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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470화 (470/529)

<-- 470 회: 경영의 대가 18권 -->

베일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두 번째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고지를 공략하는 혼트 제국군을 최대한 방해하고 피해를 입힙니다. 리처드 경, 하딘 경, 두 분은 딘 경과 렉스 경이 지휘하는 경비대와 합류하십시오. 네 분이 경비대 병력을 나눠 갖고 개별적으로 혼트 제국군을 공격합니다.”

“알겠소.”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세한 전술도 하달하겠습니다. 매복 기습 전술을 주로 쓰되, 적을 발견 시 선두와 중단을 지나가게 놔두고 후미의 2할 정도만이 남았을 때 비로소 기습을 가하는 전법입니다.”

“후미 2할을 공격하고 빠진다?”

리처드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2할씩 2할씩 피해를 누적시켜서 적군이 피해를 감수하고 깊숙이 들어왔을 때는 괴멸 직전의 수렁에 빠져 있게 되지요. 저는 이것을 ‘2할 전술’이라 부르는데, 저와 함께 산적 생활을 했던 경비대원들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적을 서서히 죽이는 전술인가. 치밀하군.”

리처드는 감탄을 했다.

그렇게 리처드 벅과 하딘은 베일의 지시를 받고 출발했다.

본격적인 전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롬펠 대공 군단의 본 병력 4만은 산기슭에서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3만 병력이 산봉우리들을 대거 공략하기 시작했다.

롬펠 대공이 직접 끌고 나선 1만 군대는 거침없이 고지를 올랐다. 워낙 숫자가 많았던 데다가 롬펠 대공이 있었기에 리간드 영지군으로서도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천인대, 백인대 단위로 개별적으로 작전을 수행한 병력들은 그다지 순조롭다고 보기 힘들었다.

“지금이다, 공격!”

리처드 벅이 이끄는 경비대가 좌우 숲에서 쏟아져 나와 혼트 제국군 천인대를 공격했다.

200여 명밖에 안 되는 경비대였지만, 다수 병력의 전개가 불가능한 산길에서 후미를 공격 받았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리처드는 바스크를 주군으로 모시며 갈고닦은 검술을 유감없이 펼쳤다.

바스크에게 가르침 받은 영향으로 매우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콰지직―

“끄아악!”

“컥!”

병사 둘이 가슴에서 피를 분수처럼 뿌리며 거꾸러졌다. 리처드는 춤을 추듯 빙글 회전하며 롱 소드를 360도로 회전했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롱 소드의 오러에 베여 무더기로 쓰러졌다.

“커억!”

“아아악!”

혼트 제국군의 피해가 속출했다.

베일의 2할 전술이 효력을 거두었다. 지나가는 적의 후미를 기습하여 매복의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좁고 험한 산길을 오를 때는 필연적으로 측면과 배후 공격에 취약한 일렬진을 취할 수밖에 없었는데, 2할 전술의 요체는 그 측면과 배후를 단번에 기습하여 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이었다.

“반격해라! 당황하지 말고 싸워라!”

앞서 가던 혼트 제국군 천인대의 선두 병력이 그제야 방향을 다시 틀어서 반격에 나섰다.

이제야 좀 대응을 하려는 즈음, 리처드는 타이밍 좋게 후퇴를 택했다.

“철수!”

경비대는 즉각 좌우의 숲으로 나뉘어 후퇴했다. 리처드는 마지막까지 남아 화려한 검술을 뽐내며 추격을 차단한 뒤에 후퇴했다.

그러한 기습이 산봉우리를 오르면서 계속 반복되었다. 리처드는 집요하게 적의 후미를 매복·기습했고, 산봉우리의 정상을 밟았을 즈음에 혼트 제국군 천인대의 남은 병력은 불과 4백여 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리처드뿐만이 아니라 하딘, 딘, 렉스도 같은 동일한 전술로 집요한 게릴라를 펼쳐 혼트 제국군에게 피해를 입혔다.

한편,

“싸우나본데요?”

“베일 경이 공격 명령을 내렸나보군. 그럴 수밖에. 놈들이 갑작스럽게 큰 병력을 움직여서 행동에 나섰으니까. 싸움의 전개가 우리의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가? 에이, 됐고. 어쨌든 우리도 이제 슬슬 몸 좀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찰병 조무래기만 찔끔찔끔 처치한 것 말고는 제대로 활약도 못했잖습니까.”

