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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25화 (26/188)

25화

"형니이이이임!!"

김태호가 내린 최악의 판단에 이기호가 미쳐 날뛰며 말했다.

"지금 진심이십니까? 진심이신 거죠?"

"그래. 진심이다."

이기호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좋습니다. 나가죠. 나가드리죠. 대신 나가서라도 저 씨발놈들 멱은 따야겠습니다."

그리고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나를 따를 놈들 없나?!"

그러자 18명이 조직원들이 연장을 챙겨들고 이기호 뒤에 섰고 12명의 수습사제는 김태호의 편에 섰다.

"조져!!"

이기호의 외침에 부하들이 윤도식을 향해 달려들자 김태호가 외쳤다.

"막아!"

그러자 12명의 수습 사제 조직원들이 연장을 들고 이기호와 부하들을 막아섰다.

"당장 안 비켜!!"

조직을 나가겠다 큰소리를 쳤지만 자신들을 막고 있는 조직원들은 한솥밥을 먹으며 지내온 동료들.

아무리 화가 났다지만 그런 동료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형님의 명령이다! 윤도식을 지켜!"

12명의 수습사제에겐 조직을 나가겠다한 눈앞의 조직원들보다 뒤에 있는 윤도식 일행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대치하는 사이 윤도식에게 다가간 김태호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사실 직접 얼굴을 보기까진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보니 알겠더군. 나와 함께 하자. 우리는 그럴 운명이다."

"기. 김태호..."

윤도식의 말에 김태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도 김태호라고 부를 건가?"

그러자 머뭇거리던 윤도식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혀. 형님. 죄송합니다! 앞으로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됐어."

이 상황을 본 이기호가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

"다들 미쳤어! 미친 거라고!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자. 도식아."

"예. 형님."

"다시 돌아오고 첫 번째 임무다."

김태호가 이기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배신자들을 잡아와."

"예! 형님."

이기호가 사시미를 휘두르며 외쳤다.

"배신자는 내가 아니라 저놈이잖아!!"

"큭...으윽."

이기호와 함께 했던 조직원들이 모두 마당에 누워있었고 끝까지 저항한 이기호만이 비틀거리는 몸으로 서있었다.

이기호와 18명 대 수습사제 조직원 20명의 싸움.

20퍼센트 신체능력이 올라간 수습사제의 승리였다.

"그러게 왜 내 말을 어겼어."

"넌...넌..."

이제 김태호를 형님이라고도 지칭하지 않은 이기호가 말했다.

"넌 미쳤다."

"난 미치지 않았다."

"아니. 넌 미쳤어. 조직이 와해될지도 모를 결정을 내렸고 충성을 바쳐온 우리를 내치고 배신자를 품었어."

"배신자는 너다."

김태호의 말에 이기호가 외쳤다.

"넌 미쳤다고!"

"아니."

김태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해."

장지후와 관련된 문제로 머리가 혼란스러워했지만 이젠 아니었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겠다. 이것이 그 선택이고."

"미. 미친 새끼."

"배신자의 말로는 비참하지."

김태호가 조직원의 사시미를 잡아들고 이기호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봐온 정이 있으니 마무리는 내가 해주마."

"김태호 이 씹새끼..."

이기호가 잠시 반항했으나 지친 이기호는 뒤에서 싸움을 관조하던 김태호의 상대가 아니었다.

"잘 가라."

김태호가 사시미를 눕히듯 잡아들자 이기호가 김태호에게 침을 뱉으며 말했다.

"좆까. 지옥에서 보자."

김태호가 이기호를 찌르려던 그 순간.

"잠까안~."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태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들 반가워. 너네도 반갑지?"

그러자 김태호가 경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장지후!"

"응. 나야."

"니가 여길 어떻게..."

경계심을 풀지 않는 김태호의 모습에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흠. 태호야."

"뭐. 뭐냐!"

왠지 모르게 나에게 위축된 듯 한 김태호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얘네 죽일 거야?"

