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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49화 (50/188)

49화

"흡!"

나는 몸을 숙여 김상식의 주먹을 피했다.

나와 비등한 힘을 가진 김상식의 주먹.

그 파괴력은 내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김상식은 나보다 덩치고 크고 팔 길이도 길어 체급차이에서 나오는 페널티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흠."

그런데 동작이 많이 어설프다.

싸움을 많이 해본 솜씨가 아니라고 해야 하나.

일반인들에겐 그 힘만으로도 충분했겠지만 나한테는 보인다.

"재미있는데?"

압도적인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

처음엔 능력자인가 생각이들 정도였지만 계속 상대해보니 그건 아닌 거 같았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본 능력자는 나와 최진호 단 둘.

이게 김상식이 가진 전부라면 나와 최진호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아니면 능력자들 사이에도 수준차이가 있어서 그러나?

뭐. 그거야 잡아다 기도 시켜보면 알겠지.

"어이 덩치."

"......"

"대답 좀 하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김상식.

"벙어리인가? 뭐. 아무래도 좋아."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격적으로 때려 눕혀주지."

힘은 비등.

하지만 그 외 반사 신경과 스피드 그리고 동체시력 등 나머지는 모두 내가 월등하다.

나는 김상식의 주먹을 피해 뛰어올랐다.

사람의 키를 뛰어넘을 만큼 높이 뛰어오른 나는 김상식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무릎으로 가격.

퍽!

내 몸무게와 힘이 실린 무릎공격을 얼굴에 정면으로 맞은 김상식이 잠시 비틀거렸다.

"와. 이걸 버티네."

방금 전 공격을 일반인이 맞았으면 그대로 사망이었다.

그런데 김상식은 코피를 흘리며 잠시 비틀거린 게 전부.

"어디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보자."

김상식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는 많이 달랐다.

"휴."

김상식의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또 이사라도 가야하나."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건만 성인이라 해도 믿을만한 덩치의 김상식.

문제는 김상식의 지능이었다.

"상식아. 왜 친구 손을 부러뜨린 거야?"

아버지의 말에 김상식이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 나한테 돌을 던졌어."

"그리고?"

"도. 돌은 아파. 그러니까 돌을 못 던지게 해야 해."

"그러니까 그 친구가 돌을 손으로 던졌으니 그 손을 부러뜨리면 못 던진다. 그래서 부러뜨린 거야?"

"으. 응. 아빠. 미. 미안."

"뭐가?"

"내. 내가 또 뭔가 잘못한 거야?"

뛰어난 신체능력과 반비례로 김상식의 지능은 처참할 정도로 낮았다.

선악의 구별,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휴. 지금이야 내가 쫓아다니며 뒷수습을 할 수 있지만 언젠가 나도 상식이를 두고 세상을 뜰 테고. 어떡하지?"

그야말로 천지분간 못하는 어린아이 손에 권총을 쥐어준 격.

이대로라면 김상식은 언젠가 사기꾼에게 당하든 사고를 쳐서 법원에 세워지든 둘 중 하나일게 분명했다.

"안되겠다. 상식아."

"으. 응?"

"오늘부터 아빠랑 하나하나 배워나가자. 일단 상식아 앞으로 아빠를 제외한 모든 사람과 대화를 할 땐 딱 그냥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걸로 의사를 표시하는 거야."

"의. 의사? 고쳐주는 의사?"

김상식의 말에 그의 아버지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음. 아빠가 상식이한테 이 사과 먹을래? 했어. 그럼 고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김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사과가 먹기 싫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사. 사과 먹고 싶은데."

"아니. 그러니까....휴. 그럼 질문을 바꾸자. 아빠가 상식이를 혼내야겠어. 좋아? 싫어?"

"싫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김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그런 식으로 의사...아니 너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거야. 만약 정말 이걸로도 안 되고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면 존댓말로만 해야 해 아주 짧고 간단하게. 한국의 복잡한 언어체계는 너무 어려우니까."

"옳지 잘했네. 잘 한다 우리 아들. 그리고 이것도 꼭 기억해. 상식아. 넌 절대 웃으면 안 돼."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는 김상식의 웃음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네가 웃으면 사람들이 너를 우습게 볼 거야. 언제나 무표정. 알았지?"

그렇게 모든 행동과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든 것을 매뉴얼로 교육받은 김상식은 생각보다 사회에 쉽게 적응했다.