“그래야지.”

바스크와 릭 부자는 단 둘이서 자유롭게 움직임 까닭에 베일의 지시를 받지 못했다.

두 사람은 높은 산봉우리에서 혼트 제국군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두 사람이 있는 산봉우리를 향해 올라오고 있는 혼트 제국군의 백인대가 보였다. 릭이 눈을 빛냈다.

“마침 작은 먹잇감이 잡숴달라고 제 발로 오는뎁쇼.”

“오러도 필요 없겠군. 가볍게 몸 풀고 본격적으로 움직여보자꾸나.”

“그러죠.”

늘 투덕거리는 두 사람이었지만, 피를 보기 직전에는 호흡이 척척 맞는 이상한 부자였다.

2할 전술 같은 것은 두 사람에게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대뜸 정면으로 혼트 제국군 백인대를 습격했다.

“적이다!”

“어라…… 겨우 두 명?”

어안이 벙벙해진 혼트 제국군이었지만, 잠시 후 그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임을 알게 되었다.

촤촤촤ㅤㅊㅘㄱ―!

릭은 빠른 스텝으로 적군 틈바구니를 누비며 찌르기를 연속으로 펼쳤다. 그때마다 정확히 목을 꿰뚫린 병사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한 발 나아가며 찌르기, 뽑고 다시 반대로 한 발 디디며 찌르기, 뽑으며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나아가며 찌르기.

콰악― 콱― 콰악!

“컥!”

“꺼어어……!”

오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릭은 예술에 가까운 간결한 동작으로 적을 사살했다. 한 점의 불필요한 동작도 없이, 꼬챙이로 음식을 찍듯 정확했다.

바스크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공격적으로 과격한 검술 스타일을 가진 바스크였지만, 그렇다고 과하게 체력을 소모하는 동작을 쓰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콰지직!

정면에서 창을 찔러오던 병사의 목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어깨로 다른 병사를 들이받으며 롱 소드를 휘둘러 반대편의 병사를 베어 넘겼다.

좌우로 연속으로 휘둘러 하나둘 죽여 나가며 돌진! 백인대의 진열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며 혼잡한 와중에 제대로 조직적인 대응을 못하는 병사들을 곡식 수확하듯 베어댔다.

“다, 단지 두 명뿐이다! 겁먹지 말고 싸워라!”

안타깝게도 백인장은 상황판단을 하지 못했다. 오러를 사용하지 않아서 두 사람의 정체를 몰랐던 것이다.

백인대 병사들 또한 적이 두 명밖에 없어서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살아 있는 사람이 십여 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을 때에야 병사들이 후들후들 떨며 달아났다. 남은 것은 뭔가에 홀린 듯 충격 받은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백인장뿐이었다.

별 것 아닌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부하들을 송두리째 잃었으니 지휘관으로서는 혼백이 나갈 듯한 쇼크였을 터였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인데?”

릭은 빙글빙글 웃었다.

롱 소드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뮤트 공작에게 물려받은 미스릴 롱 소드는 피에 젖어 있음에도 멋진 광택을 내고 있었다.

파아아앗!

이윽고 미스릴 롱 소드에서 뽑아져 나오는 오러.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오던 오러가 뭉쳐져 검의 형태로 고체화되었다.

이를 멍청히 지켜보던 백인장은 털썩 주저앉았다.

“오러 마스터…… 바스크 쿤트 백작과 릭 페르난도 백작…… 난 무슨 바보 같은…….”

“의문이 풀렸으니 미련은 없겠군.”

촤악!

머리를 잃은 몸뚱이가 풀썩 땅에 쓰러졌다.

릭은 주변의 병사 시체에 검신에 뭍은 피를 닦은 뒤 롱 소드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가죠. 인생을 짧고 죽일 놈은 많잖아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군.”

“아버지가 예전에 자주 쓰던 말인뎁쇼.”

“내가?”

“새어머니를 만나기 전에, 욕구불만을 폭력성으로 승화시키던 홀아비 시절에요.”

“…….”

“하하, 생각해보니 큰일이네요. 아내를 열 명이나 얻으면 제가 너무 착해지는 건 아닐까요?”

바스크는 릭을 패고 싶은 욕구를 혼트 제국군에 대한 적대감으로 억지로 승화시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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