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누가 내 이름을 함부로 불러!!"
내 말에 고함을 치며 집밖으로 나온 거구의 남자.
덕칠이였다.
"반가워. 덕칠이 나 기억하려나?"
"응?"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덕칠이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다.
"너...너!!"
"오. 기억하나보네!"
"여기가 어디라고 네가 기어들어와!!"
"음. 아주 좋아. 여전히 악은 살아있네."
실험체로 딱 이다.
덕칠이가 양팔을 걷어 올리고 나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오며 말했다.
"너 잘됐다. 이 개새끼. 오늘 내 손에 죽어보자."
그러자 옆에 있던 석주가 나서며 말했다.
"이 씨발놈이 어디 형님한테 욕지거리야!"
싸움이 일어나려던 찰나.
나는 석주를 말리며 말했다.
"스톱. 내가 직접 한다."
우리한테 털리긴 했지만 19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덕칠의 싸움실력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수습 사제를 업그레이드 하며 올라간 실력을 확인하기 딱 좋은 상대.
나는 자켓을 벗어 석주에게 주고 덕칠에게 다가갔다.
"덕칠아. 자신감 좀 붙었나봐? 몇 년 전에 나한테 털렸던 거 기억 안나?"
"그때는 운이었지! 조막만한 새끼가! 오늘 네 제삿날이다!"
덕칠이는 있는 힘껏 도약하며 나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나는 기본적으로 힘보다는 원래 기교파다.
물론 나도 작은 덩치는 아니지만 큰 덩치를 선호하는 뒷골목만 놓고 보자면 비교적 작은 편.
평소 같으면 날아오는 주먹을 피한 뒤 다음 공격을 하겠지만 나는 덕칠의 주먹을 손으로 붙잡았다.
퍽.
한쪽 주먹이 내 손에 막히자 덕칠이 재차 반대쪽 주먹을 내질렀지만 또 다시 내 손에 잡혀버린다.
"덕칠이. 힘에 자신있어했지?"
"뭐?"
"어디 힘으로 한번 싸워볼까?"
나는 상체를 넓게 펴고 덕칠의 주먹을 꽉 움켜쥔 채 힘을 주기 시작했다.
"어. 어?"
덕칠의 허리가 조금씩 뒤로 꺾이기 시작했다.
"어때? 나도 만만치 않지?"
수습 사제로 올라간 완력이 적지 않음을 확인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더 용 써보지."
가장 자신있어하는 완력에서 밀리는 듯하자 당황한 덕칠이 외쳤다.
"다. 닥쳐! 내가 완전한 몸 상태였다면..."
"그거야 네 사정이고."
더욱 힘을 주자 덕칠이 뒤로 한걸음 밀려났다.
"뭐야 이거. 덩치만 컸지 이거 완전 물 근육이네. 찌르면 터지는 거 아니야?"
"이 개새끼가..."
"흠. 일단 좀 얌전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네."
나는 기습적으로 덕칠이의 손을 놓아 덕칠의 몸이 내 쪽으로 기울게 한 뒤 말했다.
"뚝배기."
내 주먹이 덕칠의 머리에 작렬했다.
"자. 다시 한 번 말한다. 복창해. 나 김덕칠은 라오님을 섬기겠습니다."
"절대 안 해!"
나는 주먹으로 덕칠의 머리를 내려쳤다.
"뚝배기!"
"컥!"
"자. 복창."
"싫어!"
"뚝배기!"
"커어어억!!"
그렇게 삼십분을 후드려 패자 덕칠이가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그 라오가 누군데!!"
그러자 옆에 있던 석주가 말했다.
"우리 형님 별명이시다."
덕칠이 발끈했다.
"지금 나보고 네 밑에 들어오라는 거야!?"
"하아. 그거 아니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말이나 해."
"내가 아무리 너한테 졌다지만 자존심이 있는 남자다! 만약 내가 필요하다면 정식으로 요청을 해! 이런 식으론 절대 나를 굴복시킬 수 없다!"
음. 뭔가 오해를 했나본데.
"덕칠아. 나 너 필요 없거든?"
내 말에 덕칠이 충격 받은 얼굴로 말했다.
"뭐?"
