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도끼파는 모조리 제압당해 기도를 올리고 있고 온천파는 결국 태호파의 협박에 넘어갔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기도를 하며 시간을 벌 생각이겠지만 그걸로 이미 게임 끝.
"역시 쪽수가 많으니 쉽구만."
절대적인 충성이 보장되기에 가능한 작전이다.
단 한 명의 배신자라도 나오는 순간 나는 이 모든 사태를 만들어낸 주범으로 경찰의 수사대상에 올라가겠지.
"자.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씩..."
"형님. 형님."
석주가 핸드폰을 들고와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거 보셨어요?"
"뭔데?"
"유튜브 인기영상에 있더라고요. 마법쇼라는데 신기해요."
"그런 거 관심 없다."
"에헤이. 한번 봐봐요. 진짜 신기하니까."
"넌 왜 자꾸 쓸데없는걸 나한테 내미냐?"
석주가 자꾸 들이밀며 보라고 하니 억지로 핸드폰을 받아 영상을 재생시켜 보았다.
영상 안엔 가면을 쓴 남자가 양손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유튜뷰 구독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줄여서 유하! 오늘은 제가 신기한 마술을 보여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이거 꼭 봐야돼?"
"조금만 기다려봐요."
-자. 제가 단언컨대 이 마술엔 아무런 트릭도 없답니다.
"내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보세요. 얍!
그러자 영상 속 남자의 손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났다.
"......"
-짜잔! 제가 특별한 능력으로 생성해낸 불꽃이랍니다. 보세요.
남자가 태연한 표정으로 손위에 생겨난 불을 반대편 손으로 만진다.
-저는 전혀 다치지 않고 이 불을 만질수있어요. 하지만!
남자가 종이를 한 장 꺼내 불꽃 위에 올리자 종이는 순식간에 불타 재로 변해버렸다.
-신기하죠? 앞으로도 이 불꽃을 이용해 신기한 컨텐츠 많이 만들어 올릴 테니까. 구독과 좋아요 버튼 부탁 드립니다!
동영상이 끝나자 석주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신기하죠? cg인가? 새로 나온 마술?"
"......"
석주는 여전히 내 옆에서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캬. 요즘 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니까요."
하지만 나는 석주의 말을 들을 정신이 아니었다.
씨발.
느낌 왔다.
이거 진짜 능력 같은 거 아니야?
꿈에서 봤던 그 사람들이 쓰던 그 능력?
좆됐네.
씨팔!!!
"이거 영상 누가 찍은 건지 알아?"
"그거야 저도 모르죠. 자기가 누군지 밝히려면 가면을 썼겠어요?"
"그럼 이거 올린 사람이 누군지...아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거 종말의 조짐 맞지?
씨바아아알.
사실 내심 상태창 덕에 조직들을 흡수하며 꿀만 빨고 종말은 개구라이길 바랬는데.
"돌아버리겠네."
"예?"
아산시 순식간에 먹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잖아.
벌써 능력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타나다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석주야 잠시 나가봐. 내가 고민할게 좀 있어서."
"예? 알겠어요."
석주가 나가고 나는 곧바로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도끼파를 수습사제로 만드는 한편 나는 꾸준히 신성력을 모아왔고 어느덧 13만.
"교단 레벨을 올리자."
내가 너무 느긋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전부 내편이 될 거란 생각에.
"그게 아니었어. 완전 교화가 되기 전에 다음 타겟을 잡고 계속 미친 듯이 키워나가야 했어."
더 많이. 더 빠르게.
"교단 레벨업."
레벨업은 언제나처럼 소박한 띵 소리와 함께 이루어졌다.
이름 : 장지후
클래스 : 천둥교단 전도사
교단 레벨 : 3
교단 신성력 : 20,530
스킬 : 기도
천둥교 신도 임명
천둥교 수습 사제 임명
천둥교 하급 전투 사제 임명
천둥교 중급 전투 사제 임명
"역시 중급 전투 사제가 생겨났네. 임명 비용은...4,500."
나는 곧바로 나를 중급 전투 사제로 임명했다.
"흡."
잠시 몰려오는 고양감.
그리고 느껴지는 신체 능력의 상승.
"역시 상승폭은 언제나와 비슷..."
그런데 평소와 다른 알림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중급 사제로 임명되셨습니다. 수습 사제 임명 스킬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응? 그게 갑자기 뭔 소리야."
