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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41화 (42/188)

41화

하정명의 갑작스런 사망에 당황했지만 나는 다음날 뉴스로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어제 저녁 9시경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하모씨가 괴한에게 납치돼 피살당했습니다. 피해자는 목과 가슴 등 전신에 30군데 이상 자상을 입고 있었으며 최초 발견자에 의해 오늘 아침 8시경, 경찰에 신고 되었지만 이미 사망한 후였습니다. 경찰은...

나는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티비를 껐다.

"하모씨라고."

기특한 신도 하정명의 갑작스런 사망, 그리고 티비에서 나오는 하모씨.

사망시간도 동일했다.

"후. 기분 존나게 더럽네?"

주먹으로 강제 교화된 깡패들과 다른 최초의 자발적 신도.

정말 믿어서 기도한 건지 아니면 장난으로 기도한 건지 그딴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는 법인데. 하. 만나보기도 전에 이렇게 끝이라고?"

하정명은 내 허무맹랑한 소리를 듣고도 기도를 올려 신성력을 올려준 반면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사제로 임명해 신체능력을 강하게 해주지도, 하다못해 고등학교 일진들처럼 돈 한 푼 준 것도 아니다.

나는 그에게 받기만 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만나보고 싶었다.

무슨 생각인지 대화도 나눠보고 싶었다.

"오랜만이네. 이렇게 기분이 더러운 건."

난 평생 하류 인생을 살아왔다.

당연히 죽음이란 건 내 인생에 늘 있어왔던 일.

알고 지내던 지인이 마약에 중독돼 죽거나 경쟁 조직에 살해당하거나.

만약 전자라면 혀를 차고 말 일이지만 후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누군가 내 신자를 죽였다.

그것도 매일 기도를 올리는 기특한 신도를.

개가 맞고 와도 주인이 나선다고 했다.

하물며 나는 깡패이자 교단의 주인.

내 신도라면, 내 조직원이라면 모두가 내 사람이다.

"이기호!!!"

내 고함에 태호파 넘버 3였던 이기호가 놀란 표정으로 뛰쳐 들어왔다.

"예! 부르셨습니까!"

"뉴스에서 지금 하모씨란 사람이 살해를 당했다고 한다."

"예."

"당장 알아와. 어디에 빈소가 차려졌는지. 어떻게 죽은 건지 어디서 뭘 하던 사람인지. 전부."

"알겠습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건지 이기호가 큰소리로 대답을 한 뒤 방을 나섰다.

홀로 방에 남겨진 나는 살기어린 눈으로 중얼거렸다.

"하정명. 너에게 만큼은 내가 진짜 신이 되어주마."

"흑흑흑."

야심한 새벽.

한 아주머니가 상복을 입고 아무도 없는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 정명이. 우리 불쌍한 정명이. 흑흑."

하정명은 어릴 적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하정명은 자신을 불쌍하게 또는 야멸찬 시선에도 밝고 씩씩하게 자랐다.

20살이 되자마자 장애우들을 써주는 공장에 취업해 열심히 일했고 미혼모로 혼자 열심히 자신을 키운 어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효자.

하정명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제 겨우 자리 잡아가는데. 왜 하필 우리 정명이한테. 왜!!"

빚도 거의 갚았고 이제 하정명과 함께 둘이서 알콩달콩 살날만 남았다고 생각했던 하정명의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다리는 못쓰지만 덕분에 팔 힘이 좋다며 식당일에 지친 자신의 다리를 주물러주던 하정명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흑흑흑."

뉴스를 타며 수많은 사람들이 들렸지만 그것도 잠시.

보여주기 식 위로만 하고 돌아간 사람들은 오히려 하정명 어머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만 만들었다.

그런데 그때.

구두 발자국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빈소 안으로 들어왔다.

하정명의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시죠?"

남자는 하정명 어머니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뚜벅뚜벅 소리와 함께 부조함으로 다가가 방명록을 적고 봉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가와 하정명의 영정사진 앞에 가만히 서서 중얼거렸다.

"이렇게 보는구나."

남자가 말했다.

"정말 이렇게 만날 줄은 예상 못했는데. 흐. 절은 하지 않겠다. 나는 너의 신. 그런 내가 너에게 절을 올린다는 건 그간 니가 나를 섬겼던 시간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정명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정명이 친구신가요?"

"친구라... 친구는 아닙니다. 얼굴을 본 것도 지금이 처음이니까."

"그럼 도대체 누구신데 이 시간에..."

빈소에 들리기엔 늦어도 너무 늦은 시각.

얼굴도 모르는 하정명의 빈소를 찾아온 이 수상한 남자가 누군지 하정명 어머니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가 하정명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정명은... 나의 첫 번째 진실된 신도였습니다."

뚱딴지같은 남자의 말에 하정명 어머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신도?"

남자가 지그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처음이었습니다. 나를 위해 매일 같이 자진해서 기도를 올려주는 이 신도는 도대체 누굴까. 어디에 살고 뭐하는 사람일까. 기대도 했습니다. 그와의 만남을."

마치 추억을 회상하듯 눈을 감은 채 기억을 곱씹던 남자가 돌연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런 기회조차 박탈당할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저기... 도대체 누구시길래..."

"나는 라오입니다."

"라...오?"

남자의 말에 하정명 어머니의 머릿속에 하정명이 했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엄마. 이 사람이 자기가 신이래. 그리고 범죄자들을 모조리 때려잡는데. 헤헤. 자기를 섬기고 매일 10분씩 기도를 올리라나?

