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3 회: 경영의 대가 18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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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대원은 4명뿐이었다.
다행히 그들은 충분한 정보를 패트릭에게 가져다주었다.
“적의 본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숫자는 어림잡아도 5천은 될 듯이 싶었습니다.”
“남서쪽에서 1천여 규모의 적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천인대 규모의 적이 북쪽으로 우회하여 아군에게 접근 중입니다.”
“적 보급부대가 식량을 싣고 이동 중이었습니다. 보급부대의 규모는 대략 4백여 명으로 보였습니다.”
그물을 친 것처럼 혼트 제국군이 콘돌 기병대를 여러 방향에서 압박을 해오고 있었다.
‘전형적인 몰이사냥이로군.’
콘돌 기병대를 이참에 끝장내겠다는 자칼 남작의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적의 동태를 대략적으로나마 알게 되니 다소 안심이 들었다.
“정말 수고 많았다.”
패트릭은 살아 돌아온 대원들을 격려해주었다. 사방에 적들밖에 없는 위험지역을 단기필마로 다녀야 했으니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다른 10인은 생사를 알 수 없으니 패트릭도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사지로 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퇴각하고 싶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정탐을 성공시킨 대원들의 희생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적 보급부대가 이동 중이라고 했겠다.’
섬광처럼 어떤 생각이 패트릭의 뇌리를 스쳤다.
모종의 결심을 한 패트릭은 1연대장 발락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1연대장. 긴히 할 말이 있다.”
“무슨 일이신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나를 대신해서 전 대원을 이끌고 적을 끌고 다닐 수 있겠나?”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만.”
“안타레스 영지를 벗어나지는 말고, 그렇다고 적에게 잡히지도 말고, 계속 도망 다니며 혼트 제국군의 이목을 끌 수 있느냐는 소리다.”
“그런데 대장님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나는 소수의 병력만 데리고 적의 보급부대를 치겠다.”
“옛?”
발락은 깜짝 놀랐다.
패트릭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지. 아무 상처도 입히지 못하고, 우리라는 존재가 적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 채 돌아설 수는 없다.”
패트릭은 이를 악물었다.
“우리는 적에게 공포로 기억되어야 한다. 내가 기필코 그렇게 만들고 말겠다. 대원들 100명만 추려라.”
“……최고의 돌격궁시병들로 뽑겠습니다. 그런데 적의 감시망을 돌파하고 보급부대까지 닿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 다 방법이 있다. 승산 없는 도박을 하는 게 아니야.”
콘돌 기병대에서 가장 무예에 능한 100명을 뽑았다. 패트릭은 100명의 대원을 집합시킨 후에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바덴 강 인근 깊숙이까지 진군해 적의 보급부대를 칠 것이다. 적의 동맥을 자르는 일인 만큼, 성공한다면 큰 승리가 될 테지만 그만큼 큰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콘돌 기병대 내에서도 가장 뛰어난 전사들인 너희를 뽑았다. 나랑 같이 가겠나?!”
“옛―!”
“가자!”
패트릭은 말에 채찍을 가했다. 100명의 대원들이 힘차게 뒤따랐다.
떠나는 그들의 모습을 빤히 보던 발락도 이내 남은 전원에게 소리쳤다.
“우리도 간다. 날은 저물었지만 아직 우리가 쉴 때가 되지 않았다. 놈들은 어두워졌을 때 더 악랄하게 다가올 것이다.”
콘돌 기병대는 발락의 지휘를 따라 이동했다.
다가오는 어둠 속에서 전장의 긴장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한편, 패트릭은 100명의 대원들과 함께 조용히 이동했다. 날이 어두워진 틈이야말로 적의 눈에 띠지 않게 활동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때문에 그들은 횃불 하나 들지 않은 채 유령처럼 움직여야 했다.
달리다가도 적 순찰병이 포착되면, 말에서 내리고 말의 주둥이에 재갈을 물린 채 숨어야 했다.
그렇게 이동한 끝에 다다른 곳은 바로 낮에 적 천인대를 전멸시켰던 그 전투현장이었다.
가짜 효시 신호에 속아 유인당한 끝에 포위섬멸을 당한 혼트 제국군의 시신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패트릭이 말했다.
“혼트 제국군의 군복으로 갈아입어라.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
대원들은 대답 대신 말에서 내려 행동에 나섰다.
혼트 제국군 병사의 시신을 뒤적거리며 멀쩡한 군복을 벗겨 입었다.
한밤의 어둠이 드리운 시각에 횃불 하나 없이 움직이느라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들은 시키는 대로 전원 혼트 제국군의 군복으로 갈아입는데 성공했다.
