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물리치료사-157화 (157/205)

# 157

국기에 대한 경례! (3)

"어? 어어?"

이상할 정도로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굳이 수치를 확인하지 않아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만큼.

"11kg네요."

기적의 말을 들은 오주영의 눈동자가 희열로 물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라는 물리치료사들이 무던히 만져 대도 좋아지지 않던 팔의 근력이 별다른 터치도 하지 않았는데 좋아져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 젊은 치료사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오주영은 내심 그렇게 소리쳤다.

물론 이는 마법 같은 것이 아니었다. 오주영은 원래도 충분히 11kg 정도는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체간의 약화로 그 힘을 맥시멈까지 끌어내지 못했던 것인데, 오늘 훈련이 순간적으로 체간의 안정성을 증가시켰고, 이것이 악력의 강화로 나타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를 알 리 없는 오주영은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희망이 보인다.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그러한 사실이 그녀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타이밍 좋게 문이 열리며 잠시 자리를 비웠던 총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뭐야, 어머니 왜 우세요? 무슨 일 있었어요?"

솔직히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앞뒤 사정을 알 리 없는 총장의 입장에서는.

하지만 분노하는 것도 잠시, 그는 오래지 않아 연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져었어. 운찬아, 내애가 좋아졌다고오."

몰라보게 좋아진 오주영의 발음에 한 번.

"8키로였던 악력이 치료 후에 12키로까지 좋아지셨어요."

상황을 설명하는 지소연의 보고에 또 한 번.

김운찬은 놀란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기적을 바라보았다.

"아니, 이 사람…… 어떻게 한 겁니까? 우리 어머니에게 뭘 한 거예요?"

물론 김운찬은 기적에게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손목 치료를 통해 기적의 능력을 직접 경험한 그였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호전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물리치료사라는 사람들도 하지 못했던 일을 이 젊은 치료사가 1시간도 안 돼 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기적을 대하는 김운찬의 태도가 몰라보게 공손해졌다.

"이 선생님, 어떻게 했습니까? 대체 무슨 치료를 했기에 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좋아지셨습니까? 대학 병원 의료 기사장부터 대학 교수까지…… 우리나라에서 치료 좀 한다는 연차 많은 사람들도 못 했던 일인데 말입니다. 이상한 편법을 쓴 거 아니죠?"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치료는 나이순이 아니라고. 더 좋은 교재로, 더욱 검증된 이론을 배운 것이 저희 세대입니다. 그러니 저희 세대가 옛날 사람들보다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직급이 높다고 해서, 연차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군요. 제가 한참 잘못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김운찬이 조금은 다급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 선생님, 이럴 게 아니라 저희 어머니 전속 치료사로 와 주시죠. 제가 자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조건은 원하시는 대로 맞춰 드릴 수 있습니다."

기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원하는 대로 맞춰 주겠다는 말 때문이 아니었다.

방법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말 속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센터에 제 치료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도 어머님처럼 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10억을 줘도요? 아니, 20억을 줘도요?"

"100억을 주셔도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

"그, 그럼 150억을 주면은?"

재벌의 자존심, 그 기름 묻은 심지에 불이라도 붙은 걸까? 김운찬은 경매에 참여한 사람처럼 계속해서 액수를 높여 나갔다. 이대로 두면 어쩐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아 기적은 설명을 덧붙였다.

"오주영 님이 급성 환자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하루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무조건 많이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에요. 충분한 휴식이 동반됐을 때 최고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김운찬은 그제야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아무리 재벌 2세라고 하더라도 연봉 150억은 쉽게 부를 만한 돈이 아니었다.

"그래요?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기는 한데…… 내가 살면서 돈 마다하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 그냥 모른 체하고 고개 끄덕였으면 엄청난 돈을 벌었을 텐데. 아마 내가 어떻게든 돈을 만들었을 거야."

"분위기 상 던진 말씀이신데…… 그걸 받겠다고 할 만큼 저 눈치 없는 사람 아닙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당장 총장님만 봐도 어머님의 건강 앞에서 150억이라는 큰돈을 투자하려고 하셨잖아요? 저 역시 돈보다 제가 하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김운찬은 검지를 들어 허공에 삿대질을 하는 특유의 동작을 취해 보이며 말했다. 그의 마음이 매우 흡족하다는 뜻이었다.

"혀에 꿀을 발랐나. 말을 참 달달하게 하네? 선생님은 똑같은 말도 참 듣기 좋게 하는 능력이 있어요. 비결이 뭡니까?"

"그건 영업상 비밀로 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치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서요."

