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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7화 (18/188)

17화

나는 정말 놀랐다.

그 덕칠이가 기도를 올린지 한 달 만에 이렇게 달라졌을 줄이야.

정말 기도로 인해 이만큼 바뀐건가?

"덕칠아. 우리 조직에 들어와라. 응?"

덕칠이가 내 손을 쳐내며 말했다.

"싫다니까? 아니 취직자리 알아봐 달랬더니 갑자기 조직에 들어오라고? 너 미쳤냐?"

"그러지 말고. 너라면 동생들도 좋아할 거야. 생명의 은인이잖아. 응?"

"싫다고 했다. 난 평범하게 살 거다."

흠. 생각보다 완고한데.

나는 방법을 바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덕칠아."

"뭐. 절대 안 들어가."

"난 평범한 깡패로 끝날 생각 없다."

"깡패가 다 똑같은 깡패지 뭐가 다른데?"

"난..."

나는 덕칠의 양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대한민국을 제패할거다."

내 말에 덕칠이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미쳤냐?"

"나 진심이다. 대한민국을 제패하여 최고의 조직을 만들 거야. 그리고..."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사람 같지 않은 놈들을 싹 다 잡아 재활용 시킬 거다."

"뭐?"

"너를 보며 느꼈어. 아. 이거라면 가능성이 있겠구나."

"그게 무슨 개 소리야."

"납치, 협박, 감금, 마약, 인신매매. 난 씨발 이 따위 것들이 존나게 싫어!"

내 말에 덕칠이가 당황해 하며 말했다.

"세상에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있어. 그런 것들은."

난 손가락을 동글게 말았다.

"돈이 되니까."

"......"

"돈이 전부인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을 위해 뭐든지 하는 거? 나쁘다고 생각 안 해. 다만."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남한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너..."

"씨발! 깡패라도 최소한의 도의는 있지 않냐 이 말이야! 지금 조직들 봐! 전부 돈돈돈돈. 돈에 미쳐가지고 돌아가잖아! 깡패하면 의리 아니냐? 옛날엔 경찰 대신 밤의 지팡이로 활약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딴 거 하나도 없잖아! 클래식 깡패! 끈끈한 의리와 공권력이 닿지 못하는 구석에서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지도록 활약하는 깡패! 이게 진정한 깡패 아니야?"

말문이 막힌 덕칠을 보며 말했다.

"너는 내가 원하는 인재다. 나와 함께 이 더러운 뒷골목의 청소부가 되는 거야!"

나는 덕칠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김덕칠! 나와 함께 하자. 옆에서 지켜봐! 규모가 커지면 달라진다고? 난 다르다. 난 그런 놈들과는 목표자체가 달라!"

다르지.

난 종말을 막는 게 목표니까.

"흥분되지 않냐? 한국을 제패한 조직. 의리로 똘똘 뭉친 조직원들. 밤의 규칙을 수호하는 수호자! 어때? 응? 물론 한국을 제패한 다음은 세계로 나가야지!"

개소리다.

덕칠은 그렇게 생각했다.

밤의 수호자는 무슨.

밤의 지팡이?

옛날 깡패라고 뭐가 달랐을까.

옛날 깡패는 물가대비 지금보다 돈을 잘 벌었다.

그만큼 공권력이 약했으니까.

거기에 돈보다는 정과 의리가 중요한 사회적 풍토도 한몫했으니 의리로도 유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 없는 조직은 유지될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조직들이 사활을 걸고 돈에 혈안이 된 거니까.

그저 사회의 변화에 따른 흐름일 뿐이다.

하지만...

"덕칠! 나와 함께 하자!"

분명 개소리인건 잘 알겠지만 덕칠은 흔들렸다.

‘왜 저딴 개소리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거지?’

로망이 살아있는 깡패란 말에 흔들리고 더러운 것들을 싹 쓸어 재활용하자는 말에 흥분이 된다.

그리고 이 남자...

‘뭔가 해낼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왠지 역사에 기록될 위대한 남자의 첫 발걸음을 보는 듯 한 느낌.

덕칠은 흔들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니가 그런 조직을 만들겠다고?"

"물론. 난 할 수 있어!"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다.

"너. 너라고 다를 거 같아? 조직이 커지면 그만큼 유지비가 많이 들게 되어있어. 겨우 보호세 정도로 될 거 같아? 불법적인 일은 안할 거야?"