"우리 동생들 먹여 살리기도 바쁜데 너 같은 덩치를 왜 들여. 식비나 많이 나가게."
그러자 옆에 있던 석주가 감동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훗."
"그럼 도대체 그 말을 왜 하라는 거야!"
그거 설명하기 힘들어서 지금 강제로 시키는 거잖아.
"그냥 하면 돼. 시키는 대로 하면 가준다니까?"
"절대 못해!"
"그럼 쳐 맞는 거지 뭐."
"할게! 한다고!! 하면 되잖아."
"진즉에 그럴 것이지."
무려 한 시간을 쳐 맞은 끝에 덕칠이가 굴복했다.
그래도 제법 버티네.
깡다구는 있어.
"자. 따라해. 나 김덕칠은 라오님을 섬기겠습니다."
덕칠이가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고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 김덕칠은 라오님을 섬기겠다."
겠다랑 겠습니다는 좀 어감이 다르지 않나?
하지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신도수가 늘어났다.
참... 건성이다.
그냥 라오란 단어만 들어가면 다 되는 거야?
아무튼. 나는 준비한 물병을 꺼내 덕칠에게 내밀었다.
"자. 마셔."
옆에 있던 석주가 경악하며 말했다.
"형님. 그 물 혹시 그거 아니에요?"
"어. 맞아."
"아니. 그 귀한 걸 왜 쟤를 줘요? 차라리 저를 주세요!"
"자자. 너는 다음에 내가 구해줄게. 내가 시도해보려는 게 있어서 그래."
덕칠이가 물병을 받아들고 마셨다.
재빠르게 수습 사제 임명.
"읍!"
물을 마시던 덕칠의 눈이 커졌다.
"뭐. 뭐지. 이 기분은? 마치 흡사 마약이라도 하는 것 같은..."
"마약 아니야. 몸에 좋은 거다. 아까 때린 거 미안해서 준거야."
"몸이 붕붕 떠오르는 것 같고...그래. 하늘을 나는 기분이야."
음. 감상평이 요상하지만 무시하자.
"좋아. 물도 마셨으니 다음은 라오님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시간이다."
내 말에 덕칠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널 위해 기도를 올리라고...?"
"씨발. 그냥 하라면 해. 또 쳐 맞을래? 토 달지마."
내 말에 잠시 흠칫한 덕칠이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라..라오님을 위해 기도를 올립니다..."
"옳지."
"뭐라고 하면 되지?"
"그냥 아무렇게나 말해."
"라오는 아주 나쁜 새끼입니다. 조용히 사는 나를 찾아와 갑자기 때립니다."
음... 매가 부족한가.
아니지.
이것도 실험이다.
과연 이런 성의 없는 기도에도 신성력이 올라갈까?
그리고 10분이 지났다.
"라오 씨발새끼."
이 새끼 10분 내내 라오 욕만 한다.
옆에서 석주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형님. 이 새끼 죽여도 되요? 계속 욕만 하는데요?"
"아니야. 괜찮아. 시키는 대로만 하면 무슨 짓을 하든 자유야. 자 마지막으로 라오님. 이라고 말해."
"라오님."
띵.
신성력이 올랐다.
너무 건성이잖아!
휴.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나는 덕칠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수고했다. 끝났다."
"...끝?"
"어. 그러게 별거 아니잖아. 시키는 대로만 했으면 맞지도 않았을 텐데. 석주야 가자."
"예. 형님."
"정말 끝이라고?"
"그렇다니까. 아. 한 가지만 물어보자."
나는 덕칠이를 보며 말했다.
"혹시 막 나한테 든든함을 느끼거나 그런 거 없냐?"
내 말에 덕칠이의 동공이 흔들렸다.
"넌..."
"그래. 뭔가 있어?"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난 그 후로 매일 같이 덕칠의 집을 찾아갔다.
"덕칠아 기도하자."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뭐긴 뭐야. 기도 10분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도대체..."
"자자. 의문을 가지지 말고 그냥 하라면 해. 안하면 뚝배기 날릴 거니까."
"젠장."
그렇게 또 하루 기도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덕칠이가 말했다.
"오늘로 기도한지 일주일인가?"
일주일동안 나는 꼬맹이들로부터 모은 신성력으로 나와 동생들을 업그레이드하며 이렇게 덕칠의 반응을 수시로 살폈다.
