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28화 (29/188)

28화

"라오..."

기도를 마친 호봉파 조직원이 개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자 오늘도 기운찬 하루를 시작해볼까?"

그러자 같이 기도를 올린 웨이터가 조심스럽게 조직원에게 말했다.

"저. 형님."

"응?"

"이 기도 말입니다. 매일 이렇게 해야하는거 맞죠?"

"당연하지."

평택을 집어 삼킨 장지후는 다음 상대를 조사함과 동시에 평택 4대 조직 영향력 하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모두 기도를 하도록 지시했다.

웨이터, 카운터 직원 등.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 그게요. 제가 종교에 좀 거부감이 있어서."

당연히 사제가 아닌 일반 신도이기에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뭐? 그래서 기도를 안 하겠다고?"

조직원의 언성이 올라가자 웨이터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닙니다."

조직원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다른 직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너네도 기도하는거 불만이야?!"

조직원의 말에 직원들이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들어. 우리 호봉파에게 이 기도는 필수다. 혹시라도 불만 있는 놈은."

조직원이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뚝배기 깨질 줄 알아!"

이렇게 라오신을 섬기는 천둥교는 주먹이라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전도방법으로 조금씩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었다.

"좋아. 좋아."

4대 조직과 그 밑의 직원들 평택 여기저기 퍼져있는 동네 깡패들까지.

이제 하루 벌어들이는 신성력이 무려 5,000에 이르렀다.

"하루에 수습 사제를 10명이나 임명할 수 있군."

나와 동생들을 모두 하급 사제 +4까지 임명했으니 이제 슬슬 다음 교단 레벨로 올라가야할 차례였다.

"교단 레벨 업."

그러자 내 눈앞에 작은 상태창이 떠올랐다.

-교단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 (소모신성력 - 100,000 하급 전투 사제 10명. 수습 사제 100명)

"흐음."

수습사제야 이미 200을 돌파했으니 상관없고 하급 사제 10명이라.

"나랑 동생들 덕칠이까지 모두 9명이네."

한명이 부족하다.

"어떻게 할까..."

사제간의 계급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 가장 먼저 확인한건 업그레이드 횟수가 다른 동급 사제간에도 차이가 있냐는 것이었다.

확인 결과 있었다.

수습 사제 +4인 보스들은 그냥 수습 사제인 부하들에게 상당한 장악력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수습과 하급간의 격차만큼 그 장악력이 강하지는 않다는 것.

굳이 설명하자면 그냥 수습 사제가 상병 1호봉이라면 +4는 상병 말 호봉의 느낌?

"...어줍짢게 1명 더 필요하다고 보스들 하급 사제로 올렸다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면 곤란하지."

물론 어디까지나 내 과한 걱정이긴 했다.

더 낮은 계급일 때도 나는 김호봉을 적절히 휘둘렀으니까.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거는 없잖아?

"지금 우리 구조는 교단 상태창으로 만든 어거지나 다름없으니까."

보스한명을 하급사제로 올렸다가 병장 1호봉이 됐다고 같은 계급이니 맞먹자 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해결책은 간단했다.

"신성력을 좀 여유 있게 모아야겠다."

내 예상이지만 교단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 아마 다음 스킬로 주어질건 중급 사제겠지.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10만을 넘어 좀 여유 있게 13~4만 정도 모은 다음 보스 하나를 하급 사제로 올려 업그레이드 최소 요건을 맞추고 동시에 나를 중급으로 올리면 그만이다.

"자. 그럼 슬슬 밑으로 내려가 볼까?"

평택은 경기도 하단에 위치한 도시.

모든 깡패들의 로망인 서울이 바로 위에 있지만 서울에서 활동하는 조직들은 평택 같은 지방 조직과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양지와 음지 모두에 발을 걸치고 정치권과 재계와 결탁.

경찰 같은 공권력조차 무서워하지 않는 게 바로 서울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조직들이다.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먹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라는 말.

"아주 복잡하지. 정치인과 손잡은 조직. 협회로 둔갑한 놈들. 양지로 나와 회사인척 하는 새끼들까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단순한 주먹으로 안 되면 매우 엄청난 주먹을 준비하면 그만.

"지방에 퍼져있는 조직들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전부 닥돌시켜서 부셔버리자."

무식하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

지방조직들을 4대 조직처럼 별개의 조직으로 두고 전부 동시에 공격하는 거다.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을 만큼 물량공세를 펼쳐서 백기를 받아낼 거다.

일반적으로 할 수 없는 작전이지만 나는 가능하다.

왜?

"나에겐 교단 상태창이 있으니까."

광신도에 가까운 조직원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공격에 정치인이고 나발이고 버텨낼 놈들은 아무도 없다.

"역시 물량이 최고야. 아무튼 그 다음 목표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충청남도다."

충청남도 북단에 위치한 아산시와 천안시.

두 도시는 지리적으로도 가깝게 붙어있어 따로 떼어놓고 보기 애매한 도시였다.

각각의 인구는 아산시가 30만 천안시가 65만.

"아산시에 두 조직."

도끼파와 국제파.

"천안시에 두 조직."

불당파와 연안파.

인구가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두 도시에 조직의 수가 똑같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했다.

"불당파와 연안파는 쉽지 않겠는데."

도끼파와 국제파는 평택 4대 조직과 비슷한 규모였지만 천안을 양분하는 불당파와 연안파는 그 규모가 남달랐다.

"조직원이 각각 80명. 100명."

평택 4대 조직이 평균 30명의 정규 조직원을 데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 두 조직이 얼마나 큰 조직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최소 호봉파의 두 배에서 세배가 넘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 봐야겠지.

잠시 지도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그래봐야 대가리 깨지고 기도 올리면 다 똑같아지지만. 일단은 아산시부터 시작해볼까?"