패트릭 역시 혼트 제국군 군복 차림으로 말에 올랐다.
“간다.”
다시 출발했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기병 10명의 실루엣이 아스라이 보였다. 유목민족 출신답게 눈이 좋은 대원들이 먼저 알아차렸다.
“대장님, 전방에 적 출현!”
“침착해라. 개의치 말고 당당하게 다가간다.”
서로의 거리가 서서히 좁혀졌다.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패트릭이 병사 한 명에게 명했다.
“다가가서 어디 소속이냐고 물어보아라. 명심해라. 우리가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대원 한 명이 바람처럼 말을 몰고 적들에게 다가갔다. 십인대 규모인 혼트 제국군 또한 이쪽을 경계하는 태도였다. 다행히 아군인지 적군인지 분간이 어려워 아직 효시는 발사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윽고 대원과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어디 소속인지 밝혀라!”
“우리는 14천인대 7백인대 소속의 2십인대다. 그쪽은 어디 소속이냐?”
“우리는 14천인대 2백인대다.”
대원은 재치 있게 대답했다.
“2백인대? 너희가 왜 단체로 여기에 있지? 우리랑 마찬가지로 십인대 단위의 순찰 임무를 받았을 텐데.”
“천인장님의 명을 받고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럼 계속 수고해라.”
“알았다. 그쪽도 수고해라.”
대원은 대화를 마치고 돌아왔다.
패트릭과 대원들은 다시 이동했다. 패트릭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계산이 돌았다.
‘결국은 우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그것이 자칼 남작의 귀에 전해지기까지는…… 대략 반나절 정도는 여유가 있겠군.’
그러나 패트릭은 곧 고개를 저었다.
자칼 남작은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굉장히 눈치가 빠르고 대응이 빠르니 여유시간을 그보다 짧게 잡아야 했다.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옛!”
패트릭은 대원들을 이끌고 더욱 빠르게 이동했다. 그 뒤로 혼트 제국군의 순찰병과 마주치면 무조건 14천인대 소속이라고 대답해서 넘겼다.
혼트 제국군의 군복까지 입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유목민족 출신인 것까지도 혼트 제국군 기병들과 똑같아 생김새나 억양도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정탐으로 알아내었던 보급부대의 이동경로에 도착했다. 무거운 짐마차가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 흔적을 쫓는다. 그리고 전원 횃불을 들도록 해라.”
“옛!”
대원들은 불을 피워서 횃불을 만들어 제각각 하나씩 들었다. 불빛 하나 없이 나타나면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흔적을 쫓아 이동하니, 어느덧 멀리서 불빛들이 보였다. 혼트 제국군 보급부대의 야영지였다.
‘드디어 발견했군.’
패트릭은 주먹을 꽉 쥐었다. 대원들도 잔뜩 긴장했다.
지금부터가 관건이었다.
정예대원이라고는 하지만 이쪽은 불과 100명. 정탐 결과에 따르면 상대는 어림잡아 4백여 명 이상이었다고 했다.
제대로 맞붙게 되면 물론 정예에다가 패트릭까지 있는 이쪽이 이기겠지만, 피해도 만만치 않게 속출하게 된다.
혼트 제국군의 군복을 입은 것은 들키지 않고 이곳까지 다다르기 위해서였지만, 이 싸움에서 적을 속여 크게 이기기 위함도 있었다.
패트릭 일행이 접근하자, 보급부대 측에서도 경계를 했는지 기병 몇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소속을 밝혀라!”
적병이 소리쳤다.
패트릭이 눈짓하자 옆에 있던 대원이 대답했다.
“우리는 14천인대 소속 7백인대다! 자칼 남작님의 명령을 받고 급히 왔다.”
“목적이 무엇이냐?”
“적의 일부가 이곳에 나타날 우려가 있으니 보급부대의 호위를 도우라는 지시였다.”
“……알겠다. 돌아가 보고하겠다.”
적병은 그리 말하고 돌아갔다.
‘들킬 리 없다. 일부러 눈에 띠게 횃불까지 들고 접근하는 적은 없으니까.’
패트릭은 초조하게 그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다행히도 다시 온 적병은 접근을 허용한다고 답했다. 야영지 쪽에서도 경계심이 사라졌는지 전투태세를 해제한 모습이었다.
‘됐다!’
희열감이 느껴졌다. 성공이었다.
패트릭은 대원들과 함께 보급부대의 야영지로 다가갔다. 경계를 풀고 다시 마음이 느슨해진 혼트 제국군과 달리, 패트릭과 대원들은 싸우기 직전의 맹수처럼 눈빛이 사나워지고 있었다.