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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466화 (466/529)

<-- 466 회: 경영의 대가 18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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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과 100명의 대원들은 보급부대를 쳐부순 뒤, 안타레스 영지 도처에 깔린 혼트 제국군의 그물망을 피해 이리저리 달리다가 간신히 콘돌 기병대 본대와 합류했다.

“대장님, 무사하셨군요!”

발락이 반갑게 맞이했다.

“아아. 1연대장도 수고가 많았다.”

패트릭은 자신을 대신해 콘돌 기병대를 이끌었던 발락을 치하했다.

“별말씀을요. 그런데 가셨던 일은 어찌 되었습니까?”

“성공했다. 꽤 많은 식량을 불태웠으니 놈들이 상당히 화가 났을 것이다.”

“역시 대장님이십니다.”

발락은 패트릭의 활약상에 크게 기뻐하였다.

“그나저나 별일은 없었나?”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있습니다.”

“무슨 일이지?”

“카이슨 후작의 진영에서 기병 수천이 추가로 파견되어 자칼 남작과 합류했습니다. 자세한 숫자는 정탐하지 못했습니다만, 족히 3, 4천은 넘었다고 합니다.”

“원군이라…… 자칼 남작에게 날개를 달아주는군.”

패트릭은 한숨을 내쉬었다.

적의 진영에는 만만한 사람이 없었다.

우둔한 사령관이었다면 화를 내며 보급부대를 보호하는데 실패한 자칼 남작을 당장 불러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자칼 남작의 회군과 동시에 촘촘한 그물망도 사라지고 콘돌 기병대는 한숨 돌리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이슨 후작은 그런 우둔한 사령관이 아니었다. 도리어 기병을 추가로 보내어 더욱 그물망을 성기고 튼튼하게 펼쳐 놓게 했다.

혼트 제국군의 그물망이 여전히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지휘관은 여전히 자칼 남작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자칼 남작이 껄끄러운 패트릭으로서는 그가 징계 받고 이 작전에서 물러나지 않은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패트릭이 무리해서 보급부대를 친 배경에는 자칼 남작의 몰락도 내심 의도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뭐 하나 우리에게 유리한 선택을 해주지 않는군.’

많이 아쉬워하며, 패트릭은 발락에게 물었다.

“적의 추격은 어땠지?”

“묘합니다. 잡아먹을 듯이 쫓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행적을 놓치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계속 따라붙고 있습니다.”

“정말 묘하군. 우리를 빨리 처치하고 싶을 텐데.”

이번에 보급부대를 공격한 쾌거를 통해, 자칼 남작은 콘돌 기병대의 위험성에 대하여 큰 경각심을 느끼게 되었을 터였다.

패트릭은 자칼 남작이 자신의 실책으로 기록될 보급부대의 패퇴를 만회하기 위해 성급하게 병력을 움직이기를 기대했었다. 상대가 급할수록 빈틈이 드러날 테니까.

하지만 자칼 남작은 오히려 카이슨 후작에게서 지원군을 받았고, 여유를 잃지 않고 촘촘한 용병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급히 따라붙지도, 그렇다고 너무 거리를 벌리지도 않는 선에서 쫓아오는 적의 모습은 마치 결정적인 사냥의 순간을 잠자코 기다리는 맹수처럼 보였다.

“자칼 남작이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모르겠군. 하지만 느낌상 불길한 것만은 틀림없으니, 이제는 더 욕심 내지 말고 영지로 돌아가야겠다.”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활약을 했습니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합니다.”

“물론이지.”

패트릭은 북쪽으로 콘돌 기병대의 진로를 북쪽으로 돌렸다. 리간드 영지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이상한 것은 자칼 남작의 반응이었다.

여러 번 당한 탓에 독이 올라서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야 정상인데, 그는 그저 여유롭게 뒤만 쫓을 뿐이었다.

패트릭은 불길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예감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적이 길목을 막고 있습니다! 롬펠 대공입니다!”

“이건가!”

패트릭은 그제야 자칼 남작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우릴 굶겨 죽일 생각이었군.”

“굶주림은 우리들 바람의 일족 전사들의 가장 무서운 천적이지요. 놈도 바람의 일족이니 그걸 알고 있는 겁니다.”

2연대장 달탄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리간드 영지로 돌아갈 수 없다면 란즈헬 백작가로 가보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후방교란으로 도움을 준 셈이니 환영해줄 겁니다.”

3연대장 게덴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패트릭은 고개를 저었다.

“카이슨 후작과 자칼 남작이 그걸 모를까. 그쪽 길도 차단했을 것이다.”

“갈 곳이 없군요.”

발락이 침음했다.

패트릭은 달탄에게 말했다.

“각자 소지한 식량이 얼마나 남았지?”

“대원들 모두 각자 출발하기 전에 열흘 치 식량을 소지하고 출진했습니다. 이제 나흘밖에 먹을 수 없습니다.”

“나흘이라…….”

패트릭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적어도 닷새 안에는 식량을 확보해야 했다.

