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난 라오다.
동영상 속 라오의 옆엔 한 남자가 처참한 몰골로 기둥에 묶여 있었다.
눈은 팅팅 부어 뜨지도 못하고 머리는 산발에 코도 기이한 각도로 꺾여있는 남자.
-오늘 사냥은 딱 한 놈이다.
라오가 남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파주시 연쇄살인범이다. 이름 최진호. 나이 35살. 연대건설에 다니고 있다.
라오가 최진호의 머리채를 잡아들어 올리며 말했다.
-경찰들은 늘 말하지. 억울한 사람이 있으면 안 되기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라오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래서 씨발 내 신도가 이놈에게 죽도록 만들었냐?
라오가 최진호의 뺨을 날렸다.
짝!
-마지막 희생자였던 하정명은 내 신도였다. 그리고 이 자식은 내 신도를 죽였어. 내 새끼를 죽였다고!! 증거? 이놈이 자백했다. 살해도구는 물론 이놈 손에 죽을 뻔한 피해자까지 내가 구해냈다. 치료가 끝나는 대로 돌려보낼 거고. 내가 이놈을 잡을 동안 도대체 경찰은 뭐 한거냐?
짝!
최진호의 뺨을 다시 한차례 날린 라오가 고함을 질렀다.
-도대체 입만 털 줄 알았지 내 신도 하나 못 지키고 뭐했냐고!!
화를 내며 숨을 헐떡이던 라오가 말했다.
-경고한다. 모든 이들에게. 누가 됐든 내 신도를 건드리는 놈은 뼈도 못 추릴 줄 알아라. 난 라오다! 나를 섬겨라! 나를 위해 기도를 올려라! 아직 내 힘이 미약해 모든 이들을 굽어 살필 수는 없지만 사후처리 하나는 확실하게 해준다. 다시 한 번 경고한다. 내 새끼들 건드리는 놈들은.
라오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모두 지옥으로 보내주마.
"흑흑흑."
하정명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정말 고마운 분이에요. 늦은 새벽 갑자기 찾아와 봉투에 수표로 5천만 원이나 넣어주시고 복수까지 해주셨어요."
"피해자 유가족께선 라오가 잡은 범인이 진범이라 확신하십니까?"
"네. 확실해요. 처음 뵈었을 때 그분의 진심을 느꼈어요. 범인이 아니었으면 잡았다 말씀하지도 않으셨을 거예요."
"무고한 사람을 연쇄살인범으로 둔갑시켰을 확률은 없나요?"
"네. 절대 그럴 분이 아니에요. 그럴 분이셨으면 애초에 제 앞에 사람들 눈을 피해 나타나지도 않으셨겠죠."
하정명 어머니는 여전히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미소 띈 얼굴로 말했다.
"그분이 정말 신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랑 정명이에게 있어서 그분은 신이에요."
라오의 연쇄살인범 포획 소식에 대한민국이 뒤집혔다.
거짓말이다.
인기를 얻기 위한 속임수다 등등.
하지만 경찰이 최진호 자택을 수색하다 최진호가 기념처럼 모아둔 피해자들의 신체 일부를 찾아내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라오 만세!"
"그래! 범죄자 새끼들 다 때려눕혀! 법이 언제는 약자 편이었냐! 차라리 이게 속 시원하다!"
"라-오! 이렇게 하면 나도 지켜준다는 건가?"
경찰은 난감해 했다.
5명의 희생자가 나올 동안 제대로 수사진척도 없던 경찰이 손만 빠는 사이 라오란 사이비가 진범을 잡아냈다.
이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라오를 칭찬할 수도 없는 노릇.
경찰 대변인은 원론적인 발표만 할 수밖에 없었다.
-진범으로 추정되는 살인범이 잡혔다는 건 축하해야할 일이고 마땅히 처벌해야하지만 그건 법의 엄정한 심판아래 진행되어야 합니다. 라오라 자칭하는 장지후 역시 엄연한 범죄자. 그에게 일말의 정의감이라도 있다면 당당히 나와 법의 심판을 받아야합니다.
"좆까는 소리하시네."
나는 경찰 발표를 들으며 콧방귀를 꼈다.
"백날 떠들어봐라 내가 멈추나."
"사람들 반응이 뜨거운데요?"
석주가 나에게 스마트 폰을 내밀며 라오 뉴스기사 댓글을 보여주었다.
lkh90** 모든 일 잘 되기를..라오~
메아리공* 라-오 취직 잘되게 해 주세요
홀로서기* 라오 로또 1등 당첨되게 해 주세요 라오
두개의* 라-오
크크크* 이런 미친 ㅋㅋㅋㅋㅋㅋㅋ
"뭐냐 이건. 댓글놀이야?"
"그만큼 반응이 핫하단 말이죠."