그 동안 잘만 임명하고 다녔는데 무슨 뜬금없이.
그리고 또 다시 생겨나는 알림창.
-합일 스킬이 활성화 됐습니다.
"뭐? 합일?"
나는 합일 스킬의 내용을 읽었다.
"중급 전투 사제는 근방 50m안의 수습, 하급 사제 최대 10인에게서 신체능력의 일부를 잠시 빌려올 수 있습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10명에게서 신체능력. 완력이나 동체시력 같은걸 빌려온다고? 씨팔 그냥 차라리 회복스킬이나 하나 던져달란 말이야!!"
이걸로 차력할 것도 아닌데 왜 맨날 신체 능력 올리는 것만 주냐고!
"그리고 수습 사제임명? 잠깐. 혹시 나 말고 다른 애들도 중급 사제가 되면 수습 사제를 임명시킬 수 있다는 거야?"
신성력은? 내가 모아둔 신성력에서 나가는 건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일단 실험. 실험해보자. 석주야! 애들 모아봐!"
"무슨 일이에요. 형님?"
덕칠과 석주, 석호 그리고 동생 5명까지.
모두가 하급 전투 사제 +4까지 업그레이드된 정예들.
얘네들한테 신체능력을 빌려올 수 있다고?
"일단 모두 거기 서있어. 그리고 혹시 몸에 무슨 이상이 생기면 즉각 나한테 말하고. 알았어?"
"어...네."
내 다급한 모습에 다들 군말 없이 따랐지만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합일."
그러자 동생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 뭔가 힘이 빠지는데?"
"너도? 나도 그런데?"
"야. 나두."
그 사이 나는 온몸에서 넘쳐흐르는 힘에 정신이 모두 팔려있었다.
"악력기."
내 말에 석주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예?"
"악력테스트기 가져오라고!!"
내 고함에 석주가 헐레벌떡 창고에서 전에 구입한 악력테스트기를 가지고 왔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악력테스트기는 내 힘을 버티지 못해 구입했던 전문가용 테스트기였다.
최대 측정 가능 범위는 300kg.
성인 남성 평균이 50kg이니 사실상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 사용될법한 테스트기였지만 나는 몸에서 흘러 넘치는 힘을 느끼며 확신했다.
"새로 하나 사야겠는데. 없으면 주문제작으로라도."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는 악력테스트기 손잡이를 잡고 말했다.
"왜긴."
그리고 천천히 힘을 주었다.
손잡이를 지탱하던 와이어가 곧 끊어질 것처럼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이게 못 버티니까 그렇지."
디지털 액정은 이미 최대 측정치인 300kg에 도달해있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힘을 주었고 결국 와이어에 연결된 플라스틱 손잡이가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져버렸다.
동생들의 경악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이게 중급이라고. 앞으로 몇 단계가 더 있다는 소리잖아.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는 소리겠지?"
합일.
나는 이 스킬로 인간을 초월해버렸다.
합일의 지속시간은 10분.
짧다면 짧지만 그 10분이 가진 임팩트는 대단했다.
동생들은 조금씩 힘을 잃었을 뿐이지만 그 모두를 받아들인 나는 정말 괴물이었으니까.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임명으로 강해진 3배를 넘어 10배 가까이는 되지 않을까.
고릴라의 악력이 평균 300kg, 인간 남성이 50kg이라고 한다.
물론 모든 걸 악력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고릴라가 사람 하나는 가뿐히 찢어발길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합일로 얻어낸 내 힘은 영장류 최강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신도와 수습 사제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태창이 강요한 거구나."
중급 사제 하나만 보면 약하다.
그러나 잠시뿐이라도 합일을 통해 중급 사제는 밑의 사제들에게 힘을 끌어 모아 인간을 초월할 수 있다.
"합일이 가능한 중급사제를 지속적으로 키우고 그들에게 힘을 공급할 하급 사제와 수습 사제 역시 지속적으로 모으고."
위로 가면 갈수록 기하급수적인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교단.
그리고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두터운 허리 층과 신성력을 공급할 최하층을 확보해야 하는 완벽한 피라미드 구조.
"내가 이 자리에 안주할 상황이 아니었어. 마침 적당한 시기에 중급사제로 힘도 얻었고. 석주야!!"
내 외침에 방 밖에서 석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형님!"