머리 쓰는 일은 어려우니 공사판 인부를 주로 뛰던 김상식은 과묵하고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인부로 주변에도 좋은 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놀라운 힘을 주변에서 가만둘 리가 없었다.

"너 이 새끼. 감히 내 어깨를 치고 가?"

지나가던 깡패와 어깨를 부딪치자 깡패가 화를 내며 말했다.

"덩치 크면 다야? 앙? 당장 세탁비 안내놔?"

깡패의 말에 김상식은 생각했다.

‘왜. 왜 나한테 화내지? 모. 모르겠다. 아빠. 어떻게 해야 해?’

-상식아 누가 화를 내잖아? 그냥 무시해. 계속 화내도 무시해. 그럼 아마 제풀에 지쳐서 떨어져나가거나 너를 공격하거나 둘 중에 하나일거야.

김상식이 계속 침묵하자 깡패가 화를 내며 주먹을 내질렀다.

"이 새끼가!!"

깡패의 주먹을 피한 김상식의 머릿속으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혹시 누가 상식이를 공격하잖아? 최대한 피해. 그리고 주변을 살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나. 혹은 도와줄 사람이 없나.

공사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던 늦은 시간.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깡패가 계속 주먹질을 하니 경찰에 전화도 할 수 없는 상황.

-그럴 땐 상식이 힘 좋잖아. 살짝 쿵 꿀밤 한 대만 때려. 자 아빠랑 힘 조절 하는 연습하자.

김상식이 손을 살포시 쥐고 깡패의 꿀밤을 때렸다.

"컥!"

전봇대 굵기 만한 팔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친 꿀밤은 단 한방에 깡패를 기절시켰다.

‘여. 역시 아빠야. 아빠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깡패가 얌전해졌다.

물론 그 후로도 김상식의 수난은 계속 됐다.

"니가 우리 동생을 기절시켜? 이 자식. 너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어제 얌전해진 깡패가 패거리를 몰고 왔다.

"니가 우리 동생 건드렸냐고 묻잖아!"

분명 어제 얌전해진 깡패.

김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거짓말은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맞다 이거지? 넌 죽었다 이 새끼."

그리고 잠시 후.

"컥!!"

4명을 모두 얌전하게 만든 김상식이 지갑 속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말했다.

김상식의 아버지는 김상식의 모든 행동 매뉴얼로 만들어 가르친 뒤 화창했던 어느 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 아빠. 아빠가 시키는 대로 했어. 그랬더니 얌전해져. 상식이 잘했지?’

다음날 깡패들이 10명이나 몰려왔다.

그것도 사시미나 쇠파이프 같은 연장까지 구비하고.

"너 이 새끼 이젠 뒤졌다!"

칼.

김상식의 아버지는 늘 말했다.

-만약 칼 같은 무기를 너한테 들이민다? 일단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하. 하지만 아빠. 여긴 우리 집인데?’

집까지 찾아온 깡패들.

도망갈 곳은 없었다.

-만약 도망갈 곳이 없어. 그런데 상대가 칼 같은 위험한 걸로 위협한다? 그럼 제압해야해. 상식이 목숨은 소중하니까. 하지만 절대 죽이면 안 돼. 절대! 자. 아빠가 호신술 알려줄게. 그래. 거기를 잡고. 잠깐. 힘 빼 힘 빼. 힘 빼!!!! 팔 부러져!!!

‘히히. 알았어.’

김상식은 사시미를 들고 있는 깡패의 손목을 손으로 잡았다.

"너 이 자식 지금 뭐하는...으아아아악!!"

순식간에 제압당한 깡패가 눈물까지 보이며 외쳤다.

"스탑! 스탑! 살려줘!!"

그렇게 우연과 우연이 겹쳐 얼떨결에 깡패 킬러로 유명해진 김상식은 황금파 보스 이덕칠의 스카웃을 받았다.

"너. 마음에 들었다. 내 밑으로 와라."

‘헤에. 나를 고용하겠다는 건가? 일당 많이 주나? 아. 아빠가 물건은 무조건 돈이랑 교환해야하는 거라고 했어. 돈은 일을 해야 버는 거라고 했어.’

"월급으로 월 500을 주지."

‘오. 오백이면 지금보다 더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어!’

그렇게 황금파로 들어간 김상식은 무표정한 얼굴과 과묵한 표정으로 냉혹한 학살자란 별명까지 붙었다.

특히 먼저공격당하기 전엔 절대 공격하지 않는 그의 대인배적인 모습은 같은 조직원들의 존경까지 받을 지경.