‘다시 적 보급부대를 습격해서 식량을 탈취할까?’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이내 패트릭은 고개를 저었다. 같은 수법이 다시 통할 리 없었다. 자칼 남작은 그럴 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

채집이나 사냥으로 식량을 확보하는 방식도 여유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짓이지, 이렇듯 적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길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하나?’

롬펠 대공 군단이 리간드 영지의 아군과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하면 실낱같은 빈틈이라도 생길 것이다. 그 틈을 파고 들어서 돌파한다면 영지로 돌아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는 고작 닷새 안에 양측이 붙을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리간드 영지의 아군은 방어에 전념할 뿐 먼저 적을 치지는 않을 것이고, 롬펠 대공 군단 또한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함부로 군대를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이 싸움은 영주대리 베일이 기획한 그대로 장기전 양상이 될 터.

패트릭은 허탈해졌다.

“정말로 돌아갈 곳이 없군.”

“대장님, 그럼 무리해서라도 롬펠 대공 군단을 돌파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도망만 다니다가 굶주려 기운이 빠지느니 그 편이 낫습니다.”

발락이 의견을 제시했다.

패트릭은 고개를 저었다.

“좀 더 생각해보자. 그건 너무 무모해. 우리 콘돌 기병대의 돌파력에 대한 자신감은 이해하지만, 만에 하나 롬펠 대공 본인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해보아라.”

“크…….”

발락은 침음했다.

오러 엑스퍼트 상급에 이르렀다는 대장 패트릭의 무위(武威)도 충분히 강력하고 경이로웠다.

그럼 오러 마스터들 중에서도 괴물이라는 롬펠 대공의 파워는 대체 어느 정도일까?

모르긴 몰라도 도끼질 한 방에 대원 수십이 떼죽음을 당할 지도 몰랐다. 그 한 방에 콘돌 기병대의 돌파력이 꺾여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한 젊은 청년이 고심하는 대장과 연대장들에게 다가왔다.

“대장님, 그리고 연대장님들. 말씀 중에 끼어들어 죄송합니다만…….”

바로 발락의 아들 발터였다.

패트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개의치 말고 좋은 방도가 있거든 뭐든 얘기해보아라.”

“감사합니다, 대장님. 말씀들을 들었는데, 문득 식량을 보급할 수 있는 곳이 생각났습니다.”

“어디지?”

“우리는 나흘 치 식량을 가지고 있고, 사실 우리 같은 바람의 일족은 늘 먹고 살기가 힘들어 며칠 정도는 예사로 굶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콘돌 기병대는 닷새까지 밤새워 달릴 정도의 체력과 정신력까지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았을 때…….”

패트릭과 세 연대장의 이목이 발터에게 집중되었다.

발터가 말을 이었다.

“혼트 제국입니다. 거기로 가면 비밀리에 감춰놓았던 식량들이 있잖습니까.”

그 말에 패트릭이 눈을 빛냈다.

지당한 의견이었다.

“그 말이 옳다! 북쪽은 롬펠 대공이, 동쪽은 카이슨 후작이, 남쪽은 바덴 강이 가로막고 있지만, 서쪽! 혼트 제국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지 않지!” 

“닷새? 아니 엿새는 족히 밤새워 달려야겠군요.”

발락이 중얼거렸다.

달탄과 게덴도 한 마디씩 했다.

“뭐, 불가능하지 않다는 건 이미 훈련으로 여러 번 확인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토악질만 몇 번 하면 되겠지.”

“오랜만에 우리의 고향으로 돌아가겠군.” 

***

자칼 남작은 공들여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지금쯤 콘돌 기병대는 자신들에게 돌아갈 길이 없음을 깨달았을 터.

갈팡질팡하거나, 무리하게 돌파를 해보거나, 무슨 수로 나오든 자칼 남작은 여유롭게 응대할 수 있었다.

그는 콘돌 기병대와 맞붙을 준비를 하는 한편, 예의 효시 신호 체계를 넓게 펼쳐서 감시망을 광범위하게 형성했다. 콘돌 기병대가 어디로 향하든 그의 이목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삐이익―

효시의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나?”

자칼 남작은 기병대를 이끌고 이동할 준비를 했다. 지금껏 해왔듯이 놈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고 그 뒤를 쫓으면 그만이었다.

이윽고 효시 소리가 또 다시 들렸다.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에 자칼 남작은 의문을 느꼈다.

“서쪽?”

왜 그쪽으로 향하는지 의문을 느꼈지만, 자칼 남작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어디로든 일단 이동하자는 생각일 테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상한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정찰대가 잇달아 자칼 남작에게 보고를 해왔다.

“적들이 여전히 서쪽으로 이동 중!”

“아주 빠릅니다!”

“이상합니다. 밤새 야영을 한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놈들이 밤을 새워서 달리는 모양입니다!”

자칼 남작의 얼굴에서 여유가 점차 사라졌다.

“이 미친놈들이 지금 혼트 제국으로 가고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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