"완전 안한다고는 안 해. 법으로는 불법이지만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들은 분명 있으니까. 예를 들면 성매매. 그래서 차라리 내가 직접 모두 잡아들여 내 관리하에 두겠다는 거야. 최소한의 도리는 유지할 수 있도록!"

분명 개소린데 설득력이 느껴진다.

"...정말 내가 필요하다고?"

"물론이지!"

한참을 고민하던 덕칠이 말했다.

"하. 한번 생각해보지."

"아니! 생각하고 말게 뭐있어! 너의 그 힘. 그냥 썩히기엔 아깝지 않아?"

이 남자가 말하니 왠지 정말 썩히는 기분이 든다.

"으..."

"보람찬 일 하고 싶지 않아? 취직하는 거? 좋지. 좋은 일이지. 하지만 조직의 일원으로 뒷세계를 정복해 밤의 규칙을 제정하는 이 위대한 여정이 더욱 보람차지 않을까?"

왠지 그런 거 같다.

"......조. 좋아. 대신 일단 딱 한 달만 먼저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나올 거다. 그래도 괜찮아?"

장지후가 씨익 웃었다.

"물론이지."

덕칠이 합류하고 나는 신성력이 모이는 족족 동생들을 강화시켰다.

하루에 얻을 수 있는 신성력은 2,000 정도니 나와 동생들을 모두 강화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17일.

17일 뒤 이번엔 쌍칼파와 태호파 중 하나를 상대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신체능력이 3배로 늘어나면 인당 5명 정도는 상대할만하지 않을까?

"그래서 말인데. 태호파랑 쌍칼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면 어디를 고를 거야?"

내 질문에 김호봉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그걸 물어보려고 여기에 찾아온 거냐?"

"응. 조사하면 나오겠지만 시간이 걸리잖아. 좋은 정보통 두고 뭐하러 발품을 팔아."

"저. 정보통...젠장. 어쩌다 이런놈에게 엮여서."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덕분에 목숨은 건졌잖아?"

"애초에 그건 네놈이......휴. 말을 말자. 그래서 두 조직 중 하나를 상대하겠다고?"

"응."

김호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만 물어보자."

"말해."

"너.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 거냐."

"내 목표를 물어보는 거야?"

"그래. 우리한테 시비를 걸때만 해도 정신줄 놓은 미친놈인줄 알았지만 그 미친놈이 지금 평택시의 절반을 집어 삼켰다."

"삼키다니. 호봉파와 지진파가 우리 애들이 되긴 했지만 난 언제나 독립성을 지켜줬다고?"

내가 상납금 받기를 하나 아니면 호봉파 조직원들을 동원하기를 하나.

그냥 기도만 해주면 알아서 저번처럼 따박따박 구해주기까지 하니 서로 윈윈 아닌가?

물론 계속 기도를 하다보면 자동으로 내편이 될 거라는 속내가 있긴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천둥파에게 호봉파와 지진파가 굴복한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젠 나머지 두 개 조직까지 노리고 있지."

김호봉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너. 목표가 뭐냐."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세계."

내 말에 김호봉의 동공이 흔들렸다.

"세계? 한국도 아니고 세계?"

"맞아. 나는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조직을 만들 거야. 삼합회? 카르텔? 좆까라 그래. 내가 다 먹어치울 거다. 세계를 모두 집어삼키는 대조직. 그게 내 목표다."

"......"

조용히 있던 김호봉이 중얼거렸다.

"하도 미친 짓을 많이 봐서 그런가 진심으로 들리는군."

"진심이야. 내가 언제 거짓말 하는 거 봤어?"

"...세계..."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김호봉이 말했다.

"태호파와 칼날파. 둘은 지금 비상 경비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손도 잡은 거 같더군."

두 조직이 손을 잡았다고?

"그럴 만도 하지. 밖에서 보기엔 우리 호봉파가 지진파를 집어 삼키고 몸집을 두 배로 불렸으니까. 혼자서 호봉파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합리적인 판단이다."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두 조직이 연합을 했다. 안 좋은데."

"비상 경비체제라는 것도 중요하다. 너도 우리와 상대해봤으니 알겠지만 조직의 상시 전력과 비상시 전력은 그 숫자가 다르다."

