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물리치료사-194화 (194/205)

# 194

수술이 답이다? (1)

힐링 센터는 확장을 완료했다. 기적은 마침 비어 있던 옆 건물과 계약을 했고, 공사를 진행해 힐링 센터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다만 벽을 완전히 허물지는 않았다. 그러기에는 공사 시일이 너무 늘어나는 관계로 두 센터를 오갈 수 있는 문을 만드는 선에서 만족한 것이다.

기적은 평수가 넓은 기존의 센터를 성인 전용으로, 새로이 만든 센터를 소아 전용으로 나누었다.

그리고는 소아 전용 센터의 관리자로 수정을 낙점했다. 소아 치료는 아무래도 소음이 많이 발생하고, 필요한 도구들도 많기 때문에 독립을 시킴과 동시에 관리자를 배치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소아 치료실에는 작은 방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을 VIP 룸으로 명명했다. 특수한 직업을 가졌거나, 몸이 많이 불편하거나, 혹은 부득이 신체 노출이 필요한 관계로 다른 사람의 시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하는 회원들을 케어하기 위해 폐쇄된 공간을 만든 것이었다.

최근 유명세를 탐에 따라 힐링 센터에는 제법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도 간간히 방문하고 있었다.

공간이 나뉘자 힐링 센터는 한결 조용해졌다. 동선이 겹칠 일이 많이 줄어들었고, 소음도 줄어들어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해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적의 일과도 한결 편안해졌다.

최근 그는 가능한 한 다른 선생님들이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회원들을 배정했고, 특히 어려운 케이스만을 골라 치료를 담당하고 있었다.

맡은 직무가 네 개로 늘어난 만큼 다른 일을 할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었다.

이날도 기적은 치료를 하는 대신 다른 업무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후다닥 문이 열리며 잠시 은행 업무를 보러 간다며 나갔던 진욱이 헐레벌떡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기적이 데스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쪽으로 황급히 달려왔다.

"센터장님! 특종이에요! 특종!"

협회로부터 온 메일을 받아 자료를 검토하고 있던 기적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진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진욱이 호들갑을 떨며 용건을 꺼내 놓았다.

"저, 저…… 옆에 노블레스 센터 있잖아요. 거기 폐업한대요. 대박이죠?"

폐업이라는 말에는 기적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왜요?"

"저희처럼 세무 조사가 나왔었나 봐요. 그런데 어마어마하게 탈세를 했던 모양이에요. 벌금이 어마무시하게 나와서 경영난으로 폐업한다는 것 같아요."

"헐! 정말요? 진짜 대박은 대박이네요. 그런데 이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진욱이 뭘 고민하냐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히 기뻐해야죠. 경쟁 업체가 망했다는데요."

"그렇긴 한데…… 다른 사람의 불행을 기뻐하기가 좀 그래서……."

"그러니까 세금을 제대로 냈어야죠. 누구는 세금 내고 싶어서 냅니까? 이런 얌체족들이 죗값을 치르지 않으면 세금 제대로 내는 사람들만 바보가 돼 버리잖아요. 센터장님은 그런 게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하긴 그건 그래요. 걸리지 않는다고, 혹은 법에 걸리지 않는다고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정말 망가지고 말 거예요. 남들이 그렇게 해도 묵묵히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사회가 그나마 유지되는 거겠죠."

꼭 법으로 정한 규칙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많은 공중도덕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이러한 공중도덕들을 무시한다.

심지어는 도덕을 지키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바보처럼 미련한 사람들 덕분에 그나마 이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거리를 걷는 모든 사람들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고 침을 뱉고, 담배를 피워 대고, 또 자동차를 모는 모든 사람들이 끼어들기를 하고 스마트폰을 보며 운전하고, 교통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말 것이었다.

진욱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폐업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죗값을 치른 거죠, 뭐. 아무튼 앞으로 회원님들이 엄청 몰려들겠네요."

"그러려나요?"

기적과 진욱이 노블레스 센터의 폐업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일순 문이 열리며 일남일녀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 중 남자 한 명의 얼굴이 낯익었다. 그를 알아본 기적이 어! 하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관장님, 어쩐 일이세요? 허리 문제로 오신 거예요?"

찾아온 손님은 바로 기적이 다니는 주짓수 체육관의 관장이었다. 조만간에 찾아오겠다고 하더니 정말로 센터를 찾아온 것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온 것은 맞는데. 나 때문에 온 것이 아니고…… 이 사람 때문에 왔는데……."

관장, 즉 이호성이 옆 사람의 옆구리를 꾹 찔러 인사를 하게 한 뒤 말을 이었다.

"우리 집사람인데…… 얼마 전에 척추 디스크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거든요. 내일 모레로 수술 날짜를 받아 놨는데 정말 수술을 받아야 하나 싶어서……. 혹시나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한번 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시간을 많이 비워 놓으니 좋다고 생각하며 기적이 고개를 끄덕였다.

"봐 드릴 수 있죠.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요? 그럼 MRI 촬영도 하셨겠네요?"