"그.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아니. 그럴 거면 나한테 넘기라고."

"배신자를 옹호하겠다는 건가?"

마치 나를 향해 적대하는 듯 말하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다.

"태호야."

"뭐. 뭐냐."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줄 수 있을까? 넘겨."

내 명령에 김태호가 잠시 당황해 하더니 말했다.

"이. 이놈들을 어찌할 셈이지?"

"데려다가 기도시켜야지. 나 전도사잖아?"

"기. 기도를 시킨다고?"

잠시 주저하던 김태호가 말했다.

"조. 좋다. 대신 내 눈에 띄지 말게 해라."

이젠 확신이 섰다.

그간 살아온 삶이 있기에 기도의 영향력을 필사적으로 거부하지만 그래봐야 한계는 한 달에서 한 달 반.

기도를 한지 한 달 반이 지난 김태호는 내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다.

난 그의 상관이니까.

자. 정리를 해보자.

사제는 기도를 통해 신앙심을 키우고 소속감이 생긴다.

기도의 영향은 2주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최소 한 달에서 한 달반이 지나면 나에게 반항불가.

사제들은 군처럼 계급으로 나뉘고 아래계급은 윗계급에 복종한다.

"교화... 사실 말이 교화지 거의 세뇌당한 수준의 군단."

김태호나 김호봉 같이 완전 교화된 건달들은 절대 내 명령을 어기지 못한다.

"재미있네. 재미있어."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향은 유지하되 천둥교란 틀 안에 일단 포함되면 자신의 위치를 알아서 찾아간다.

"이런 식이라면 관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쭉쭉 확장해나가면 되겠네."

호봉파와 지진파는 거진 다 끝났고 태호파도 마찬가지.

이제 칼날파를 정리해볼까?

"큭!"

칼날파의 넘버 투 조천우가 쇠파이프를 피하며 외쳤다.

"다들 도대체 뭐하는 거야!!"

조용히 조직을 정비하던 칼날파를 호봉파가 갑자기 급습했다.

거기까진 괜찮다.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고 대비해왔기에.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왜 거기서 머뭇거리는 거야!!"

조천우의 호통에도 머뭇거리며 호봉파와의 싸움에 참가하고 있지 않는 조직원들.

바로 보스인 이용수와 함께 억류됐던 칼날파의 수습 사제들이었다.

그들은 한 달반 넘게 기도를 올려 완전히 교화된 사제들이다보니 본능적으로 같은 천둥교 수습 사제인 호봉파 조직원들을 적대할 수가 없었다.

"으으..."

적대 조직원이란 생각과 수습 사제로서의 위치 사이에 갈등하는 사이 호봉파는 더욱 적극적으로 칼날파를 밀어 붙였다.

"때려 눕혀! 오늘 칼날파를 끝장낸다!"

이철기의 외침에 호봉파 조직원들이 고함을 지르며 더욱 매섭게 몰아붙이자 가뜩이나 조직원들이 말을 듣지 않아 힘겨워하던 칼날파가 밀리기 시작했다.

물론 호봉파 전원 신체 능력이 20퍼센트 올라간 수습 사제들이란 것도 한몫했다.

힘겹게 싸워가던 조천우가 룸싸롱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형님!"

칼날파 보스인 이용수가 지원군을 이끌고 온 것이었다.

기다리던 이용수의 등장에 힘이 난 조천우가 외쳤다.

"형님이 오셨다! 이제 호봉파 놈들은 죽은 목숨이야!!"

"와아아!!"

그렇게 열심히 막고 있는데 지원군으로 온 이용수의 표정이 이상했다.

이용수가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형님! 뭐하십니까? 뒤를 공격하세요!"

조천우의 외침에 흠칫한 이용수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호봉파를 공... 공..."

이용수가 더듬거리며 다시 말했다.

"모두 공...으아아아!!!"

이용수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조천우가 당황하며 말했다.