기적이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그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위대한 치료를 끝냈습니다. 보상으로 1,100(+100)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VVIP의 만족도가 19 상승합니다. 현재 만족도 (29/100)

치료 앞에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포인트 엄청 많이 주네? 퀘스트가 아닌 치료 보상으로 천 단위의 포인트를 받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기적은 포인트가 생각 이상으로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메시지가 연달아 들려왔다.

-새로운 경험으로 MF 치료법의 숙련도가 5 상승합니다.

-숙련도가 80을 넘어섰습니다.

-MF 치료법을 정식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자신만의 치료법이라 할 수 있는 MF 치료법을 정식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오래 전부터 바라던 일이었기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등록!'

그러자 기적에게만 보이는 환한 빛무리가 날개처럼 몸을 감쌌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이와 동시였다.

-MF 치료법이 정식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그 놀라운 효과는 직접 체험해 보세요.

'아…… 드디어.'

기적은 당장이라도 MF 치료법을 활용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늦지 않게 예약 환자를 맞으려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곤란했으니까.

기적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문 앞에서 대기 중이던 기사를 만나 다시 힐링 센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작된 첫 타임.

기적은 새로이 등록한 MF 치료법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첫 타임 회원이 어깨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관절 가동 범위에 제한을 겪고 있는 환자였기에, MF 치료법을 활용해 보기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어제 어깨 관절이 플랙션(앞으로 굽힘) 90도까지 올라갔었고, 애비덕션(옆으로 굽힘) 80도 가량 올라갔었죠? 오늘은 90도를 한 번 넘겨 보자고요."

그렇게 말한 기적이 회원의 어깨와 팔을 잡았다. 그리고 MF 치료법을 활용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머릿속에서 실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을 조금 더 깊숙이 집어넣어야지 자세가 나오지.

-손에 너무 힘이 들어갔네. 몸을 이용해야지. 팔의 힘만으로 할 셈이야? 완전히 초보가 된 것 같네?

-마지막 범위에서의 움직임에 집중해야지. 그 상태에서 조금 더 정적인 움직임을 가미시켜 봐. 그게 바로 MF 치료법의 백미잖아.

MF 치료법을 조금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주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 덕분에 기적은 보다 쉽게 MF 치료법을 적용시킬 수 있었다.

치료를 받는 회원 역시 오늘의 치료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오늘 뭔가 팔 느낌이 빡빡한데요? 느낌이 평소랑 조금 달라요."

기적은 동작을 한 번 더 반복하며 자신 있게 말했다.

"아마 느낌만 다른 게 아니라 결과도 많이 다를 겁니다."

그리고 기적이 그 자신감을 증명해 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약 3분간 환자의 팔을 잡고 동작을 펼친 그가 손을 놓자 환자가 언제나처럼 팔을 움직여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환자는 자신의 팔이 달라졌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뭔가 올라가는 느낌이 다른데요?"

물론 이전에도 기적에게 치료를 받고 나면 팔이 평상시보다 높이 올라가긴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더했다. 이정도 올렸으면 느껴져야 할 통증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으음…….'

해서 남자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마음을 굳게 먹은 그는 한 번도 올려 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향해 팔을 들어 올렸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엄청 올라가네요? 혹시 통증을 참고 올리시는 건 아니죠?"

남자가 조금은 얼빠진 표정으로 답했다.

"아…… 예. 예? 아니요. 통증 없습니다. 딱 여기까지는 통증이 없습니다. 지금 제 팔 각도가 몇 도 정도 될까요? 한 번 측정해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기적은 주머니에 꽂혀 있는 고니오메타(각도기)를 꺼내 남자의 각도를 측정해 주었다.

"음…… 115도? 115도 정도 되겠네요."

115도라는 말은 남자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와! 115도요? 저 100도 넘어간 거는 처음 아닌가요?"

"그렇죠? 처음이죠. 축하드립니다."

"아…… 정말 다행이네요. 기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허허허."

웃음은 전염병이라고 했던가? 회원이 웃자 기적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하하, 저도 기분이 좋네요. 공부하다가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어서 해 본 치료법인데 회원님이 좋아지셨다니."

"아, 그래요? 그럼 선생님이 만들어 낸 치료법인가요?"

"아, 예. 뭐 그런 셈이죠?"

그렇게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상기된 채 치료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일순 센터의 문이 열리며 일남 일녀가 센터 안으로 들어섰다.

3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2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탄 휠체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둘 중 남자의 얼굴이 낯익었다. 마침 치료를 마치고 나오던 기적이 남자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어!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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