"그렇죠, 했고말고요. 다른 병원에서 한 거는 안 된다고 해서 두 번이나 찍었는걸요."

"그거 가지고 계십니까?"

"음…… 이번 병원에서 찍은 거는 아직 못 받았고, 지난 병원에서 찍은 거는 가지고 있습니다. 이거도 찍은 지 얼마 안 된 건데, 이거라도 보여 드릴까요?"

"네, 한번 볼까요?"

이호성은 다시 한번 와이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와이프, 즉 김해옥이 스마트폰을 조작해 기적에게 내밀었다.

"이거예요. 엑스레이랑 엠알아이 사진."

기적은 그것을 받아 유심히 살폈다. 그는 의사가 아니라 MRI 사진을 판독할 자격이 없었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일한 가닥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판별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해 보인 기적이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확실히 척추 상태가 안 좋긴 하시네요…… 추간원판이 상당 부분 탈출했어요. 그런데 꼭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은 보존적 치료를 받아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이호성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호성이 조심스레 질문을 해 왔다.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꼭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정말 수술을 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기적은 숨김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해 주었다.

"수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안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수술을 한다고 무조건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또 수술을 하려면 전신 마취를 해야 하잖아요. 일단은 보존적 치료를 받아 보시고, 정 안 되면 그때 수술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김해옥이 질문을 던졌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간단한 수술로 튀어나온 디스크만 잘라 내면 더 이상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아프지 않을 거라고 하셨는데요?"

기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학적으로는 그렇죠. 그런데 사람 몸이라는 게 그렇게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서 수술을 받고 나서도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수술요? 전신 마취가 동반되는 수술이고 등을 완전히 개복해야 하는데 어떻게 간단한 수술일 수 있겠습니까?"

기적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그 상태로 계속 살아오셨잖아요. 허리 디스크가 암도 아니고 몇 달 더 두고 본다고 해서 급격히 악화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급하게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호성과 김해옥은 기적의 말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는 당장이라도 수술을 해야 하는 줄 알고 수술 날짜를 잡고 왔는데, 기적의 말을 들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김해옥은 여전히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솔직히 몸에 칼을 대야 한다고 해서 너무 무서웠는데…… 선생님 말씀 들으니까 안도가 되네요. 그런데 제가 허리랑 다리 쪽이 많이 아프긴 해요. 이 통증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너무 지긋지긋하거든요. 정말 수술을 안 해도 괜찮을지……."

당장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김해옥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흔히 디스크라 불리는 추간원판이 이미 상당 부분 탈출해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에 방사통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에 사진을 본 기적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통증이 심하실 거예요. 상태가 많이 안 좋더라고요. 일단 회원 등록부터 하실게요. 제가 그 통증 한번 잡아 보겠습니다."

이호성은 지난 경험으로 기적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그러면 저 선생님 믿고 수술 예약 취소하겠습니다?"

정말로 좋아질 줄은 솔직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받아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보, 바로 취소하게요?"

반면 김해옥은 조금 불안한 표정이었다. 병원도 아닌 곳인 데다 물리치료사였다.

남편이 추천해서 따라오긴 했지만 의사와 전혀 다른 말을 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바로 이 불안감 때문이었다. 회원 등록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는 김해옥의 얼굴에는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여기…… 엎드릴까요?"

"네, 이쪽으로 엎드려 보세요."

불안해하는 김해옥과 달리 치료에 나서는 기적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척추 디스크는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니까. 그만큼 치료한 경험도 많았다.

결국 척추 디스크 치료의 핵심은 탈출한 추간원판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었다.

의사들은 내시경 같은 방법으로 이 추간원판을 제거하지만 물리치료사들은 다른 방법으로 이 추간원판을 제거한다.

'분명 추간원판이 탈출된 곳이 요추 5번과 요추 6번 사이였지?'

정말 가끔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보통의 사람은 6개의 요추 뼈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숫자의 척추 환자들이 요추 5번과 6번 사이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직선적인 움직임에 관여하는 1~4번의 요추와 달리 5번과 6번은 회전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몸을 좌우로 돌릴 때마다 하중을 받고, 또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압력을 많이 받는 것이다.

기적은 장골능 꼭대기에서부터 연장선을 그어 요추 4번의 극돌기를 찾은 뒤 다시 손가락을 움직여 요추 5번의 횡돌기를 찾아냈다.

'여기구나. 여기가 요추 5번이야.'

요추 5번의 횡돌기를 찾아낸 기적은 횡돌기 아래에서 위로 힘을 주어 5번과 6번 사이의 공간을 벌려 주었다.

젤리와도 같은 추간원판의 특성을 고려해 스스로 자리를 찾아 들어갈 공간을 벌려 주는 것이었다.

물론 수동적으로 공간을 벌려 준다고 해서 추간원판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갈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랬다면 디스크는 진작 정복이 됐을 거다. 때문에 기적은 여기에 능동적인 움직임을 추가시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