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물리치료사-106화 (106/205)

# 106

어제보다 나은 오늘 (2)

* * *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더 좋아질 거라는 윤세진의 말처럼 힐링 센터는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첫날 2명이었던 방문 회원은 다음 날 3명으로 늘어났고, 그 다음 날 7명으로 늘어나며 점차 안정세를 찾아갔다.

그렇게 찾아온 주말.

기적은 반가운 얼굴을 맞이했다. 바로 센터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강진만이 찾아온 것이었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어서 오세요, 정말 오셨네요?"

그런데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남자가 그와 함께하고 있었다.

"네. 친구하고 같이 치료 좀 받아 볼까 하고 왔습니다. 인사해, 내가 말했던 실장님."

그 말에 옆에 있던 남자가 아! 하고 인사를 해 왔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남자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얼굴빛이 굉장히 어두웠고, 굉장히 히스테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목소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사를 하는 그의 목소리는 굉장히 날이 서 있었다. 뭐 본인은 그렇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아무튼.

"어서 오세요. 그런데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어디가 많이 안 좋으신지……."

기적은 남자의 문제를 찾기 위해 열심히 시선을 움직였다. 하지만 이렇다 할 문제점은 눈에 띄질 않았다.

그에 대한 대답은 남자가 아닌 강진만으로부터 나왔다.

"목 언저리가 많이 아프대요. 쿡쿡 찌르는 느낌이라고 그러던데요? 요즘에는 일도 못 할 정도로 통증이 있대요. 그래서 지금 직장에서도 휴직계를 쓰고 있어요."

"네? 목 언저리에 쿡쿡 찌르는 통증이요? 일도 못 하실 정도면 엄청 심하신 것 같은데…… 혹시 움직이면 아프다든가 하는 패턴도 없나요?"

결국 예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아파요. 낮에도 아프고 밤에도 아프고,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움직여도 아프고 그럽니다."

"음……."

기적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내 질문을 던졌다.

"혹시 최근에 골절을 당한 적이 있습니까?"

그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니요. 뭐, 일하다가 골절을 당한 적이 있기는 한데…… 그거는 완치 판정을 받은 지가 꽤 됐습니다. 벌써 몇 년 전 일이에요."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기적이 잠시의 시간 차를 두고 말을 이었다.

"그럼 한번 볼까요? 강 팀장님, 친구분 먼저 치료해도 괜찮겠죠?"

"아, 네. 물론입니다. 먼저 치료해 주세요. 커피 한 잔 마시고 있겠습니다?"

"네네, 제가 한 잔 드릴까요?"

"흐흐. 우리 사이에 무슨요. 그냥 제가 타 마시겠습니다. 실장님은 얼른 치료나 시작해 주세요. 쟤 많이 아픈 모양인데."

기적은 슬쩍 남자를 돌아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남자는 아까보다 더 히스테릭한 얼굴로 베드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기적은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통증이 시작된 건가? 머리와 목 부위에 쿡쿡 찌르는 통증이라면…… 아무래도 내 짐작이 맞는 것 같은데……. 확인을 해 볼까?'

기적은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진단을 시작했다.

"일단은 한번 볼게요."

매직 아이를 이용한 시진은 이미 막힌 상황이었다. 구조상으로 보기에 남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매직 핸드를 이용한 촉진을 적극 활용해야겠지.'

남은 것은 매직 핸드다. 이렇게 답을 내린 기적은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남자가 주요 통증 부위라고 말한 오른쪽 어깨와 팔을 차례로 만지며 촉진에 들어간 것이다.

근육을 확인하고, 뼈의 상태를 확인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를 차례로 확인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는 답을 내릴 수 있었다.

'다행이다, 단순한 근막 통증 증후군이야.'

처음에만 해도 기적은 남자, 즉 동민철이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이 아닐까 우려했었다.

날카로운 통증이 있고, 몇 년 전 골절을 당했었다는 말 때문이었다. 날카로운 통증과 골절 증상은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은 교감 신경의 장애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아직까지 적절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난치성 질환이었다.

만약 촉진을 통해서도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는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일 확률 높았다.

하지만 촉진 결과 통증 유발점이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기적은 진단을 수정했다,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에서 근막 통증 증후군으로.

근막 통증 증후군은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과 유사하지만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었다.

"아무래도 근막 통증 증후군인 것 같아요."

"근막 통증 증후군이요?"

기적의 말에 예의 남자, 즉 동민철이 목소리를 높여 반문했다.

증후군이라는 말에 무언가 심각한 병이 아닐까 우려한 것이었다. 이를 눈치챈 기적이 안심하라는 듯 웃었다.

"아, 그렇게 걱정할 만한 질환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에요. 평상시에 가끔 머리가 아프시죠? 마치 맥박이 툭툭 뛰는 것처럼요."

동민철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예. 맞습니다. 이따금씩 머릿속에서 뭐가 팍팍 뛰는 것처럼 통증이 있어요. 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고 또 며칠 지나면 괜찮아져서 그냥 진통제를 먹곤 했습니다."

"여기…… 여기를 이렇게 누르면 어떠세요?"

기적이 목 뒤쪽을 누르며 물었다. 그러자 동민철이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아니…… 어! 맞아요. 지금! 지금 머리 쪽에 통증이 있었어요. 거기를 누르니까 머릿속에서 뭔가가 팍팍 뛰었어요."