"어때? 오늘은?"
"뭐가."
"나한테 뭔가 안 느껴져?"
"너한테 모든 걸 잃은 나다."
역시 일주일 만에 해결되는 건 아니구나.
"다만..."
나는 눈을 반짝였다.
"다만?"
"너에 대한 분노는 조금 사그라든거 같다."
오오오.
효과가 있어!
덕칠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제 이 웃기지도 않는 짓 그만하고 말해라."
"뭘."
"나 김덕칠이 필요하다고. 내 힘이 필요하다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필요 없다고."
그러자 덕칠이가 조금 당황해 하며 말했다.
"나를 영입하려고 여태까지 그렇게 한 거 아니었나?"
"너 같은 양아치 데려다 어디에 써. 겨우 쓸 만한 이미지 만들어뒀는데 네가 또 옛날처럼 깽판 치면 어떡하라고."
"그럼... 여태까지 도대체 뭘 위해서..."
"말했잖아. 그냥."
덕칠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기도만 하게 시킨다는 말?"
"응."
"혹시 지금 내가 너네 나와바리 근처에 있어서 그러는 거냐? 그래서 괴롭히는 거야?"
그건 아닌데?
"조용히 살겠다. 분노도 어느 정도 내려 놨다. 여긴... 부모님과의 추억이 남은 유일한 장소다. 여기서 조용히. 쥐 죽은 듯이 살겠다."
"그건 잘된 일이네."
"그러니 이제 그만..."
나는 덕칠이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아니야. 기도는 계속 해야지."
"제발 그만...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나는 울부짖는 덕칠을 뒤로하고 집을 나서며 말했다.
"그냥 간단해. 기도해. 안 그러면 뚝배기 깨진다. 간단한 공식이잖아?"
"그딴 게 어디 있어! 이 미친 새끼야!!"
"읍! 하. 언제 마셔도 짜릿해."
드디어 마지막 동생까지 모두 +4로 만들었다.
이만큼 만들기까지 꼬맹이들 알바비로 몇 백 만원이 나갔다.
"좋아. 이제 움직이자."
"예?"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해봐야 할 거 아니야."
그러자 석주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에이 형님. 그냥 약수 먹고 건강해져서 힘 좋아진 거지 무슨 얼마나 강해졌나까지야."
석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전투력 측정도 아니고 얼마나 강해졌냐니요."
죽일까.
"부탁 같은 거 없었어? 누가 행패부린다 같은 거."
"어..."
석주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그러고 보니 구시가지에 조선족 몇 놈이서 밤마다 술 먹고 난장피운 다던데요."
"그런 놈은 잡아다 족쳐야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예?"
"조선족 놈들 족치러 가자고. 우리 동네 밤은 내가 지킨다."
"확씨!"
"까악!"
조선족 황씨가 지나가는 여자를 향해 말했다.
"어서 말만한 기집아가 다리를 다 드러내놓고 다니네? 오빠가 함 이뻐해주까?"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 6명이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킥킥킥."
아가씨가 벌벌 떨며 도망을 가려했지만 조선족들은 아가씨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계속해 음담패설을 날렸다.
"니 백두 자지 맛 본적 있네? 고거이 아주 기가 막혀. 함 묵으면 남조선 간나 새끼들 생각이 아이난다. 함 무 봐라."
"맞다! 저 새끼 자지 하나는 튼실해!"
아가씨가 바들바들 떨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사. 살려주세요!"
하지만 행인들 모두 아가씨의 시선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킥킥킥."
"남조선 새끼들. 겁은 많아가지고. 장난이다. 장난."
황씨는 아가씨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그래도. 혹시 맛이 궁금하면 찾아오라. 내 이뻐해주께."
"사. 살려주세요."
"안 죽인다니까. 나중에 길가다 보면 인사도 하고. 알았네?"
아가씨를 보내준 황씨가 뒷짐을 지고 걸어가며 말했다.
"아. 오늘은 어디 갈까. 술이 모자린데."
바로 그때.
"여."
그 소리에 황씨는 고개를 돌렸고 그의 눈에 보인 건 건장한 체구의 검은 정장 남자 8명.
장지후 일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