소원 비는 거야 상관없는데 얘들아 난 능력 없다.
나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댓글로 백날 달면 뭐해 주둥이로 말해야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만큼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게 핵심이지."
악을 잡는 안티히어로.
대중에게 각인된 라오의 이미지다.
근데 희한하게 사이비 취급하는 사람들이 적다.
그냥 컨셉질 하는 걸로 여기는 건가.
"대중들의 지지를 받으면 아무리 경찰이라도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할걸요?"
"너무 믿지는 마. 대중은 언제나 확 불타오르고 확 가라앉는 존재니까."
경찰들이 어떻게 나오려나.
궁금한데?
"으악!!"
잠시 조용하더니 파주 연쇄살인범을 잡고 다시 활개를 치는 라오 일당들.
불당파 조직원들이 물개파를 다시 한 번 공격하여 조직원 10명을 납치해가고 있었다.
"삑!!"
멀리서 경찰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오고 있었다.
"어서 실어!"
불당파 조직원들이 다급하게 움직였지만 경찰들은 금세 현장에 도착해버렸다.
"잡아!"
시간 내에 도주하기 힘들듯해 보이자 조직원 3명이 뒤로 빠지며 말했다.
"우리가 막는다. 얼른 도망가."
"그래. 믿는다. 라오."
"라오."
그리고 남은 3명이 경찰들을 막으려던 순간.
"경찰 새끼들 왜 방해하고 지랄이야!"
주위를 둘러싸고 불당파와 물개파 조직원간의 싸움을 구경하던 한 구경꾼의 외침이었다.
"맞아! 좋은 일 하는데 왜 훼방이야!"
구경꾼들이 들고일어났다.
"평소에 너네들이 잘했으면 라오가 나서기나 했겠어!?"
구경꾼의 성토에 경찰들이 주춤했다.
"우리가 막아주자!"
일부 구경꾼들이 움직이자 나머지 시민들도 덩달아 경찰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왜! 우리도 잡아가보시지!"
"알아서 범죄자 잡겠다잖아! 왜 방해냐고!"
경찰들이 당황해 하며 외쳤다.
"비키세요! 이거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워. 경찰 무서워서 살겠나 이거."
그리고 구경꾼들이 외쳤다.
"어서가!"
그러자 멍하니 있던 불당파 조직원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라오. 감사합니다!"
구경꾼들 역시 외쳤다.
"라오!!"
라오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부하들이 깡패사냥을 하는데 시민들 도움이 크답니다."
"크. 사람은 역시 착하게 살고 봐야해."
분명 라오를 외치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고무적인 일.
하지만.
"막상 신성력 수급은 큰 차이가 안 난다는 말이지."
라오를 섬기겠다 말하면 신도가 된다.
여기까진 쉬우니까 신도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기도.
10분간 기도를 하고 라오를 외쳐야하는데 이거는 귀찮았는지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게 문제.
"하아. 결국은 뚝배기가 최고야."
이미지 개선과 신도 숫자 늘리기엔 확실히 효과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신성력 수급이 큰 차이가 없다.
"교도소들 덕분에 제법 많이 늘긴 했는데."
잡혀가는 사제들이 늘어나며 손아귀에 들어온 교도소 숫자가 제법 늘어나 주기적으로 매일 기도를 올리는 신도 숫자가 8,000명으로 늘어났다.
그야 말로 장족의 발전.
하루에 8만이나 되는 신성력이 모인다.
나는 교단 레벨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교단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 (소모 신성력 5,000,000)
"오백만... 8만씩 60일 이상 모으면 충분히 올릴 수 있겠네."
다음 레벨로 올라가 상급 사제로 가면 또 어떤 능력이 생길지 궁금했지만 지금 시급한건 그게 아니었다.
"쭉쭉 뽑아서 이제 전국으로 진출해야지."
충청남도는 이제 거의 다잡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매일 8만씩 오르는 신성력은 본격적인 중급, 하급 사제 양산을 가능하게 해준다.
게다가 이미 능력자로 추정되는 유튜뷰 영상과 최진호까지 나타났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내 능력 파악을 못하고 있을 때 더욱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
"자고로 전쟁은 물량이지."
이제 잡아온 놈들을 교화시키는 동안 중급 사제를 중심으로 각 지역에 파견.
전국 평정을 시작한다.
"처음에야 숫자가 부족해 좀 힘들겠지만..."
현재 신성력 공장에 잡혀있는 깡패들 숫자가 1,200명에 육박.
이들이 모두 교화가 끝나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순간 게임은 끝이다.
"장지후가 하나도 아니고 수십 수백 명이라고."
내가 갓 중급사제에 올랐을 때도 합일로 100명을 상대했다.