동민철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두 톤은 높아져 있었다. 그러나 기적의 목소리는 침착하기만 했다.

"근막 통증으로 인한 두통입니다. 목에서 시작하는 근막은 모상근막이라고 하는 근막과 이어져 이마까지 닿아 있거든요. 때문에 두통이 발생하는 것이죠. 목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면 두통까지 치료할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선생님?"

동민철은 정말 놀란 것처럼 보였다. 사실 그는 큰 기대를 하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친한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강진만이 하도 강하게 추천하기에 마사지나 받는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온 뒤로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남자, 아니 물리치료사가 자신의 아픈 곳을 점쟁이처럼 척척 맞추고 있었으니까. 어느새 동민철은 눈앞의 남자를 선생님이라 호칭하고 있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그런 심리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기적은 치료를 시작했다.

매직 핸드를 이용, 동민철의 통증 포인트를 적절히 자극하며 환자의 통증을 조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료에 집중하기 무섭게 실체 없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이번 환자는 근막 통증 증후군 환자야. 조금 더 조심스럽게 터치할 필요가 있어.

-손톱을 잘라야겠는데? 거기서 손톱을 세우면 곤란하지. 초보들이나 하는 실수를 하고 있군.

-조금 더 환자를 움직이게 만들어. 치료는 너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자극 방법이 잘못된 것 아냐? 통증 포인트를 자극할 때 그렇게 강하게 하면 환자가 너무 아플 거라는 생각은 안 해?

예전의 기적이었으면 이 같은 목소리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랐다. 기적은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면서도 그렇지 않을 때에는 확실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무 강하면 통증이 발생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그래야 머리의 모상근막까지 자극을 줄 수 있다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강한 것 아냐? 뭐…… 좋아. 네 치료니까 네가 알아서 하라고.

시스템 레벨이 상승한 만큼 기적의 실력 또한 상승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센터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치료에 앞서 틀어 놓은 음악 소리가 없었더라면 정말 숨이 막힐 정도의 침묵이었다.

그러한 침묵을 깬 것은 알람 소리였다. 기적의 손목에 있는 스마트 워치가 30분이 지났다는 알람 소리를 낸 것이었다. 소리를 듣고서야 기적은 집중에서 깨어났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오늘 치료는 여기까지 할까요?"

그 말에 마찬가지로 치료에 몰입하고 있던 동민철도 집중에서 깨어났다.

"아! 네. 끝났습니까? 알겠습니다."

시간을 확인한 동민철이 퍼뜩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동민철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저 시간이 벌써 30분이 지났구나 싶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어색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동민철을 향해 강진만이 물었다.

"어때? 아픈 데는 좀 괜찮아졌어?"

"어? 어……."

그제야 동민철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편안한 덕분에 통증이 사라졌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뒤늦게 입을 열었다.

"어어…… 아…… 이상하네."

이상하다는 말에 강진만이 다급히 물었다.

"이상해? 어디가 어떻게 이상한데, 더 아파졌어?"

기적 또한 걱정스럽게 물었다.

"많이 아프세요? 치료는 나쁘지 않았는데……."

그러자 동민철이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토, 통증이 몰라보게 좋아졌습니다. 분명 치료를 받기 전만 해도 참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있었는데, 치료를 받고 나서는 통증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좋아졌습니다. 그, 그러니까 제가 이상하다고 한 건…… 이상하리만치 상태가 좋아져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그제야 기적과 강진만의 얼굴이 좋아졌다. 크게 한숨을 내쉰 기적이 말을 이었다.

"그게 근막 통증 증후군의 특징입니다. 일순간 치료만으로도 급격히 좋아질 수 있죠. 통증 포인트만 찾을 수 있다면 순간적으로 호전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원인 제공입니다.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통증은 계속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죠. 지금 증상을 보면 원인이 되는 근육은 역시 흉쇄유돌근과 저작근입니다. 혹시 주무실 때 높은 베개를 사용하신다거나, 잘못된 자세로 앉아 계신다거나, 그도 아니면 껌 같은 것을 계속 씹는다거나, 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동민철이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제가 작업할 때 껌을 씹으면서 하기는 합니다."

"그 껌도 매번 오른쪽 턱으로 씹으시죠?"

"어우…… 혹시 저 스토킹하세요?"

동민철은 이제는 아예 소름이 돋는다는 표정이었다. 점쟁이도 이 정도면 용하다는 소리를 넘어 영험하다는 소리를 들을 터였다.

그러나 기적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오른쪽에 문제가 있으시니 당연히 오른쪽으로 씹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이상한 사람 보듯 할 것 없습니다."

"아…… 그렇게 생각하니 그러네요. 그런데 껌 씹는 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그냥 껌 좀 씹었다고 이렇게 아프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가 될 수 있죠. 회원님의 두통은 저작근과 흉쇄유돌근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저작근, 즉 음식을 씹는 턱 근육이 문제가 된다는 거죠. 아까 제가 턱 쪽을 만진 것도 그 때문입니다. 앞으로 껌 같은 거는 아예 씹지 마시고, 식사를 하실 때도 가급적 왼쪽 턱을 이용해 주세요.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겁니다. 통증이 생기면 다시 방문해 주시고요."

"아, 알겠습니다."

동민철의 치료는 그것으로 종료.

기적은 포인트가 주어진다는 메시지를 들으며 강진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그러면 치료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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