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건달한명이 가장 앞에 있는 나에게 각목을 휘둘렀다.
나는 상체를 숙여 가볍게 피하고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컥!"
배를 가격당한 건달이 배를 부여잡으며 뒤로 넘어갔다.
"히히."
신체능력이 오르니 이제 이런 동네 깡패들은 한다스가 달려들어도 안 무섭다.
"뭐해! 어서 죽여 버리라니까!?"
지금 우리와 오장수 패거리가 붙은 장소는 좁디좁은 사무실 복도.
날뛰기 딱 좋은 곳이다.
"으헤헤헤헤."
석호가 쇠파이프를 들고 건달 한명의 머리를 후려갈기며 외쳤다.
"뚝배기!"
석호도 깨달았구나.
뚝배기의 위대함을.
나는 흡족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의 다른 건달의 머리를 후려쳤다.
"흡!"
그리곤 외쳤다.
"뚝배기 깨질 시간이다!"
"마. 말도 안 돼."
동생들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숫자는 22대 8명.
아무리 싸움에 도가 튼 주먹이라도 다구리에는 장사 없다는 게 이 바닥의 진리인데 장지후 패거리에게 만은 적용되지 않았다.
"혀. 형님!"
"어떻게 20명이서 8명을 어떻게 못하는 거야!"
"형님 너무 강합니다!"
오장수가 주저하는 사이 순식간에 동생들은 전부 바닥에 누운 반면 장지후 쪽 애들은 손끝하나 다치지 않고 서서히 오장수와 거리를 좁혀왔다.
남은 동생이라곤 옆에서 바들바들 떠는 놈 하나.
오장수는 품에서 사시미를 꺼내 휘둘렀다.
"들어와 이 새끼야! 배때지에 바람구멍 만들고 싶으면 들어와!"
궁지에 몰린 오장수의 발악이었다.
하지만 그 발악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파고든 장지후가 오장수를 발로 차버렸다.
"으헉!"
오장수까지 무력화시킨 장지후가 외쳤다.
"기도해라! 회개의 시간이다. 이 씨발놈들아!"
그 후로 나와 동생들은 파죽지세였다.
"라. 라오."
우리 발밑에 깔려 기도를 하고 있는 이 놈들은 옆 동네에서 다방 영업을 하던 놈들.
겨우 5명이라 나와 석주 둘만으로도 충분했다.
"잘했어. 앞으로도 계속 매일같이 기도하는 거다? 안하면 찾아올 거야. 내 소문은 들었지?"
"...전도사 장지후."
이게 요즘 시골 깡패들을 조지면서 얻어낸 내 별명이었다.
규모에 상관없이 평택시에 위치한 모든 깡패들을 후드려 패며 내가 요구하는 것은 단하나.
기도.
팽성읍부터 시작된 나의 기행은 순식간에 평택시 전역에 퍼졌고 그렇게 생겨난 게 이 별명이었다.
"그래. 그럼 기도안할 경우 또 쳐맞을거란 것도 잘 알겠네?"
"...으윽."
"아무튼 수고들 해."
건달놈들을 뒤로하고 나오자 석주가 말했다.
"형님."
"왜?"
"이거 정말 효과 있는 거 맞죠?"
"당연하지."
"흠."
"의심하지마라. 다 때가되면 알게 될 거야."
대략 열흘 동안 평택시내에서 때려눕힌 건달 숫자만 무려 70명.
뚝배기를 깨고 기도를 시킨 뒤 기도를 안 하면 동생들을 파견하거나 내가 직접 출동하는 식으로 관리하니 역시 아니나 다를까.
한 세 네번 뚝배기 깨뜨리면 열심히 기도를 올린다.
간간히 빼먹는 놈들도 있어 가끔 방문해주면 다시금 열성적으로 기도를 올린다.
그렇게 쌓인 신성력이 무려 18,000이었다.
"역시 대가리 숫자가 중요하다니까. 대충 이틀 뒤면 올릴 수 있겠네."
호봉파와 우리 그리고 조무래기들까지 모두 합쳐 140명이 매일 열정적으로 기도를 올린다.
나 의외로 전도에 재능이 있을지도?