온천으로도 유명한 아산시 외곽의 한 허름한 건물.

어두운 야밤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초췌한 얼굴로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외치고 있었다.

"콜."

"죽어."

"에이씨."

이곳은 바로 도끼파가 운영하는 비밀 도박장이었다.

섯다를 하는 팀, 포커를 치는 팀 등등 수많은 도박판들이 벌어지는 이 장소는 도끼파의 주 수입원 중 하나였다.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했다.

"여기."

사방이 짙게 썬팅하여 안에선 밖이 보이지도 않는 비밀 봉고차를 타고 온 남자가 기도에게 50만원을 내밀었다.

"네. 들어가십시오."

우선은 이 입장료.

이 도박장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도박에 미쳤거나 돈은 있는데 도박을 할 안전한 장소가 필요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고 도끼파에서 받는 입장료가 수입원 중 하나였다.

물론 이 입장료로 받는 금액은 도끼파가 벌어들이는 금액에서 극히 일부일 뿐.

입장료는 오히려 입장한 사람들에게 본전생각을 나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장치에 가까웠다.

"아!!! 젠장!"

돈을 모두 잃은 남자가 테이블을 내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도끼파 조직원중 하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말했다.

"손님. 진정하시죠."

"이거 사기 아니야!? 2판 연속 장땡은 너무 하잖아!!"

남자의 손에 들린 건 바로 장땡 바로 아래인 구땡.

"자자. 손님. 잠깐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조직원이 남자를 한쪽으로 끌고가 말했다.

"돈을 모두 잃으셨나보군요."

"아오!! 내가 총알만 더 있었어도 젠장!"

그러자 조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죠. 도박에서 총알만큼 중요한 게 또 어디 있겠습니까. 총알이 든든해야 다음 판을 기약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설마 나한테 돈 빌리라고?"

남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긴 이자가 너무 센데?"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거죠. 근방에 atm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정도 이자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뭐. 안 빌리셔도 상관없습니다. 나가서 돈 뽑아 오셔도 되고요. 대신..."

조직원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입장료가 추가로 지불되겠군요."

비싼 이자와 입장료, 도박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던 남자가 말했다.

"얼마까지 해줄 수 있는데?"

"보자. 김 사장님 같은 경우엔 편의점을 4개나 운영하고 계시니 현금 동원력도 상당하실 거고. 까짓거 3,000까지 해드리겠습니다."

"3,000..."

"너무 적습니까?"

한참을 고민하던 남자가 조직원에게 말했다.

"일단은 1,000만."

"저희는 언제나 손님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아. 선이자 떼는 건 알고 계시죠?"

선이자 10퍼센트를 때고 900만원을 남자에게 건네준 조직원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즐거운 게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좋아! 이번엔 어떻게든 따고 만다!"

남자가 방방 뛰며 테이블로 돌아가는 사이 남자가 있던 테이블의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친 조직원이 검지와 중지를 피며 신호를 보냈다.

조직원의 신호에 그 사람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돈을 빌려 다시 돌아온 남자를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 주었다.

신호를 받은 사람은 바로 도끼파가 투입한 타짜.

조직원이 보낸 신호는 2번 페이스로 유도하라는 말.

2번 페이스는 남자의 흥을 한껏 돋궈준 뒤 야금야금 까먹으라는 신호였다.

"후후. 멍청한 놈들."

여기서 도박하는 사람 중 아주 극소수의 부자들을 제외하면 모두 결국 도끼파에 의해 빚더미에 앉을 사람들뿐이었다.

저 남자도 마찬가지.

부자들은 왜 제하느냐.

영화에서 흔히 부자들을 판에 끼게 만들어 알거지로 만드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그거야 뜨내기 타짜들이나 하는 짓.

도박장을 꾸준하게 유지해야하는 도끼파 입장에서 부자들은 꾸준한 수입을 올려주는 VIP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공범이었다.

부자들의 인맥과 힘은 훗날 도박장에서 안 좋은 사건이 터졌을 경우 자신들을 보호해줄 방패기도 했으니까.

그때 또 다른 봉고차가 도박장 앞에 정차했다.

조직원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새로운 희생자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쇼. 새 손님이시군요."

도박장에 안내하는 봉고차를 탔다는 거 자체가 이미 돈이면 돈 신분이면 신분 어떻게든 1차 검증을 끝냈다는 말이었다.

"햐. 분위기 끝내주는데?"

새 희생자가 흥분한 얼굴로 도박장을 요리조리 구경하는 사이 조직원이 봉고차에서 내린 운전사에게 서류를 한 장 건네받았다.

"보자. 평택에서 큰 교회를 운영하신다라. 하하. 종교인이시군요."

그러자 새 희생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런 셈이죠. 종교인은 출입이 안 되나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희 도박장에 손님 말고도 많은 종교인들이 오신답니다. 오늘도 몇 분 계셨는데 지금은 귀가하셨군요."

"헤에. 그렇구나. 종교인들도 많이 오는 구나."

"예. 금욕된 생활에 지친 분들이 스트레스를 풀러 많이 오십니다."

"난 금욕까진 안하는데."

"하하. 그래도 교회를 하시다보면 신도들 간의 문제라던가 그런 게 많지 않습니까? 오늘 여기서 화끈하게 풀고 가시죠. 아. 그전에."

조직원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저희 도박장 규칙입니다. 입장료 50만원. 그리고 신분증을 맡겨주셔야 합니다."

그러자 새 희생자가 지갑에서 돈과 신분증을 꺼내 내밀었다.

"50만원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조직원은 신분증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장...지후. 고객님이시군요."

새 희생자.

아니. 장지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킥킥. 오늘 스트레스 쫙 풀고 가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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