그랬던 김상식이 지금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 있었다.

‘아파! 아파!’

자신을 고용한 작업반장 이덕칠의 지시에 따라 수많은 일을 해왔다.

-미아리로 가서 XX놈들 대갈통을 XX버려!

작업반장의 말은 언제나 알아듣기 어려웠다.

일단 알아들은 건 미아리로 가라는 말.

다행히 동료들이 자신을 안내해준다.

-상식이 형님 가시죠.

‘헤에. 왜 내가 형이지.’

김상식은 왜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는지 늘 궁금했지만 김상식의 아버지는 늘 말했다.

-상식이는 참 궁금한 게 많지? 왜 저러는지 왜 그러는지 등등. 하지만 절대 물어보지 마. 관찰하지도 마. 모두 무시해.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거에 궁금증을 가진 너를 이상하게 바라볼 거야.

‘응. 그냥 그런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지?’

동료들이 자동차 뒷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상식이 형님. 여기 타십시오.’

친절한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김상식은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상식아. 너한테 친절한 사람을 절대 믿지마. 어차피 넌 선의로 다가온 사람과 악의로 다가온 사람을 구별 못해. 그러니 그냥 친절한 사람은 아예 믿지마.

‘응! 알았어!’

-친구하자고 하는 사람도 믿지마! 만약 너랑 친해져서 너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너를 아프고 힘들게 할 거야.

‘진면목이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어!’

이 동료들은 자신에게 친절했지만 아버지의 말처럼 믿으면 안 되는 사람.

하지만 티를 내면 안 된다.

김상식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동차에 탑승했고 자동차는 이내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자신에게 달려든다.

-김상식이다! 모두 다구리 쳐!

조용히 기다리던 김상식은 먼저 공격이 들어오고 나서야 아버지 말대로 핵 꿀밤을 날린다.

그러면 어느새 모두들 얌전.

뭘 한 건지 모르겠는데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작업반장이 엄지를 들어 올리며 말한다.

-역시 상식이. 넌 우리 황금파 최고의 주먹이다.

그렇게 생활한지도 벌써 몇 년째.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아파! 아파!’

처음 시작은 악수였다.

태어나서 처음만난 자신과 비등한 힘을 가진 남자.

그랬던 남자가 자신에게 공격을 시작했고 평소처럼 반격을 했지만 결과가 달랐다.

‘아파!’

일방적인 폭력.

김상식은 아프지만 꾹 참고 아버지의 말대로 무표정을 유지한 채 남자의 공격을 막았다.

"이 새끼 웃긴 놈이네. 표정하나 안변해."

너무 아파서 힘 조절 하라는 아버지의 말도 잊은 채 온힘을 다해 꿀밤을 날리지만 남자는 아주 간단하게 피하며 자신만 일방적으로 아프게 한다.

‘너무 많이 맞았어. 아...정신이...’

"야. 뭐하냐?"

아까부터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있는 김상식.

"어라?"

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다가가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짝 밀었다.

김상식이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와. 징한 새끼네. 눈뜨고 기절했어."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이 자식 참 탐나는 놈일세."

기본적으로 사제임명에 따른 신체능력 강화는 사제의 기본 신체능력에 비례해 상승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원래 강한 놈일수록 상승폭이 더욱 크다는 말.

"히야. 이 자식 사제로 만들면 진짜 물건이겠는데?"

압도적인 힘과 체력.

싸움이 좀 투박한 게 문제긴 한데 그거야 가르치면 될 일.

"합격. 넌 무조건 일빠다."

나는 김상식의 눈을 감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보스들을 향해 말했다.

"짜잔. 내가 이겼네?"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보스들.

"기. 김상식이 졌어?"

"학살자 김상식이?"

"아. 얘가 냉혹한 학살자였어?"

소문은 들어봤다.

한 번도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고 말수도 극단적으로 적어서 붙여진 별명.

"소문이 돌만하네. 대단해. 자. 준비한 패는 이게 전부인가?"

내 말에 황금파 보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모두 나와!!"

그러자 리조트의 입구 쪽에서 수백 명의 깡패들이 달려와 입구를 가로막았다.

"호오. 포위 섬멸진을 구축하시겠다."

황금파 보스가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

"상식이 하나 이겼다고 기고만장해 하지마라! 전부 오늘 관짝 구경시켜줘! 공격!"

나 역시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전부 때려 부셔!!!"

드디어 진짜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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