그런 중급사제들 수십 명이 휘하에 수십 명씩 하급, 수습 사제를 거느리고 전국적으로 깡패사냥을 하는 거다.
그때가 되면 이미 경찰로선 속수무책.
나랑 덕칠 그리고 석주 석호 두 팀에도 쩔쩔매던 게 경찰이다.
"자. 전국을 라오의 물결로 도배해볼까?"
한 중년인이 연구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말했다.
"연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별다른 진전은 없습니다."
연구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신체 변형 능력을 가진 2번 초능력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초능력자들은 신체 스캔 등 모든 조사방법을 다 동원해봤지만 모두 일반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심지어 2번 초능력자도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른 초능력자들과 마찬가지로 구분이..."
"...초능력자가 작정하고 숨기면 알아낼 방법은 없다. 이 말이군."
능력자가 최초로 발견된 건 대략 10달 전.
최초의 능력자는 바로 국정원 요원 중 한명이었다.
갑자기 화염능력을 각성한 국정원 요원은 고민 끝에 상부에 보고를 하였고 처음엔 믿지 않던 국정원 고위층은 요원이 직접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 말이 진실임을 알았다.
곧바로 VIP 즉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깜짝 놀란 대통령의 지시로 긴급히 국정원내에 대초능력자 전담반을 개설해 비밀리 연구를 진행해왔다.
전담반은 국정원 요원 뿐 만 아니라 또 다른 초능력자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모든 정보력을 동원, 전국에서 발생한 이상현상을 추적하여 초능력자를 찾아 다녔다.
처음 초능력자를 접한 정부와 전담반은 그 놀라운 힘과 신비로움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첫 발견이후 10달이 지난 지금 전담반과 정부는 처음과 다르게 몹시 초조해 하고 있었다.
"초능력자가 너무 빠르게 생겨나고 있어."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이레귤러.
전담반과 정부는 초능력자를 그렇게 여기며 정보통제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지만 최근 초능력자 발견 횟수가 급속도로 늘었다.
"첫 발견 후 두 번째 발견까지 3달이 걸린 반면 지금은......"
전담반 반장이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이런 속도로 초능력자가 늘어 가면 더 이상 정부의 통제가 무의미 해진다."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초능력자가 수십도 아니고 수백, 수천 또는 그 이상이 생겨난다면?
정부의 최근 조사를 보면 그 예측이 결코 허황되지 않다는 걸 알려줬다.
"36번째 설득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계속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무조건 설득시켜."
전담반은 초능력자들을 설득시켜 전담반에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당연히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다.
"만약 끝까지 거부하면 어떻게 할까요? 저번의 그 초능력자처럼."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지."
"일단 신변확보라도 해둬야..."
연구원의 말에 중년인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우리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정원이다. 아무리 초능력이 생겼다지만 그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 설득이 우선이다."
비록 정부의 쓰레기 처리반 소리를 듣는 국정원이였지만 전담반 반장은 그 누구보다 애국심이 강한 남자였다.
또한 국정원의 일원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데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
"하지만...저번 초능력자처럼 요원들을 살해하고 도주할 확률도 있습니다. 지금은 국가 비상사태라 봐도 무방한..."
전담반 반장이 연구원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내가 전담반 초능력자들을 대동하고 직접 나서지."
"반장님이 직접 말씀이십니까?"
"내가 어떻게든 설득하겠다. 왜 전담반으로 들어와야 하는지 국가가 지금 이 비현실적인 사태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설사 불가피하게 신변확보를 해야 하더라도 그건 최대한 설득을 해본 다음 정말 하다하다 안될 때 마지막에서나 취할 선택지다."
고집스런 전담반 반장의 말에 연구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라오란 건달의 위치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깡패사냥을 하고 있는 조직들의 움직임을 정밀 분석하여 한곳을 특정하긴 했습니다."
전담반 반장이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그놈이 제일 문제야."
그 동안은 깡패로서의 행보가 더욱 도드라졌기에 이상현상 조사 범위에 벗어나 있다 보니 확인이 늦어졌다.
전담반은 그를 세뇌, 또는 그와 비슷한 정신계통 능력을 지닌 능력자로 추정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위험한 능력이야. 한 개인이 가지고 있기엔."
"그런데 설득이 되겠습니까? 이미 수백 명 이상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데다 신이라고까지 자처하는 놈입니다."
능력자들을 발견하면 그들의 반응은 모두 비슷했다.
스스로를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라 여기는 것.
그중에서도 장지후는 독보적이었다.
"신. 그래 어찌 보면 신적인 능력이긴 하지."
사람들을 조종하고 이용하고.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잠시 고민하던 전담반 반장이 말했다.
"다른 초능력자들은 우리 국민이다. 하지만 장지후는 범죄자지. 만약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면."
전담반 반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