"됐다! 2만!"
나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교단 레벨 업!"
띵.
이름 : 장지후
클래스 : 천둥교단 전도사
교단 레벨 : 2
교단 신성력 : 750
스킬 : 기도
천둥교 신도 임명
천둥교 수습 사제 임명
천둥교 하급 전투 사제 임명
"하급 전투 사제임명? 전투 사제였어?"
그래서 치유 스킬이 없던 거야?
"아... 뭐. 태클 걸건 많지만 이미 그동안 충분히 비현실적이었으니까."
아무튼 이제 드디어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신도 리스트. 오? 여기도 뭐가 추가로 생겼네?"
신도들의 이름과 클래스, 기도 유무 체크 옆에 추가로 현재 상태가 떠올라 있었다.
"부상, 정상. 좋은데?"
이것만 있으면 내가 구축할 조직의 대략적인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하급 전투 사제 임명."
그러자 알림창 하나가 떠올랐다.
-하급 전투 사제로 임명합니다. (소모 신성력 1,500)
"1,500? 많이도 드네. 하루 더 기다려야겠는데?"
다음날.
"흡!"
간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잠시 여운을 느끼던 나는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달라진 내 몸을 살폈다.
"음. 확실하진 않지만... 상승폭이 비슷한 거 같은데?"
수습 사제 첫 임명시 500, 하급 사제 첫 임명시 1,500.
소모 신성력은 3배나 올랐지만 신체능력이 올라가는 상승폭은 비슷했다.
"조금 실망인데."
동시에 이 교단 상태창은 교단의 일부만 강해지는 게 아닌 교단 전체가 강해지길 원한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난 하급 전투 사제 업그레이드를 확인하고 말했다.
"하급 사제 첫 임명은 1,500 업그레이드는 600. 상승폭은 같겠지. 소모 신성력은 3배로 올라갔지만 능력 상승폭은 비슷하다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식이면 수습 사제를 대량 양산하는 쪽이 유리하잖아."
하급 사제의 업그레이드 한계가 똑같이 4라면 총 소모 신성력은 3,900.
거기에 수습 사제 업그레이드에도 소모가 되었으니 하급 사제 +4 소모 신성력은 모두 합쳐 5,200.
하급 사제 +4 한명 만들 신성력이면 수습 사제 +4 4명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수습 사제 +4를 올리니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2배가량 올랐어. 그럼 하급 사제 +4는 3배라는 소린데......"
그냥 대충 계산해도 수습 사제 4명 만드는 쪽이 남는 장사다.
"결국 계속 기도로 세뇌시키며 키우는 수밖에 없겠네."
지금까지 실험결과 신도는 아무리 기도를 해도 신성력만 오르지 심리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루라도 빨리 많은 신도를 수습 사제에 임명하고 최소한 덕칠이 수준까지 기다린 뒤 +4로 업그레이드 하는 쪽이 신성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덕칠이는 기도를 시작한지 한 달이 넘자 이젠 스스로가 원해서 기도를 한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기도를 안 하면 뭔가 불안하다고까지 하니 그 정도면 안심할 만 하지.
그 수준까지 오르면 믿고 +4까지 올려 교단의 전력으로 삼는다.
"역시 신성력을 빨리 모아야해."
지금 매일 같이 기도를 올리는 140명을 모두 수습 사제로 만드려면 이미 수습사제가 된 일부를 빼더라도 첫 임명에 500이 필요하니 70,000.
"히익. 140명이 매일 기도해도 50일이나 걸린다고?"
신도들을 수습 사제로 만듬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신도들을 끌어들여야 수습 사제 만드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신도를 모아야해! 더 많은 뚝배기를 깨야해!"
"...라오."
기도를 마친 김호봉이 옆에 있는 이철기에게 말했다.
"철기야."
"예. 형님."
"몸은 좀 어떠냐?"
이철기가 자신의 부러진 다리를 툭 치며 말했다.
"슬슬 차도가 보이고 있습니다."
이철기가 장지후에게 당한 게 3주전.
"뼈란 게 붙었다고 바로 방심하면 안 되는 거다. 몸 관리 확실히 해."