상시전력은 정식 조직원과 최소한의 숫자로 유지시키는 시다바리들.

"우리 호봉파도 수시로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은 60명이 한계지만 모든 힘을 끌어 모아 보호아래에 있는 양아치들까지 정말 억지로 동원하면 100명까지도 가능하다. 다만 그 정도로 모으려면 막대한 자금이 소모되고 후폭풍이 거세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서 내가 고딩 일진들을 동원했던 거다. 그놈들은 돈이 안 드니까."

나이트에서 일하는 웨이터, 사업장의 종업원들 동네에서 알고지내는 백수건달들까지.

그들 모두 전문 싸움꾼은 아니지만 밤의 세계에 미약하게나마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자 건장한 남자다.

한사람 몫은 몰라도 인간방패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말.

다만 그들은 동원되고 싶어 하지도 않고 설사 동원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동시에 사업장의 일손이 부족해지니 수입이 줄어드는 것 또한 문제.

"그들은 우리 조직의 일꾼들이다. 만약 동원했다가 피해를 입으면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지."

김호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마방에 평범한 알바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scv가 다 죽으면 누가 일할 건데. 일꾼을 동원할 땐 필사의 각오로 해야지."

내 찰진 비유에 김호봉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그렇지. 아무튼 태호파와 칼날파는 지금 비상 경비체제로 사업장마다 부하들을 대폭 늘려 배치하고 연장도 구비해둔 채 방어 체계를 만들어뒀다. 어찌된 상황인지 정보가 없으니 말이야. 일단 대비를 하는 거지."

"곤란한데. 그럼 사업장 하나하나 까부셔야 하는 거잖아."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럼 시끄러워져서 경찰들이 안 좋아할텐데."

싸움은 자고로 짧고 굵게.

일반인들에게 싸움이 자주 노출되면 경찰의 개입은 필연적이다.

"그 정도가 아니지. 한 사업장을 공격하면 순식간에 다른 곳에서 지원 병력이 들이닥칠 거다. 그도 아니면...그렇지 경찰도 방법이지. 비상 경비체제를 펼칠 만큼 긴장한 놈들이니 사업장 하나 버릴 각오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

"쩝."

우리를 완전 얕보고 있기에 순차적으로 지원이 왔었던 호봉파 때와는 다르다.

물론 그들의 경계 대상이 내가 아닌 호봉파지만 결과적으로는 똑같다.

"기습해서 대가리만 딸까?"

내 말에 김호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보스들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하긴.

비상체제인데 대가리가 나 여기 있소 하면서 몸을 드러내진 않을 거 아니야.

안전한 곳에서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있겠지.

"골치 아프네. 대놓고 시비를 걸자니 숫자가 걸리고."

김호봉이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말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알려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은 두 개다."

"오! 두 개나 있어?"

"첫째는 시간을 두며 방심을 유도하는 방법."

나는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잖아."

"두 번째 방법. 모든 사업장을 동시에 공격하여 무력화 시킨다."

"에..."

이것도 못쓰겠네.

덕칠이 추가해서 우리 꼴랑 9명이란 말이야.

"고민을 좀 해봐야겠네."

"그래서 묻겠다."

"응?"

"한국을 제패하고 세계를 노리겠다고? 그런데 왜 우리 독립성을 지켜주는 거지? 이미 우리조직을 작살낸 너다. 나를 쳐 낼 수도 있고 아니면 지동진처럼 내 목숨으로 부하들이나 철기에게 밑으로 들어오라 딜을 할 수도 있고. 왜 그렇게 안하지?"

자신의 목숨을 쉽게 이야기하는 김호봉의 말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우. 나 사람 죽이는 거 싫어해. 그거 피도 묻고 뒤처리는 또 얼마나 힘든데. 나는 있잖아."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네들이 나에게 탄복해서 내 밑에 들어오길 자처하게 만들고 싶어."

"뭐?"

"너네 스스로가 나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다고. 그래서 아무런 요구도 안하는 거야. 기도는 그냥 나를 주기적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연결고리이고."

물론 기도의 효과를 믿고 하는 뻥이지만 의외로 이 말이 먹혔는지 김호봉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대인배인지 미친놈인지 아직도 판가름이 안서지만...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군."

"뭐가?"

"요즘 세상에 너처럼 로망에 미친 건달이 하나쯤 있다는 거. 좋아.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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