-뭐니. 그건. 사이비야? 요즘도 그런 거 믿는 사람이 있니?

-에이. 진짜 믿어서 하는 거겠어? 어찌됐든 좋은 일 한다잖아.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어렵지도 않은 거 해주지 뭐. 그리고 혹시 모르잖아. 진짜 신이라면 내 다리를 낫게 해줄지도. 이거봐봐. 동영상.

그리고 하정명이 어머니에게 내밀었던 동영상속 사람.

바로 그 사람 라오가 하정명 어머니 앞에 서있었다.

"어. 어?"

하정명 어머니도 뉴스를 봤기에 라오가 어떤 사람인진 잘 알고 있었다.

깡패출신, 하지만 스스로를 갑자기 신이라 자처하며 깡패와 범죄자 사냥을 하고 있는 화제의 인물.

경찰이 테러리스트라고까지 부르는 인물.

한국 역사상 최고의 또라이.

수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리고 하정명이 매일 기도를 올렸던 바로 그 인물.

"잘못을 속죄하러왔습니다."

라오의 눈은 마치 불길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범죄를 모두 소탕하겠다 말해놓고 나를 위해 기도를 한 신도 하나조차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속죄."

"어. 어떻게 알고..."

하정명과 라오의 접점은 오로지 동영상과 기도를 올린 것 뿐.

그런데 아들이 집에서 올린 기도를 어떻게 알고 이 사람은 이곳까지 찾아왔단 말인가.

"나는 라오."

라오가 말했다.

"신도의 복수를 하러왔습니다."

하정명 어머니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정. 정말 신인가요? 아들이 올린기도를 받았던 건가요?"

"받았습니다. 매일 기도를 올리더군요."

매일 기도를 올렸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에 하정명 어머니는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정말 신이라면 왜 아들을 구해주지 않은 거죠?"

하정명 어머니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라오가 말했다.

"안 구한 게 아닙니다. 못 구한 겁니다. 제 힘은 아직 미약하니까."

하정명 어머니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혹시 다리를 치료할 수도 있나요?"

"못합니다."

하정명 어머니가 외쳤다.

"그럼 도대체 우리아들은 뭘 위해서 기도를 올린 건데! 기도를 받았다며! 구해주지도 못하고 다리도 못 낫게 해주는데 도대체 뭐 하러! 그딴 게 무슨 신이야! 흐어어엉."

하정명 어머니가 하염없이 우는 모습을 바라보던 라오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복수."

"뭐?"

라오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복수는 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완벽하고 확실하게."

복수.

하정명 어머니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복수해준 다구요? 살인범을? 그 연쇄 살인범을? 경찰도 잡지 못한 그 사람을? 당신이?"

언론과 경찰은 하정명을 살해한 범인이 최근 7차례 살인을 저지르고도 유유히 빠져나간 연쇄살인범과 동일인물이라 추정하고 있었다.

열심히 수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범인은커녕 용의자 특정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

"물론입니다."

꿈에만 그리던 단어다.

복수.

불쌍한 아들의 넋을 기릴 유일한 수단.

잠시 라오를 노려보던 하정명 어머니가 악을 쓰며 외쳤다.

"그럼 죽여줘요! 우리 착한 정명이를 죽인 그 나쁜 놈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죽여줘요!"

"죽이는 걸로 되겠습니까."

라오가 살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죽여 달라고 빌도록 만들어버리겠습니다. 보여드리죠. 하정명의 기도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나는 감옥에 들어가 있지 않은 사제들을 모조리 소환했다.

현재 수습 사제는 무려 1,000명에 육박했고 하급 사제는 200명에 중급 사제는 50명 정도가 있었다.

중급 사제 50명중 30명은 경찰의 막으며 감옥에 들어가 있으니 남은 건 나와 동생들 그리고 각 조직의 보스들로 모두 합쳐 20명.

나는 중급 사제들을 모아놓고 지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피해자들이 납치당한 곳은 주로 파주시 외곽 주택지역이다."

연쇄살인범은 범행 대상을 납치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 고문을 하듯 천천히 피해자를 살해했다.

"그리고 미리 봐둔 장소에서 피해자들을 죽였지."

연쇄살인범이 피해자들을 어떻게 소리 소문 없이 납치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검문 수색을 강화했지만 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납치를 막는 게 아닌 다음 피해자를 구하는데 집중한다. 범인의 주 범행시간은 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 살해 장소는 인적 드문 외진 곳. 우리는 이 시간을 집중해서 파고든다."

그때 지동진이 손을 들며 말했다.

"장지후님. 인적 드문 외진 곳이라 하셨는데 경찰도 마찬가지로 그런 곳 위주로 찾고 다니지 않을까요?"

"경찰에서 파주시내에 있는 모든 외진 장소를 커버할만한 인력을 파견할 수 있을까? 불가능해. 하지만 우리는 가능하지."

나는 내 귀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우리는 비명소리를 들으면 되니까."

개는 인간보다 청력이 두 배 이상 높다.

그런데 여기 있는 중급 사제들은 모두가 신체능력이 3배가량 올라가 개보다 월등한 청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특히 나와 동생들은 +4 업그레이드까지 모두 마쳐 4배나 높았다.

거기에 합일을 통해 더욱 신체능력을 끌어올린다면 우리가 청력으로 커버 가능한 범위는 소형 레이더 수준으로 올라간다.

"일반적인 소리는 무시하고 높은 고음의 비명소리만 찾아내는 것.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자! 움직여! 우리 형제를 죽인 새끼다. 무조건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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