"물론입니다. 형님."
"흠."
김호봉이 뭔가 심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상하단 말이지."
"뭐가 말입니까? 형님?"
"요즘 들어 기도하는 시간이 어색하지가 않아."
장지후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올리는 기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김호봉은 이 기도하는 시간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내 평생 종교라고는 가져본 적이 없는데. 다른 놈도 아니고 장지후 놈을 위하는 기도에 거부감이 들지 않다니."
김호봉의 말에 이철기가 놀라며 말했다.
"형님도 그러십니까?"
"설마 너도?"
"예. 저도 그래서 이상하단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장지후랑 엮이고 나서 이상한 일만 겪는군. 그놈 요즘 이 근방에서 전도사 장지후라고 불린다며?"
"예. 작은 읍에서 활동하는 건달들을 때려눕히고 저희에게 했던 것과 같은 요구를 하고 다닌다 합니다."
"도대체 장지후는 뭘 노리는 거지?"
장지후는 정말 김호봉의 깡패 역사상 처음 겪어보는 괴인이었다.
"아무튼 너네만 회복되면 장지후의 멱을 딴다."
기도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줄었지만 장지후에 대한 김호봉의 적대심만은 여전했다.
덕칠의 경우 시간이 오래 흘렀고 본인도 어느 정도 해탈했기에 빠른 교화가 가능했지만 불과 이주 전 듣보잡 건달에게 당한 원한을 잊기엔 김호봉의 자존심이 너무 큰 데미지를 입었다.
"나는 아직도 그날 무릎 꿇었던걸 생각하면 치가 떨려."
"물론입니다. 형님."
하지만 기도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지. 그냥 죽이는 건 너무 자비로워. 장지후의 다리를 분지르고 내가 당했던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하게 평생 매일 12시간 이상 나를 위해 기도를 올리게 할 거다!"
은연중에 장지후를 죽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김호봉이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걸 동조하는 이철기 역시 마찬가지.
교화는 시시각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 석주야! 물 다시 구했다!"
하급 사제를 처음으로 임명할 때 소모되는 신성력은 1,500.
꼬맹이들처럼 잠깐 기도하다 만 사람을 제외하고 현재 매일같이 기도를 올리는 사람은 140명으로 하루에 수확하는 신성력은 1,400.
대략 하루에 한명 꼴로 동생들을 하급 사제로 임명할 수 있었다.
업그레이드는 600밖에 안 드니 금방 올릴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분명 하급 사제가 수습 사제 임명에 비해 비효율적이지만 동생들은 내가 가장 믿을 수 있고 신용할 수 있는 내 측근들이니 이건 가성비를 따질 문제가 아니었다.
"오오!"
석주가 눈을 희번덕 뜨며 다가왔다.
"오오! 약수!"
"자! 마셔라!"
물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킨 석주가 말했다.
"크으으으으! 바로 이......응? 그 느낌이 아닌데?"
이 새끼가 너무 빨리 마셔서 타이밍을 놓쳤다.
"뭔가 수돗물 맛이...우오오오! 온다! 왔다!"
몸을 부들부들 떨던 석주가 말했다.
"역시 죽이네. 근데 형님. 이 물 이름이 뭡니까?"
응?
"이 정도로 좋은 물이면 뭔가 끝내주는 이름이 붙어있을 거 같은데. 뭔가요. 형님? 저도 따로 구해보게요."
"음...어..."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성수."
"예?"
"성수다."
"성수? 설마 그 괴물 퇴치하고 그럴 때 쓴다는 성수?"
나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라오의 은총을 내린 성수다!"
"...아. 이건 좀 밥맛인데."
이럴 때 일수록 당당하게.
"성수를 성수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그런데 그때 갑자기 상태창에서 띵 하는 소리가 울렸다.
응?
뭐지?
석주 하급 사제 임명 알림음은 아까 났었는데?
상태창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뭐지?"
분명 무슨 일이 있으니 알림음이 난걸텐데.
그리고 또 다시 띵 하고 들려오는 알림음.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신도 리스트를 띄웠고 그제서야 알림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호봉파 애들 상태가...부상으로 바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