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깡패가 종말에 대비하는 법-10화 (11/188)

10화

"더. 덕칠이?"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덕칠이가 여기서 왜 나와?"

"저. 저야 모르죠!"

덕칠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이쪽을 향해 돌진해왔다.

"우오오오!! 내가 바로 안중의 김덕칠이다!!"

"뭐. 뭐야 저건?"

육중한 덩치의 덕칠이 쿵쾅거리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본 김호봉이 외쳤다.

"이. 이쪽으로 온다!"

내 부하라고 생각한 건지 과하게 놀란 듯한 모습.

이찬억이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보스를 보호해! 방심하지 마! 혼자지만 저놈들 패거리야!"

아마 덕칠 역시 우리처럼 소수정예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그런 듯 했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나는 동생들을 모두 레벨업 시켜 쌓아두기만 했던 신성력을 모두 대방출했다.

"업그레이드, 업그레이드, 업그레이드."

"혀. 형님.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업그레이드. 오케이 모두 올렸다."

덕칠이 큰 목소리를 외쳤다.

"우오오오! 온몸에서 엔돌핀이 솟구친다!!"

"어떻게 돌아가긴 어떻게 돌아가. 기회지!!"

덕칠의 돌격에 김호봉을 보호하려는 인원이 급하게 빠지자 포위망이 어수선해지고 얇아졌다.

"뚫어!!! 돌격!!"

그때 도착한 덕칠의 강력한 몸통박치기가 작렬했다.

"크어어억!!"

원래도 190이 넘는 거구의 몸에 수습 사제 +4까지 받은 덕칠의 공격은 강력했다.

맨 앞에 있던 조직원 두 명이 허공에 붕 뜬 것이다.

"막아!!"

막으라 소리치는 김호봉.

"김호봉을 조져!"

뚫으라는 나.

상황은 순식간에 난전으로 흘러갔다.

"이 씨발 새끼!"

나는 호봉파 중 하나 뚝배기를 날린 뒤 다음 타겟을 잡았다.

"어?"

바들바들 떠는 타겟은 바로 김호봉이 동원했던 고딩.

나는 이마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피를 혀로 핥은 뒤 고딩에게 말했다.

"야."

"네. 네."

"어디서 어린노무 시키가 어른들 싸움에 끼어. 뒤질래? 아깐 기세 좋더니 왜 쫄아?"

고딩의 반응이 달라진 건 바로 싸움의 승기가 뒤바뀌어서였다.

"캬하하하!"

소수정예에게 가장 유리한 난전.

포위망이 어수선해진 걸 틈타 사이사이로 파고든 동생들이 날뛰고 있었다.

"우오오오!"

덕칠은 무려 맨손으로 사람을 들어 던지는 수준.

나는 고딩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야."

"예. 예."

"앞으로 이런데 끼지 마라. 알았냐?"

그러자 고딩이 기대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보. 보내주시는 건가요?"

"보내 주냐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내주기야 보내주지. 뚝배기는 깨지겠지만."

"예?"

"푹 자고 일어나."

나는 손을 휘둘러 고딩의 뚝배기를 날렸고 고딩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나도 참 자상하단 말이야."

나는 어깨를 빙빙 돌리며 말했다.

"좀 돌아서 오긴 했지만 내가 원했던 그림이네."

난전으로 바뀌며 정예인 동생들과 덕칠에게 쳐발리고 있는 호봉파.

"여. 김호봉씨."

똥 씹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김호봉의 얼굴.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

딱 내가 원했던 그림이다.

"...장지후..."

"맞아. 내 이름은 장지후."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전국을 재패할 몸이시다."

"형님! 피하십시오!"

장지후가 다가오자 다급히 외친 이찬억의 말에 김호봉이 이를 갈며 말했다.

"거의 모든 전력을 다 끌고 왔다. 피한다고 뭐가 달라져?"

"하지만 형님!"

"......이정도일 줄이야."

이철기에게 들었지만 장지후, 통칭 천둥파의 조직원들은 강했다.

1명을 겨우 감당할거라던 이철기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탑클래스의 주먹.

장지후가 김호봉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왔다.

"형님!"

김호봉을 재촉하던 이찬억이 장지후에게 달려들었다.

"이야야야!!"

넘버3이자 이철기 다음가는 주먹이지만 장지후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커억!"

