듣겠지?

나와 황금파 보스 레벨 차이가 딱 그 정도다.

심지어 난 곰보다 빠르다.

"그래도 기분은 좀 더럽네."

총구 끝에 내 몸이 걸쳐있는 느낌.

누군가가 내뿜는 적의는 언제 느껴도 좋은 기분은 아니다.

"죽어!!"

황금파 보스가 총을 쏘려던 바로 그 순간.

탕!!

황금파 보스가 방아쇠를 누르려는 찰나 다른 곳에서 먼저 총성음이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동시에 황금파 보스가 피로 범벅이 된 손을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보스들이 모두 놀라 총성음이 난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그들을 설득해 이 전쟁을 일으킨 대전의 엑스포파 보스 윤종우가 서있었다.

"유. 윤종우?"

윤종우는 일그러진 얼굴로 황금파 보스에게 총구를 겨눈 채 말했다.

"감히... 감히 누굴 향해서 총을 겨누어!!! 죽여 버리겠다!"

나는 극도로 흥분한 윤종우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스탑. 스탑. 우리 착한 종우 진정해야지."

"후우. 후우."

심호흡을 한 윤종우가 나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순간 너무 흥분해버리는 바람에."

"아니야. 아니야. 적절한 시기에 잘 나섰어."

나와 윤종우의 대화에 보스들 얼굴이 일그러졌다.

"윤종우!! 우릴 배신했구나!!"

"이 배신자!!"

그리고 보스만큼이나 놀란 사람들이 또 있었다.

"회. 회장님!!"

바로 윤종우가 회장으로 있는 대웅 건설의 임원이자 엑스포파의 간부들.

"난 배신한적 없다."

윤종우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처음부터 라오님을 섬기고 있었으니까."

엑스포파 간부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세. 세뇌. 정말 회장님이 세뇌 당했어!!"

"세뇌? 훗."

윤종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딴 게 있을 리가. 난 지극히 정상이다. 오히려 라오님에게 붙는 편이 훨씬 이득이기에 움직인 것뿐이지."

정부에겐 세뇌 능력 없다.

신체 능력 상승 스킬일 뿐이다 라고 둘러댔으니 행동도 그에 맞춰서 해야지.

너무 광기 넘치게 보이면 더 의심할거 아니야.

"너희도 언젠가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윤종우가 권총을 보스들에게 겨누었다.

"자. 라오님에게 항복해라."

"으아아아아!!"

황금파 보스가 피로 범벅이 된 손을 붙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너만! 너만 없으면!!"

정상일 때도 나를 어찌하지 못했을 텐데 부상까지 입은 황금파 보스의 수준이야 뻔했다.

나는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말했다.

"억울하겠지. 당연히 억울하겠지. 너의 인생이 담겨있었을 테니. 하지만 그 탑은 누군가의 피눈물로 쌓은 탑이잖아? 이번엔 내가 너의 피눈물로 탑을 쌓아주지."

황금파 보스가 몸을 벌벌 떨며 일어나 말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자본주의 세계에서 다 같이 잘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이 위선자! 더러운 가식 덩어리!"

"흐흐흐. 부정하지 않는다."

만약 상태창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상인들에게 아부하며 콩고물 좀 주워 먹는 동네 깡패에 불과했겠지.

우리 같은 깡패가 있기에, 또 상인들을 괴롭히는 양아치들이 있기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

나 또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피를 받아먹으며 살았을 거다.

"그런데 어쩌라고."

"....뭐?"

"나 가식자 위선덩어리 맞아. 근데 뭐. 그거 인정하면 뭐가 달라지나?"

황금파 보스는 늘 승리자였겠지.

하지만 오늘은 패자다.

자본주의 세계나 이 밤의 거리나 승자 독식의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난 위너. 넌 루져. 게임 끝. 오케이?"

"너. 너!!! 장지후!!"

"아. 진짜. 징징징 말 진짜 많네."

나는 한걸음에 달려가 황금파 보스 머리를 하이킥으로 날려버렸다.

"뚝배기다 이 새끼야."

한방에 기절한 황금파 보스를 뒤로하고 나머지 보스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어떻게 하실 건가? 나머지 분들은?"

보스들이 잡혔다.

"아이씨. 도망쳐!"

전황은 불리하고 보스들이 모조리 잡혀버린 상황.

"멈춰! 이탈하지마!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간부들이 조직원들을 독촉했지만 이탈하는 조직원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저런 괴물들이랑 어떻게 싸우라고!!"

한 놈 한 놈 만만한 놈이 없었다.

특히 갑자기 나타나 10분 동안 미친 듯 발광하는 괴물딱지들은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동서남북에 출구가 있어. 가장 가까운 건 동문. 근데 정말 도망쳐도 괜찮을까? 나중에 보복이라도 당하면..."

"이미 보스들도 다 잡혔어. 그리고 넌 이거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

조직 연합 부상자 1,500명, 라오의 추종자들은 끽해야 100명 남짓.

교환비가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어차피 다 끝났어. 황금파고 뭐고 다 끝장이라고! 그럼 우리 살길이라도 찾아야할 거 아니야! 사업장 가서 돈 되는 거 싹 쓸어다 잠수타자."

"으으. 그래. 어쩔 수 없지."

아무리 의리 의리를 외치지만 결국 돈 앞에는 장사 없는 법.

그렇게 조직원들이 도망을 치려는 찰나 장지후가 외쳤다.

"바로 지금이다! 나와라 신도들이여! 성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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