"당장 호봉이한테 연락해!"
나는 눈을 번뜩 뜨며 말했다.
"천안을 친다! 지금 당장 준비시켜!"
"허허허."
불당파 보스 유만길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호봉파와 나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가 어제 나한테 전화한 놈 맞다 이거지?"
나이가 60이 넘은 불당파 보스 유만길은 1세대 조폭이자 전국에서 나름 알아주는 유명인이었다.
그런 유만길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뭐? 사지를 절단해서 개 먹이로 주겠다고?"
유만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들이군. 그런 모욕은 내가 막내였던 시절 이후로 처음 들어봤다."
나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
"다 늙은 노인네한테 험한 소리 해서 미안해. 이정도 아니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목적이 나를 도발하는 거라면 성공했다."
유만길이 손가락을 튕기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불당파 조직원과 시다바리 도합 100명이 유만길 앞으로 나섰다.
반면 우리 쪽은 호봉파에서 간추린 인원 40명이 전부.
"있잖아."
하지만 나는 홀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내가 진짜 급하거든. 근데 설명하고 말 시간이 없어. 그래서 말인데 너네 라오 섬길 생각 없지?"
"그게 무슨 소리냐?"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나는 상체를 숙여 자세를 잡고 말했다.
"그러니 일단 맞고 시작하자."
"으아아아아악!!"
내가 멱살을 잡고 던지자 덩치 큰 불당파 조직원이 무려 10m를 날아가 땅바닥에 쳐 박혔다.
"괴. 괴물자식!!"
불당파 조직원들이 연장을 들고 나를 공격했지만 모든 공격은 소용이 없었다.
빠른 반사신경과 동체 시력은 그 모든 것을 피했고 설사 맞았다 하더라도 10배 가까이 강해진 신체능력은 내 피부에도 영향을 끼쳤다.
불당파 조직원이 휘두른 쇠파이프를 손으로 막자 쇠파이프가 휘어버렸다.
"이. 이게 무슨."
반면 불당파 조직원들은 나에게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방어는 무의미 했다.
"크억!"
주먹한방에 가드를 올린 손목과 갈비뼈가 한방에 아작 났으니까.
어차피 이놈들을 모두 관리하며 기도를 올리게 하려면 신체 어딘가는 확실히 박살을 내주어야 하니 내 손속에 자비는 없었다.
"다 덤벼!"
전설로나 회자될법한 일 대 백의 싸움.
하지만 일방적이었다.
"보. 보스! 저 놈은 괴물입니다!"
부하의 말에 유만길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도. 도대체가."
내 손짓에 사람이 하늘을 날아가고 사지가 기이한 모양으로 꺾여버린다.
그간의 싸움에서도 신체능력이 올라갔기에 유리한 싸움을 해왔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너무나 쉬웠다.
사람의 몸이란 게 이렇게 연약한 것인지 처음으로 느꼈다.
"음?"
그때 10분이란 시간이 지났는지 온몸에서 펄펄 끓어오르던 힘이 김빠진 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일으킨 참상을 돌아볼 수 있었다.
"휘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수십 명의 불당파 조직원들.
거의 반수가 아직도 멀쩡히 서있었지만 그들의 전의는 이미 바닥에 쓰러진 조직원들 사지처럼 꺾여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 불당파처럼 나를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호봉파와 동생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나머지 뒤처리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잠시 멍하니 있던 김호봉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예. 예!"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호봉이 이젠 존댓말 하네. 예의가 생겼어."
나는 불당파에게 달려가는 김호봉과 부하들을 뒤로하고 덕칠이에게 다가갔다.
"덕칠아."
"어. 엄청나군. 혼자서 백 명을 압도하다니."
"나중에 너도 할 수 있을 거야. 그것보다."
나는 마치 벽에 기대듯 덕칠이의 널찍한 등짝에 기대며 말했다.
"잠깐 쉬자."
합일의 단점은 합일이 끝난 후 찾아오는 급격한 약화.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며 힘을 빌려 쓴 여파가 몰려온다.
불당파 놈들이 내가 지친걸 알면 사기를 회복할지도 모르니 최대한 태연한 모습으로 말했다.
"애들한테 말해 전부 다리몽둥이를 분지르라고. 회복하고 말고는 나중 문제야. 일단 기도를 시켜. 기도. 우리가 갈 길은 이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