결국 대가리를 얻어맞은 이찬억이 쓰러지고 김호봉과 장지후 사이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김호봉 앞에선 장지후가 침을 뱉어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낸 뒤 말했다.

"용케 도망 안 갔네."

"나는 호봉파의 보스다. 예의를 지켜라."

"지랄 쌈 싸먹는 소리하고 있네."

장지후가 눈을 희번덕 뜨며 말했다.

"거기 얌전히 있으라고. 정리하고 올 테니까."

장지후는 그 말을 하고 남은 부하들에게 달려들었고 장내 정리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0명에 달하던 호봉파 건달들은 모두 땅바닥에 누워있고 두 다리로 서있는 건 장지후의 천둥파와 김호봉 뿐.

"원하는 게 뭐지?"

"이철기에게 말했잖아."

"그런 허무맹랑한 거 말고 네 진짜 요구 조건을 말해라."

나와바리를 요구하면 내준다.

돈을 요구하면 상납한다.

호봉파의 재건을 위해서 자존심을 버릴 준비가 된 김호봉은 생각했다.

‘나이트만은 안 돼. 그건 호봉파의 핵심이다. 그 외 안마방이나 보도. 룸 몇 개는 내줘야 할지도.’

김호봉이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사이 장지후가 말했다.

"무릎 꿇어."

김호봉이 입술을 깨물며 무릎을 꿇었다.

"자. 복창. 나 김호봉은 라오님을 섬기겠습니다."

이철기에게 들었던 바로 그 요구.

김호봉이 이를 갈며 말했다.

"요구를 말하라고 했다. 나를 지금 욕보이려는 건가?"

그런데 갑자기 장지후가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

"아이씨. 왜 자꾸 두 번 말하게 하냐고!!"

흠칫 놀란 김호봉을 향해 인상을 찌푸린 장지후가 말했다.

"그냥. 하라는 대로 해. 그냥!! 이유도 묻지마! 왜인지 생각도 하지마! 그냥 시키는 것 만해! 그럼 얌전히 사라져준다니까?"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굴욕감에 김호봉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기필코. 내 기필코 너를 죽여 버리고 만다.’

40명으로 안되면 50명, 50으로도 안되면 60명.

호봉파만 재건되면 모든 힘을 한 번에 끌어 모아 이 족보도 없는 놈들을 잘근잘근 밟겠다 속으로 다짐한 김호봉이 말했다.

"나...김호봉은."

"올치."

"큭. 라오님을 섬기겠습니다."

"자. 이제 10분간 라오님을 위해 기도. 기도마지막엔 라오라고 외치는 거 잊지 말고."

김호봉은 장지후의 말대로 기도를 시작했다.

‘섬겨주지. 암. 애들이 회복될 때까지 발가락이라도 핥으라면 핥겠다. 그 대가는 니 목숨이다.’

시계를 보던 장지후가 말했다.

"좋아 10분 됐네. 라오라고 해."

"라오."

그러자 잠시 가만히 있던 장지후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오케이. 완벽해. 앞으로 매일같이 이렇게만 하는 거야. 알았지?"

김호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이제 끝."

"그래. 이제 니 진짜 요구... 뭐?"

"잠깐 기다려. 얘네도 해야지."

그리곤 김호봉을 뒤로하고 쓰러져있는 부하들의 멱살을 잡아들어 올리며 말했다.

"야. 너 이름 뭐야."

"으윽. 박종범이다."

"이다는 반말이고 팍씨. 자. 복창. 나 박종범은 라오님을 섬기겠다."

"못한다!"

그러자 장지후가 대뜸 박종범의 머리를 강타했다.

"뚝배기!"

"컥!"

"자. 복창."

"모. 못한다!"

"뚝배기! 뚝배기!"

"컥! 컥!"

"빨리해. 뒤에 대기자들 줄줄이야!!"

이 이상한 광경을 멍하니 보던 김호봉이 말했다.

"이. 이걸로 끝이라고?"

"아이씨. 내가 말했잖아! 이것만 하라고! 내가 언제 돈을 달랬어, 나와바리 넘기랬어! 이게 어려워?"

"저. 정말로?"

"정말이라고! 그냥 이해하려 하지마! 걍 해!"

김호봉이 부하에게 말했다.

"종범아."

"크. 큰형님!"