"형님!! 뭐하시는 겁니까?"

"공...공..."

그때 이용수의 뒤에 있던 조직원들을 가르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용수야. 우리 용수야."

그 사람은 바로 장지후.

능글맞은 표정으로 이용수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한 장지후가 말했다.

"공격하면 안 되지. 우리는 같은 동료잖아?"

평소의 이용수 성격이라면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는 순간 품에서 비수처럼 사시미를 꺼내 찔러버릴 텐데 이용수는 계속 식은땀만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치? 느껴지지 않아? 저기 호봉파 식구들이랑 너는 같은 팀이잖아. 안 그래?"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자 조천우가 답답해하며 외쳤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형님! 도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나. 나는...나는...."

한참을 머뭇거리던 이용수가 사시나무 떨듯 떨며 말했다.

"모. 못하겠어! 왜지? 공격 하라고 못하겠어!"

그렇겠지. 호봉파와 너는 천둥교단의 사제들이라고.

같은 편끼리 싸우면 쓰나.

"그렇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러려니 해."

내 말에 이용수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워. 원래 그런 거라고?"

"응. 그러니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원래 그런 거야. 그냥 그렇게 생각해."

분명 말도 안 되는 개소리.

"그. 그래. 원래 그런 거였어."

이용수가 납득했다.

"형님!!"

조천우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미친 듯이 달려들자 그 앞을 이철기가 가로막았다.

"네 상대는 나다."

"뒤지기 싫으면 꺼져!!"

각각이 호봉파와 칼날파의 이인자들.

그 누구보다도 서로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둘의 대결이 성사됐다.

하지만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이철기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조천우의 공격을 피하며 일방적으로 공격했다.

"컥!"

비슷한 싸움실력을 가졌던 이철기가 갑자기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자 당황한 조천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옛날의 철기로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나는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무려 성수를 5번이나 드셨단 말이지."

일반 조직원들을 모두 수습 사제로 만들고 나는 곧바로 호봉파와 지진파의 간부들을 수습 사제 +4까지 업그레이드 시켰다.

이철기의 신체능력은 우리가 처음 호봉파와 싸웠을 당시처럼 2배로 올라간 상황.

본래도 뛰어난 싸움꾼이던 이철기는 이제 그 누구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강자가 되어있었다.

"이철기!!"

조천우가 악착같이 이철기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이철기에겐 역부족.

뻔한 승부에 관심을 끊고 나는 아직까지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이용수에게 말했다.

"용수야."

"뭐. 뭐냐."

"짜식. 귀여운데? 너 내 부하나 해라?"

"뭐?"

"너 하나 남았어."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평택 4대 조직. 태호파도 사실상 나한테 굴복했고 너 하나 남았다고."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말되. 내가 언제 거짓말 하든?"

내 말에 이용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 거짓말을 한 적은 없었지."

"그치?"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내 부하 하라고. 대신 칼날파는 유지 시켜줄게. 응? 이제 평택은 한 식구가 되는 거야. 너도 좋지? 그치?"

나는 이용수의 뒤통수에 손을 올리고 위아래로 흔든 뒤 말했다.

"고개 끄덕했다? 너도 좋다는 거지?"

그러자 지원군으로 이용수와 함께 왔던 일부 조직원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 이 새끼 감히 우리 형님을 가지고 놀아!!"

하지만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다름 아닌 같이 지원군으로 왔던 다른 조직원들.

"멈춰서!!"

수습 사제인 그들은 하급 사제인 나를 본능적으로 막아선 것이었다.

"뭐. 뭐야! 너네까지 왜 그래!"

"......모르겠다. 그냥 이래야할 것 같아. 그냥 거기 있어라."

"뭐? 너네 미쳤어!? 형님이 당하고 있는데 지금 뭐하는 거야!?"

나는 그 모습을 확인한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때. 아직도 대답이 안 나오나?"

그러자 한참을 머뭇거리던 이용수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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