"그냥 해줘라."

"하지만!"

"해줘."

김호봉이 잠시 박종범과 눈빛을 교환하자 박종범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겠다."

"좋아."

"나 박종범은......"

넘버 3인 이찬억까지 모두 기도를 마쳤다.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하라고 할 때 했으면 되잖아. 왜 일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

난 품에서 물병 두 개를 꺼내 보스인 김호봉과 이찬억에게 내밀었다.

"자. 마셔."

"...이게 뭐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해하려 하지마. 그냥 하라면 해. 내가 뚜까팬게 미안해서 주는 선물이야."

"......"

잠시 나를 노려보던 김호봉이 이찬억에게 말했다.

"마시자."

"혀. 형님?"

"죽일 생각이었으면 기도 같은걸 시키지 않았겠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

나는 둘이 물을 마시는 순간 둘을 수습 사제로 임명했다.

"흡!"

"윽?"

물을 마시던 김호봉이 수습 사제 임명으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당황해 하며 말했다.

"이. 이게 뭐지?"

그리곤 나를 보며 말했다.

"설마 마약?"

"하여튼 깡패 놈들은 생각하는 게 그쪽으로 밖에 안돌아간다니까. 진짜 몸에 좋은 거야."

나는 뒤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동생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대신 먹고 싶어서 미칠라하는 놈들 안보여?"

"형님. 또 없습니까? 저도 먹고 싶은데. 침고여요."

"...너네 반응이 좀 과하다? 진짜 중독성 있나? 아무튼 다들 수고했어. 앞으로도 매일 라오를 위한 기도 10분만 하면 얼굴볼일 없을 거야. 얘들아 덕칠아. 가자."

내가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하자 김호봉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이게 끝이라고?"

"입 아파. 입 아파. 끝이야. 끝. 대신."

나는 주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기도 까먹으면 또 뚝배기 깨러온다."

싸움으로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향한 곳은 바로 사우나.

나와 동생들의 몸에 새겨져있는 문신에 사람들이 시선을 회피한다.

"덕칠아."

"뭐."

"고맙다. 덕분에 살았다."

그러자 덕칠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고마우면 안중이나 돌려내."

"원하면 가져가."

내 말에 덕칠이 놀라며 말했다.

"뭐?"

"원하면 가져가라고. 고스란히 줄 테니까. 영업노하우도 알려주지. 나랑 동생들 살려줬는데 그거 하나 못줄라고."

"너..."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덕칠이 말했다.

"진심이군."

진심이었다.

덕칠에게 고마운 것도 진심.

원하면 주려는 것도 진심.

어차피 호봉파도 손아귀에 넣었... 아니 한 달에서 두 달 뒤면 손아귀에 넣을 수 있으니 아쉬울 게 없다.

나는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고맙다."

덕칠의 참전이 수습 사제 임명과 기도로 인한 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크나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덕분에 내 오만으로 동생들을 잃을 뻔한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상황으로 바뀌었다.

"아. 아니."

내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자 덕칠이 당황해하며 말했다.

"고. 고개 들어! 이런 거 낯간지러우니까."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나 장지후. 은혜도 모르는 놈 아니다. 덕칠이. 그 외에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한테 말해. 도와주지."

그러자 덕칠이 새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야. 약 먹었나.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해? 아. 덥네. 나 먼저 나간다."

덕칠이 헐레벌떡 나가려하자 동생들이 일어나 외쳤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언제든 말만하세요!"

"시. 시끄러!"

덕칠이 나가고 다시 사우나의 열기를 느끼며 나는 말했다.

"모두들 수고했어."

"아니에요. 형님이 제일 수고 많았죠."

"그리고 미안하다. 내가 오만했다. 강해졌다고 방심했어."

그러자 동생들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린 뭐 아닌가? 우리도 방방 뛰었는데요. 뭐."

"킥킥. 그래 낯간지럽게 그 이야긴 그만하자. 같은 실수만 반복 안하면 되니까."

나는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국 정벌의 첫걸음을 띄었다. 우리는 커질 거야. 그 누구보다도."

석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님은 시키기나 해요. 우린 그냥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석호도 가슴을 팡팡 치며 말했다.

"우리만 믿어요!"

"그래. 든든하다. 좋아! 한국을 전부 쳐 먹는 그날까지! 가즈아!"

"가즈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